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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시간의 편지
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4

받는 이, 받는 시간을 쓰면 과거든 미래든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고 전달되는 우표를 갖게 된 소영과 그 주변에서 벌어지는 이야기.

 
1부 - 제 1화. 찬란한 (1)
작성일 : 22-02-19 01:06     조회 : 227     추천 : 2     분량 : 66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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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가을.

 

 계절의 끝 무렵인 듯 홍시가 된 감이 반쯤 까치에게 파인 채 가지에 힘겹게 매달려 있다. 고등학교 교정에서 자란 그 감나무는 학생의 손이 닿는 곳엔 이미 빈털터리가 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 다음에 데이트 하기는 하는 거야?”

 

 그 감나무 아래에서, 고등학생의 소영이 큰 키의 남자 친구를 노려보고 있었다. 남학생 역시 잔뜩 화가 나 정색한 표정으로 소영을 내려다봤다.

 

 “내가 시간 되면 알려주겠다고. 도대체 몇 번을 말해.”

 

 남학생은 이제 소영에게 완전히 질린 듯 사랑스러운 눈망울은 찾아볼 수 없었다. 소영은 불과 3개월 전 소영에게 조심스럽게 고백하던 수줍음 많은 남학생의 볼을 떠올렸다.

 

 “내가 시간 언제 되는지는 안 궁금해?”

 

 “넌 맨날 되잖아.”

 

 소영은 울컥해서 마른 침을 삼키고 말했다.

 

 “너 그렇게 살지 마.”

 

 “……헤어지자.”

 

 소영은 순간 화를 참지 못하고 남학생의 뺨을 후려갈긴다. 남학생의 건장한 고개가 반쯤 돌아갈 정도로 강력했다. 소영도 남학생도 동시에 화들짝 놀랐다. 소영이 순식간에 밀려든 미안함에 남학생에게 사과하려 손을 내민 순간.

 

 “퉤.”

 

 남학생이 소영의 얼굴에 침을 뱉고 뒤를 돌아 멀리 가버렸다. 소영은 뜨끈한 남학생의 침이 이마에서부터 코볼을 타고 흘러내리는 동안 그 자리에 딱딱하게 굳어 있었다.

 

 남학생이 있던 자리에 까치에게 파 먹힌 홍시가 툭 떨어졌다.

 

 

 

 “얼굴에 침을 뱉어? 인간이 할 수 있는 행동이야? 야, 차소영. 내가 걔 삐리하다고 전부터 얘기 했잖아.”

 

 돌계단에 앉아 엉엉 우는 소영을 사이에 두고 친구 둘이 그녀에게 휴지를 건네며 등을 토닥였다. 소영은 입을 쩍 벌리고 세상이 떠나가라 울었다.

 

 “야, 조용히 해. 그 말이 위로가 되겠냐.”

 

 다른 친구가 핀잔했다.

 

 “맞잖아!”

 

 “위로할 거면 제대로 하던가! ……소영아. 그러니까 내가 진작에 헤어지라고 했잖아.”

 

 “너야말로 그게 위로냐‘!”

 

 괜히 소영을 사이에 두고 두 친구는 투닥댔다. 소영은 순간 숙이고 있던 고개를 확 들었다. 깜짝 놀란 두 친구가 벙 쪄서 소영을 쳐다봤다.

 

 “나는 있지!”

 

 “응?”

 

 “그 새끼가 뭘 하든 항상 져주고, 항상 이해해줬어! 그런데 얼굴에 침을 뱉어? 지가 낙타야?”

 

 “잘 헤어진 거야.”

 

 두 친구가 동시에 말했다.

 

 “그리고 헤어지자는 말을 내가 해야지 왜 그 새끼가 하는 거냐고!”

 

 두 친구는 동시에 숙연해졌다.

 

 “맨날 나 혼자 울고! 혼자 앓고! 이게 연애냐? 봉사하는 거지!”

