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7
작성일 : 22-02-20 12:12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7298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내가 종이 속에 갇힌 먹물일 뿐이었다는 사실은 이제 믿기 힘들어도 믿어야 했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들었고 내가 겪은 그 일들에 대해서 그녀는 너무나 많이 알고 있었다. 지금 네 번째로 기록되고 있던 나의 노트(4권)를 훔친 도둑은 아직 잡히지 않았고 오늘 밤이 지나면 퍼스트맨이 지정한 3일이 지나기 때문에 도둑의 의도에 따라 다시 그곳으로 갈지도 모른다고 말해주는데 그 무책임한 발언에 썩 고맙기도 하였다. 내가 봤을 때는 그냥 퍼스트맨이라는 작자가 가장 나쁜 빌런이라 생각했지만 혹시나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모르니 그것을 입 밖으로 표현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노트에 기록된 내용 외에는 이야기 속 인물이 생각하는 것에 대하여 어떤 작가들도 알지 못한다고 그녀가 알려주었기 때문에 속으로는 욕을 마음껏 퍼붓고 있었다.

 

 "그럼 제가 무엇을 해야 하나요? 이런 말들이 저에게 어떤 도움이 됩니까?"

 

 나는 내가 전혀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을 마주하자 생각보다 삐딱해지는 것을 느끼며 물었다. 그녀는 그런 나를 딱하다는 듯이 잠시 쳐다보더니 이윽고 입을 열어 설명해 주었다.

 

 "사실 이러한 사고로 자신의 정체성을 깨달은 인물들이 어쩌다 한 명씩 나오기는 해요. 그리고 우리는 이미 노트에 적혔던 과거의 기록을 지울 수 없어요. 이것도 세팅 값이죠. 물론 새로운 페이지에 이렇게 적을 수도 있겠죠. '그때의 135일 간의 기억은 오늘부로 기억이 나지 않게 된다.' 하지만 과거의 기록된 일들을 강제로 없는 일처럼 만드는 기록은 불행히도 퍼스트맨의 세팅 값으로 인해 펜과 노트가 거부를 해요. 그런 의도로 쓰려고 하면 아무런 글씨도 쓸 수가 없게 되죠. 아무리 큰 불행을 이야기 속 인물이 부당하게 겪었다고 해도 그것 또한 그 인물의 운명처럼 여겨서 시간이라는 자연스러운 망각의 선물이 아니라면 잊힐 수 있는 방법은 없다고 보면 돼요."

 

 정말 재수 없는 사건에 제대로 휘말리고 말았다.

 

 "그렇다면 나는 내일 다시 그곳으로 갈지도 모르고 또 그 도둑놈이 어떻게 내 미래를 가지고 장난칠지도 모른 채 이렇게 가만히 당하고만 있어야 한다고요?"

 

 나의 울분이 가득 찬 음성에 그녀도 조금은 놀란 표정이 되었다.

 

 "기남씨의 네 번째 노트를 훔친 도둑은 퍼스트맨이 마음만 먹으면 바로 찾을 수 있어요. 그러나 이러한 일들마다 본인이 직접 나서서 처리하는 것을 꺼려하는 것이죠. 좀 더 시스템으로 모든 일이 굴러가기를 원하는 것 같아요."

 

 "도둑질이 가능하게 만든 세팅 자체가 문제 아닌가요?"

 

 나의 이번 질문에는 정곡을 찔렸던 지 그녀도 고개를 끄덕이며 순순히 인정을 했다.

 

 "맞아요. 모든 것은 세팅 값이 적힌 첫 번째 노트와 그것을 만든 노네임, 즉 퍼스트맨이 결정한 사항에서 벗어날 수 없어요. 기남씨의 말대로 처음부터 원작자에게서 다른 작가가 노트를 훔칠 수 없는 세팅을 해 놓았으면 이런 골치 아픈 일들도 일어나지 않았을 거에요. 그런데도 '그'는 이 문제와 관련해서 수많은 불평이 쏟아져도 세팅 값을 바꾸지 않았어요. 그래서 한때는 항간에 노트의 도둑들 뒤에는 '그'가 있다는 이야기가 돌기도 했는데 잡힌 도둑마다 그 도둑질 한 사연이 제각각이고 '그'의 지시를 받았다는 흔적조차 없어서 이제는 그런 루머도 사라진 지 오래됐죠."

