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10 화
작성일 : 22-02-18 14:23     조회 : 170     추천 : 0     분량 : 443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작은 음악회

 

 [화이트마타. 칼시토의 집]

 

 짙은 어둠이 깔린 거리. 램프가 은은하게 방안을 비추는 가운데 칼시토가 침대에 누운 그로스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만득이가 죽어서 너무 슬퍼요."

 "사람은 모두 죽는다."

 "사람이 죽으면 어떻게 돼요?"

 "음… 자연으로 돌아가지."

 "죽었는데 어떻게 가요?"

 "사람의 육체가 땅에 묻히면서 자연의 일부가 된다는 뜻이야."

 "그럼 자연도 사람처럼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자연과 인간 모두 아주 작은 물질에서 생겨났다. 그 작은 물질이 어떻게 짝을 이루냐에 따라 물고기도 되고, 나무도 되고, 사람도 되는 거지. 일단 물질이 특정한 형태를 갖추게 되면 그에 걸 맞는 방식으로 살게 돼. 나무는 인간처럼 말을 할 수는 없지만 자기네끼리는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며 지내고 있어. 그게 모든 생명체의 생존 방식이야."

 "만득이도 자연으로 돌아갔을까요?"

 "아마도."

 그로스가 골똘히 생각에 잠겨 있다 말했다.

 "전 영원히 죽지 않는 약을 만들 거예요."

 "그런 삶은 행복하지 않을 거야."

 "어째서요?"

 "아무리 나쁜 짓을 해도 죽지 않는다면 누가 착하게 혹은 최선을 다해 살겠니?"

 "..."

 "인간이 아름다운 건 유한한 존재이기 때문이야. 그건 결국엔 축복이란다."

 "죽는 게 축복이라고요?"

 "그래. 아마 아직은 내 말을 이해하기 힘들 거다."

 "네."

 "그래도 이 할아버지 말은 믿지?"

 그로스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칼시토는 사랑스런 눈길로 아이를 바라보았다. 마음이 무거웠다. 이렇게 맑고 순수한 아이와 함께 보내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칼시토는 목숨을 바쳐서라도 아이들의 안전한 삶을 지켜내리라 다짐했다. 순수한 영혼을 위해 기꺼이 목숨을 희생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값진 삶이 있을까.

 칼시토가 그로스의 이불을 턱까지 당겨주었다.

 "이만 자야지."

 "연주를 들려주세요."

 "연주?"

 "네. 아브라함 궁전의 추억"

 칼시토가 방 구석에 세워둔 기타를 들고 와 줄을 매만졌다. 그로스가 음악 감상을 할 준비를 하는 것처럼 두 눈을 감았다. 곧 조용하고 잔잔한 선율이 방안 가득 퍼졌다. 구슬프고 아름다웠다. 칼시토는 연주에 깊이 심취했다. 지금 이 순간처럼 음악이 들려주는 경건함에 가슴 벅차올랐던 적은 없었다. 그렇게 할아버지와 손녀 만의 음악회가 벌어지고 있는데 갑자기 펑 하는 폭발음과 함께 칼시토의 손끝에서 현이 끊어져 나갔다. 방안에 흙 먼지가 휘날렸다. 그와 동시에 강렬한 빛이 쏟아져 들어왔다.

 그로스가 날카로운 비명을 질렀다. 칼시토는 멍한 눈으로 머리에 피를 흘리고 누웠다. 너무 강한 충격에 그의 의식은 현실과 닿지 못한 채 머나먼 우주를 방황하고 있는 듯했다.

 

 

 :::

 

 

 로튼과 토니

 

 [파리에탈 지역구. 하이포시스 본사로 가는 길]

 

 3년 전. 로튼을 비롯한 5명의 두더지들이 프론탈의 한 약국을 털었다. 클로로포름에 취해 쓰러진 관리원이 깨어나기 전에 빠져나와야 했기에 모두들 서두르는 중이었다. 그 바람에 덩치 큰 직원이 의식을 찾고 일어나 비상 버튼을 누른 걸 미처 발견하지 못했다. 5분도 되지 않아 출동한 도시 수비대에게 포위 당했고 그들이 쏜 전기 총에 진이 등 허리를 맞아 쓰러졌다. 로튼과 카파는 다른 2명의 희생 덕에 진을 들쳐 업고 간신히 그곳을 빠져나왔다.