 

 “그래도 소영아 넌 연애를 해보기라도 했지 우리는……”

 

 “너는 이 상황에 무슨 그런 얘기를 하니.”

 

 다시 두 친구가 서로에게 핀잔을 주며 투덜댔다. 이제 두 친구의 안중에는 소영이 보이지 않는 듯 소영의 등 뒤로 손을 뻗어 서로를 툭툭 때렸다.

 

 “다 필요 없어. 내가 또 연애 하나 봐.”

 

 “앞으로 연애 안 하려고?”

 

 두 친구가 주먹질을 멈추고 소영을 동시에 쳐다봤다.

 

 “절대로. 똑똑히 지켜봐.”

 

 소영은 퉁퉁 부은 눈으로 두 친구를 번갈아보며 말했다.

 

 “야. 그럼 남자 있으면 나 소개해주라.”

 

 “연애도 안 하면, 결혼도 안 하게?”

 

 “결혼은 더더욱 안 되지. 내가 결혼하잖아? 그 날엔 이 지구에 여자가 나만 남았다는 뜻이야. 종족 멸종을 막기 위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거다, 이거야!”

 

 소영이 벌떡 일어났다. 소영의 행동이 이해가 되지 않는 두 친구는 그저 고개를 내저을 뿐이었다. 소영이 그런 다짐을 하는 게 일상이라는 듯 손에 쥐고 있던 과자를 한 번에 입 안에 털어 넣었다.

 

 먹구름이 스멀스멀 몰려왔다. 천둥이 낮게 울리고 순간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세게 쳤다.

 

 학교가 정전이 됐다.

 

 . . . . . .

 

 4년 뒤. 2003년.

 

 번개와 천둥이 동시에 치는 날.

 

 전형적인 사무실 내무에 공장 유니폼을 입고 있는 몇 명의 남자들이 서 있다. 소영을 포함한 세 명의 여자들은 횡렬로 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신입 경리사원 차소영이라고 합니다!”

 

 사무실 직원들이 새로 들어온 경리 4명에게 박수를 보냈다. 동시에 번개와 천둥이 치고 사무실이 정전됐다. 소영은 괜히 힘없는 전구를 바라보며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신입사원들 왔는데 회사가 반기질 않네.”

 

 과장처럼 보이는 사람이 중얼거리자 이내 비상발전기가 돌아가는 듯 전등이 깜빡이며 다시 켜졌다. 소영은 빠른 곁눈질로 사무실 내부를 훑어보았다. 초록색 페인트로 색칠한 내벽을 최대한 꾸미려고 노력했는지 알 수 없는 그림액자들이 걸려 있었다.

 

 

 

 “자, 여기가 소영 씨랑 다인 씨가 맡을 부서예요. 공정부서.”

 

 사수의 가이드로 소영과 다인을 포함한 경리 4명은 함께 공장 곳곳을 다니다 작은 사무실 앞에 섰다. 동그란 문고리는 사람의 손이 많이 탄 듯 미끄러워 보였고 문 아래쪽에는 새까맣게 신발코 자국이 나 있었다. 아무래도 문이 뻑뻑해 발로 차야 열리는 듯 했다.

 

 옆에선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수많은 봉지과자들이 천천히 이동하고 있다.

 

 소영은 낮은 기계음을 내며 작동하는 기계들을 호기심 있게 쳐다봤다. 그러다 재료배합실이라 쓰여 있는 문에서 나오는 관희와 눈이 마주쳤다. 관희는 소영 무리를 슬쩍 보더니 이내 다른 곳으로 가 시야에서 사라졌다. 소영은 관희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시선을 놓치지 않았다.

 

 “소영 씨! 이쪽으로 계속 이동할게요”

 

 “네!”

 

 어느새 무리는 멀리 떨어져 이동해 있었다. 소영은 총총걸음으로 무리로 뛰어갔다.

 

 시야에서 사라진 줄로만 알았던 관희가 다시 모습을 드러나 소영의 뒷모습을 멍하니 쳐다봤다.