 

 "완전 엉터리 세상이네요."

 

 "기남씨 말대로 저희 작가들의 세상은 엉터리일지 몰라요. 그래도 해피맨(행복한 이야기를 쓰는 작가)이 쓰는 이야기 속 인물들 중에는 동화 속 공주님과 왕자님처럼 오랫동안 행복한 인물도 있지요. 그것이야말로 저희들의 보람이에요. 나의 기쁨보다 내가 만든 인물이 완전하게 행복해하는 모습을 통해 대리만족을 하는 것이죠."

 

 "그것 또한 변태적인 행위로만 보이네요."

 

 나의 말에 그녀는 점점 짜증이 난다는 표정으로 눈썹을 찡그렸으나 나는 전혀 개의치 않았다.

 

 "나는 절대 내 운명을 남의 손에 맡기지 않을 겁니다. 이 삶이 가짜라면 죽고 나서 반드시 나의 노트를 태워서 차라리 무(無)의 존재로 돌아가는 존재소멸을 택할 겁니다. 그리고 만약 할 수만 있다면 이 말도 안되는 짓을 벌이는 당신들의 주인인 그 퍼스트맨이라는 작자를 내 손으로 죽여버릴 거에요."

 

 "호호호호! 아, 사고를 당했던 인물들이 모두 정상적이지는 않았지만 기남씨는 그중에서도 특히 더 심한 것 같아요. 기남씨, 그 생각이야 자유이지만 말을 조심하세요. 어쩌면 자신의 힘으로는 죽지도 살지도 못하는 좀비와 같이 될 수도 있으니까요. 지금 당신의 말을 '그'가 듣지 않았기를 바랄 뿐이에요."

 

 그래, 이렇게 나와야 빌런들의 세상이라고 믿기가 더 쉬워진다. 그녀는 절대적인 능력을 소유하고 모두의 생사를 좌지우지할 그 퍼스트맨이 두려운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나는 절대 그를 인정하지 않을 작정이다. 그는 그저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저지른 빌런들의 우두머리일 뿐이다. 이렇게 숨 쉬며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그저 이상한 노트에 기록된 이야기 속 주인공들이라면 그 불완전한 작가들의 유희를 위해 우리가 살아가고 있다는 것인데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미쳤다는 말밖에는 나오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혹시 내가 다른 사람에게 이 같은 사실을 알리면 그 즉시 소멸이 됩니까?"

 

 "아니요. 최악의 결과로 소멸까지 갈 수 있지만 진실을 세상에 전한 대가로 너무 잔인한 측면이 있어서 보통은 그렇게까지 되는 경우는 드물어요. 대부분은 진실을 떠들면 그날 불의의 사고로 이야기 속 세상에서 죽음을 당하게 되고 그 이후에 진짜 세상(거짓 이야기를 써 내려가는)에서 살아가게 되는 삶이죠. 솔직히 이런 이야기를 누가 믿겠어요. 미친 사람 취급 받고 정신병원에 입원한 주인공들도 소수이지만 있다고 알고 있어요. 참 웃기는 일이에요. 진실을 말해도 사람들은 믿고 싶은 것만 믿으려는 경향이 있으니까요. 아, 다만 기남씨가 그곳에서 만났던 사람들에게는 진실을 말해주어도 괜찮아요. 이미 그곳에서 만난 것 자체가 비밀이 들통난 것과 같으니까요."

 

 나는 이제 더 이상 알고 싶은 것도 듣고 싶은 것도 없어져서 3일 째 되는 오늘, 이 아까운 시간을 이렇게 소비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아무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궁금한 것은 없으신가 봐요? 이제 집으로 가시나요?"

 

 "네. 나에게 남은 시간이 얼마 되지 않으니 가장 소중한 사람에게 가야죠."

 

 "그래요. 조만간 꼭 범인을 찾으면 다시 제가 기남씨를 찾아가 설명을 드릴 거에요."