 그 사고로 진은 하반신이 마비되었다. 칼시토는 진을 곁에 두고 돌보기 시작했다. 손상된 척추신경접합수술을 시행하고, 약물과 운동 치료를 병행하면서 재활을 위한 모든 노력을 다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진의 두 다리는 그 어떤 자극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부서진 중추신경계는 모든 걸 앗아갔다. 만약 그레이마타에 살았다면 진은 정상적으로 돌아올 수 있었을지 몰랐다. 화이트마타가 아닌 그레이마타였다면 그녀는 누구보다 멋진 인생을 살아가고 있을지 몰랐다.

 칼시토는 극심한 통증에 시달리는 진을 차마 두고 볼 수 없어 마약성 진통제의 일종인 빙(ice)을 만들어 투여하기 시작했다. 진은 빙 없이는 하루도 버틸 수 없게 되었다. 그리고 약물 강도는 점점 세졌다. 로튼은 자신처럼 버려진 아이들을 헌신적으로 키워온 칼시토를 존경하고 그를 위해서라면 목숨도 바칠 수 있었지만 그가 진에게 마약을 먹이는 모습을 볼 때마다 혼란스러웠다.

 토니가 로튼의 사색을 깨웠다.

 "여기서 살면 행복할까?"

 "무슨 뜻이야?"

 "그냥…궁금해서"

 토니가 사람들을 두리번거렸다.

 "넌 저 사람들이 행복해 보이냐?"

 "…모르겠어."

 토니가 잡생각을 떨쳐버리려는 듯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화려한 도시의 거리, 그 속을 빠른 속도로 걸어가는 사람들, 조금의 틈도 남기지 않고 시야를 꽉 채운 그림들. 토니는 현기증을 느꼈다. 그에게 그레이마타는 뭔가 진짜인지, 또 뭔가 가짜인지 알 수 없게 만드는 신기루 같은 도시였다. 토니가 로튼에게 무슨 말을 하려는데 저 앞에서 정복 차림의 경찰 2명이 다가왔다. 로튼과 토니는 재빨리 뒤를 돌아 걸어갔다. 그러자 경찰이 그들을 불러 세웠다.

 "어이, 거기 두 사람"

 로튼과 토니가 눈을 마주치고 천천히 돌아섰다.

 "신분증 좀 봅시다."

 로튼은 망설였다.

 "말 못 알아들어요? 신분증."

 경찰1이 안경에 부착된 안면 인식 기능을 작동시켰다. 로튼의 얼굴을 스캔했다.

 "아, 신분증…"

 로튼이 말끝을 흐렸다. 토니가 고개를 돌렸다.

 "너희들, 화이트마타에서 왔지?"

 "…"

 경찰2가 무전을 날렸다. 경찰1이 로튼과 토니 곁으로 다가왔다.

 "너희들을 불법 체류로 긴급 체포 하겠다. 불응시 강제…"

 로튼이 그의 손을 잡은 경찰1의 팔을 잡아 비틀었다. 뚝 하는 소리와 함께 비명 소리가 났다. 그때 공중에서 정찰기 한 대가 날아왔다.

 로튼이 토니를 향해 소리쳤다.

 "토니, 도망가."

 "너 먼저 가. 난 볼일이 있어."

 토니가 등에 맨 화살통에서 화살 하나를 꺼내더니 느긋하게 정찰기를 조준했다. 몇 초 후, 그의 손에서 튕겨져 나간 화살은 정확히 기계의 정중앙 렌즈에 꽂혔다. 정찰기는 비틀비틀하다 바닥으로 추락했다.

 

 로튼과 토니가 인도를 달려갔다. 돌아보니 정찰기들은 3대로 불어나 있었다. 두 사람은 교통 차량들이 줄지어 선 도로를 가로질러 고가 도로 아래로 달려갔다. 정찰기들은 여유로운 곡선을 그리며 집요하게 따라붙었다.

 거리의 전광판에는 그들의 얼굴이 나오는 속보가 떴다. 경찰들을 폭행하고 달아난 화이트마타인들이라는 타이틀. 경찰차량과 정찰기의 추적을 피해 달아나는 두 사람의 모습이 실시간으로 방영되었다.

 토니는 처음부터 앞만 보고 달렸다. 곳곳에 설치된 기계눈이 두 사람의 위치를 온 도시에 알려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듯했다. 반면에 로튼은 이대로 가다간 잡히는 건 시간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주의를 분산 시켜야 했다. 그러려면 누군가는 희생해야 했다. 카파가 그랬듯이 로튼도 결정을 내렸다. 그가 달리는 걸 멈췄다. 도로 한가운데 모두가 지켜볼 수 있는 위치에 우뚝 섰다. 그레이마타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그를 지켜보았다. 어느새 추격해온 경찰들이 여차하면 쏘아버릴 기세로 로튼을 향해 총구를 내밀고 있었다.

