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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16. 도피
작성일 : 22-02-18 01:27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5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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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6. 도피

 

 펑

 겨우 공장을 벗어나 외진 곳에 숨은 송연의 일행 뒤로 큰 폭발 소리가 들린다.

 “작전은 성공인 듯합니다.”

 경하의 말에 송연이 고개를 끄덕인다. 거세게 타오르는 화염이 송연의 눈동자에 비친다.

 “타츠오가 있었습니다. 보셨습니까?”

 “봤네. 그렇게 늦은 시각에 온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그러게 말입니다. 저격수들이 성공했을까요?”

 송연이 의아한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다.

 “잘 모르겠어, 헌데 그들의 움직임은... 마치 우리가 올 것을 알고 있는 것 같았어.”

 “예, 맞습니다. 이전에 보였던 양상과는 전혀 다른 움직임이었습니다.”

 정현이 덧붙이자 송연이 고민에 빠진다.

 “다른 동지들은 무사하겠죠?”

 경하가 묻자 송연이 고개를 떨구며 복면을 내린다.

 “재영이 부상을 입은 걸 봤어."

 “예?”

 정현이 놀라 되묻는다.

 “팔에 총상을 입은 것 같은데 일단 길은 터놓았으니...”

 “다시 돌아가야 합니다.”

 정현이 벌떡 일어서자 경하가 붙잡는다.

 “형님...”

 “재영이 부상을 입었다면 둘 다 탈출하기 어려웠을 겁니다. 가서 도와야 합니다. 저 혼자 가겠습니다.”

 정현의 말에 송연이 담담한 목소리로 묻는다.

 “지금 돌아간다고 해도 둘을 구할 수 있을 것 같아? 지금쯤이면 안전하게 도주했거나...”

 잠시 말을 멈추는 송연.

 “잡혔거나 둘 중 하나야. 지금 가서 자네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어.”

 정현이 괴로운 듯 그저 제자리에서 맴돈다. 희수에 대한 걱정 때문에 머리가 도는 듯했다.

 “혼란스러울수록 냉정하게 생각하고 행동해야 해.”

 정현이 마음을 가라앉히려는 듯 심호흡한다.

 “동지들을 믿어 봐. 둘 다 그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들 아니니까.”

 정현이 속이 상하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동이 틀 무렵, 경성의 외곽

 꽤 깊게 이어진 통로를 걷고 또 걸어 재영과 희수가 도착한 곳은 경성의 외곽이었다.

 “다행입니다. 폐수 통로와 이어져 있던 모양...”

 철푸덕

 이때 뒤에서 재영이 넘어지는 소리가 들린다.

 “선비님!”

 재영은 의식을 잃은 듯 보였다.

 “피가...”

 생각보다 총상이 깊었는지 꽤 많은 양의 피가 흘러 재영의 왼손이 온통 피로 물들어 있었다.

 “일단 여기서 벗어나야 하는데...”

 언제 이 통로가 발각될지 모르니 여기서 최대한 멀리 떨어져야 했다.

 

 같은 시각, 제일방직

 까만 재가 새벽의 허공을 난다. 그 사이를 묘한 표정으로 걷는 타츠오. 수하 하나가 다가온다.

 “일단 신고는 했습니다. 총독부에서 금방...”

 타츠오가 미간을 찌푸린다.

 “왜 시키지도 않은 짓을 하고 그래? 연락 오면 문제없다고 해.”

 “예?”

 “누가 그랬는지는 뻔하고 그깟 공장 다시 세우면 그만 아닌가? 우린 제일 소중한 보물이나 살피러 가자고.”

 그러고는 공장 구석으로 향하는 타츠오. 익숙한 듯 사다리를 타고 내려간다. 폭발로 인해 나무집은 꽤 심하게 훼손된 듯하나 지하 속 공간은 멀쩡하다.

 문을 벌컥 여는 타츠오. 타츠오가 보이자 사내가 불안에 떨며 웅크린다.

 “저리 가... 저리 가...”

 타츠오가 사내를 향해 점점 다가가는데, 바닥에 떨어진 피가 눈에 들어온다.

 “흐음... 여기 누가 들어왔었나?”

 “저리 가... 오지 마...”

 사내가 같은 말을 반복하자 타츠오가 거칠게 사내의 머리를 잡아챈다.

 “묻는 말에나 답해. 여기 누가 왔냐고?”

 “흑... 흑...”

 사내가 말없이 울기만 하자 타츠오가 사내를 멀리 밀쳐버린다. 그러자 받침대에 올려져 있던 놀잇감들이 사내에게 쏟아진다. 고통에 신음하는 사내.