 

 나는 순간 짜증이 확 나서 버럭 소리를 질렀다.

 

 "또 뭔 설명요?"

 

 "그렇게 화를 내시면 저도 속상해요. 어쨌든 기남씨 편에서 행복하기를 바라는 마음인데..."

 

 짜증은 나지만 이 여자의 말을 듣지 않고 갔다가 또 어떤 불상사를 당할지 몰랐다. 나는 표정을 풀고 계속 말하라는 손짓을 했다.

 

 "범인이 잡히면 기남씨는 두 가지의 선택지에서 하나를 골라야 해요. 첫째는 원작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계속 써 내려가는 것에 대해서 동의를 하는 거에요. 이것을 선택하면 자신이 당한 사고의 기억과 자신의 처지를 알게 된 보상으로 이야기 속 삶에서 원작자에게 원하는 것을 몇 가지 요청할 수 있어요. 이를테면 돈이나 아픈 가족들의 건강이나 장수하는 삶, 자신의 일로 성공하는 뭐 그런 소소한 것이죠. 대부분 해피맨이 원작자라면 개수를 제한하지 않고 최대한 주인공이 원하는 삶을 반영해서 써주는 것이 일반이에요. 그래서 상식적인 인물이라면 모두 첫 번째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죠."

 

 "다른 하나는?"

 

 "둘째는 자신이 겪었던 기억과 자신의 처지에 대해서 너무 큰 충격을 받은 나머지 이야기 속 삶을 어서 끝내기를 원해요. 기억을 지울 수는 없으니 그 기억을 안고 살아가느니 얼른 자신의 실체로 존재하고 싶다는 것 같은데 소수이긴 하지만 자신의 원작자가 슬픈 이야기나 고통스럽고 아픈 이야기를 쓰는 새드맨이나 배드맨인 경우에 첫 번째보다 두 번째로 가는 경우가 있어요. 새드맨과 배드맨은 그 성향상 행복한 이야기를 쓰기 힘든 체질이기 때문에 아무리 자신에게 귀책사유가 있다하더라도 인물이 요구한 행복의 조건들을 다 들어주지 않아요."

 

 역시나 필요한 설명이기는 했지만 기분은 점점 썩어가는 것은 왜 일까.

 

 "네. 잘 알아들었습니다. 그리고 일레븐 씨."

 

 "네?"

 

 "내 상황을 좀 즐기시는 것 같은데 나중에 도둑이 잡히면 그때 찾아와서 이야기를 해도 될 것을 지금 굳이 꺼내시네요. 그렇게 살아서 좋겠습니다. 그럼 계속 재미 보세요."

 

 "..."

 

 나의 말이 비수처럼 그녀의 심장에 꽂히길 바랬지만 아무런 타격이 없더라도 상관없었다. 어떤 말이라도 공격하지 않고서는 그녀와 나 사이의 간극과 그녀의 그 여유 만만한 모습이 상대적으로 견디기 힘들어서 어쩔 수 없이 쓸데없는 말인 것을 알지만 내뱉고서 그녀의 집에서 나올 수 있었다.

 

 2051년 5월 3일(수) 오전 11시 05분.

 

