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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꽃을 베다
작가 : 단산
작품등록일 : 2022.2.18

1604년.
임진년에 벌어진 왜란의 막바지에 퇴각하는 왜군 패잔병에게 온가족이 도륙당하고 사울만 기적적으로 살아남는다.
가족을 학살한 사무라이의 이름은 미우라 다이크케.
사울은 5년간 무술을 배워 복수하러 왜국으로 찾아간다.
천신만고 끝에 미우라를 찾았지만 그는 최고의 사무라이를 이끌고 조선에 잠입했다는 사실을 알게된다.
미우라의 배신으로 가문이 적몰된 미우라의 정혼녀를 만난 사울은 그녀와 함께 조선에 들어와 뒤쫓는다.
사무라이들의 임무는 조선에 남아있는 항왜군 6,000명을 이끌고 저선 국왕을 해치고 조선을 정복하는 것을 알게된다.
하지만 조정에서 사울의 말을 믿지 못하자 사울은 가나에와 함께 사무라이와 6,000명의 항왜군을 막는 싸움을 시작하는데...

 
27
작성일 : 22-02-18 16:32     조회 : 169     추천 : 0     분량 : 6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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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7

 

 요사유키 하쿠초(吉行白助, 金行吉)와 다케다 히로유키(武田弘之, 全弘之)가 지리산 쌍계계곡의 접어들은 것은 해가 질 무렵이었다.

 

  지리산은 산이 크고 넓으며 지리산을 의지하고 사는 고을이 많지만 농사지을 땅이 부족하고 산물이 많지 않아 노략질을 하며 살아가는 항왜인이 살기에는 적합하지 않은 산이었다.

 

  미리 조선에 파견된 밀정의 보고에 의하면 지리산에 항왜인이 살기는 하지만 인원이 적어 사무라이는 고사하고 하급무사인 가치가 대장노릇을 하거나 최하급무사인 아시가루가 대장노릇을 하는 항왜인도 있었다.

 

  그렇다하더라도 지리산의 항왜인을 다스리지 않고 갈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임진년의 조선침략 때 조선 정복에 실패한 이유가 전라도를 정복하지 못한 것이라고 판단하였기에 지리산의 항왜인을 복종시키라는 명령이 있었다.

 

  하지만 지리산을 복종시키라는 명령에는 더 큰 이유가 있었다.

  지리산은 바로 조선의 오악산 중의 남쪽에 해당하며 조선의 12종주산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었다.

 

  더욱이 지리산은 조선의 지리에서 병화(兵火), 참정(慘政), 기근(饑饉)으로 나라와 백성을 구하는 활산(活山)으로 그 기를 꺾어야하는 것이었다.

 

  대처인 진주를 거치지 않고 곧바로 하동으로 향한 둘은 섬진강을 끼고 올라가 마침내 지리산 자락인 쌍계계곡에 이르렀다.

 

  쌍계계곡은 지리산으로 향하는 첫 계곡으로 물이 맑고 힘차게 흘렀으며 계곡 양옆으로 울창한 나무들로 뒤덮여 있었다.

  계곡을 거슬러 올라가니 이윽고 쌍계사가 나왔다.

 

  “아직 그대로군.”

 

  쌍계사를 보며 다케다가 말했다.

 

  “이것이 쌍계사인가...? 완전히 사라졌군.”

 

  요사유키가 절이 있던 텅 빈 들판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다케다가 약간은 씁쓸한 표정을 지었다.

 

  “부처님을 모신 절이라 불태우지 않아도 되었는데...”

 

  다케다는 어느새 자신도 완전히 불타 주춧돌과 깨진 기와장만 남은 절터에 합장을 하였다.

  다케다의 모습을 요사유키가 비웃 듯 한 얼굴로 바라보았다.

 

  “남원성에서 패하여 부산으로 가다가 이 절에 도착했어.”

  “중도 조선군에 속해 우리와 싸웠어.”

 

  승병과 맞서 싸워 패한 적이 있는 요사유키는 새삼 분하다는 얼굴이었다.