 “이 바보 같은 놈. 근데 웃긴 건 뭔 줄 알아? 바보 흉내는 내는데도 또 다 알고 있단 말이야. 네 효용 가치를 말이야. 그래서 도망도 안 가고 이렇게 빌붙어있는 거잖아.”

 순간 남자의 눈빛이 돌변하더니 타츠오에게 빠른 속도로 다가온다.

 “이 나쁜 새끼!”

 하지만 타츠오의 수하에게 저지당하는 사내.

 “내가 너 죽여버릴 거야, 죽여버릴 거라고!”

 타츠오는 격렬하게 울부짖는 사내를 태연히 바라본다.

 “아무래도 발각된 것 같군, 거처나 옮겨주자고.”

 “예.”

 타츠오가 사내의 분노를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긴다.

 

 그날 저녁

 재영이 찡그리며 눈을 뜬다.

 “여긴...”

 재영이 급하게 몸을 일으키려 하자 띵하며 머리가 울린다.

 “아앗!”

 머리를 짚는 재영. 천천히 주위를 살핀다. 허름하고 작은 방이었다. 그리고 한 구석에 고이 개어있는 재영의 옷. 그제서야 자신을 살펴보는 재영이었다.

 “언제?..”

 상의는 벗겨져 있고 총상을 입은 팔에는 붕대가 감겨 있었다. 그리고 이불에는 자신의 이마에 올려져 있던 물수건이 툭하고 떨어져 있다.

 이때 밖에서 들리는 말소리. 희수의 목소리였다.

 “아... 예. 잘 먹겠습니다.”

 “그려, 많이 먹어야 빨리 낫지.”

 희수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당황한 듯 다시 눕는 재영. 떨어진 물수건을 이마에 올려놓고 자는 척을 한다.

 ‘내가 왜?’

 희수가 다가와 물수건을 치우고 재영의 이마를 짚는다. 다행히 열은 많이 떨어진 듯했다. 그러고는 재영의 팔을 이리저리 살핀다.

 콜록

 간지러움에 괜히 헛기침하는 재영.

 “감기에 걸렸나? 옷을 괜히 벗겼나봐...”

 희수가 재영에 목까지 이불을 끌어올린다. 그러고는 다시 밖으로 나가는 희수.

 “아...”

 희수가 나가자 다시 일어나는 재영. 고개를 젓는다.

 “하... 죽을 뻔했네.”

 “선비님?”

 그때 들리는 희수의 목소리.

 “앗!”

 재영이 화들짝 놀라 이불 뒤로 숨는다.

 “뭐하십니까? 일어나셨습니까?”

 재영이 이불을 조금 내리고 고개를 끄덕인다.

 “근데 왜 자는 척하셨습니까? 부끄러우셨습니까?”

 “부끄럽기는 무슨? 그저 자네가 비상시 대처를 어떻게 하는지 보기 위함...”

 “아무튼 시도 때도 없이 체력 훈련 시키십니다. 이게 벌써 몇 번째입니까?”

 “그건... 아! 여긴 어디?”

 순간 재영의 표정이 심각해진다. 재영에게 가까이 다가와 앉는 희수.

 “인창 쪽입니다. 꽤 걸어오지 않았습니까? 일단 선비님을 치료해야 할 것 같아서 이곳에 들어왔습니다.”

 “이곳은 믿을만한 곳인가?”

 “예, 믿음은 가나 오래 머물러서는 안 될 듯합니다. 어찌 되었든 다친 사내가 있다는 건 이곳의 주인도 그렇고 근처의 의원도 그렇고 모두 어렴풋이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내일 아침에 떠난다.”

 “예.”

 

 그날 밤

 약 기운에 잠에 들었던 재영이 눈을 뜬다. 저 구석에서 쪽잠을 자고 있는 희수가 보인다.

 “잘 거면 편히 자던가.”

 재영이 힘들게 몸을 일으켜 희수에게 다가간다. 악몽을 꾸는 듯 미간을 찌푸리고 있는 희수.

 

 ‘여긴 어디지?’

 알 수 없는 공간에 서 있는 희수.

 “!”

 손에는 불이 붙은 종이가 활활 타고 있다. 불이 점점 다가와 고통스러워지는데도 희수는 놓지 못하고 종이를 꼭 붙잡고 있다.

 툭

 희수가 자신의 앞에 종이를 놓자 갑자기 커진 불길이 집 한 채를 집어삼킨다. 너무나도 뜨겁지만 희수는 그곳을 떠나지 못하고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

 

 “아!”

 희수가 눈을 뜨자 재영이 보인다.

 “괜찮아? 무슨 꿈을 그리 험하게 꿔?”

