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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반로국왕자 비름
작가 : 코리아구삼공일
작품등록일 : 2022.2.11

대가야의 전신인 반로국에 관한 역사 판타지입니다. 조그만 반로국이 철을 이용하여 여러 나라와 해상무역으로 성장하여 가는 이야기를 담았습니다. 오래전 백제가 동남아시아를 비롯한 여러 국가들과 교류한 흔적이 있다는 기사를 접한 후 그보다 훨씬 빨리 제철기술이 뛰어났던 가야국들도 그랬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력을 가지고 이 글을 썼습니다. 가야의 여러나라들도 여러 다양한 국가들과 교류한 흔적은 있지만 역사적 자료가 극히 부족합니다. 하지만 금관가야의 왕비 허황후도 파사의 석탑을 가지고 바다를 건너왔다는 이야기가 있듯이 오래 전 가야의 여러 나라들은 우리가 생각했던 것 보다 훨신 멀리, 그리고 다양한 나라들과 교류를 했을 것이라는 작가의 개인적인 추측과 상상력으로 이 글을 조심스럽게 써보았습니다.

 
이방의 신, 이방의 공주
작성일 : 22-02-20 12:23     조회 : 178     추천 : 1     분량 : 7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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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반로국 수장 장대가 비름과 뭔가 심각한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아이들은 시녀들이 비단과 삼베를 짜는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어머, 이 비단은 정말 부드럽고 곱다.”

 벌노랑이는 소마공주에게 누에고치가 있는 방을 보여주었다.

 “어떻게 이 벌레 입에서 비단을 만드는 고운 실이 나올 수가 있는거지? 이 벌레는 무얼 먹고 살아?”

 벌노랑이는 소마공주를 데리고 근처에 있는 뽕밭을 보여주었다. 반로국 여인들이 뽕잎을 따고 있었다.

 “누에가 뽕잎을 먹고 나면 입에서 실을 토해내서 제 몸에 칭칭 감지. 그 실로 옷감을 짠 게 비단이야.”

 “참 신기하다.”

 소마는 뽕잎을 따서 입에 넣었다.

 “퉤, 뭐 별맛도 없네.”

 벌노랑이는 그런 소마공주를 보고 웃었다.

 “우리 입맛과 벌레들의 입맛은 다르지. 구슬붕이야. 우리 뒷산 나무에 가서 벌집을 꺼내오지 않을래? 거기 꿀이 가득 들어있어. 소마공주랑 같이 가서 먹자.”

 벌노랑이가 아이들에게 말했다. 구슬붕이가 소마공주에게 물었다.

 “소마. 꿀 먹고 싶어?”

 “꿀? 좋아, 가보자.”

 소마공주가 고개를 끄덕이면서 따라갔다. 아이들이 뽕밭을 지나 산기슭 쪽으로 올라가고 있을 때, 어딘가에서 비명소리가 들렸다.

 “아악!”

 모두들 밖으로 나갔다. 멧돼지떼가 갑자기 나타나서 뽕밭과 채소밭 사이를 마구 뛰어다녔다.

 여인들이 놀라서 바구니를 던지고 피해 달아났다. 그때 벌노랑이가 근처 장작더미에 놓여있던 쇠낫을 집어서 던졌다.

 “켁!”

 커다란 어미 멧돼지는 벌노랑이가 던진 쇠낫을 맞더니 그대로 즉사해버렸다.

 벌노랑이는 어깨에 메고 있던 단궁으로 작은 새끼멧돼지들에게 화살을 쏘았다.

 “팍! 팍!”

 새끼 멧돼지 두어 마리가 그대로 쓰러졌다.

 모두들 벌노랑이의 활솜씨에 감탄하여 환호성을 질렀다.

 “우리 벌노랑이! 정말 대단하다. 넌 역시 반로국 군장의 손녀답구나!”

 요란한 소리를 듣고 달려온 비름이 벌노랑이를 칭찬했다.

 “이진아시! 내가 너를 위해서 멧돼지를 잡았으니까 네가 가서 가죽을 벗겨.”

 벌노랑이가 명령하자 이진아시는 기가 죽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응. 그래. 그런데 내가 왜 이런 걸 다 해야돼? 병사아저씨들이 하면 안돼?”