 

  “의병한테 패해서 쫒기는 것이 분해서 절에 도착하더니 절에 있는 스님을 다 죽이라고 소리를 쳤는데 이미 스님들을 모두 사라지고 없었어.

  절을 뒤져 스님이 한명도 없자 불을 지르라고 하더군. 신불이 사는 절에 불을 지르기가 겁이 났지만 할 수 없이 불을 지를 수밖에 없었어.”

 

  다케다는 마치 부처님 앞에서 말하는 듯이 경외한 얼굴이었다.

 

  그때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들렀다.

  요사유키가 재빨리 손가락을 입에 가져다대며 돌아보았다.

 

  “저쪽이야.”

 

  요사유키가 나뭇잎이 흔들리는 곳을 보며 다케다의 귀에 속삭였다.

 

  “누구냐? 거기 누구 있으면 나오시오!”

 

  다케다는 요사유키가 움직이기 전에 소리쳤다.

  다케다가 소리치자 잠시 잠잠하던 숲속에서 급히 숲을 헤치며 도망치는 소리가 들렸다.

  요사유키가 소리 나는 쪽으로 급히 뛰어갔다.

 

  숲으로 들어간 요사유키는 잠시 후에 남자 한명을 앞세우고 의기양양한 얼굴로 돌아왔다.

  남자는 짐승의 가죽으로 옷을 입은 것으로 농부는 아닌 차림새였다.

 

  “홍지... 이놈을 잡았어.”

  “살려주십시오.”

 

  요사유키에게 잡혀오던 남자는 다케다가 기다리고 있자 살려달라고 사정했다.

 

  “이놈... 보아하니 네놈은 땅 파고 나락 베는 놈이 아니구나.”

 

  남자의 허리춤을 잡고 오던 요사유키가 남자를 사정없이 패대기쳤다.

  남자는 쓰러져 뒹굴며 비명을 지르며 사정했다.

 

  “나리... 살려 주십시오.”

  “오냐... 살려줄 테니 숨김없이 말하여라.”

 

  발아래 무릎 꿇은 남자에게 요사유키가 말했다.

 

  “네놈은 틀림없이 산손님이렸다?”

  “아... 아닙니다. 전... 전... 잘못했습니다, 나리...”

 

  남자는 요사유키와 다케다를 번갈아 보다가 다시 애원했다.

 

  “묻는 말에 소상히 대답하면 살라준다고 하지 않소. 이곳에 숨어있는 이유가 무엇이냐?”

  “그건... 여기는 쌍계사라는 절입니다. 절은 불에 타서 사라졌지만 아직 부처님에게 소원을 빌러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 부처님에게 빌러오는 사람들을 털겠다는 것이구나.”

  “아닙니다. 부처님에게 공양으로 올린 것만 먹었습니다. 어차피 산짐승이 먹는 공양이기에...”

  “이놈... 아직 정신을 못 차렸구나.”

  “정말입니다, 나리...”

  “네놈은 우리가 무엇을 하는 사람인지 알겠느냐?”

 

  다케다의 말에 남자가 다시 다케다와 요사유키를 보았다.

 

  “바로 네놈 같은 산손님을 잡으러 온 사람이니라.”

 

  다케다의 말을 잘 몰랐는지 남자는 다시 둘을 번갈아 바라보았다.

 

  “이놈아... 네놈 같은 산도적을 잡으러 왔단 말이다. 알겠느냐.”

 

  다케다가 남자에게 보따리에 들은 칼을 슬쩍 빼서 보여주었다.

 

  “나리... 저는... 저는 다만 공양...”

  “닥치어라!”

 

  요사유키가 버럭 소리쳤다. 남자는 사색이 되며 바라보았다.

 

  “아까도 말했지만 네놈이 소상히 말하면 살려줄 것이다. 네놈의 동료들은 어디 있느냐?”

  “...여기서 10리 정도 가면 무지골이 있습니다. 무지골 옆 등성이에 산채가 있습니다.”

  “우리를 안내할 수 있겠느냐?”

