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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생을 잊은 그대에게
작가 : 장은한
작품등록일 : 2022.2.15

1,000년을 채워야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 선녀.
마지막 1년을 남기고 400년 전 너무나 사랑했던 능창대군<이전>의 환생을 보게 된다.

"사람인 내가 선녀인 너를 은애한다고 하였다."
사랑한 기억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선녀와 전생의 기억이 있을리 없는 두 사람.

"당신을 사랑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이번엔 선녀가 먼저 고백을 한다.
"스토커예요?"
이 남자, 전생에서도 잘나가더니 현생에서도 국내 가구 1위 기업인 고원의 본부장이란다. 본부장이 아니라 최현우를 사랑하고 싶지만 선녀의 사랑에는 장벽이 많다. 그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4. 어렵게 건넨 고백
작성일 : 22-02-19 11:23     조회 : 173     추천 : 0     분량 : 76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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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늘나라>

 

 “언니! 정신 좀 차려봐요. 대체 왜 그러는 거야.”

 908년 선녀가 식은땀을 흘리고 누워있는 999년 선녀를 보며 애간장을 태웠다.

 그다지 먹지도 않았고, 일이 없으면 방 밖으로 나오는 일도 없었다. 진작에 이상하다는 걸 느꼈어야 했는데, 다른 선녀들이랑 죽이 맞아 노느라 그런 언니를 보고도 괜찮겠지 라고 생각했던 며칠 전이 미안했다.

 

 “빨리 의원을 불러주세요. 이러다 우리 언니 죽어요”

 908년 선녀가 발을 동동 굴렀다.

 999년 선녀의 얼굴에는 식은땀이 흠뻑 젖어 머리카락까지 젖고 있었다. 잠든 와중에 추운지 자꾸 이불 끝을 힘 없이 끌어당기는 손이 애처로워 보였다.

 

 의원이 들어와 선녀의 모습을 확인했다. 사람과 다른 선녀가 아플 일은 백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일이다.

 

 “언제부터 이렇게 아팠나요?”

 “지상에 다녀오고나서요. 밥도 안 먹고, 머리 아프다고 하더니 몸져 누웠어요.”

 “알겠습니다. 일단 약을 지어서 보낼 테니 땀이 멎을때까지 한 시간에 한 번씩 소량으로 먹이세요.”

 “네.”

 998년 선녀는 울음을 꾹 참아 코가 빨개져 있었다.

 

 “가지 마.”

 선녀는 낮은 목소리로 겨우 짧은 말을 뱉었다. 꿈 속에 나타난 능창대군을 잡고 싶었고, 함께 하고 싶다 말하고 싶었다.

 

 

 며칠 후

 

 999년 선녀의 상태에 옥황상제는 속이 터질 지경이었다. 몸이 낫고도 선녀는 한동안 넋이 나가 있었다. 환생을 앞두고 일년만 무탈하게 보내면 되는데 늦게 사춘기라도 들었는지 맥빠진 모습이 마음에 걸렸다.

 

 오늘도 다른 선녀에게 전달하라는 간단한 심부름을 잊은 덕에 다른 선녀들이 우왕좌왕거리며 수습을 했다. 호통을 치려고 999년 선녀를 불렀것만, 야윈 얼굴을 보니 안쓰러웠다.

 

 “대체 왜 그러느냐? 이러는 이유가 있을텐데.”

 “그냥 입맛이 없어서 그럽니다. 불편케 해드려 죄송합니다.”

 선녀는 보이지 말아야 할 모습을 보여 마음이 불편했다. 마음은 자신의 일 일뿐, 하늘나라와 옥황상제와 결부되어서는 안 될 일이었다.

 

 “의원에게 듣기론 네가 마음의 병 있을걸로 유추된다 하던데 이제 내막을 알아야겠다.”

 “심려 끼쳐서 죄송합니다.”

 선녀는 대답하길 거부했다. 환생한 능창대군을 다시 만났다 어찌 얘기할 수 있을까.

 

 “그렇게 마음에 쌓아놓다가는 인간이 되기 전에 또 죽겠다! 내가 영특한 너를 많이 아꼈다는 걸 알고 있을 것이다. 그러니 어서 걱정하지 말고 말해 보아라.”

 호동에도 선녀는 입술을 꽉 깨물었다. 쉽지 않은 얘기였지만 하고 나면 별거 아닐 수도 있었다. 천지를 관리하는 분에게 사랑이 별거 아닐테니 혜안이 있을거라는 희망이 보였다.

