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개를 족쳐라
작가 : 날씨가덥네요
작품등록일 : 2021.12.29

조선 제일의 투견 판매처 경산.
노비 개똥은 오늘 이 지옥을 탈출하기로 결심한다.
개만도 못한 삶에서 벗어나기 위한 쫓고 쫓기는 숨막히는 추격극이 시작된다.

 
2-5. 붕괴.
작성일 : 22-02-18 21:20     조회 : 179     추천 : 0     분량 : 4200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뭐, 뭐야! 야, 야! 이 망할 것아! 죽, 죽은 거야?”

 

  망할 것.

 

  끝까지 부하의 이름은 들을 수 없었다.

 

  오돈은 바닥에 철푸덕 쓰러진 부하를 보고 기겁했다.

 

  이미 생명이 아작난 사냥감에 적이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붉게 물든 주둥이를 긴 혓바닥으로 청소하며, 놈이 눈동자를 움직였다.

 

  일말의 자비도 없는 그 눈동자는 경직된 개똥과 마주쳤다.

 

  ‘네놈 목소리가 들렸다. 구태여 부르짖지 않아도 친히 찾아올 것인데, 죽음이 조급했나?’

 

  적이가 혀를 날름거리며 개똥을 노려봤다.

 

  ‘천만에 말씀. 그나저나, 네가 죽은 그 남자도 사냥감이야? 왜 그 남자를 물어 죽인 거지? 그런 실수를 할 네가 아니잖아?’

 

  개똥은 한 발짝 뒤로 물러서며 대화를 이어갔다.

 

  우선은 어떤 방식으로든 시간을 벌고 싶어서였다.

 

  주변의 모든 인간들은 갑작스러운 괴물의 등장에 혼비백산한 상황이었다.

 

  그나마 방석만이 숨을 고르며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었다.

 

  ‘아아, 당연하지. 내가 실수를 할 리가 없잖아? 가까이 다가서니 알겠더군. 네놈들 땀냄새로 느꼈다. 외간 녀석들에게 당하고 있던 게지? 한 마디로, 내 사냥을 방해하는 방해꾼 아니겠어?’

 

  적이는 이토록 과격한 녀석이었다.

 

  사냥에 있어서 자신이 목표로 정한 사냥감을 자신의 손으로 낚아챌 수 없다면, 그것을 방해하는 만물을 적으로 간주했다.

 

  때문에 이 과격한 개새끼의 별명은 폭견이었다.

 

  그리고 그 이름은 사냥터보다 투견장에서 더욱 유명했다.

 

  개똥은 이 폭견이 투견장에서 패한 적을 단 한 번도 지켜보지 못했다.

 

  “이, 이, 이 놈아! 빠, 빨리 뭐라도 해봐!”

 

  오돈이 부하의 뺨을 때리며 명령했고, 부하는 다리를 덜덜 떨며 오돈을 밀쳤다.

 

  “당, 당신이 알아서 해! 내, 내 목숨이 아까워! 그 잘난 무기로 죽, 죽이면 되겠네! 난 도망갈 거야!”

 

  오돈이 바닥에 털썩 쓰러졌고, 부하는 숨을 헐떡이며 대나무숲 깊은 곳으로 달렸다.

 

  ‘도망치는데?’

 

  ‘그게 무슨 상관이지? 저것은 내 사냥감이 아냐.’

 

 개똥이 멀어지는 부하를 가리키며 물었고, 적이는 그게 무슨 상관이냐는 듯이 콧방귀를 뀌었다.

 

  ‘녀석은 경산의 사람이 아냐. 네가 바깥의 인간을 죽였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어떻게 될지 상상이나 해봤어? 사냥을 방해한다고 아

 무나 죽이면 안 돼. 이 멍청한 개자식아.’

 

  개똥이 식은땀을 뻘뻘 흘리며 상대를 도발했고, 노림수는 잘 맞아 들어갔다.

 

  ‘흐흐흐, 멍청한 개자식? 좋아, 네놈은 두 발목을 으깨고 양 팔을 누더기로 만들어 장군의 앞에 끌고 가주마.’

 

  마귀를 장군이라 칭하며 적이가 즐거운 듯이 웃었다.

 

  놈의 발기된 생식기가 더욱이 팽창했다.

 

  ‘그래, 그러니까… 지금 도망간 저 놈이 뭔가 문제가 된다는 것이지? 그렇다면, 간단한 이야기지. 저 놈도 죽이고, 여기 이 놈도 죽이고, 네놈도 죽이면 된다.’

 

  적이가 살기 가득한 눈빛을 뿜고, 몸을 휙 돌렸다.

 

  대나무숲 안으로 사라진 오돈의 부하를 쫓기 위해 귀를 세우고, 소리에 집중했다.