  “그럼요. 산채에 있는 누구도 알 수 없는 길로 안내할 수 있습니다.”

 

 남자는 동료를 배신한 공을 세우면 살아날 수 있다는 생각에 거침없이 말했다.

 

  “모두 몇 명이냐?”

  “두목까지 9명입니다.”

  “네놈은 어디 출생이냐? 만약 거짓으로 말하면 당장 죽일 것이다.”

 

  다케다의 말에 남자는 약간 신중한 얼굴이더니 말했다.

 

  “소인은... 진주 태생이옵니다. 진주 최진사님의 외노로 살다가 임진년에 왜놈이 쳐들어오자 의병에 참가하여 공을 세우면 면천해 준다는 소식에 의병에 임하였고 급기야 왜놈에게 죽을 위기에 처한 최진사님를 구한 공로로 면천되었지만 관에서 면천된 노비를 다시 잡아들인다고 하여 최진사님이 지리산에 숨어 살도록 허락하였습니다.”

 

  남자는 살 수 있겠다는 희망으로 자신이 노비였다는 것을 솔직하게 인정하였다.

 

  “네놈의 동료는 전부 조선인이더냐?”

  “반은 조선인이지만 두목하고 나머지는 왜놈입니다.”

  “일어나 앞서 거라. 허나 가는 도중에 만약 다른 맘을 먹는다면 두 번 다시 하늘을 볼 수 없을 것이니라.”

 

  남자는 살 수 있다는 희망으로 벌떡 일어나 앞서 걸었다.

  그 순간 요사유키가 들고 있던 지팡이에 손을 가져가더니 순식간에 남자를 베고 다시 칼을 집어놓았다.

  칼을 뽑고 베는 시간이 순식간이어서 다케다는 막을 틈도 없었다.

 

  “조선 놈은 어차피 죽일 계획이었어.”

 

  요사유키는 놀란 얼굴로 보는 다케다에게 말하고 죽은 남자를 숲으로 질질 끌고 가며 말했다.

 

  “거 핏자국이나 지우게나.”

 

  남자가 흘린 피가 이내 땅을 적셨다. 다케다는 할 수 없이 핏자국을 흙으로 지우며 따라갔다.

 

  남자의 시체를 숲에 던져놓고 무지골에 온 다케다와 요사유키는 나무가 우거진 사이를 신중하게 살피며 산채를 찾았다.

  산적이든 마을이든 사람은 물을 버리고는 살 수 없다.

  마을이라면 우물에서 물을 얻어 살 수 있지만 산 손님 노릇을 하는 산적은 우물을 파기에는 어림도 없는 산속에 집을 마련하여 살아야하기에 물이 흐르는 골짜기 근방에 집을 짓고 근거를 두기 마련이었다.

 

  물이 흐르는 골짜기를 따라 올라가며 살피던 둘은 무지골에서 한참을 들어가 물줄기가 거의 끝나갈 무렵에서 산채로 쓰는 집을 발견하였다.

 

  나무로 기둥을 썼고, 벽은 흙으로 만들었고, 지붕은 너와를 사용하여 만든 2채의 집은 꽤나 튼튼하게 보였다.

  한 가지 특이한 것은 산적의 두목이 왜인이어서인지 보통 조선의 집보다 지붕의 높이가 더 높았으며 조선의 집보다 물매가 깊었다.

 

  “어떡할까? 들어가서 두목을 사로잡아 굴복을 시킬까?”

  “조선인은 죽여야 하는데 괜찮을까?”

  “괜찮을 것이네. 고향으로 데려가려고 왔다는데 항복 안할 자가 누가 있겠나? 어차피 조선인은 일본으로 갈 수 없으니 죽인다고 하면 될 걸세. 가세...”

 

  요사유키가 말하고 산채를 향해 걸어갔다. 다케다도 뒤를 따랐다.

  둘이 산채 마당으로 어슬렁거리며 걸어가도 마당에서 도끼질로 나무를 패고 있던 산적 둘은 멍하니 지켜볼 뿐이었다.