 “병사들은 모두 강 아랫마을에 산성을 쌓으러 갔어. 그리고 넌 우리 중에 제일 졸병이야.

 졸병이 해야지. 그딴 걸 시키려고 바쁜 병사들을 부르냐? 따라와! 내가 가르쳐 줄 테니까.”

 벌노랑이가 축 늘어진 멧돼지 새끼의 앞발을 질질 끌고 가자 이진아시가 꼬리를 붙들고 따라갔다. 벌노랑이가 익숙한 솜씨로 멧돼지의 배를 가르고 가죽을 벗겼다. 마당에 장작불을 지피고 멧돼지를 통째로 구웠다.

 구슬붕이는 잘 익은 고기를 잘라서 소마공주에게 주었다. 벌노랑이는 잘 익은 고기를 잘라서 이진아시에게 주었다.

 “이 누나가 너를 위해 멧돼지까지 잡아서 구워줬으니까. 앞으로는 너, 내 말 잘 들어야 돼. 알았어?”

 “그래. 그래.”

 이진아시는 고기를 뜯어먹으면서 아무 생각없이 계속 고개를 끄덕였다.

 벌노랑이는 이진아시를 바라보며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다음날 새벽 구름송이는 아무도 없는 암각화 앞에서 기도를 했다.

 구름송이의 얼굴은 무척 창백해 보였다.

 ‘하늘말나리어머니, 왜 저에게 이런 능력을 주셨나요? 어머니가 원망스러워요.’

 기도하는 구름송이의 뒤에 푸른빛이 출렁이며 대지의 여신이 모습을 드러내었다.

 “아가. 너의 운명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렴. 그리고 이제 좀 쉬어라.”

 여신이 가만히 손짓을 하자 푸른빛이 구름송이의 몸을 감쌌다. 구름송이는 기도를 하다가 스르르 잠이 들었다.

 

 “적화국 남쪽에 있는 다라부족 말일세. 거기를 우리가 정복할까 하는 중이야. 마침 자네가 잘 돌아와줬네. 이제 장사는 까마중에게 맡기고, 나라를 확장시키는데 힘을 쏟아야할걸세.”

 반로국 수장 장대가 말했다.

 “다라부족이라면 철산도 있고 금도 많이 나는 곳 아닙니까?”

 “황금이 많이 난다네. 꼭 손에 넣어야할 곳이야. 우리쪽에서 가장 가깝기도 하고, 다라부족을 우리 손안에 넣고 나면 그다음은 그 옆에 붙은 사리리(사이기)부족을 치고.”

 “섣불리 덤비지 말고 준비를 차근차근해서 공격해야겠군요. 그쪽은 병사가 대략 얼마나 되나요?”

 “조그만 부족이라 우리 군사의 반의 반도 안되네.”

 얼마 후, 비름은 뱀무상단을 먼저 북쪽에 있는 낙랑국으로 떠나보낸 후, 반로국에 남았다.

 비름은 야철소에서 대장장이들에게 강철검과 단궁, 무쇠화살촉을 많이 만들도록 지시했다.

 그 옆에는 구슬붕이와 이진아시가 따라다녔다. 구슬붕이와 이진아시는 대장장이들이 쇠를 철망치로 수천 번 두드리고 담금질하는 모습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구름송이는 새벽마다 암각화 앞에서 은방울과 다른 신녀들과 함께 기도를 올렸다.

 머지않아 있을 전투를 위해 부정한 것을 막는 기도였다.

 신녀들은 청동방울을 들고 흔들었고, 작은 북을 둥둥둥 쳤다.

 별 할 일 없이 심심했던 소마공주는 자주 신녀들을 따라다녔다. 그리고 그들의 뒤에 서서 기도하는 모습을 신기한 듯이 바라보았다.

 ‘여기서도 북을 치는군. 그럼 나도.....’

 그러더니 소마공주는 순진한 표정으로 자기가 가져온 청동북을 둥둥둥 치기 시작했다.

 ‘오늘은 기도하는 게 왜 이렇게 힘들지?’

 구름송이는 자꾸 소마공주를 뒤돌아보았다.

