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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사신
작가 : 휘닛
작품등록일 : 2016.10.6

사신이 인도하는 비극적 결말 그리고 반전

 
사신 - 두번째이야기(정보)
작성일 : 16-10-31 23:51     조회 : 436     추천 : 0     분량 : 42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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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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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비에 흠뻑 젖은 채로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엑셀을 마구 밟았다.

 

  신호는 일절 무시했고 과속에 칼치기를 해가며 마구 달렸다.

 

  뒤에서는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나는 고막을 긁는 소리가 줄을 지었고 하이빔과 경적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어차피 죽을 목숨이라고 생각하니 더욱더 대담해졌다.

 

  빗길에서 곡예주행을 해가며 달리니 분노가 조금씩 누그러드는 것 같기도 했다.

 

  나는 확실히 미쳐있었다.

 

  아무런 생각도 없었다.

 

  그저 가슴속 근본적인 응어리를 지우기 위해 감정에 지배당하고 있었다.

 

  위험천만한 운전을 멈춘 곳은 어느 분향소였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 탓인지 내부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곳에는 단 한번 와 본적이 있었다.

 

  어렸을 적 엄마와 와본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게 기억나고 있었다.

 

  차에 치어죽은 그 녀석을 엄마는 화장도 해주었고 심지어 그 앞에서 자비롭게 눈물도 흘려주었다.

 

  그때부터였다.

 

  내가 그 녀석을 죽도록 원망하고 증오하기 시작하던 것이 바로 그때였다.

 

  나는 성큼성큼 걸어 그녀석의 유골함 앞에 섰다.

 

  이미 누가 다녀갔는지 채 마르지 않은 국화꽃이 헌정되어 있었다.

 

  나는 꽃을 꺾어 바닥에 내동댕이쳤고 액자는 내던져버렸다.

 

  그리고 유골함을 들고 분향소 밖으로 나왔다.

 

  “개새끼! 모든 게 다 너 때문이야. 네가 그렇게 가버리지만 않았어도 내가 그렇게 힘들게 살진 않았다고! 지금껏 나를 괴롭히고도 무슨 낯짝으로 다시 엄마를 건드는 거야! 이 빌어먹을 새끼! 왜 아직도 나를 옭아 메는 거냐고!”

 

  나는 그대로 유골함을 바닥에 내던져 깨어버렸다.

 

  “헤헤헤... 헤헤헤... 헤...헤...”

 

  나는 그 자리에 무릎 꿇고 주저앉았다.

 

  “이제 다 끝났어. 당신과 나 사이에는 이제 아무런 연결고리가 없다고... 나 이제 죽을 거야! 내가 지옥에 가거들랑 꼭 피해 다녀라! 알겠냐! 개자식아!”

 

  쏟아지는 빗물 사이로 나는 마지막 울분까지 모두 토해냈다.

 

  사실 나의 죽음과 아버지는 직접적인 연관은 없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지금 내게 필요한건 죽음에 대한 두려움과 분노를 표출할 대상이 필요했고 그래서 아직까지도 내가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연관 짓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나 확실한건 나는 정말 미쳐있었다.

 

 

 

 

 

  도심으로 돌아온 나는 병원도 집도 그 어느 곳으로도 들어가지 않고 거리를 배회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어느 유흥주점이 눈에 띄었고 그대로 직행했다.

 

  “야! 여기서 제일 비싼 술 가져와!”

 

  나는 술을 퍼마시며 양 옆으로 아가씨를 끼고 놀았다.

 

  “오빠 진짜 멋있다.”

 

  “오빠 내 잔도 받아야지”

 

  “그래. 그래. 마셔라. 마셔라. 오늘 마시고 내일 죽어보자”

 

  “꺄르르 이 오빠 재밌어”

 

  양 옆에서 헤프게 웃어주며 술을 따라주자 나는 금세 취하고 말았다.

 

  오줌 누러 나왔다가 문득 머리를 스치는 생각이 있었다.

 

  나는 배터리를 꼽고 휴대폰을 켰다.

 

  [띠링 띠링 까똑 까똑...]

 

  휴대폰을 켜기 무섭게 알림 음이 마구 울려대었다.

 

  술에 취해 눈에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족히 100통은 넘어 보였다.