 

  부하의 위치를 파악하기까지 채 몇 초가 흐리지 않았다.

 

  적이는 뒷다리를 쭉 펴며 도약했고, 빼곡한 대나무 사이로 돌진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끔찍한 비명 소리가 대나무 사이로 흘러나왔고, 그 소리를 들은 아이들은 공포로 얼굴이 창백해졌다.

 

  “이, 이젠 어, 어떡해?”

 

  가장 먼저 말을 내뱉은 건 송이였다.

 

  무슨 방안이 있을까.

 

  사방이 대나무로 뒤덮인 이 장소에서 녀석에게 벗어날 책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저 있는 힘껏 부딪치는 수밖에.

 

  “나도 모, 모르겠어… 이제, 이제 끝이야…”

 

  방석이 제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표정이 창백하다 못해 시체 같았다.

 

  개똥은 그런 방석의 어깨를 붙잡고 소리쳤다.

 

  “정신 차려! 여기서 죽을 거야?”

 

  어디서 그런 배짱이 나온 것인지 개똥 본인도 알 수 없었다.

 

  죽을 수도 있다는 공포보다 삶을 위한 발악이 우선이었기 때문이리라.

 

  “하, 하지만… 어, 어쩌자는 건데! 저 개자식이 이제 다시 돌아올 거라고! 그, 그래! 형이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봐… 그럼, 나머지는 도망이라도 갈 수 있을 테니까…”

 

  “뭐?”

 

  “이런 씨발! 나는 여기서 죽을 그릇이 아니라고! 대체 어디서부터 이 계획이 꼬인 거지? 왜 선아는 연기를 안 지핀 거야? 왜 불개들은 산개해서 우리를 추격하는 거냐고! 완전히 망했어! 망했다고!”

 

  방석의 눈동자가 생기를 잃었다.

 

  정신적인 압박이 지독하게 심했던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방석의 계획은 어딘가 엉성했다.

 

  개들을 따돌릴 방법이나, 탈출 이후의 계획 등 구체적으로 그려진 그림이 없었다.

 

  선아의 조력이 실패로 돌아가고, 경산 곳곳에 뿌렸던 후각을 마비시키는 약초는 불개들이 산개하여 추격을 시작한 시점에서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였다.

 

  어딘가부터 삐걱이고 부러진 이 불안한 계획에 가장 큰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있던 자가 방석이었다.

 

  책임감과 자부심은 부담감이 되어 소년의 정신을 짓눌렀고, 그 결과가 지금의 방석이었다.

 

  “송이 말이 맞아! 탈출을 하는 게 아니었어… 지금이라도 돌아가서 싹싹 빌면 마귀가 들어주기라도 할까? 아니! 전혀! 우리는 지금 제 주제도 모르고 경산을 떠난 노비 새끼들이야! 결과는 뻔하잖아? 여기서 반쯤 죽어서 저 개새끼들한테 끌려갈 거야… 그럴 바에

 는… 차라리 내 손으로 죽는 게 나을 수도 있어…”

 

  최악이었다.

 

  가장 믿음직스럽다고 생각했던 아군의 발작이라니.

 

  방석은 지니고 있던 단검을 꺼내더니 자신의 목으로 천천히 가져갔다.

 

  “뭐, 뭐하는 거야!”

 

  당황한 개똥이 황급하게 그 단검을 잡고 빼앗으려 했다.

 

  그러나, 공포로 경직된 손을 쉽게 떨칠 수는 없었다.

 

  그 칼날에 그만 개똥은 손등을 베였고, 단검을 빼앗는 힘에 실려 뒤로 넘어졌다.

 

  넘어진 개똥이 두 바퀴 정도 아래로 굴렀고, 다시 일어설 때 손에 무언가가 잡혔다.

 

  부러진 대나무.

 

  개똥이 넘어진 곳에는 부러진 대나무 줄기가 무더기로 있었다.

 

  인위적으로 꺾인 줄기가 아닌지라 그 날이 매섭지는 않았지만, 무기로 사용하고자 하면 충분히 가능한 정도였다.

 

  목구멍 깊이 찔러 넣을 정도로 길이 역시 충분했다.

 

  그 짧은 찰나, 개똥은 생존을 위한 발악을 그치지 않았다.

 

  칼날에 베인 손을 신경 쓸 여유는 없었다. 즉시 대나무 줄기를 몇 개 짚어 들고, 걸쳤던 배낭에서 쇠사슬을 끄집어냈다.

 

  부하의 비명소리가 이제는 아예 들리지 않았다.

 

  필히 숨이 끊어진 것이다.

 

  “정 죽고 싶다면, 네가 미끼가 되든지. 나도 너 못지 않게 살고 싶어.”