 희수가 이마에 흐르는 식은땀을 닦고 애써 괜찮은 척 답한다.

 “원래 꿈자리가 좀 험한 편입니다."

 하지만 이젠 희수도 헷갈렸다. 지금 자신에게 닥쳐오는 꿈이 과연 꿈이 맞는지.

 '내가 미래를 보는 건가?'

 조금 다르긴 해도 어찌 되었든 꿈에서 본 일이 현실화되고 있었다.

 '아니야, 내가 무슨 미래를 보겠어?."

 희수가 머리가 아픈 듯 고개를 젓고 급히 화제를 돌린다.

 "몸은 좀 괜찮으십니까?”

 “내가 회복은 좀 빠른 편이라.”

 희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재영이 그래도 아직은 힘이 드는 듯 희수 옆에 털썩 앉는다.

 “그리 보이셨습니다. 몸에 어찌 그리 흉터가 많으십니까?”

 총상을 치료하느라 본 재영의 몸은 온갖 상처로 가득했다. 불에 디인 상처, 칼에 찔린 상처, 총알이 관통한 듯한 상처까지. 이번의 부상은 그 축에 끼지도 못했다.

 “그런 건 언제 봤어? 자네도 참 믿을 수 없는 사람이구만.”

 “아앗, 아닙니다. 그저 치료하던 중 보이기에...”

 괜한 민망함에 희수가 팔을 휘적이고, 그걸 본 재영도 따라 미소짓는다. 그러다 다시금 어두워지는 희수의 표정. 희수가 조심스럽게 말을 꺼낸다.

 “어제 그 사내 말입니다.”

 “응.”

 “그 사내를 구해야겠습니다.”

 “구해야겠다고?”

 살짝은 놀란 재영이지만 침착하게 되묻는다.

 “예, 그자가 자꾸만 맘에 밟힙니다.”

 “왜 마음에 밟혀?”

 희수가 잠깐 망설이다가 말을 잇는다.

 “제가 과거에서 왔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그랬었지.”

 재영이 벽에 머리를 기대며 천장을 본다.

 “제겐 동생이 하나 있습니다. 어린 아이죠. 근데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저를 포함한 모두가 죽었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집에 불이 나서 말입니다.”

 희수와 그래도 오랜 시간을 지냈지만 정작 희수의 얘기는 들은 적이 없는 재영이었기에 흠칫 놀라 희수의 표정을 살핀다. 하지만 희수는 모든 걸 받아들였는지 담담하다.

 “그 사내를 보니... 제 동생이 생각났습니다."

 “널 누이라고 불러서? 그 자가 네 동생 같아?”

 희수가 고개를 젓는다.

 “아닙니다. 생김새도 전혀 다르고, 느낌도 희재 같지 않았는데도...”

 희수가 다시금 그 사내를 떠올렸다. 아무리 생각해도 희재와는 달랐지만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 사내가 희재건, 아니건 전 그 자를 꼭 구해야겠습니다. 안 그러면 제 마음이...”

 재영이 말을 잇지 못하는 희수를 보다가 묻는다.

 “동생의 이름이 희재인가?”

 희수가 희미하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몇 살 차이지?”

 “저와 13살 차이입니다.”

 재영도 미소짓는다.

 “엄청 이뻤겠군.”

 “엄청 이뻤습니다..”

 재영이 희수를 향해 고개를 돌린다.

 “내가 도와줄게, 그 사내 구하는 거.”

 “예? 선비님께서 왜?”

 재영이 괜한 오해를 한다는 듯 얼굴을 찌푸렸다.

 “자네 도와주려는 거 아니야, 그 사내가 그곳에 있는 건 타츠오와도 연관이 있는 일일 거야. 그렇다면 나도 그 자를 찾는 게 맞아.”

 "절 이용하려 하십니까?"

 희수의 말에 재영이 피식하고 웃는다.

 "그래, 이용하련다."

 그렇게 말했지만 사실 희수를 돕는 마음이 더 큰 재영이었다. 그리고 희수도 그런 재영의 마음을 어림짐작할 수 있었다.

 “어찌 되었든 감사합니다, 선비님.”

 재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그리고 더 해줘.”

 희수가 의아한 표정으로 재영을 본다.

 “뭘 말입니까?”

 “네 이야기 말이야. 그전에는 어떻게 살았는지... 궁금해졌거든. 네 이야기가.”

 서로를 바라보는 두 사람.

 '이건 무슨 느낌이지?'

 지금까지 경험해본 적 없는 이상한 박동에 당황하는 희수.

 언젠가 희수가 아파하고, 또 아파할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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