 ‘저 소마공주의 뒤에 다른 신이 버티고 있는 것 같아. 소마공주 때문에 집중이 안되는 것 같구나..... 앗! 저게 뭐지?’

 구름송이의 눈앞에 거대한 뱀 그림자가 나타났다. 거대한 뱀 그림자는 북을 치는 소마공주에게 다가가더니 소마의 몸속으로 스르르 사라졌다.

 순간 구름송이는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신녀들이 하던 동작을 멈추고 구름송이를 방으로 옮겼다. 반로국 군장 장대와 비름이 다가왔다.

 “구름송이가 너무 무리를 했나 보군. 푹 쉬게 하라.”

 그때 구름송이가 눈을 반쯤 뜨고 말했다.

 “이번엔 신중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재를 지내는데 잡귀가 보였어요.”

 “잡귀가?”

 “네. 곤륜에서 온 소마공주 옆에 거대한 뱀이 서 있더군요. 소마공주를 한시라도 빨리 반로국에서 내보내야할 것 같습니다.”

 순간 비름의 표정이 어두워졌다.

 “그게 정말이냐?”

 장대는 고개를 갸우뚱하면서 곤란한 표정을 지으면서 비름을 쳐다보았다.

 “소마공주는 부남국의 왕녀이다. 그리고 부남은 우리 반로국의 큰 교역국이 될 나라이다. 뱀무상단이 곤륜으로 다시 갈 때 무사히 데려다 주어야한다. 섣불리 내칠 수 없다. 정말 소마의 옆에 잡귀가 있느냐?”

 비름이 묻자, 구름송이는 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거대한 뱀은 자기가 살던 큰 강으로 돌아가야합니다. 안그러면 반로국에 큰 소용돌이를 몰고 올 것입니다.”

 “다른 방법을 찾아보자꾸나. 우선 잡귀의 힘을 억제할 부적을 쓰든지.”

 비름은 구름송이에게 말하고 장대와 밖으로 나갔다.

 “구름송이가 한 말을 어떻게 생각하는가?”

 “구름송이가 한 말이 틀리지 않는 것 같습니다. 소마공주가 살던 왕국에서 섬기는 토지의 신 이름이 나가입니다. 나가는 커다란 뱀의 모습을 하고 사람들 앞에 나타난다고 합니다. 구름송이의 말이 허튼소리가 아닌 것 같으니 뱀무상단이 낙랑국과 대방에서 돌아오는 대로 소마를 부남왕국으로 돌려보내겠습니다.”

 비름은 은방울과 함께 이진아시와 구슬붕이가 단궁을 만들고 있는 대장간으로 갔다.

 은방울은 조심스럽게 구슬붕이에게 구름송이가 한 말을 전했다.

 “오늘 기도를 하던 구름송이가 쓰러졌다.”

 “아니, 왜요?”

 “구름송이가 기도를 하면 자꾸만 큰 뱀의 형상이 나타나서 기도를 방해한다는구나. 소마공주때문인 것 같다. 소마는 부남왕국의 왕녀이다. 그래서 늘 부남을 지키는 나가신이 따라다니는 것 같구나. 몇 달 후, 뱀무상단이 대방에서 돌아오는 대로 소마를 부남왕국으로 돌려보내야겠다.”

 “구름송이가 한 말이 맞긴 맞는 거에요? 그 애가 너무 예민해서 헛것을 본 게 아닐까요?”

 은방울이 구슬붕이에게 고개를 저어보였다.

 “구슬붕이야. 신녀들은 보통사람들이 느끼지 못하는 것을 아주 예민하게 느낀단다. 나도 부남왕국에 머무를 때 힘이 들었다. 구름송이가 틀린 말을 한 것 같지는 않구나. 그리고 부남왕국의 나가신에 대해 전혀 모르는 구름송이가 소마공주 옆에 있는 커다란 뱀을 보았다고 하잖니? 구름송이는 신과 소통하는 능력이 탁월한 아이다. 그러니 소마공주를 부남왕국으로 돌려보내자꾸나. 그리고 너는 적화국의 후손이다. 넌 여기서 해야 할 일이 있다.”

 “안돼요. 소마 혼자는 못 보내요.”