 앞만 보고 뛰던 토니가 골목으로 들어가 몸을 숨겼다. 그런데 로튼이 오지 않았다. 저기 도로 한 복판에 사람들이 모여 있었다. 그들은 경찰들에 포위된 화이트마타인을 지켜보고 있었다.

 "로튼, 너 어쩌려고…"

 경찰들이 우르르 로튼을 향해 다가갔다. 그 중에는 로튼에게 팔이 부러진 경찰1도 있었다.

 "벌써 잡히다니 실망인데?"

 그가 군홧발로 로튼의 명치를 걷어찼다. 한 대, 두 대, 세 대. 그래도 분이 풀리지 않는지 씩씩거렸다. 로튼이 배를 웅크리고 신음했다.

 "아직 아니지. 이건 내 몫이다."

 이번엔 경찰2가 앞으로 나와 브래스 너클을 낀 장갑으로 로튼의 턱을 강타했다. 로튼은 뒤로 나자빠졌다. 다른 경찰들이 그를 거칠게 잡아 세웠다. 그리고 손목에 수갑을 채웠다.

 차에 오르기 전 로튼과 토니는 눈이 마주쳤다. 로튼은 퉁퉁 부은 얼굴로 별 거 아니라는 듯 살짝 웃고 있었다.

 

 

 :::

 

 

 현자

 

 [현자의 집]

 

 서재에 앉아 영상을 보고 있던 현자가 벌떡 일어났다. 그가 고개를 내밀고 책상 앞으로 걸어나갔다. 그의 눈은 수백 개의 모니터들 중 하나를 향하고 있었다. 현자가 가상 터치로 한 영상을 팝업 창에 띄웠다. 화이트마타인이 경찰에 의해 포위되는 장면이 담겨있었다. 영상 속에서 한 화이트마타인이 그레이마타 경찰들에게 얻어터지고 있었다. 그런데 그는 조금도 쫄지 않은 얼굴이었다. 여유로워 보였다. 차에 오르기 전에는 설핏 웃기까지 했다.

 현자는 영상을 여러 번 반복해서 보았다. 한 번, 두 번, 세 번. 그가 얼굴을 갸웃거렸다. 긴가 민가 하는 눈빛이었다. 그러다 화이트마타인의 얼굴을 크게 확대했다. 그 상태로 한참 동안 들여다보았다. 어느 순간 그의 동공이 급속도로 팽창했다.

 "설마…"

 현자가 영상 가까이 손을 뻗었다. 그러다 무슨 생각이 떠올랐는지 화이트마타인의 손목을 크게 확대했다. 번개 모양의 상흔이 거기 있었다.

 "이럴 수가…"

 현자가 뒷걸음질쳤다. 그 자리에서 얼어붙은 것처럼 눈을 깜빡였다. 그리고 인공지능 컴퓨터에게 말했다.

 "제이."

 "네. 주인님."

 스피커에서 차분한 목소리가 대답했다.

 "놉에게 전해. 저 화이트마타 놈을 데려오라고. 당장!"

 현자의 눈빛에는 놀라움과 환희, 두려움이 담겨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제 23 화 - 완결 2022 / 2 / 27 175 0 3537   
22 제 22 화 2022 / 2 / 27 167 0 4853   
21 제 21 화 2022 / 2 / 26 174 0 4421   
20 제 20 화 2022 / 2 / 25 170 0 5089   
19 제 19 화 2022 / 2 / 25 169 0 4219   
18 제 18 화 2022 / 2 / 24 178 0 5122   
17 제 17 화 2022 / 2 / 22 175 0 5196   
16 제 16 화 2022 / 2 / 22 176 0 6327   
15 제 15 화 2022 / 2 / 22 175 0 5372   
14 제 14 화 2022 / 2 / 20 176 0 3645   
13 제 13 화 2022 / 2 / 18 173 0 3749   
12 제 12 화 2022 / 2 / 18 172 0 6209   
11 제 11 화 2022 / 2 / 18 166 0 5953   
10 제 10 화 2022 / 2 / 18 171 0 4431   
9 제 9 화 2022 / 2 / 17 177 0 5356   
8 제 8 화 2022 / 2 / 17 182 0 4699   
7 제 7 화 2022 / 2 / 17 164 0 3930   
6 제 6 화 2022 / 2 / 17 161 0 4023   
5 제 5 화 2022 / 2 / 17 167 0 3684   
4 제 4 화 2022 / 2 / 14 177 0 4987   
3 제 3 화 2022 / 2 / 14 178 0 7709   
2 제 2 화 2022 / 2 / 14 173 0 6450   
1 제 1 화 2022 / 2 / 13 272 0 75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우양미제사건
지니0
세영
지니0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