 

 “대군을... 만났습니다.”

 선녀는 기어가는 목소리로 겨우 말했다. 말하고나니 당장이라도 옥황상제의 불호령이 터져 나오진 않을까 심장이 터져 나갈 것 같았다.

 옥황상제는 대군이라는 말에 누군지 단박에 알수 있었다. 999년 선녀를 유독 아꼈던 능창대군이었다. 두 사람이 마음을 품고 있었다는 걸 짐작했지만 능창대군은 사람이기에 명이 다 하고 인연이 다 했다 생각했다.

 하지만 다시 만나다니.

 두 사람의 풀지 못한 인연을 다 풀고 환생시켜야 하는건가 하는 아비의 마음이 들었다.

 

 “대군이라면 능창대군이겠지?”

 그 사람의 이름을 듣는 것만으로도 선녀는 눈물을 참아야 했다.

 

 “네.”

 “어떻게 하고 싶으냐?”

 “그냥…. 확인하고 싶습니다. 제가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지 알고 싶습니다.”

 “그걸 알게 되면 네가 더 힘들어질 수 있다.”

 “환생 하면 못볼터인데... 마지막 정리를 하고 싶습니다.”

 선녀로 살게 되어 처음 함께 한 사랑, 그리고 마지막에 다시 만났다.

 

 “대군은 널 기억하느냐?”

 “아니요. 저 혼자만 알고 있습니다.”

 “어쩌려고 그려냐... 네 마음은 어쩌려고.”

 질문에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정해진 건 아무것도 없었다. 선녀가 할 수 있는 건 부딪히는 것 뿐이었다. 눈을 꼭 감고 처분을 기다렸다.

 

 “지상에 지내는 999년 선녀의 이름은 함께 해와 지킬 수를 써서 신 해수이다. 인연이 있었던 대군과 함께해 남은 응어리를 다풀고 그로 인하여 너를 지켜야. 대군이 아니라 너를 지켜야 한다. 그래서 너의 이름은 신 해수이다.”

 선녀는 놀란 나머지 어느새 상제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지상에 내려간다니 이게 무슨 말일까, 꿈을꾸는걸까. 벌을 주시는 걸까.

 상제가 하얗고 긴 수염 뒤고 미소를 띄는걸 보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자신이 무슨 말을 한건지, 엄청난 죄를 저지르려고 했다는 걸 알았다.선녀는 다시 고개를 숙이고 아뢰었다.

 

 “상제님! 소인이 잘못하였습니다. 제가 하면 안될 말을 입에 올렸습니다. 그러니 상제님께서 하명하신 말씀을 거둬주십시오. 저는 하늘나라의 선녀인데 어찌 사사로운 감정으로 감히 지상에 살라고 하십니까. 차라리 저에게 벌을 내려주십시오!”

 상제의 마음엔 측은함이 가득했다. 천년을 가까이 함께 지낸 선녀의 부탁을 차마 외면 할 수 없던 그의 심정은 사무쳤다.

 

 “꼭 그 이유로 내려가라는 건 아니다. 이제 환생하려면 지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보는 것도 좋을 것 같구나. 오늘 보름달이 떴으니 어서 출발하거라. 다음에 얘기하자.”

 “하지만...”

 선녀는 주춤했다. 여기서 더 안가겠다고 하면 정말 받아들여질까 그것 또한 두려웠다. 대군을 다시 한 번 보고 싶었으니까.

 

 “감사합니다. 상제님.”

 선녀는 상제의 방을 나오자마자 눈을 감고 그 남자를 찾았다. 스위스에 있었다.

 선녀의 빠른 발걸음 한걸음 한걸음이 간절함이 실려 그 남자로 향하는 느낌이었다.

 

 ***

 

 스위스로 출장을 온 남자는 아직 시차 적응이 덜 되어 일찍 눈을 떴다. 피곤함이 그대로 양 어깨를 누르고 있었다. 침대 옆 시계를 보니 새벽 6시였다. 이른 아침부터 운동이나 하자 싶어 어렵게 몸을 일으켰다.

 

 밖으로 나온 남자는 뛰기 전 호숫가 계단에 걸터앉아 스트레칭에 열중했다. 햇살이 반사되어 반짝거리는 물과 호숫가 근처에서 땅을 파며 놀고 있는 아이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보지 않아도 자신을 보는 느낌있었다. 남자는 주위를 두리번 거렸지만 느낌의 발현지를 찾지 못했다. 괜시리 신발끈이 거슬려 다시 묶을까 하고 고개를 숙이자 멀리서 한 여자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는 두 번째 느낌을 받았다.

