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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작은 마법사에게
작가 : 파란안개
작품등록일 : 2022.2.1

"내가 사랑한, 나의 작은 마법사."
불타버린 마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사벨은 자신을 구해준 마법사의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어머니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평생 고아로 살아온 이사벨에게 어색한 일이다.
이것은 어떤 마법의 이야기.
"어쩌겠어. 사랑한 순간, 질 수밖에 없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 거지."
세상을 사랑하여 구하려는 자.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이기에 구하려는 자. 그런 이를 사랑하던 자들.
우리는 당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당신은, 이 세상 그 무수한 것을 사랑하지만… 그중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사랑과 마법이 피워낸 성장 판타지
#마법사여주, #성장하는여주, #인외남주, #성장물, #마법사_부모의_사랑은_덤

 
1. 작은 손님
작성일 : 22-02-17 20:48     조회 : 212     추천 : 0     분량 : 50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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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오스카가 몸을 돌렸다.

  불이 꺼진 방안은 어둑하였고, 이사벨이 연 문을 통해 드리워진 빛이 그 안을 살며시 알리고 있었다.

  빛을 등진 아이를 내려다보는 어른은 내려다보고 있음에도 작은 것처럼 보인다.

  어두운 방, 찬란한 금빛을 지녔던 남자는 무엇과도 어울리지 않는 낯과 모습으로 있었다.

  "지금, 무슨 말인가요?"

  어울리는 것이라면, 공간을 채우는 지독한 떨림이다. 목소리가, 손끝이, 시선이. 전부가 떨려온다.

  "말해주세요."

  이사벨은 오스카를 바라보며 자신을 키워준 할아버지를 떠올렸다. 그의 다정한 목소리를 떠올렸다.

  그냥 두면 멋대로 상상하고 홀로 오해하며 훗날 진실을 듣게 되더라도 믿지 못하게 되니까.

  그날의 오해는 그날 푸는 것이 가장 좋다고, 어느 흰 빛이 고운 오후에 흔들의자에 앉아 말해주시던 할아버지.

  "저, 멋대로 상상하고 싶지 않아서. 오해하고 싶지 않아서. 알아야 하니까. 그러니까,"

  작은 아이는 손을 모으며 말했다.

  "제대로. 똑바로 말해주세요."

  아이는 어리되 어리지 않았다.

  언제나 아이는 그날이 가장 큰 날이라 건만, 이 아이는 그 이상이다. 오스카는 그 감각을 지우지 못한다.

  지나치게 어른스러운 것인지, 아니면 환경의 탓일지. 그도 아니면 아이의 성정이 개화하고 있을지.

  이런 것마저 그를 닮길 원하지는 않았는데.

  오스카는 아이를 바라본다. 그 위에 덧씌워진 그림자를 바라본다. 사랑해마지않는.

  그는 작디작은, 사랑스러운 아이를 두고 눈물을 흘리지 않기 위해 눈을 잠시간 내려감았다.

  자신은 그럴 자격이 없으니 

  "잠시 앉겠나요, 벨?"

  손짓을 따라 빛이 생겨난다.

  새하얀 것도 같고, 언뜻 노란빛이 도는 것도 같은데 다시 보면 또 푸른 빛이다.

  옅고도 찬란한 것이 방 안으로 퍼지면, 그제야 내부가 흐릿하게나마 온전히 보였다.

  두 사람이 쓰기 좋아 보이는 푹신한 침대나, 창문에 드리워진 길고 부드러운 커튼. 넘어져도 다칠 일 없어 보이는 카펫 위의 가구는 모두 둥그스름한 테를 지니고 있다.

  "조금 긴, 동화가 있답니다."

  그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모르는 이는, 이 자리는 물론이고 문밖에도 존재하지 않았다.

 그것을 동화라 칭해도 되는지 모르지만.

  *

  세상은 긴 시간 존재해왔다.

  어느 순간부터 있었는지 모르나 그것은 존재해왔고, 생명이란 것들 또한 마찬가지였다.

  그런 세상에는 어느 순간부터 마왕이 존재하였다.

  마왕이 누군가의 손에 죽어도 몇백 년 지날 즈음, 또다시 마왕이 태어났다.

  애초, 마물은 세상의 질서 밖의 존재. 질서는 좁디좁은 범주의 것이고, 벗어나는 것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

  벗어난 존재가 만들어낸 힘의 틈새로 쌓이고 쌓인 것들이 뭉쳐져 태어나는 마왕은 언제나 때맞춘 듯 나타난 영웅의 손에 그 목숨을 잃었다.

  "음유시인은 이걸 아는 사람이 없다고 했는데…"

  "그도 알고 있었나요? 마왕에 대해 따로 알아본 건지…"

  "오스카 님도 알아보셨던 건가요…?"

  "……네. 알아볼 수밖에 없었지요. 관련된 것이라면 무엇이든..."

