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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판타지/SF
보이지 않는 존재들
작가 : 이야기
작품등록일 : 2021.12.26

한 방에 모여있는 사람들. 모두 이곳에 어떻게 왔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이들은 왜 이곳에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존재들과의 싸움이 시작됐다.

 
탈출④
작성일 : 22-02-19 00:03     조회 : 187     추천 : 3     분량 : 5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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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우웅

 

 전투의 방에서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그러자, 방이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11번이 외쳤다.

 

 "이제 사이클롭스와 싸울 시간이야. 다들 준비해."

 

 11번은 들고 있는 검을 벽 틈에 꽂아 넣었다. 그러면서 손잡이에 물과 음식 주머니를 걸어두었다. 11번의 지시에 전투의 방에 있는 이들이 발빠르게 대형을 갖추기 시작했다. 이들은 11번 뒤로 양 갈래로 서 있었다. 11번은 사이클롭스를 노려봤다.

 

 전략은 최대한 11번이 시간을 끌면 나머지 이들이 양 쪽으로 갈라져, 무기가 있는 곳으로 향한다는 것이었다. 54번이 속삭였다.

 

 "형. 나 무서워."

 

 "괜찮아. 잘 될 거야. 연습한 대로 하면 잘 될 거야."

 

 20번은 두려워하는 54번을 안심시키며 말했다. 싸우기 직전까지 20번과 54번은 11번으로부터 훈련을 받았다. 11번은 이들에게 칼을 쥐는 법과 어떻게 힘을 줘야 하는 지를 알려줬고 공격을 피하는 방법 또한 가르쳤다.

 

 '이렇게 다리에 힘을 줘야돼.'

 

 11번은 몸소 행동하며 이들에게 알려줬다. 시간이 부족했는데도, 20번과 54번은 곧잘 배웠다. 11번도 기본기가 탄탄하다며 이곳에 오기 전에 분명 훈련을 받았을 거라고 격려해줬다.

 

 방어벽이 서서히 확대되자, 사이클롭스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11번이 외쳤다.

 

 "위치로!"

 

 11번의 말에 이들은 분주히 자리를 잡았다. 왼쪽에는 73번과 19번, 2번, 7번이 섰고, 오른쪽에는 84번, 37번, 20번, 54번이 섰다.

 

 11번이 두 주먹을 쥐며 자세를 취했다. 그는 천천히 숨을 내뱉었다. 방어막이 벽 끝까지 닿자, 사이클롭스가 쿵쿵거리며 이들을 향해 달려왔다. 사이클롭스는 보기보다 재빨랐다. 가까이 다가올 수록 진동은 더 컸다. 11번이 외쳤다.

 

 "가!"

 

 11번은 사이클롭스에게 다가갔다. 사이클롭스의 시선을 자신에게 고정시키기 위함이었다. 예상대로 사이클롭스가 11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가볍게 피한 11번은 사이클롭스의 다리를 공격했다. 공격은 제대로 들어갔지만, 이 정도로는 꿈쩍하지 않았다.

 

 사이클롭스의 공격이 이어졌다. 11번은 바닥에 몸을 구르며 공격을 피했다. 사이클롭스가 씩씩거리며 11번을 노려봤다. 11번이 웃으며 오라는 손짓을 했다.

 

 "그 정도로는 안 되지."

 

 사이클롭스가 짜증이 났는지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재빠르게 11번에게 다가왔다. 이전보다 더 빠른 공격에 11번은 간발의 차로 피했다. 11번은 내심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이클롭스의 주먹이 날라왔다. 깜짝 놀란 11번이 재빨리 피했지만, 벽은 그대로 산산조각이 났다. 11번이 외쳤다.

 

 "서둘러!"

 

 11번은 최대한 사이클롭스쪽으로 다가갔다. 사이클롭스의 덩치가 커 느린 움직임을 노린 수법이었다. 하지만 부서진 돌에 다리가 걸려 잠시 자세가 무너졌다. 사이클롭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주먹을 날렸다. 11번은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미처 피하지 못했다.

 

 "윽!"

 

 "11번!!"

 

 사이클롭스의 주먹은 11번의 몸으로 그대로 꽂혔다. 11번이 빠르게 두 팔로 막았지만, 공격을 피할 수 없었다. 11번은 자기장이 있는 벽쪽으로 튕겨져 날아갔다. 11번의 입에서 피가 흘렀다.

 

 사이클롭스가 뛰어와 11번을 공격하려 했다. 11번이 중얼거렸다.

 

 "이렇게 죽는 건가.."

 

 사이클롭스의 공격에 11번은 눈을 질끈 감았다. 다행히 방패를 잡은 73번이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막았다. 73번이 외쳤다.

 

 "빨리!"

 

 73번의 소리에 19번은 빠르게 활 시위를 당겼다. 화살은 그대로 날아가 사이클롭스의 가슴에 박혔다. 하지만 사이클롭스는 끄덕 없었다. 오히려 화가 났다는 듯이 인상을 잔뜩 찡그렸다. 이내 사이클롭스가 양 손으로 바닥을 쳤다. 바닥이 흔들리면서 73번이 방패를 놓쳤다.