 남자는 애써 여자의 시선을 무시했지만 여자는 점점 가까이 다가왔다.

 

 그녀의 뽀얀 살결과 흩날리는 머리카락이 그의 바로 옆까지 다가왔다.

 

 “who....”

 그가 입을 떼자 여자가 먼저 말을 걸었다.

 

 “여기서 뵙네요?”

 갑자기 불어오는 소용돌이 같은 바람에 남자는 눈을 감았다가 떴다.

 

 “어? 너는.”

 “저 기억해요?”

 “혹시 버스? 편의점?”

 남자는 이상했다. 우연히 부딪힐 만한 장소가 아닌 것이 문득 떠올랐다.

 

 “그리고 여기?”

 남자는 주변을 둘러봤다. 주위에는 외국인들이 산책을 하는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이곳은 분명 한국이 아닌 스위스였다. 우연히 만날 수 있는 확률이 없을 장소에 두 사람이 마주 섰다.

 

 “혹시….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해수는 떨리는 심장을 붙잡고 한 글자 한 글자 말을 건넸다. 좋은 사람이 되고 싶었다.

 

 “제 이름을? 왜요?”

 “저는 신 해수이라고 해요. 그쪽 이름을 알고 싶어요.”

 “최현우인데요”

 자신의 이름을 알아내려는 선녀의 의지에 물음이 생겼다. 이름을 하나 몰라서 대놓고 물어볼 정도면 오늘의 만남도 우연이 아니고서는 있을 수 없는 일 아닌가?

 

 “제가요!”

 해수는 주먹을 꽉 쥐었다. 차가운 주먹 안에는 식은땀은 배어 나오고 있었다.

 

 “제가요!”

 다시 말했다. 꼭 말하겠다는 결심이였다. 해수는 용기내어 현우의 눈을 똑바로 바라봤다.

 

 이 사람을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선을 넘는 건 한 번이 어렵지, 두 번부터는 쉽다고 해수는 자신을 망각하고 사랑이란 단어를 마음에 새겼다.

 

 “당신을 사랑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때아닌 고백에 현우는 할 말을 잃었다. 두 사람은 서로를 마주 보고 한참 동안 서 있었다.

 

 “하, 나 참.”

 현우는 어이없어 헛웃음을 뱉었다. 얼마 전 차세대 기업을 이끄는 사람이란 주제로 대문짝만하게 기사가 나간적이 있다.포털사이트 상위 랭크된 기사에, 댓글은 수십만개가 달렸다. 그때 생긴 팬인가, 그래서 내 주위를 그렇게 빙빙 돌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애송이 같이 모르는 척 이름을 물어?’

 해수의 당돌한 질문에 현우는 입꼬리 한 쪽이 올라갔다. 내가 네 머리 꼭대기에 있다. 파악 완료. 라고 결정하자 앞의 여자가 별 일 없어 보이는 건 순식간 이었다.

 

 “왜 웃어요?”

 해수는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현우를 살폈다. 혹시나 저 웃음이 긍정의 신호가 아닐까 두근거렸다.

 현우를 보는 자신의 감정이 사랑이라는 결론에 완벽히 도달하지는 못했다. 하지만 사랑이 아닌 다른 단어로 현우와 자신의 마음을 설득할 자신이 없었다.

 

 “그쪽은 모르겠는데, 나는 그렇게 아무나 만나는 사람이 아니에요.”

 ‘아무나?’

 현우의 삐딱한 말에 해수의 마음이 생채기가 난 것 마냥 쓰렸다. 아무나 아닌데, 당신이 사랑했던 선녀인데…. 하지만 저 사람은 나에 대해서 하나도 모르고 있었다.

 

 해수는 남자가 하는 말을 밉지 않게 이해하려고 했다.

 

 “그럼 내가 준 마음은요?”

 “글쎄. 받지 않았으니 모르죠. 그럼 나는 이만.”

 현우는 냉정하게 답하고 뒤돌아서 멀어졌다. 현우가 멀어지자 해수는 뛰어 현우의 앞에 다시 섰다.

 

 “내 얼굴 잘 봐봐요. 모르겠어요? 우리 만난 적이 있는데.”