 구슬붕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면서 은방울에게 대들듯 외쳤다.

 “소마를 데리고 저도 함께 떠나겠어요.”

 “안된다. 넌 나를 도와서 여기서 해야 할 일이 많단다. 구슬붕이야.”

 비름이 구슬붕이를 달래듯이 말했다.

 “고모부는 부남여왕님께 저와 소마를 혼인시키신다고 약조하셨잖아요.”

 “그랬지. 하지만 여기 반로국에 급한 일을 끝내고 나서 몇 년 후에 소마와 혼인을 해라.”

 “아니요. 저는 그렇게 못해요. 위험한 바닷길을 소마 혼자서 가게 할 순 없어요. 그리고 소마는 저와 떨어질 수 없어서 여기까지 따라왔어요. 저도 부남왕국으로 같이 가겠어요. 가서 소마와 함께 거기서 살고 싶어요.”

 은방울과 비름은 구슬붕이를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때 대장간 밖에 있던 소마공주가 세 사람이 다투는 소리를 엿들었다. 그리고 그것이 자기 때문이라는 것을 눈치채고 한숨을 쉬더니 밖으로 뛰어나갔다. 그 뒤를 구슬붕이가 따라나갔다.

 “소마, 왜 그래? 무슨 일 있어?”

 “아니야. 아무것도.”

 소마공주는 서러워져서 눈물을 흘렸다.

 “난 이곳에서 너와 오래오래 함께 있고 싶었는데....”

 구슬붕이가 소마공주를 안타까운 눈빛으로 바라보면서 말없이 안아주었다.

 ‘이게 다 구름송이가 한 말 때문이야.’

 구슬붕이는 구름송이가 미워졌다.

 

 다음날 새벽 구름송이가 암각화 앞에서 기도를 올리고 있었다.

 구름송이의 앞으로 한 그림자가 다가왔다.

 “어머, 구슬붕이가 여기까지 어쩐 일로?”

 구슬붕이의 눈빛은 무척 사나워 보였다. 순간 구름송이의 눈앞에 울고 있는 소마공주를 구슬붕이가 달래는 장면이 나타났다.

 “나. 소마공주님께 아무 나쁜 감정이 없어. 그렇지만 내가 말한 건 사실이야. 소마공주의 몸 안에는 거대한 뱀이 숨어있어. 그래서 그 뱀은 자신을 섬기지 않는 사람이 있으면 해꼬지를 할지도 몰라. 나 며칠동안 기도를 올릴 때 대지의 여신을 느끼지 못했어. 그게 아마도 소마공주가 가까이 있어서.........”

 “듣기 싫어! 넌 상상력이 너무 풍부한 것 같다. 네가 상상하는 것들이 꼭 현실에서 일어난다는 보장이 있어? 아직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어. 그러니까 너 혼자 생각으로 아무 사람이나 막 모함하고 그러지 마!”

 구름송이는 고개를 저었다.

 “모함이 아니야. 난 신녀야. 반로국에 무슨 변고가 생기면 신녀는 목숨을 내놓아야 해. 그런데 내가 왜 헛소리를 하겠니?”

 “네가 머릿속에 떠오르는 대로 막 지껄이는 거 그게 소마를 모함하는 거야. 신이니 뭐니 그딴게 정말 있기나 한 거니? 네 말 때문에 소마는 이곳에서 쫓겨나게 생겼어. 그리고 나도 소마를 따라서 여길 떠날거야. 대방에서 뱀무상단이 반로국으로 돌아오는대로 떠날거니까. 그때까지만 그 입 좀 다물고 있어!”

 구슬붕이는 할 말을 마치자마자 휙 사라졌다. 구름송이는 괜히 서러워져서 눈물을 흘렸다.

 

 며칠 후, 새벽 비름은 반로국 수장 장대와 함께 많은 반로국 군사들을 이끌고 인근에 있는 다라부족을 치기 위해 길을 떠났다. 구슬붕이와 이진아시도 철갑옷을 입고 말 위에 올라탔다.

 “다라국은 숫자가 적은 부족입니다. 제가 알아서 할 테니 군장님은 그냥 쉬십시오.”

 “아닐세. 나도 뒤에서 구경만 할 수는 없지.”