 

 

 

 “1시에 점심시간 끝나니까. 이제는 업무 내용 배울 거예요.”

 

 “네.”

 

 사수가 소영 무리들에게 자판기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

 

 몇 개의 낡은 벤치가 있고 덩굴로 햇빛가리개를 만든 조그만 공터. 거기엔 직원들의 야외 쉼터가 만들어져 있었다. 공장을 어느 정도 돌아본 소영과 무리들은 사수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점심식사를 마치고 이곳으로 왔다. 소영은 왠지 이곳이 마음에 들었다. 마치 수학선생님과 같은 고지식한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는 곳처럼 생겨 친근했다.

 

 맞은편에선 남자 직원들이 공장 쪽문을 통해 나와서 벤치에 앉았다. 담배를 피우며 재미난 얘기라도 하는 듯 깔깔 웃어댔다.

 

 새벽부터 내렸던 비는 이제 그치고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햇빛이 강하게 비쳤다.

 

 “시간 맞춰서 들어와요.”

 

 사수는 종이컵에 남은 커피를 털어 넣곤 말했다. 처음으로 신입사원들을 단독으로 두고 쪽문을 통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소영은 아는 얼굴이 없어져 괜히 세상이 좁아지는 듯한 기분을 느꼈다. 괜히 커피만 만지작거리며 최대한 천천히 마시고 시간을 맞춰 사무실로 들어갈 셈이었다.

 

 “소영 씨라고 했죠?”

 

 옆에 있던 다인이 대뜸 말을 걸었다. 소영이 화들짝 놀라 다인을 돌아봤다.

 

 다인은 아까부터 눈에 띄었다. 노란색으로 염색한 장발 생머리에 주황색 립을 진하게 발랐다. 공장 유니폼과 잘 어울리는 것을 보아 청자켓을 입으면 굉장히 매력적일 것만 같은 스타일을 고수하고 있었다. 남자 직원들이 그녀를 보며 힐끗대는 걸 바보가 아닌 이상 눈치챌 수 있었다.

 

 “네? 네.”

 

 소영이 바보같이 대답했다. 아무래도 전혀 말을 걸 거라고 생각지도 않았기 때문이리라. 다인과 소영은 완전히 다른 부류였다. 소영은 여전히 대학생 티를 벗지 못한 수줍음 많은 소녀였다면 다인은 세련되고 찬란해 이제 막 시작한 21세기와 잘 어울렸다.

 

 “강다인이에요.”

 

 “안녕하세요.”

 

 소영이 수줍게 인사했다. 그녀가 말을 걸어준 것만으로도 왠지 우월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른 동기 두 명도 저들끼리 친해져 통성명을 나누고 있었다.

 

 “소영 씨 되게 어린 거 같은데. 혹시 나이 물어봐도 돼요?”

 

 “아, 저 스물 셋이에요.”

 

 “네? 이렇게 어린 나이에 벌써 취직한 거예요?”

 

 “전문대 나오고 마땅히 할 게 없어서요.”

 

 왠지 소영은 민망함도 함께 느껴졌다. 쓸데없는 말까지 덧붙이며 바보 같이 말한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래도 나보다는 낫죠. 내가 96학번인데 입학하고 다음 년도에 IMF 터져가지고. 졸업 간신히 하고, 나 여기가 첫 직장이거든요.”

 

 “그러면 스물일곱이신 거예요? 그렇게 안 보여요. 저랑 동갑 정도 되는 줄 알았어요.”

 

 그녀의 스타일에 반했던 소영으로서는 믿을 수 없는 얘기였다. 다인은 같은 여자가 봐도 말 그대로 매력적인 여자였다.

 

 “비행기 안 태워도 돼요. 어쨌든 잘 해봐요. 소영 씨도, 나도 둘 다 첫 직장이니까.”