 

  나는 부재중 전화나 문자, 카톡 전부를 읽지도 않은 채 무시하고는 전화를 걸었다.

 

  “여보시요 상철이냐?”

 

  혀가 이미 고꾸라져서 제대로 말을 하기도 어려웠다.

 

  “여보세요? 재호냐? 너 어디야!”

 

  “나? 좋은데. 여기 졸라 좋아 헤헤”

 

  “뭔데? 너 취했어? 어디야! 지금. 빨리 말해”

 

  “몰라 나도. 잠만 있어바래이. 내가 함 무러보께. 근데 내가 니...도 불러났거등 내 잘했제. 헤헤”

 

  수화기 건너편에서는 욕지거리가 터져 나왔지만 나는 이미 전화기를 아가씨에게 넘겼다.

 

  한 아가씨가 전화로 한참을 위치 설명을 하는 듯 보였고 그 와중에도 나는 다른 아가씨와 함께 술을 연거푸 마셨다.

 

  얼마나 지났을까 문이 벌컥 열리며 상철이가 들어왔다.

 

  “미친 새끼 너 지금 뭐하냐?”

 

  상철이는 들어오면서부터 화가 잔뜩난 듯 보였고 나는 베시시 웃으며 말했다.

 

  “친구야! 여기 앉아바라 내가 예쁜 애들로 불러 놨다. 헤헤헤”

 

  상철이는 이런 나의 반응에 당황했는지 멍하니 나를 바라보다가 입을 열었다.

 

  “아가씨들 나가세요.”

 

  상철이의 말에 아가씨들은 퇴장해버렸다.

 

  그제야 상철이는 내 옆에 와서 나를 쳐다보며 앉았다.

 

  “너 왜 이러냐?

 

  “뭐가?”

 

  나는 흥이 깨져서 심통 부렸다.

 

  “너! 원래 이런데 안다녔잖아. 회식하고도 집에는 항상 착실하게 들어갔었잖아.”

 

  “네가 뭘 안다고. 나 원래 이런 사람이다. 단지 돈이 없어서 이렇게 못 놀았지. 근데 이제는 필요 없어졌다. 다 쓰지도 못하고 죽는 게 돈이다. 돈”

 

  나는 이미 모든 이성을 놓아버린 지 오래였다.

 

  심지어 몇 시간 전까지 돈타령을 하던 것도 싹 다 잊은 지 오래였다.

 

  “너 회사에 사표는 왜 쓴 거냐? 그거 때문에 우리 부서 한바탕 뒤집어진 거 아냐?”

 

  “알바냐?”

 

  “알바지! 네가 지금 많이 취한 것 같은데 아직 사표수리 안됐으니까 내일이라도 꼭 와서 빌어라! 부장님 화 엄청 나셨으니까”

 

  “필요 없다니까! 나 이제 죽을 거야! 내가 언제까지 그 새끼 눈치봐야해! 죽으면 다 똑같은데”

 

  “아 이 새끼 엄청 취했네. 야! 개소리 그만하고 옷이나 입어라. 제수씨 불렀으니까”

 

  “네가 남의 마누라를 왜 부르는데!”

 

  “닥치고 들어라. 내가 지금 거래처 가다가 잠깐 들어온 거라서 제수씨 올 때까지 못 있어주니까. 여기 얌전히 있어라. 내일 회사는 꼭 나오고”

 

  상철이는 취한 내게 신신당부를 하고 급하게 나갔다.

 

  “썅! 괜한 짓을 하고 있어. 내가 잘못했네. 너를 부른 내가 잘못이다. 씨발! 내일 회사는 개뿔. 진짜 죽을 건데...”

 

  나는 투덜거리며 몸을 앞으로 기대어 누웠다.

 

  그때 벨소리가 울리기 시작했다.

 

  “아 또 누구야!”

 

  나는 짜증을 내며 휴대폰을 확인했다.

 

  그러나 울리고 있는 것은 내 휴대폰이 아니었다.

 

  머리털이 곤두서며 피가 역류하는 느낌.

 

  처음 느끼는 감정이 아니었다.

 

  술이 싹 깨며 등줄기에서 식은땀이 흐르기 시작했다.

 

  벨소리는 어지럽게 귓가를 맴돌며 점점 커져가고 있었다.