 손목시계에 나오는 날짜와 시각은 하필 또 오전 11:05를 나타내고 있었다. 이러한 일들을 당하기 전에는 데자뷰라 치부할 것도 이제는 누군가 내 모든 상황을 만들어내고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매우 안 좋았다. 마음 같아서는 낮이지만 술이라도 한잔 걸치고 싶지만 좀 전의 그녀의 말에 따르면 오늘 밤 12시가 지나면 다시 그곳으로 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 도둑놈이 잡히지 않는 한 그 놈이 내 노트에 적는 대로 살 것이기에 오늘 내게 허락된 시간들을 허투로 보낼 수 없었다. 나는 차로 한 시간 정도 거리에 있는 부모님 댁을 찾았다. 모든 사실을 알고서 부모님의 얼굴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어쩐 일로 왔냐 하시는 부모님은 나의 얼굴이 많이 상했다고 걱정을 하셨다. 이야기 속 인물이라지만 나에게는 너무나 따뜻한 사람들인데... 괜히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참느라 혼이 났다. 나는 아내에게도 부모님댁에 오랜만에 와서 점심을 먹고 가겠다고 연락을 하였기에 오랜만에 엄마가 해준 집 밥을 먹고 그렇게 다음 행선지를 향해 나섰다. 그 다음으로는 지우와 아이들을 데리고 장모님댁으로 향했다. 장모님께서 혼자 지내시기에 아내가 혼자서도 평소에 자주 갔었지만 출산 후에는 장모님께서 놀러오셔서 갈 일이 딱히 없었다. 지우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나까지 함께 엄마집으로 간다고 매우 신나 있었다. 이미 장모님께 연락을 드렸던지 장모님께서도 부랴부랴 맛있는 저녁을 준비한다고 지금 오후 2시가 조금 넘었을 뿐인데도 장을 보고 오신다고 먼저 도착하면 놀고 있으라고 하셨다. 우리는 중간에 장모님께서 좋아하시는 빵과 커피를 사가지고 가느라 조금 더 시간이 걸렸다. 도착하니 장모님께서는 이제 막 장을 보고 오셨는지 부엌에 짐이 한가득이었다. 장모님께서는 아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좋아하시면서도 잠시 같이 놀다가 맛있는 것을 해주겠다고 부엌으로 가셨다. 아내가 엄마를 도와주겠다고 부엌으로 갔는데 아이들이 울자 애들이나 보라고 쫓겨나서 다시 아이들 옆으로 돌아왔다.

 

 "치... 애들은 이서방도 이제 잘 보는데 아직 오빠가 얼마나 달라졌는지 엄마는 모르나봐."

 

 "그냥 네가 요즘 고생하니까 쉬고 있으라고 그러시는 거겠지."

 

 "아니야. 오빠가 몰라서 그래. 엄마는 나보다 이.서.방. 편이라고. 평소에도 얼마나 나보고 잘하라고 하는지 더이상 어떻게 잘해. 그럴 때 보면 엄마가 꼭 조선시대에서 건너온 시간여행자 같다니까?"

 

 "뭐?"

 

 "아니, 왜 드라마에도 많이 나오잖아. 사실 옛날 사람인데 미래에도 나타나고 왔다갔다하면서 시간여행을 하는 거. 우리 엄마가 너무 고리타분한 사고방식을 가지고 있으니 조선시대에서 살다온 것 같다는 이야기야."

 

 "..."

 

 나는 아무런 의미도 없는 시시껄렁한 농담에도 웃음이 나지 않았다. 그보다 더 말도 안되는 세상이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나는 정신을 다시 차리고 손을 씻고 장모님께 가서 음식을 준비하시는 것을 도와드렸다. 처음에는 극구 사양하시던 어머님도 내가 옆에서 재료 손질하는 모습과 시키지 않아도 필요한 일을 하는 것을 보며 신기해 하시며 놔두셨다. 나는 그곳에서 하나 얻은 것이 있다면 가족에 대한 소중함과 더불어 이 요리기술이라는 것에 갑자기 실소가 나왔으나 다행히 나의 미스터리한 웃음을 발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그렇게 장모님과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저녁식사를 함께 했다. 그리고 그날 집으로 다시 돌아오자 밤 9시가 채 되지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잠이 미친 듯이 쏟아졌다. 아무리 잠에서 깨어보려고 해도 속수무책으로 눈꺼풀이 계속 감겼다. 그런 나를 보고 지우가 방에 들어가 좀 자라고 하도 걱정을 해서 어쩔 수 없이 방에 들어가서 침대에 몸을 누웠지만 다시 그곳에서 눈을 뜰 생각을 하니 절대 자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나의 마음과는 다르게 나는 얼마 가지 않아 잠이 들어버렸다.