 

 다인이 악수 손을 내밀었다. 소영은 왠지 처음 남자 아이와 손을 잡은 유치원생처럼 수줍었다. 최대한 티를 내지 않으면서 다인의 부드러운 손을 가볍게 잡았다.

 

 “네. 잘해 봐요.”

 

 다인은 소영에게 윙크를 찡긋하고는 종이컵에 있던 커피를 원샷했다. 소영은 커피를 후후 불어가며 천천히 마셨다. 사실 커피는 이미 식은 지 오래였다. 사실 이제 커피를 천천히 마실 이유는 없었다. 사무실에 들어가도 아는 얼굴이 있다는 건 내성적인 소영에게 호재였다.

 

 

 

 

 담배를 입에 문 관희가 쪽문을 열고 나왔다. 땀에 젖은 머리칼을 넘기며 햇살에 눈을 찡그렸다. 자연스럽게 남자 직원들 무리로 가 담배를 피우다 담배 연기를 쫓아 시선을 돌리다 소영을 발견했다. 관희는 괜히 고개를 소영 쪽으로 돌려 담배를 피웠다.

 

 소영은 관희가 자신을 쳐다보는 줄도 모르고 고개를 뒤로 젖혀 커피를 원샷했다. 고개는 자연스럽게 하늘을 향하고, 소영은 잠시 멍하니 구름을 바라봤다. 커다란 구름이 굼뜨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 . .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고 타자 소리만 가득한 사무실. 갑자기 한 목소리가 튀어나와 적막을 깼다.

 

 “다인 씨! 컨트롤 씨, 컨트롤 브이! 몇 번을 말해야 알아들어!”

 

 곱디 고왔던 사수가 본색을 드러내고 조금씩 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공장을 가이드하며 친절했던 사수는 분명 똑같은 얼굴의 쌍둥이라고 생각할 정도로 완전히 다른 모습을 하고 있었다.

 

 “재연 씨! 컴퓨터 해본 적 없어? 적어도 기억, 니은, 디귿은 어디에 있는지 알아야 할 거 아니야!”

 

 다인은 적어도 타자를 칠 줄 알았지만 다른 동기 둘은 키보드를 처음 본 듯 자음과 모음을 조합하는 것도 버거워했다.

 

 이때 빠르게 들리는 타자소리. 사람들의 시선이 그쪽으로 쏠렸다. 컴퓨터로 소리 없이 핀볼을 하던 과장도 안경을 고쳐 쓰고 엉덩이를 살짝 들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손을 주시했다.

 

 바로 소영이었다.

 

 가이드라인을 보며 금세 일에 적응한 소영은 빠른 타자로 서류와 컴퓨터 화면을 동시에 보면서 업무를 이어 나갔다. 왼손으로는 계산기를, 오른손으로는 키보드 키패드를 누르며 일사천리로 일을 해냈다.

 

 사수가 업무 적응을 위해 퇴근 시간인 6시까지 끝낼 수 있는 여유로운 업무를 줬지만 소영은 3시 정도에 일을 끝내버렸다.

 

 일을 끝낸 소영은 잠시 기지개를 펴다 주변의 시선이 자신을 향하고 있는 걸 보고는 몸을 움츠렸다. 고개를 숙이면 시선을 피할 수 있다고 생각한 듯 괜히 애꿎은 키보드의 히읗만 내려다볼 뿐이었다.

 

 “도사가 왔구만!”

 

 과장이 껄껄 웃으며 소리냈다. 소영은 왠지 쥐구멍으로 숨고 싶었다.

 

 

 

 퇴근길. 공장 셔틀버스 문이 열리고 소영이 올라탔다. 소영은 뒷자리 창가자리에 가서 앉아 차창으로 보이는 공장 전경을 내다봤다.

 

 ‘앞으로 계속 출근할 회사……’

 

 소영은 공장과 친해지기 위해 눈도 껌뻑이지 않고 공장을 눈에 담았다.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었다.

 

 “아까 보니까 타자 엄청 빠르던데, 컴퓨터과라도 나왔어요?”

