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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태권도사
작가 : 우주수
작품등록일 : 2022.2.3

원치 않은 과거 회귀.
배운 게 도둑질이라 태권도를 또 하게 되었다.
근데 뭔가 잘 못 됐다.
악마가 나타났다.
너 퇴마 한 번 해보지 않을래?

 
22화
작성일 : 22-02-18 13:47     조회 : 229     추천 : 0     분량 : 4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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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뭡니까?”

 

 골프 감독선생님이 버스 밖으로 나갔다.

 버스 운전사는 당황한 표정으로 골프 감독선생님에게 말했다.

 

 “펑크가 났어요. 스페어 타이어까지.”

 “그럼 어떻게 해요?!”

 “그게 좀 애매합니다. 여기가 고속도로 중간이라서... 레카차를 부르긴 했는데 언제쯤 도착할는지 모르겠네요.”

 “아니 그게 무슨 말이예요? 오늘 중요한 대회가 있다고 말했잖아요.”

 

 답답한 듯 골프 감독 선생님이 말했지만, 이건 예측 못한 사고였다. 버스 기사라고 어떻게 할 방법이 없었다.

 

 “하아, 어쩌지? 늦으면 경기에... 어?”

 

 감독 선생님은 문뜩 고속도로 옆의 숲을 바라보았다.

 보통 고속도로 근처에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고속도로 바로 옆의 숲에서 뭔가 사람의 형상같은 것이 움직였다.

 그리고 그 사람의 형상은 이내 감독 선생님의 앞에 나타났다.

 

 “서, 석환아?!”

 

 숲속에서 나온 것은 놀랍게도 지난달에 행방불명 된 석환이었다.

 석환은 학기 초기에 골프부에 있었기에 골프 감독이 모를리 없었다.

 물론 사고를 쳐서 한 달도 채 못가 골프부에서 쫒겨나듯 퇴부를 했지만, 나름 골프에 재능이 있는 학생이었다.

 그렇기에 골프 감독 선생님의 뇌리에 석환의 모습은 선명히 각인되어 있었다.

 

 “괜찮니? 그 동안 어디에 있었어?”

 

 석환이는 행방불명 당시에 입은 옷을 그대로 입고 있었다.

 옷은 피와 온 갖 오물로 더엎혀져 엉망징창 이었다. 그리고 얼굴... 얼굴은 마치 시체처럼 창백했고 한쪽 귀는 떨어져 나가 아무리 보아도 정상적인 모습은 아니었다.

 

 으어어어어.

 

 석환은 흐느적거리며 골프 감독 선생님께 다가왔다.

 골프 감독 선생님은 저도 모르게 뒷걸음 치며 말했다.

 

 “석환아 너 괜찮은거니? 귀는 왜 그랬어?!”

 

 석환은 골프 감독 선생님의 말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대꾸를 하는 대신 감독 선생님께 달려들었다.

 

 크르르릉!

 

 마치 야수처럼 석환은 골프 감독 선생님의 팔을 물어 뜯었다.

 

 “아아악!”

 

 감독 선생님의 비명소리가 고속도로 비상차로에 울려퍼졌다.

 

 “어이 계약자.”

 

 이제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악마의 목소리가 들렸다. 나는 조현병이라도 걸린 것 아닐까 하는 생각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악마의 목소리는 또다시 들려왔다.

 

 “좀비가 나타났다. 아마 너랑 아는 사이 일걸?”

 

 비웃는 듯한 악마의 말. 바로 그 때 버스 밖에서 누군가의 외침이 들려왔다.

 

 “나와라, 다현! 빨리 나오지 않으면 이 놈을 죽여 버리겠다!!!”

 

 분명 나를 지목하는 목소리였다. 누구의 목소리인지는 알 수 없었지만, 어디선가 들어본적 있는 목소리였다.

 

 “어서 나가봐. 저 선생 네가 안 나가면 정말 죽을걸?”

 “내가 왜 나가야하는데?!”