 장대는 굳은 결심을 꺾지 않았다. 반로국 군사들이 말을 타고 새벽에 길을 떠난 후, 오후가 되자 바람이 거세어지더니 폭우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은방울과 구름송이는 걱정스럽게 하늘을 바라보았다. 홀로 남겨진 소마공주도 우두커니 하늘을 바라보았다. 소마공주는 여인들이 베를 짜는 곳으로 가서 구경을 하다가 누에들에게 뽕잎을 갖다 주었다.

 그날 밤늦게 비름과 반로국 군사들이 갑자기 돌아왔다. 비름은 말이 끄는 수레에 다친 장대를 싣고 왔다. 장대의 머리는 거친 삼베조각으로 칭칭 감겨있었고, 피가 흐른 자국이 선명했다. 장대의 팔과 다리는 나뭇가지를 덧대어 움직일 수 없게 묶어놓은 상태였다.

 “어떻게 된 건가요?”

 은방울이 근심스러운 표정으로 물었다. 무사들이 장대를 조심스럽게 방으로 옮겼다.

 “다라부족을 치는데 갑자기 폭풍이 몰아쳐서 화살이 빗나가기만 하고 제대로 싸울 수가 없었소. 거기다 벼락이 쳐서 소나무가 부러졌는데 군장님이 그만 나무에 깔리고 말았지 뭐요. 머리도 깨지고 뼈도 부러진 것 같아. 어서 빨리 약을 달이라 이르시오.”

 신녀들은 약을 달이느라 부산하게 움직였다. 그런 모습을 구슬붕이와 이진아시가 우두커니 쳐다보았다. 소마가 달려와서 구슬붕이를 붙잡고 물었다.

 “구슬붕이야. 어디 다치진 않았니?”

 “난 괜찮아. 소마.”

 그 순간 구름송이가 평소와는 달리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나타나더니 무엇에 홀린 듯이 말했다.

 “잡귀가 들어 부정을 탄 것입니다. 잡귀가 물러나야 이 땅의 신이 다시 우리에게 돌아올 것입니다.”

 구름송이는 말을 마치자마자 자리에 풀썩 쓰러졌다. 소마는 구름송이의 말을 대강 알아들었는지 울면서 밖으로 뛰쳐나갔다. 구슬붕이가 그 뒤를 따라나갔다.

 비름과 은방울은 그 모습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몇 달 후 뱀무상단이 반로국으로 돌아오자 구슬붕이는 철제무기와 단궁을 싣고 소마공주를 데리고 길을 떠났다.

 “구슬붕이야. 몸조심하렴.”

 은방울은 떠나는 구슬붕이를 바라보면서 눈물을 흘렸다.

 “고모도 잘 지내세요. 어차피 전 다시 부남으로 가기로 약속이 되어있었잖아요. 갔다가 다시 향신료와 유리구슬을 가지고 다시 올게요. 거기서 유리 만드는 방법을 완벽하게 익혀서 이곳 사람들에게 가르쳐주러 돌아올게요.”

 “형! 꼭 돌아와. 그리고 소마. 잘 가!”

 이진아시가 떠나는 구슬붕이를 향해 소리치면서 손을 흔들었다.

 구슬붕이와 소마공주는 상단 사람들 속에 섞여 떠났다.

 “여보. 너무 걱정하지 말아요. 까마중과 호위무사들도 함께 가니 안전할거요.”

 비름은 은방울을 달랬다. 그런 모습을 구름송이가 멀리서 바라보았다.

 ‘미안해. 소마. 네가 미워서 그런 게 아니야. 한 하늘에 태양이 둘 일 수 없듯이. 하나의 땅 위에 신이 둘일 순 없어. 넌 너의 신이 지키는 너의 땅으로 돌아가렴.’

 며칠 뒤, 구름송이는 나이많은 신녀로부터 대물림굿을 받고 정식으로 반로국의 신녀가 되었다. 이진아시는 벌노랑이와 함께 아버지 비름이 대장간에서 강철검과 단궁을 만드는 것을 도왔다. 은방울은 아기를 낳았다. 아기의 이름은 뛰어난 무사가 되라는 뜻에서 치우라고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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