  마저 들려줄까요, 라며 오스카의 목소리가 이어졌다. 정말로, 잠들 준비를 위해 침대 위에 누운 아이의 머리맡에서 동화를 들려주는 듯한 나긋한 목소리로.

  그것은 때로는 지상을 지배할 듯 강대한 드래곤이었고, 때로는 작고 작은 몸을 지닌 장난스러운 요정이었다.

  때로는 동물도 인간도 아니나 그 모든 장점을 지닌 수인이었고, 때로는 모든 것을 자기 멋대로 규정하여 이름을 붙이는 인간 같은 것마저도 이름 붙이지 못한 또 다른 종족.

  그리고, 때로는 인간.

  어느 때에는 마왕이 나타났음을 모두가 알았고, 어느 때에는 어떤 이들은 그 사실조차 알지 못하고 지나갔다. 그런 어떤 이들은 때론 인간이었고, 때로는 다른 종족이었으며, 때로는 단 한 사람을 제외한 모두가 모르곤 했다.

  그렇게 이어져 온 세상.

  직전의 마왕의 존재는 모두가 알았다.

  갑작스럽게 마물의 움직임이 달라졌었던 때에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그 위험을 예상하지 못했다.

  몇백의 시간을 살 수 있는 종족은 흔치 않고, 그 안에서도 마왕의 존재를 신경 쓸 존재는 더더욱 적은 탓이 컸을 것이다.

  게다가 당시의 인간들은 누구보다 뛰어난 이가 그들을 보호해주었기에 알아차리지 못했다. 한 사람의 힘의 안온함을 지나치게 누려왔다.

  생명이 살아가는 땅의 저 너머, 어느 순간부터 죽어가고 자연스레 생명이 떠나간 땅에서 기어 오는 것의 존재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살아가는 것은 불안을 무시하려는 경향이 있었기에.

  그러나 결국 알아채게 되는 때가 온다. 너무 늦지 않게 알아챈 것은 행운이었다.

  가장 처음 안 사람이, 바로 그 마법사.

  그 사람은 마왕의 존재를 알아차렸고, 모두에게 알렸다.

  인간들은 고뇌했다. 어떻게 해야 마왕이 죽고 세상이 평화로워질 수 있는지 고민했다.

  그 답이, 자신들을 지켜온 한 사람의 마법사였다.

  우리를 지켜주는 이여, 우리를 구해주세요!

  그대는 영웅이잖아요!

  모두를 구하고 모두를 위하는 사람이잖아요!

  살려주세요! 살려주세요!

  다정한 마법사는 답했다.

  도와줄게.

  그렇게 마법사는 무수한 사람들과 땅과 세상을 살아가는 이들을 위해 마왕을 처치하러 떠났다.

  어느 순간부터 마물의 움직임이 잠잠해졌다.

  마왕이 발견되었던 죽은 땅의 움직임이 멈추었다.

  그제야 사람들은 마왕의 끝을 알았다.

  마법사는 돌아오지 않았으나, 더이상 마왕에 의해 죽는 이는 없다.

  한 사람의 죽음 속에서 사람들은 평화를 찾았다.

  그리고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는 동화의 엔딩.

  하지만 구해진 세상 속 결코 행복할 수 없는 사람이 있었다.

  "그것이 오스카 님인가요?"

  이사벨의 물음에 고개를 느리게 끄덕인 오스카는 그 투명한 눈에 상반된 것을 담았다.

  찬란했던 만큼 짙은 그림자가 되어버린 과거와 그 과거를 지나온 현재의 아이.

  "네. …그리고… 이르고 염치없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지만, 오스카 님보다는, 아빠가 조금 더 좋은데…"

  "……"

  "물론 지금 써달라는 것은 아니니까요! 절대 아니랍니다!"

  애당초 들을 기대도 하지 않았을 말. 그런 확신을 스스로 내리고 있는 이를 바라보는 아이의 낯이 조금 불퉁해졌다.

  "애초에 자식인데 존댓말을 하니까…"

  더 안 믿긴다는 말은 삼킨다. 그러나, 그 말을 들은 것처럼 오스카는 어색히 웃으며 괜히 시선을 피했다.

  "그게… 미카가, 존댓말을 하는 사람이 더 예의 있어보이고 멋있지 않냐고해서… 항상 써오다 보니 버릇이 되었답니다."

  그렇게 말하는 오스카의 얼굴은 첫사랑을 앓는 어린 소년의 얼굴과 닮았다. 풋풋할 정도로 순수한. 서른을 훌쩍 넘어, 마흔을 향하고 있다는 이의 얼굴 같지 않다.

  "이런 말은 부끄럽네요… 그, 이게 중요한 게 아니었죠…?"

  "…네. 미카엘라 님… 그러니까, 제 어머니…란 분의 죽음이랑 저를… …그렇게 한 것이 관련 있나요?"