 

  설마 깊은 산속에 있는 산채에 낯선 사람이 방문할 것이라고 생각을 못한 것이었는지, 요사유키와 다케다가 2명뿐이라 위협이 되지 않다고 생각했는지 모를 일이었다.

 

  “네놈들이 이 산채의 주인이냐?”

 

  요사유키가 말했다. 그제야 산적들이 정신이 들었는지 도끼에 꽂혀있던 나무를 서둘러 빼내며 말했다.

 

  “누구냐? 어디서 온 놈들이냐?”

 

  나머지 산적이 산채로 서둘러 들어가며 소리쳤다.

 

  “포교다! 토벌대 포교가 습격했다!”

 

  산적 둘이 시끄럽고 호들갑을 떨며 소리치자 산채에서 사내들이 쏟아져 나왔다. 맨손으로 그냥 뛰어 나온 사내도 있었고, 무기가 될만한 나무나 물건을 들고 나온 사내도 있었다.

  앞서 나온 사내들이 당황하며 손에 잡히는 물건을 들고 나온 것이라면 뒤에 나온 사내들은 옷가지를 다 입지는 못했지만 손에는 칼을 들고 나왔다.

  산채 마당에는 순식간에 산적 8명과 유사유키와 다케다가 마주보는 모양이 되었다.

 

  “누구냐? 어디서 온 놈이냐?”

 

  산재 중에 칼을 든 사내가 버럭 소리쳤다.

  칼을 든 모습이나 앞으로 나서는 모양이 산채의 두목인 것 같았다.

 

  “이놈! 패를 이루어 도적질을 하는 네놈들을 잡으러 왔으니 어서 무릎을 꿇어라.”

 

  요사유키가 산적들이 하는 모양이 재미있다는 듯이 웃으며 말했다.

  말은 산적들이 항복하라는 것이지만 소리치지도 않고 빙그레 웃으며 말f하는 것이 마치 어린아이들 놀이에 끼어든 어른 같은 모양이었다.

 

  “이놈들이...”

 

  두목이 이죽거리듯 내뱉고는 부하들에게 소리쳤다.

 

  “모두 칼을 가져와라! 어서!”

 

  두목이 소리치자 칼이 없는 부하들이 서둘러 산채로 들어갔다.

  나머지 사내들은 동료가 칼을 가지러 간 사이에 둘이 공격할 까봐 잔득 긴장하며 노려보았다.

 

  요사유키와 다케다는 안으로 들어간 사내들이 모두 칼을 가지고 나올 때까지 묵묵히 지켜보았다.

  안으로 들어간 사내들이 모두 칼을 가지고 나와 곧바로 싸울 듯이 늘어섰다.

 

  “네놈이 든 칼은 조선칼이 아닌 것이 왜놈이 틀림없구나.”

 

  산적들이 모두 늘어선 것을 기다려 다케다가 두목을 칼을 보며 말하자 두목이 놀라는 기색을 보이더니 말했다.

 

  “토벌대 포교냐?”

  “네놈이 귀국하지 않고 조선에서 산적 두목놀이에 재미가 들린 모양인데 우린 본국에서 조선에 배신한 놈을 베러 온 사무라이다. 네놈 이름이 무엇이고 주군이 누구냐?”

 

  다케다의 말에 두목이 말을 잃고 바라보다 털썩 주저앉아 무릎을 꿇고 말했다.

 

  “히로... 히로입니다.”

  “히로... 네놈을 당장 베고 싶지만 순순히 말을 듣는다면 귀국을 허락하겠다.”

  “하이!”

 

  산적두목은 사무라이인 요사유키와 다케다의 상대가 안 된다는 것을 알고는 재빨리 목숨을 구걸하고 있었다.

 

  “귀국을 희망하는 자는 조선인을 베라.”

 

  다케다가 왜말로 말하자 말을 알아듣는 왜군은 히로를 바라보았고 조선인은 멀뚱하게 요사유키를 보고 있을 뿐이었다.