 

 나는 악마에게 항변하듯 말했지만, 악마는 이 말을 되풀이 할 뿐이었다.

 

 “너랑 잘아는 사이라니까.”

 “젠장!”

 

 나는 버스 좌석을 박차고 밖으로 나갔다. 시아가 나를 붙잡았지만 난 망설이지 않고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나는 보고야 말았다. 석환의 몰골을.

 

 “서, 석환?”

 “큭큭 그래 다현. 내가 지옥에서 돌아왔다.”

 

 마치 중2병 환자들이나 할 만한 소리를 석환은 말했다.

 하지만 그의 몰골을 보면 지옥에서 왔다고 해도 믿을만 할 정도였다.

 한쪽 귀는 뜯겨 나가있고 얼굴을 반쯤 썩어 뼈까지 드러나 있었다. 거기다 석환의 몸에서 나는 유황 냄새 섞인 기묘한 악취는 녀석이 ‘지옥’과 연관 되어 있다는 것을 단숨에 알게 해 주었다.

 

 “지옥... 뭐 그렇다 치고, 원하는게 뭔데?”

 “널 지옥으로 데려가는 것. 그것이 나의 소망.”

 “미쳐도 단단히 미쳤네. 헛소리 말고 병원에나 가봐라. 너 지금 어떤 꼴인지 알긴 해?”

 “닥쳐라!”

 

 석환은 소리쳤다. 놈의 몸에선 기묘한 붉은색 아지랑이가 솟아올랐다. 범상치 않은 기운에 나는 나 자신도 모르게 뒤로 물러섰다.

 

 “나는 이미 한번 죽었다. 하지만 바알제불님이 소생시켜 주셨지. 그리고 나에게 명령을 내리셨다. 악마왕의 루시펠의 화신(아바타), 다현 네놈을 지옥으로 끌고 오라고.”

 

 석환의 이 말을 듣고 나는 웃을까 말까 망설여야만 했다.

 다른 건 둘째 치더라도 루시펠의 화신이라니, 그게 다름 아닌 나라는 소리에 나는 어처구니가 없어 실소를 지을 수 밖에 없었다.

 

 “너, 농담하는 거지? 이거 혹시 몰래카메라나 그런 거야?”

 “뭣대로 지껄여라!”

 

 나를 향해 놀라운 속도로 달려오는 석환 나는 재빨리 몸을 날렸다.

 석환의 주먹은 나의 몸을 스치듯 지나 버스 측면에 직격했다.

 

 쾅!

 우지직!

 

 버스의 측면 철판이 요란스런 소리와 함께 형편없이 찌그러졌다. 그리고 석환의 주먹은 버스의 측면 철판을 뚫고 깊숙이 안에 박혀 버렸다.

 

 “ㅅㅂ”

 

 다른 말은 생각이 안 났다. 석환의 힘은 그야말로 무지막지 했다. 아무리 국산차량의 철판이 얇다고 하지만 사람이 맨손으로 뚫을 만큼 약하지 않았다.

 

 “역시 네놈도 악마의 가호를 받고 있는 거냐?”

 “닥치고, 갑자기 왜 이러는데? 내가 무슨 짓을 했기에.”

 

 난 딱히 석환에게 살해 당할만큼 나쁜짓을 한 기억이 없었다. 물론 석환과 약간의 충돌... 이 있긴 했지만, 그것은 단 한 번 뿐이었다.

 석환은 그 다음날 행방불명 되었기 때문에 이렇다할 기억은 없었다.

 

 “음... 내가 죽였어.”

 

 갑자기 끼어든 악마의 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대체 무슨 짓을 저지른 거야!”

 “귀찮게 하길래, 네 몸을 잠시 빌려서, 저놈을 산채로 지옥에 던져버렸지.”

 “...”

 

 악마의 말에 나는 할 말이 없었다.

 지금의 상황을 요약해 보면 악마가 나의 몸을 몰래 빌려, 석환을 산채로 지옥에 던져 죽여버렸다. 라는 것이었다. 그리고 석환은 지옥에서 바알제불의 눈에 들어 다시 환생(...)해 나에게 복수를 하러 온 것이고.