  버린 것. 혹은 맡긴 것. 무엇인지 모른다. 이사벨은 의식적으로 그 단어를 꺼내 확정 짓지 않으려고 했다.

  무엇을 말하더라도 그 단어는 정해질 수밖에 없다고 여긴 오스카는, 작은 아이의 그런 행동이 마냥 서글프기만 하였지만, 이것은 그의 죄니까.

  "모두가 미카를 사지로 몬 것은 아니랍니다. 적어도 저는, 그 모두에 들어갈 수 없었으니까요. 누가 사랑하는 이가 죽기를 바라겠나요. 함께 행복하게 살기를 바라겠지요."

  오스카의 시선이 내려가고, 다시 올라간다. 그는 쓰는 것도, 정리하는 것도 할 수 없던 방안을 보았다.

  매일 같이, 바쁜 와중에도 마법을 쓰지도 않고 일부러 손수 정리하는 까닭은 보다 사람이 있을 법한 장소처럼 만들고 싶던 그의 욕심 탓일 테다.

  허나, 그런데도 이 방은 누군가 머무른다는 느낌을 주지 못했다.

  이곳은 그저, 벗어나지 못한 이의 기억이 실체화된 것이나 마찬가지인 장소.

  한 때 함께 누웠을 침대나, 아침이면 손수 거두며 햇살을 받았을 커튼. 다치지 않도록 푹신푹신한 카펫이며 둥그스름한 가구의 표면이 부드럽다. 

  아이가 커서 무엇을 좋아할지 모르겠다며 고르던 장난감이나, 굳이 지우지 않은 자그마한 낙서는 안에 있었을 따스함을 떠올리게 한다.

  그 흔적을 지우지도, 품지도, 버리지도 못했다.

 "그때, 전 큰 실수를 했답니다. 그것 때문에 미카가 돌아올 수 없는 길을 가고 말았지요. 그날의 충격은, 말로 표현할 수 없답니다. 세상의 모든 언어를 들고 오고, 표현을 가져오고, 그려내고자 해도 알 수 없을 거예요. 하물며, 저 또한 표현을 못 하겠답니다."

  이사벨은 시간이 멈춘 듯한 방 안에 앉아 있는 오스카를 바라보았다.

  손에 쥐어진 것은 몰래 들어온 나타샤가 가져다준, 마시멜로가 들어간 핫초콜릿. 그 따스함은 현재의 것이다.

  필시 한때 저 시간에 있었을 아이는 과거가 아닌 미래에서 온 현재에서 과거의 일을 들었다.

  "벨이 있는데도 추슬러 돌보지 못한 것은 나의 죄랍니다. 그것은 그 누구도 부정할 수 없고, 부정해서도 안 될 일이에요. 명색이 아빠면서… 기다리고 기다린, 사랑스러운 우리의 아이인데도 그렇게 한 것은 잘못이지요."

  그렇기에,

  "그러니까 벨, 이것은 변명이랍니다."

  그는 평생을 죄책감에 살 것이다.

  그렇지 않게 되는 자신이 생길 수 있다는 가능성을, 그는 용납하지 못할 것이다.

  "내가 그 당시에는 벨을 온전히 키울 정신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를 대며 그 마을로 보낸 것에 대한 변명. 그분은 저를 키워주신 분이니시니까, 일찍이 부모를 잃었던 아이도 애정으로 돌봐주시던 분이시니까… 저보다 괜찮을 거라고 합리화를 한 자의 변명."

  이사벨은 오스카를 바라보았다. 자신과는 겉보기에 닮은 것이 보이지 않는, 자신의 부친을 보았다.

  그는 슬픈 미소를 한가득 걸고 있다. 톡 건드리면 산산이 부서지는 얇은 얼음.

  "찾아갈 용기도 없어서 몰래 돈을 보내는 것으로 다음으로 미루고, 이것이 어울릴지 고민하면서도 막상 그것을 걸친 모습을 보러 갈 용기는 없던 자의 변명이지요."

  어려운 말이다. 어려울 것이다. 그러나, 오스카는 이것 외의 표현 법을 찾지 못했다. 아버지 자격 실격이라고, 그는 생각했다.

  "아직 어린 벨에게 어디까지의 표현이 괜찮을지 잘 모르겠네요. 미워하란 것, 원망하란 것, 보상해달란 것… 그 전부, 벨에게 하기엔 너무 무겁지요. 모든 것을 알아야 함은 권리보다는 의무이겠지만, 그것이 무겁게 닿아 힘들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니까."

 오스카는 말을 멈추었다.

  해야 하는 말이 있다.

  이 무수한 변명이 아닌, 반드시 해야 하는 말.

  그날 이후로 하루도 빠짐없이 바라온 것이나, 한 번도 꺼낸 적 없던 말. 꺼내자니 너무나 두렵고, 애초에 찾아갈 용기조차 없던 이가 반드시 해야 했던 말.

  "…정말 미안해요, 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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