 

  다시 방석의 근처로 다가온 개똥이 방석을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각오를 말했다.

 

  두려움에 덜덜 떨고 있는 송이와 철수는 별 도움이 되지 않아 보였다.

 

  개똥은 소매를 길게 잡아 뜯고, 그것을 꺾인 대나무와 함께 허리춤에 감았다.

 

  그리고 쇠사슬을 양 손으로 잡고 팽팽하게 당겼다.

 

  놈의 공격을 딱 한 번만. 딱 한 번만. 막아낸다면 어찌 되지 않을까?

 

  개똥은 눈을 감고 심호흡을 내쉬었다.

 

  저 멀리서 성난 짐승의 발소리가 쓰나미처럼 밀려 들어왔다.

 

  기습을 가할 때보다 훨씬 빨랐다.

 

  개똥은 머릿속으로 녀석의 공격을 예상한다.

 

  놈이 사냥하는 모습을 수없이 관찰했다.

 

  예민한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도, 과격한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도, 본인보다 덩치가 더 큰 짐승을 사냥하는 모습도. 모두 관찰했다.

 

  그 기억을 되살려 예상하는 수밖에 없었다.

 

  괜히 이것저것 고려하다가는 제대로 된 대응조차 할 수 없었다.

 

  딱 한 가지.

 

  녀석의 수많은 공격 방식 중 딱 한 가지를 찍는다.

 

  지금 개똥이 의지할 요소는 오로지 천운.

 

  천운이 따르지 않고서야 이 난관을 벗어날 수 없었다.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했다.

 

  어찌될지 모르는 운명을 따라 걸었던 삶이 아니던가.

 

  부모에게 버림 받고, 팔리고, 노비로써 구속 당하고.

 

  이 모든 운명의 과정은 어떤 주관에 의해 일어난 일이 아니었다.

 

  거스를 수 없는 저 높은 곳의 힘에 의한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번 역시 하늘에 맡기자.

 

  쇠사슬을 팽팽하게 잡고, 두 발을 단단히 땅에 붙였다.

 

  자세를 수그리고, 온몸에 힘을 줬다.

 

  대나무숲에서 쩍 벌어진 아가리가 등장한다.

 

  무지막지한 이빨의 목적은 개똥의 옆구리였다.

 

  오, 하늘이시여.

 

  이곳은 나의 무덤이 아니군요.

 

  놈의 매서운 공격에 개똥은 감사했다.

 

  철커덕!

 

  개똥이 팽팽하게 잡고 있던 쇠사슬에 정확히 그 괴물 같은 아가리가 걸려들었다.

 

  대번에 옆구리에 구멍을 낼 작정이었겠지만, 놈이 물어뜯은 것은 단단한 쇠사슬이었다.

 

  ‘뭐, 뭐야!’

 

  개똥은 놈의 눈빛에서 당황을 봤다.

 

  백전백승의 무적이라 불리는 이 불개는 지금 당황했다.

 

  녀석의 당혹스러움을 목격한 것이 언제였더라.

 

  삶의 끝자락을 넘나드는 순간, 개똥의 깊은 기억이 벼룩처럼 튀어 올랐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2 2-9. 청이. 2022 / 2 / 28 188 0 13936   
21 2-8. 일몰. 2022 / 2 / 28 167 0 4417   
20 2-7. 행운. 2022 / 2 / 28 175 0 3995   
19 2-6. 적이. (1) 2022 / 2 / 28 205 0 4165   
18 2-5. 붕괴. 2022 / 2 / 18 180 0 4200   
17 2-4. 치욕. 2022 / 2 / 18 192 0 3614   
16 2-3. 조우. 2022 / 2 / 18 182 0 4551   
15 2-2. 공포. 2022 / 2 / 5 182 0 3437   
14 2-1. 추격. 2022 / 2 / 5 179 0 3716   
13 13. 불청객. 2022 / 1 / 29 189 0 4252   
12 12. 뒷일. 2022 / 1 / 29 187 0 3669   
11 11. 탈출. 2022 / 1 / 22 182 0 4492   
10 10. 희생. 2022 / 1 / 19 171 0 3303   
9 9. 종이배. 2022 / 1 / 19 180 0 4513   
8 8. 분열 2022 / 1 / 17 185 0 4768   
7 7. 그릇 2022 / 1 / 11 201 0 4100   
6 6. 계획 2022 / 1 / 11 188 0 4287   
5 5. 불개 2022 / 1 / 8 175 0 4190   
4 4. 마귀 2022 / 1 / 3 191 0 4648   
3 3. 암시장 2022 / 1 / 2 189 0 4403   
2 2. 가족 2021 / 12 / 29 206 0 3755   
1 1. 경산 2021 / 12 / 29 301 1 388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