 자신의 얼굴은 수백년이 지나서도 그대로이니 자꾸 보다 보면 기억이 날 수도 있었다. 기억이 난다면 그도 나와 같은 마음일게 분명할거였다. 남은건 그 사람이 나를 알아보는 것 뿐인데...

 

 “버스, 편의점 더 알아야 하나?”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송곳같이 날카로웠다. 현우는 뒤돌아 해수를 두고 걸어갔다. 해수의 눈망울이 촉촉해져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것 같았다.

 

 “이게 뭐야.”

 떠나가는 현우를 바라보기만 했다. 잡을 수도 없었다. 해수는 현우가 시야에서 없어질 때까지 움직이지 않았다. 다시 돌아봐 주지 않을까 하는 작은 바람을 꺽지 못했다.

 

 이렇게 눈물을 글썽이고 있으면, 대군은 항상 다시 와 어깨를 감싸주었다. 하지만 현우는 돌아오지 않았다.

 

 ‘현우. 그래도 이름을 알아냈어. 근데... 나한테 왜그래? 얼마나 힘들게 결정하고 온건데.’

 해수는 호숫가에 쪼그리고 앉아 심통이 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쪼그리고 앉아 있자 호숫가를 가로지르던 백조들이 해수의 앞으로 다가왔다.

 

 “에휴. 그래. 사랑해요 했을 때 나도 사랑해요 하면 그게 이상한 거지. 알아. 근데 왜 이렇게 섭섭해? 그 난리를 피고 저 사람을 만나러 왔는데…. 저 사람은 내가 안중에도 없어. 우리가 만난 걸 기억도 못 해.”

 해수는 때아닌 백조에게 하소연했다. 백조는 먹을 것을 내놓으라는 표시로 해수의 손을 부리로 툭툭 쳤다.

 

 “없어. 줄 거 없어. 어서 가.”

 가라고 휘휘 손짓하자 백조는 다시 호숫가로 갔다. 해수는 피곤함이 느껴졌다. 사랑이고 뭐고 다 버리고 다시 하늘나라로 올라가고 싶었다.

 

 하지만 칼을 뽑았으면 무라도 썰어야 하는 게 여자 아닌가!

 모닥불 같은 마음이 꺼지자 아주 작은 불씨만 남았다. 하지만 선녀는 다시 불씨에 바람을 붙혀 불을 붙였다. 사랑은 내 뜻대로 안 되지만 나란 여자를 제대로 그 사람에게 각인시켜주겠어. 다신 이 여자 모른다는 말 듣지 않겠다고.

 

 해수는 주먹을 불끈 쥐었다.

 

 해수는 눈을 감고 선녀의 힘으로 현우가 지금 어디에서 무엇을 하는지 쫓아갔다. 현우는 지금 호텔 욕실에서 다 벗은 채로 샤워 중이었다. 놀란 해수가 눈을 떠 손으로 볼을 감싸 안았다.

 

 “이게 뭐야?”

 눈이 동그래져 벌떡 일어났다.

 현우의 벗은 몸을 봤다는 걸 사람들이 아는 것도 아니는데 얼굴이 빨개졌다. 심장의 빠른 방망이질에 손으로 가슴을 치며 당장 튀어나올 것 같은 심장을 달랬다.

 

 여태껏 선녀의 힘으로 누군가를 찾을 때 본 것 중 샤워는 보통의 수위였다. 더 한 걸 봤을 때도 해수는 사람의 사적인 부분이라고 생각했다. 정말로 아무렇지 않았었다. 하지만 현우의 벗은 몸엔 당해낼 재간이 없었다.

 

 애써 자연의 아름다움에 감탄하며 생각에 환기를 시켰다. 하지만 벗은 현우의 모습이 다시 하늘에 떠올랐다. 잔 근육이 잔뜩 박힌 가슴과 복부는 몸매 선을 돋보이게 했다. 거기다 탄탄한 허벅지는 선녀의 긴장을 돋구었다.

 

 해수는 남자도 아름다운 몸을 가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현우의 몸이 눈 앞에 펼쳐지자 만지고 싶은 욕심에 손을 뻗었다. 손이 닿자 현우의 허상이 사라지고 허무함이 밀려왔다.

 

 내가 기다리는 사람은 누구일까, 대군일까, 현우라는 사람일까.

 해수는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지금 이 엉킨 인연의 실타래를 풀 수 있는 건 두 사람 뿐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금기된 사랑이 이제야 다시 만난 이유가 있을 테니...