 

 

 눈을 떴을 때는 시계를 보니 저녁 12시여서 혹시 3시간을 자고 일어난 것인지 하고 생각을 했다. 속이 미친 듯이 울렁거리긴 했지만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기에 장모님댁에서 폭식을 해서 얹힌 것이라 애써 생각했다. 그런데 방 밖을 나가 거실 풍경을 보니 내가 일상으로 가기전 고야와 술을 마시고 널부러져 있던 술병들과 소파에서 이제 바닥으로 떨어져 누워있는 고야의 모습이 눈에 들어와서 다시 그곳으로 돌아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내가 화장실에 달려가 몇 번 울렁거리는 속을 달래고 부엌과 식탁을 치우고 있으니 고야가 눈을 비비며 일어났다.

 

 "야, 이제 또 저녁인데 그냥 계속 자고 있지. 뭐 하러 이 밤에 그렇게 부산하게 움직여?"

 

 "어, 일어났냐? 최고야. 너는 좀 괜찮아?"

 

 "속이 좀 안 좋긴 하지만 나야 좀 센 편이니 괜찮은데 너는 어제 그렇게 마시고 괜찮냐?"

 

 "아니, 죽을 것 같아. 이제 나올 것도 없이 완전히 빈 속이야. 여기 숙취해소음료랑 약도 있으니 같이 먹고 정신 좀 차려보자."

 

 "그래, 근데 무슨 할 말이라도 있어? 표정이 심상치 않은데?"

 

 "휴... 일단 이거 먹고 이야기하면 안될까?"

 

 "오케이."

 

 나는 숙취해소를 위한 약과 음료를 고야에게 주면서 나도 함께 먹었다. 먹자마자 바로 좋아지는 약이 최근에 개발되어서 혹시나하고 약국에서 찾아서 가져와 상비약으로 놔두었는데 이렇게 금방 쓸 줄은 몰랐다. 무슨 방식인지 몰라도 생각보다 두통과 울렁거리던 속이 짧은 시간 동안 참을 수 있을 만큼 괜찮아졌다. 나는 속이 좀 괜찮아진 것을 느끼고 고야에게 내가 겪었던 3일 간의 일들을 차분히 꺼내 놓았다.

 

 "..."

 

 "..."

 

 고야는 나의 설명을 다 듣고도 입을 조금 크게 벌리고 있을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아마 큰 충격을 받은 것 같았다. 나도 고야가 어느 정도 진정이 되고 생각이 정리가 되기를 기다려야 했기에 말없이 그저 기다려 주었다.

 

 "미쳤네?"

 

 "그렇지?"

 

 역시 고야도 내 친구라고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해주는 것 같았다.

 

 "아니, 너 말이야. 너 혹시 드디어 미쳤냐?"

 

 "..."

 

 내 착각이었다. 고야는 나의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에도 그저 나를 미친놈 취급하는 것이 더 편했던 것이다. 그래도 내가 진지한 표정을 바꾸지 않고 가만히 있자 결국 녀석도 인정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아놔, 000의 세상이. 진짜 000가! 누굴 00으로 보나. 그냥 000..."

 

 고야는 한동안 이름도 모를 누군가에게 차마 입에 담기도 험한 욕들을 주구장창 쏟아내기 시작하는 것을 지켜봐야만 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 2022 / 2 / 21 192 0 8175   
20 20 2022 / 2 / 20 194 0 7315   
19 19 2022 / 2 / 20 172 0 7522   
18 18 2022 / 2 / 20 183 0 7440   
17 17 2022 / 2 / 20 172 0 7298   
16 16 2022 / 2 / 18 176 0 7556   
15 15 2022 / 2 / 17 186 0 5285   
14 14 2022 / 2 / 16 192 0 4981   
13 13 2022 / 2 / 12 175 0 6188   
12 12 2022 / 2 / 8 184 0 7011   
11 11 2022 / 1 / 30 195 0 3392   
10 10 2022 / 1 / 30 190 0 2422   
9 9 2022 / 1 / 30 180 0 3874   
8 8 2022 / 1 / 30 176 0 4076   
7 7 2022 / 1 / 30 183 0 2166   
6 6 2022 / 1 / 30 185 0 2794   
5 5 2022 / 1 / 30 185 0 3766   
4 4 2022 / 1 / 30 190 0 4396   
3 3 2022 / 1 / 30 186 0 2484   
2 2 2022 / 1 / 30 187 0 3958   
1 1 2022 / 1 / 30 319 0 518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