 

  벨소리의 근원지를 찾아 더듬던 나의 손은 양복 안주머니에서 멈추고 말았다.

 

  그리고 그곳에 또 하나의 휴대폰이 울리고 있었다.

 

  쿵쾅이는 심장은 금세 터져버릴 듯 뛰기 시작했고 입술의 침은 말라갔다.

 

  나는 손을 벌벌 떨며 조심히 휴대폰을 귀에 갖다 댔다.

 

  “여... 여보세요.”

 

  “흐흐흣 접니다.”

 

  혹시는 역시였고 나는 그대로 얼어붙고 말았다.

 

  “제 전화 기다리시지 않았어요? 흐흐흣”

 

  “이번엔 무 무슨 일로 전화 했어”

 

  나는 입술을 떨면서도 따졌다.

 

  “흐흐흐흐흣 우리 재호씨가 저를 아주 즐겁게 해주어서 칭찬해주려고 전화했어요.”

 

  빌로즈는 흡족한 목소리였고 나의 눈가는 살짝 찌푸려졌다.

 

  “그게 무슨 말이야!”

 

  “지금껏 무수한 사람들에게 수명을 알려주었지만 당신처럼 재밌는 반응은 사실 처음이었습니다. 당신이 아버지의 유골함을 깨버릴 때는 일어나 기립박수라도 쳐주고 싶었지요. 흐흐흐흐흣 당신처럼 감정의 폭이 크게 변하는 것도 처음이었고요. 덕분에 아주 좋은 표본을 얻게 되었습니다. 흐흐흐흐흣

 

  나는 빌로즈의 웃음이 비웃음으로 느껴져 울화가 치밀었다.

 

  “그래서!”

 

  나는 소리를 빽 내질렀다.

 

  “당신이 나를 즐겁게 해준 보답으로 정보를 드리려고 합니다. 흐흐흣 좀 전에 당신 어머니를 지켜보았습니다. 액자를 손에 꼭 쥐고 무언가를 쓰고 있더군요.”

 

  “씨발! 엄마는 건들지 마!”

 

  나는 참지 못하고 유리잔을 벽에 내던졌다.

 

  “흐흐흐흐흣 흐흐흐흐흣”

 

  빌로즈는 한참을 웃어댔고 나는 씩씩대며 숨을 거칠게 내몰아쉬었다.

 

  “흥분하지 말고 들으세요. 저는 그저 정보를 주려는 것뿐이니 판단은 다 듣고 나서 하세요.”

 

  빌로즈의 태도는 아니꼬웠지만 말을 좀더 들어보기로 했다.

 

  “말해”

 

  “흐흐흣 당신 어머니는 내일 죽습니다. 그런데 어머니께서 보험 왕답게 상해보험을 오래전부터 미리 들어놓으셨더군요. 보험금이 무려 10억입니다. 그 정도면 당신이 죽더라도 두 모녀가 살아가기에는 충분한 금액이겠지요. 흐흐흐흐흣”

 

  나는 동공이 흔들리고 온몸이 부르르 떨리기 시작하였다.

 

  이게 대체 무슨 뜻이란 말인가.

 

  나는 손톱을 입에 넣고 질겅질겅 씹었다.

 

  “아! 깜빡하고 말씀 안 드릴 뻔 했군요. 오늘 새벽 병원 전체에 감시카메라가 나갈 겁니다. 그럼 이번에도 부디 저를 만족시켜 주시길 바랍니다. 흐흐흐흐흐흐흐흐흣”

 

  징그러운 웃음소리를 끝으로 전화는 끊어졌고 나는 그대로 전화기를 떨어뜨렸다.

 

  온몸이 떨리기 시작했다.

 

  난 내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녀석이 말하는 의도는 분명했다.

 

  이것은 미치지 않고서야 할 수가 없는 짓이었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10억이라는 숫자가 떠나가지 않았다.

 

  나는 룸 구석에 쭈그리고 앉아 애꿎은 손톱만 계속 물어뜯었다.

 

  어느새 손톱이 들려서 빠지게 되었지만 나는 어떠한 아픔도 느끼지 못했다.

 

  머릿속 이성과 감정 사이의 괴리감에 나는 온몸이 부르르 떨려왔다.

 

  그리고 그때 문이 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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