 

 어느새 옆자리에 앉은 다인이 말을 걸어왔다. 소영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려 다인을 봤다. 다인은 소영을 보며 귀여운 동생이라도 만난 듯 사람 좋게 웃어보였다.

 

 “아, 그건 아니구. 피아노 전공이었어요. 그래서 그런가 봐요.”

 

 “소영 씨, 예술가였구나……!”

 

 다인의 눈빛이 조금은 존경스러운 빛으로 바뀌었다. 황홀한 모나리자를 본 것만 같은 기분을 느꼈는지 목소리의 톤도 조금 달라졌다.

 

 “그 정도는 아니구……”

 

 “전공이면 피아노 엄청 잘 치겠다. 실력 아까워서 어떡해요.”

 

 “피아노는 나중에 여유 생겼을 때 쳐도 되니까요. 지금은 돈을 벌어야죠.”

 

 소영과 다인이 재잘대는 동안 남자 직원들이 버스에 올라탔다. 거기엔 관희도 있다. 관희는 소영과 다인을 통로에 끼고 옆자리에 앉았다.

 

 “그래도 공장 다니면서 좋은 점은 지독한 남초라는 거예요.”

 

 다인이 옆에 앉은 관희를 힐끗 보더니 목소리를 맞춰 소영의 귀에 대고 얘기했다. 오늘 얘기했던 것 중에 가장 신이 난 듯한 모습이었다.

 

 “그래요? 저는 조금 불편한데.”

 

 “아직 어려서 그래요. 결혼할 나이 돼 봐요.”

 

 “언니도 아직 젊으시잖아요. 얼굴도 예쁘시구……”

 

 소영이 다인의 시선을 피하고 말했다. 소영은 괜히 자신의 얼굴이 빨개지는 기분을 느꼈다.

 

 “뭐래, 증말!”

 

 다인은 내내 듣고 싶었던 말을 들은 듯 머리를 귀 뒤로 넘기며 호들갑을 떨었다. 관희가 헛기침을 하며 소영과 다인 쪽으로 눈을 흘기는 게 소영의 시선에 들어왔다.

 

 “옆에 앉은 남자 괜찮지 않아요? 키도 크고.”

 

 다인이 다시 목소리를 낮추고 말했다.

 

 “그래요? 잘 모르겠어요.”

 

 소영도 관희를 힐끔 쳐다봤다. 얼굴을 보니 이제야 기억났다. 아까 공장 견학을 하던 중에 잠시 눈이 마주쳤던 남자였다. 키가 커서 눈에 잘 띄어 기억할 수 있었다.

 

 “저 멍청한 공장 유니폼 말고 수트 입으면 좀 더 나을 거 같은데. 그냥 그렇다고요.”

 

 버스 시동이 걸리자 다인은 소곤거림을 멈추고 소영에게 치우쳤던 자세를 고쳐 앉았다. 그리곤 안전띠를 길게 늘여 허리를 감싸고 고정했다.

 

 소영은 그런 다인을 한 번 쳐다보고는 괜히 관희를 한 번 더 쳐다봤다. 그러다 안전띠를 찾으려 고개를 돌린 관희와 눈이 마주쳤다. 소영은 황급히 시선을 돌려 관희의 눈을 피했다.

 

 

 

 버스가 출발하자 소영은 다시 시선을 창밖으로 돌렸다. 흔들리는 낡은 분홍색 커튼 틈새로 공장이 멀어졌다. 어느새 공장은 보이지 않고 한적한 시골길이 이어졌다.

 

 시멘트 도로를 달리며 덜컹이던 버스는 곧 아스팔트길로 접어들어 부드럽게 이동했다. 소영은 버스가 얼마나 흔들리는 지도 모르고 두 손을 무릎에 올려놓은 채 시선을 계속 차창 밖에 고정했다.

 

 혹여나 창문으로 관희의 모습이 비치지는 않을까. 창밖의 풍경엔 집중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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