 

 “승부를 하자, 다현. 진쪽이 지옥으로 가는 거다. 크크큭”

 

 석환은 웃었다. 그의 입에서 검붉은 피가 천천히 흘러내렸다.

 나는 더는 복잡하게 생각하는 것을 그만 뒀다.

 지옥에서 왔건 천국에서 왔건, 석환이 나의 적이라는 것은 변함이 없었다.

 나는 가볍게 스텝을 밟으며 방어자세를 취했다.

 

 “ㅅㅂ 한번 해보자고. 내 인생이 호러 판타지로 변하게 내버려 둘 순 없지.”

 “오, 좋아. 너랑 한번 재대로 붙어 보고 싶었다. 바알제불님이 주신 이 새로운 힘으로.”

 

 석환의 몸에서 뿜어져 나오고 있는 붉은색 기운이 강해졌다.

 불길한 예감에 나는 정신을 집중했다.

 바로 그 직후였다.

 

 슉!-

 

 석환의 주먹이 나의 얼굴을 스쳤다.

 나는 석환의 주먹이 뻗어 나오는 것 조차 눈치를 채지 못했다.

 그야말로 엄청난 속도였다.

 

 “어떠냐. 네 눈에는 보이지도 않지? 이번 공격은 맛보기다. 자 그럼 한번 막아봐라”

 

 석환은 내게 다가오며 연이어 주먹을 뻗었다.

 

 퍽, 퍼억 퍽!

 

 육안으로는 보이지도 않는 공격이 나의 얼굴과 배 어깨를 연이어 내려 꽂혔다.

 그것도 단순한 공격이 아니었다. 주먹이 내몸에 꽂힐 때마다 차가운 냉기가 내 목속으로 파고들었다.

 

 “큭, 뭐지? 이건...”

 “바알제불님이 주신 힘이다. 너 따위가 감히 범접할 수 없는 힘이지. 자 네놈의 그 잘난 태권도를 내게 보여봐라. 언제 까지나 맞고만 있을 거냐?”

 

 완전 중2병 말기 환자가 되어 돌아온 석환이었다. 하지만 녀석의 힘은 진짜였다.

 무엇보다도 석환의 공격은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빨랐다. 그 속도는 인간의 한계를 가볍게 뛰어 넘고 있었다.

 

 “참고로 말해 주는데, 난 널 마음만 먹으면 한방에 죽일 수도 있다.”

 “...”

 

 그건 나도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석환의 펀치에 버스 측면이 부서져 구멍이 뚫릴 정도였으니 보통의 사람이 맞으면 즉사해도 이상 할 것이 없었다.

 일단 나에게는 시간이 필요했다. 세상에 완벽한 기술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았다.

 아무리 석환이 바알제불의 힘을 부여받았다 하더라도 저 기술 역시 허점은 있을 거고, 그 허점만 파고 든다면 이길 가능성은 없지 않았다.

 

 “네, 사정은 대충 알겠다. 유감이라고 생각해. 하지만 널 지옥으로 떨어뜨린 녀석은 내가 아니라, 내 몸에 제멋대로 들어 붙은 악마 때문이야.”

 “크큭, 그건 나도 안다. 하지만 지금에 와서 무슨 의미가 있지? 나는 이제 산사람도 죽은 사람도 아니다. 내 꼴을 봐라. 이제 나는 바알제불님의 노예로 살아갈 수 밖에 없다.”

 

 석환은 자신의 몸을 바라보며 부르르 떨었다.

 그의 몸은 지금도 썩고 있었다.

 바알제불의 힘으로 형체가 무너지는 것 만큼은 막을 수 있었지만, 얼핏보기에도 석환의 지금 모습은 평범한 인간과는 거리가 멀었다.

 굳이 비유하자면, 영화에서 가끔 나오는 좀비의 모습... 바로 그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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