  히로가 부하들에게 눈짓을 하자 왜군이 옆에 있던 조선인을 재빨리 베었다.

 

  사울이 노려보는 숲에서 반짝이던 빛은 이내 사라졌다.

  사울은 두 개의 빛이 짐승의 것이라는 것을 느꼈다.

  짐승이 사라지자 사울은 주변을 정리했다.

 

  절이 제법 규모가 있었는지 공양간의 바닥도 제법 넓었다. 사울이 손으로 더듬어 낙엽을 치우니 한쪽에 부뚜막이 나왔다.

  부뚜막에 솥을 앉힌 구멍이 3개나 있지만 솥은 하나도 남아있지 않았다.

  솥 자리 구멍에도 낙엽이 잔뜩 쌓여있었다.

  낙엽은 썩어서 고약한 냄새를 냈기에 위의 낙엽을 걷어 한쪽으로 치우고 썩은 낙엽을 걷어 냈다.

 

  바닥을 깨끗하게 만들자 불 들이는 아궁이가 나왔다.

  아궁이에 쌓인 젖은 낙엽을 걷어내고 공양 간 한쪽에 있는 마른 나뭇가지를 모아 불을 피웠다. 그리고 마른 낙엽을 바닥에 깔았다.

 

  사울이 하는 모양을 지켜보는 가나에의 얼굴에 미소가 가득 피워 올랐다.

  아직 추위가 가시지 않아 입술이 떨리는 것은 멈출 수 없지만 자신을 위해 열심인 사울을 보자 마음이 따뜻해져오는 것 같았다.

  불을 빨리 붙이기 위해 아궁이에 얼굴을 들이밀고 입 바람을 부는 사울을 보며 마음속에 작은 감동이 차올랐다.

  입 바람을 불다 연기 때문에 눈물을 찔끔거리는 모습에 웃음을 참을 수가 없었다.

 

  “이리 와요.”

 

  마침내 잔가지에 붙은 불이 타닥거리며 타자 사울이 얼굴을 들고 가나에를 불렀다.

  가나에가 다가가 아궁이 앞에 앉았다.

 

  “따뜻해요.”

 

  가나에가 딱히 사울에게 하는 것이 아닌 아득히 먼 곳에 말하는 듯이 말했다.

  사울도 가나에 옆에 앉아 불이 더 잘 일도록 나뭇가지를 넣으며 바라보았다.

 

  둘은 한동안 타고 불을 바라보며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젖은 옷이 마르면서 하얀 김이 허공으로 올라갔고 봄비 소리는 둘의 마음을 채웠다.

 

  가나에가 생각난 듯이 보따리에서 보자기를 꺼냈다.

  보자기를 펼치자 주먹밥 2개가 나왔다.

  낮에 주막에서 싸온 것이었다.

  주먹밥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며 크기를 비교하던 가나에가 커 보이는 주먹밥을 사울에게 내밀었다.

 

  “고맙소.”

 

  사울이 주먹밥을 받으면 말했다.

  눈이 마주친 두 사람은 서로 미소를 짓고 주먹밥을 먹었다.

  주먹밥을 먹은 후에도 다시 말없이 앉아 있었다.

 

  일본에서부터 지금까지 7일간이나 둘이 같이 보냈지만 이렇게 한가한 시간을 갖는 것은 처음이었다.

 

  시마즈 성의 사무라이에게 쫓기었으며, 사로잡혀 목숨이 경각에 이르렀으며, 가까스로 탈출하여 부상당한 몸을 서로가 살려주고, 조선에 이르기까지... 사람의 인생에서 평생에 한번 경험할까 말까한 일을 겪으며 이곳까지 온 것이었다.

 

  사위는 아주 조용했다.

  아직 겨울이라 풀벌레도 없으며 잠이 들었는지 새소리도 나지 않았다.

  고요한 시간을 깨듯이 사울이 나직이 숨을 몰아쉬었다.

  사울의 한숨이 전염된 것처럼 가나에도 숨을 몰아쉬었다.

  둘은 돌아보다 무심코 눈이 마주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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