 

 사이클롭스는 그 틈을 놓치지 않고 공격을 퍼부었다. 73번은 입술을 질끈 물었다.

 

 "이거이거 나를 잊었구만."

 

 이번엔 84번이 막아섰다. 그는 두 손으로 방패를 집으며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막아냈다. 73번이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고맙다는 의미였다.

 

 이어 7번이 사이클롭스를 향해 도끼를 던졌다. 사이클롭스는 가볍게 피했다.

 

 "이것도 피해보시지."

 

 사이클롭스는 7번이 휘두른 철퇴를 피하지 못했다. 철퇴는 정확히 얼굴로 향했고 이 공격에 사이클롭스가 잠시 비틀거렸다. 동시에 37번이 창으로 공격을 했다. 역시나 공격은 통했고 사이클롭스가 비명을 지르며 쓰러졌다.

 

 "좋아!!"

 

 "하하. 뭐야 너무 쉽잖아!"

 

 "우리가 이길 수 있겠어요!"

 

 54번이 한호하고 84번과 20번이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73번은 굳은 표정으로 말했다.

 

 "방심하지 마. 이제 시작이야."

 

 "뭐라고?"

 

 73번의 말이 끝나자, 사이클롭스가 서서히 일어났다. 사이클롭스의 눈빛은 서서히 새빨개지며 거친 숨소리를 내뱉고 있었다. 한눈에 봐도 이전의 분위기와는 확실히 달랐다. 11번이 한 차례 기침을 하며 일어섰다.

 

 "각성 중이야. 이제부터 정신 없을 거야. 정신 바짝 차리라고."

 

 "크아아"

 

 사이클롭스가 괴상한 소리를 내며 이들에게 다가왔다. 확실히 전보다 빨랐다. 사이클롭스는 84번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84번이 웃으며 방패를 들었다.

 

 "안될거..."

 

 사이클롭스의 주먹에 84번은 방패와 함께 힘없이 튕겨져나갔다.

 

 "뭐야 이 힘은!"

 

 사이클롭스의 공격이 이어지자, 다들 막기는 커녕 피하기 급급했다. 11번이 외쳤다.

 

 "일단 최대한 피하면서 기회를 엿보자고!"

 

 11번의 지시에 모두 둥근 원을 그리며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모두 기회가 되면 공격했지만, 상처조차 내기 힘들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사이클롭스의 체력보다 전투의 방에서 싸우는 사람들의 체력이 뚝뚝 떨어졌다. 확연히 피하는 속도가 느려졌다. 11번이 외쳤다.

 

 "헉.. 헉.. 시간이 얼마나 지났지?"

 

 직접 시간을 재던 2번이 크게 말했다.

 

 "10분 정도 남은 거 같아!"

 

 "제길. 이 짓을 몇 번하면, 살이 금세 빠지겠어!"

 

 84번은 흘러내리는 땀을 닦으며 말했다. 11번이 외쳤다.

 

 "2번. 서둘러!"

 

 11번의 말에 2번은 재빠르게 방어벽 쪽으로 달려갔다. 자기장 쪽으로 날아가는 무기들의 위치를 제대로 놓기 위함이었다.

 

 하지만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피하는 이들의 움직임은 급격히 둔해지기 시작했다. 다들 목 끝까지 숨이 차 올랐고 다리도 덜덜 떨려왔다.

 

 그때 54번이 자신의 발에 걸려지며 넘어졌다. 하필 20번이 멀리 떨어진 상황이어서 도움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이 때문에 순간 다들 당황하며 54번을 바라봤다. 사이클롭스는 이때를 놓치지 않았다. 54번을 향해 주먹을 뻗었다. 20번이 다급히 말했다.

 

 "조심해!"

 

 퍽.

 

 벽으로 내동댕이 쳐진 건 다름아닌 37번이었다. 37번이 54번을 구하기 위해 몸을 내던진 것이었다. 54번이 울먹이며 37번을 불렀다. 37번은 입에서 피를 한 차례 쏟아내며 일어났다.

 

 "컥.. 두 번은 못 맞겠군.. 갈비뼈가 나간거 같아."

 

 37번은 배를 붙잡으며 벽에 기댔다. 사이클롭스가 37번을 향해 쿵쿵 거리며 다가갔다. 그리고는 주먹을 휘둘렀다. 37번은 입술을 꽉 깨물며 인상을 찡그렸다. 하지만 아무런 일이 생겨나지 않았다.

 

 "정신라리라고."

 

 73번과 84번이었다. 이들은 힘을 합쳐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었다. 84번이 외쳤다.

 

 "벌써부터 포기하면 어쩌려고 그래?"

 

 이어 19번이 활 시위를 연달아 당겼다. 사이클롭스의 몸에 화살 여러개가 박혔다. 그러자 사이클롭스는 19번을 향해 주먹을 날렸다. 미처 피하지 못한 19번이 주먹에 제대로 맞았다. 19번은 방어벽쪽으로 그대로 날아갔다. 벽에 부딪힌 뒤 떨어진 19번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의식을 잃은 듯 했다. 84번이 2번에게 외쳤다.