 이런저런 생각을 하자 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다. 해수는 호숫가의 바람이 차가운지 양손을 접어 팔을 매만졌다.

 

 ‘지금이면 샤워가 끝나고 옷도 입었겠지?’

 샤워라는 단어만으로도 얼굴은 홍조 빛을 띠었다. 생각하는 것만으로도 창피했다.

 

 “휴우. 다시 한번.”

 크게 숨을 쉬고 다시 눈을 감았다. 선녀의 힘으로 다시 현우를 쫓았다. 현우는 지금 한 카페에 앉아 있었다.

 

 ‘지금 있는 카페가 어디지.’

 해수는 집중이 흐트러지지 않으려 애를 썼다. 현우가 있는 곳은 호텔 로비 1층 카페였다. 해수는 눈을 떠 미소를 지었다.

 

 “찾았다. 요놈.”

 다시 한번 만나러 가야 했다. 날 바라보는 눈빛, 날 보면 놀라겠지? 하는 설렘. 모두 좋았다.

 

 ***

 

 “그럼 이 건에 대해서만 계약을 하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하죠. 우리 회사가 원하는 건 스위스에서만 얻을 수 있는 질감입니다. 다른 건 한국에도 있어요.”

 “근데 단가를 맞추기가.”

 “금액을 맞추는 건 직원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계약 의사만 있다면 얼마든 맞춰보도록 노력을 하죠.”

 현우의 회사는 가구 회사였다. 한국에서 1등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었다. 아버지의 회사였지만 아버지와의 차별화를 원했다. 아버지는 질이 조금 낮더라도 가성비가 좋은 가구를 주로 만들었다. 하지만 요즘 세대가 원하는 소비는 싼값을 하는 가구가 아니었다. 돈이 좀 더 들더라도 좋은 소비를 원했다.

 

 현우는 그 동향을 파악하고 회장인 아버지와는 다른 길을 가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이번 기회에 한국과 일하는 좋은 발판이 되었으면 좋겠네요.”

 두 사람은 악수했다. 옆에서 같이 있던 김 비서는 흐뭇한 미소로 테이블의 서류를 정리했다. 그때 악수를 하고 현우의 먼 시야에 아침에 만난 여자가 눈에 들어왔다.

 

 현우와 눈이 마주치자 선녀는 부끄러워 휙 고개를 돌렸다.

 

 ‘안 보이는 줄 아나.’

 눈에 빤히 보이는 선녀의 행동이 현우는 거슬렸다.

 

 “좋은 결과가 이어진다면 또 뵐 수 있겠죠?”

 “물론이죠. 저희도 이번 계약을 위해 힘쓰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현우가 일어나자 김 비서도 따라 일어났다. 현우는 김비서에게 자리에 잠깐 있으라고 말하고 해수가 있는 쪽으로 걸어갔다.

 

 “지금 뭐 하자는 겁니까?”

 현우가 다짜고짜 물었다.

 

 “저요?”

 “네. 그쪽이요. 내가 여기 있는 건 어떻게 알았어요? 상당히 불쾌한데요?”

 “그, 그게 몰랐어요. 왔는데 있길래 나도 놀라던 참이었어요.”

 해수는 급하게 지은 거짓말을 둘러댔다. 하지만 현우에게 먹힐 리 없었다. 현우는 뒤를 돌아 김 비서에게 오라며 손짓했다.

 

 “내 일정을 누구에게 알려준 적 있어?”

 “없죠.”

 “그럼 여기 갖고 온 노트북, 우리 두 사람 핸드폰까지 해킹당한 거 아닌지 알아봐.”

 “네?”

 현우의 뜬금없는 말에 김 비서는 당황스러웠다. 현우가 해수를 한껏 노려보고는 해수를 지나쳐 걸어갔다. 내막을 모르는 김 비서는 현우와 선녀를 번갈아 가며 바라봤다.

 

 현우는 분명 누군가 자기의 일정을 알고 저 여자에게 건넸을 거라 생각이 들었다. 이런 우연은 연달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니...

 

 “지가 뭔데 날 다 아는 것처럼 말해?”

 현우는 카페에서 점점 멀어졌다. 이유 없이 다가오는 사람을 일일이 상대할 정도로 여유가 없었고, 기분이 나빴다.

 

 “머, 머니?”

 해수의 당황한 목소리가 현우의 귀에 닿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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