 

 "준비 다 됐어?"

 

 "조금만 더!"

 

 2번은 무기들이 사이클롭스를 향해 제대로 날아갈 수 있도록 한 번 더 확인한 뒤, 소리를 질렀다.

 

 "됐어! 유인해!"

 

 2번의 말에 이들은 사이클롭스를 자기장이 있는 벽쪽으로 향하도록 했다. 검을 쥔 11번과 7번이 공격을 하고 73번과 84번이 온 힘을 다해 사이클롭스의 공격을 받아냈다. 공격을 받은 37번을 제외한 나머지 동료들도 주변을 돌면서 사이클롭스의 시선을 끌었다. 그때였다.

 

 우우웅

 

 "됐다! 곧 자기장이 생겨. 위치로 돌아가!"

 

 11번의 외침에 주변 동료들은 자기장 벽으로 신속하게 움직였다. 다행히 사이클롭스도 이들을 향해 달려왔다. 그때였다. 괴상한 소리가 울려퍼졌다. 11번이 외쳤다.

 

 "자기장이다!"

 

 11번의 외침과 동시에 자기장이 발동됐다. 이때문에 방패를 들고 있던 84번의 몸이 휘청댔다. 84번이 소리쳤다.

 

 "이거... 힘.. 힘이... 못 버티겠어!!"

 

 84번은 있는 힘껏 방패를 잡아 당겨봤다. 그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마에 핏줄까지 설 정도로 방패를 당겨봤지만, 역부족이었다. 방패는 결국 자기장이 있는 벽쪽으로 날아갔다. 2번이 외쳤다.

 

 "무기 조심해!"

 

 무기가 날아간다는 의미였다. 하지만 이들 앞에는 무기보다 사이클롭스가 더 가까웠다. 사이클롭스는 빈틈을 보인 7번을 향해 주먹을 날렸고 7번은 옆으로 내동댕이 쳤다. 사이클롭스가 이번엔 20번에게 주먹을 날리려고 했다.

 

 하지만 그때 바닥에 나열해 놓은 무기들이 사이클롭스에게 정확히 향했고 이들 무기는 사이클롭스 등 뒤에 제대로 꽂혔다. 2번이 외쳤다.

 

 "성공이야!"

 

 사이클롭스는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지만, 이미 늦은 뒤였다. 사이클롭스는 비명과 함께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 바닥에는 사이클롭스의 피만이 흘렀다. 그 모습에 84번이 외쳤다.

 

 "우리.. 우리가 이긴 건가?"

 

 "살았어요.."

 

 "형! 우리가 이겼어!!!"

 

 이들은 환호했다. 일종의 살아있다는 기쁨이었다. 하지만 이 기분은 오래가지 않았다. 주변을 살펴보던 20번이 37번에게 다가가 말했다.

 

 "37번..."

 

 37번의 가슴에는 칼 하나가 꽂혀 있었다. 자기장으로 날아오는 무기를 미처 피하지 못한 것이었다. 피하지 못한 사람은 73번도 마찬가지였다. 73번은 잔뜩 피를 쏟아내며 바닥에 누워있었다.

 

 20번과 54번은 울먹이며 37번에게 다가갔다. 37번의 희생이 없었으면 54번도 무사하지 못할 게 분명했다. 20번이 말했다.

 

 "고마워요..."

 

 37번은 여러 차례 쿨럭였다. 그럴때마다 피가 떨어졌다. 그런데도 그는 웃으며 말했다.

 

 "뭘 그렇게 슬픈 표정을... 하고 있어? 너희는 꼭.. 살아 남아... "

 

 "뭐하는거야. 일어나야지!"

 

 84번의 외침에 37번은 웃으며 말했다.

 

 "일어나기는.. 큭... 일어날 힘도 없어.. 무튼 즐거웠어..."

 

 "37번!"

 

 84번의 외침에도 37번은 이 말을 내뱉고 눈을 감았다.

 

 "일어나봐요!"

 

 20번은 37번에게 다가갔지만, 37번은 이미 의식을 잃은 후였다. 73번 옆에는 11번이 있었다. 11번이 침울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미안해. 함께 못 가서."

 

 73번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이 정도까지 하면 됐어. 꼭 살아남아. 덕분에 여기까지 살았어."

 

 73번의 말에 11번의 눈에 눈물 한 방울이 툭 떨어졌다. 마침내 73번도 눈을 감자, 11번은 들고 있던 검을 내팽개쳤다.

 

 2번은 19번과 7번을 챙겼다. 19번과 7번 모두 팔과 다리가 부러졌지만, 목숨을 잃을 정도의 치명상은 아니었다. 하지만 의식을 찾은 이들은 고통에 못 이긴 나머지 신음소리를 냈다.

 

 그때 자기장 쪽 벽에서 소리가 났다. 자연스레 살아남은 사람들의 고개는 벽으로 향했다. 벽은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벽은 정확히 90도로 돌아간채 멈춰섰다. 양 옆으로 공간이 나왔지만, 어두워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20번이 중얼거렸다.

 

 "뭐.. 뭐지.."

 

 이내 한 사람이 그곳에 서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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