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9 화
작성일 : 22-02-17 17:47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5356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라마

 

 [파리에탈 지역구. 차 안]

 

 라마는 자율 주행 비행기 안에서 루퍼스 수사 자료를 검토했다. 한참을 들여다보다 눈가를 문지르고 차창 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나들이 떠나는 유치원생 마냥 노란색 비행 택시들이 줄지어 지나갔다. 저 멀리, 그레이마타 경계 지역에 검은 띠를 두른 듯 거대한 장막이 세워졌고 그 너머로 폐허의 땅 화이트마타가 보였다.

 집중적인 추적과 탐문 조사에도 아직 루퍼스의 행방은 밝혀지지 않고 있었다. 하물며 자살이나 타살에 의해 발견된 신원 미상의 시체도 발견되지 않았다. 도시 안 어디에서도 루퍼스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유령이라도 된 것인가. 돔 안에 있으면서 감시 카메라를 피해 이동하기란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었다.

 그러니까 루퍼스가 움직였다면 말이다. 그러나 만약, 만약에 루퍼스가 아직….

 두두두. 점멸하는 불빛과 함께 전화 벨소리가 들렸다.

 "여보세요."

 "네, 서장님. 장박입니다."

 장박은 범죄과학수사 연구소 소속이었다.

 "그래, 결과는 나왔나?"

 "네. 둘 다 검사했는데요. 하나는 에필롭시(뇌 전증) 치료제가 맞습니다. 시중에 유통되는 다른 약들과 거의 동일한 성분이라고 볼 수 있고요.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장박이 약간 뜸을 두었다. 뭔가 찝찝한 게 있다는 뜻이다.

 "이것도 일종의 신경전도 차단제이기는 합니다."

 "둘 다 문제가 없는 거고?"

 "음… 아니요."

 "아니라고?"

 "이게 뭐라고 말씀드려야 하나… 아주 큰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알아듣게 설명해보게."

 "그 전에요, 뭐 하나만 요. 혹시 거기 보육원 아이들이 모두 이 약을 먹습니까?"

 라마는 선뜻 답하지 않았다. 질문의 의도를 파악하려는 듯 잠시 뜸을 두다 대답했다.

 "직원의 설명에 의하면 일정한 나이가 될 때까지 꾸준히 복용한다고 들었네."

 "그. 래. 요?"

 전화기 너머가 조용했다. 잠시 후 장박이 다시 입을 열었다.

 "음. 다른 아이들도 검사를 해 봐야 알겠지만, 일단 뇌전증 환자에게 이 약은 폭탄이나 다름없습니다. 쉽게 말해 뇌전증이라는 병은 뇌에 있는 신경세포들이 갑자기 한꺼번에 불이 붙어 감전된 것처럼 온 몸에 발작을 일으키는 거거든요. 에필롭시 약은 신경 전도를 차단시키는 방법으로 그것을 막으려는 거고요. 그런데 이런 약을 복용하는 환자에게 다시 신경전도 차단제를 먹이는 것은 오히려 역효과를 만드는 격입니다."

 "역효과라면?"

 "다시 말씀드리면 억제(inhibition)을 다시 억제(inhibition)시키면 흥분(excitation)을 일으키게 된다는 말이죠."

 "음, 그러니까 애초에 뇌전증 환자에게 이 약을 먹여서는 안 되는 것이었군. 그런데 원에서는 왜 이 약을 먹였을까, 그걸 몰랐을 리 없었을 텐데."

 "저도 그 이유가 궁금합니다. 에필롭시 환자라는 것을 알았다면 이런 신경전도 차단제가 위험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을 건데요."

 "듣고 보니 그렇군. 한 가지만 더 묻지. 배아 시기부터 이 신경전도 차단제를 먹었다면 아이들 몸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달라지는가?"

 "음. 저도 직접 본 적은 없지만 아마 뇌에서 시냅스를 일으키는 신경 회로가 만들어 지지 않을 겁니다."

 "알아듣기 쉽게 말해봐."

 "만약 뇌에서 어떤 신경을 지속적으로 억제 시킨다면 그 신경이 통하는 길이 생성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씀입니다. 뇌라는 것이 자극에 의해 발달되는 것이라 할 수 있는데 자극이 없다면 길이 만들어 지지 않는 거지요."

 "그러니까 배아 시기부터 흥분 신경 전도 차단제를 먹었다면 평생 흥분하지 않는 뇌로 살아 갈 수 있다는 말인가?"

 "이론적으로는 그렇습니다."

 "아주 얌전한 인간이 되겠군."

 "흥분이 없다면 생존 능력도 떨어지게 되지요."

 "얼마나?"

 "뭐, 위험한 상황에 처했을 때 무능력 상태가 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싸움이나 도주는 생각도 못 할 테니까요. 걸어 다니는 인형이나 다를 게 없죠. 면역 기능도 떨어지고, 한마디로 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든 종이 된다는 뜻입니다. 그게 바로 제가 걱정하는 점입니다."

 

 

 :::

 

 

 라마는 두 번째 살인 현장에 모습을 나타냈다. 번잡한 도심 교차로 아래 위치한 하수구였다. 지상은 유동 인구가 많은 교차로였고 근처에 대형 쇼핑몰과 상가들이 위치했다.

 "신원은?"

 먼저와 현장을 조사하고 있던 부하 형사 수혁이 대답했다.

 "도로 관리 직원이 맨 홀 틈으로 엎어져 있는 사람을 발견하고 신고 했답니다. 죽은 남자는 하이포피시스 사 연구원 한스라는 자입니다."

 "하이포피시스 사라고?"

 "네. 집으로 연락해보니 어젯밤에 돌아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아마 퇴근 길에 살해 당한 것 같습니다."

 "다른 건?"

 "신분증과 지갑은 그대롭니다."

 라마가 시신의 목을 내려다보고 말했다.

 "교살이군."

 "가는 끈으로 조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서 살해 당한 후 여기로 버려진 것 같습니다."

 시신은 기이한 각도로 관절이 꺾여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내팽개쳐진 것처럼 보였다.

 "차는?"

 "아직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그동안 죽은 원장 후임으로 보육원에 파견 근무 중이었답니다. 연구소에서는 주로 임상 동물 실험 쪽을 맡았고요."

 "동물 실험?"

 수혁이 자신도 모르겠다는 듯 입술을 쭈뼛 내밀었다.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라마는 지하 터널 CCTV 영상을 살펴보았다. 새벽 시간 지하 주차장에서 누군가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가는 모습이 찍혔다. 고개를 숙이고 있어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남자는 엘리베이터에 타지 않았다. 그렇다면 캐리어을 들고 비상 계단으로 내려갔다는 뜻이었다. 만약 범인이 루퍼스이고 캐리어 안에 성인 남자의 시체가 들어 있었다고 가정한다면 16세 소년 혼자 힘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다. 공범이 있거나 제 3자에 의해 일어난 사건이 분명했다.

 범인은 누굴까?

 만약 루카스 짓이라면 도대체 누가 저 아이를 돕고 있는 것일까?

 그리고… 왜 이런 짓을 벌인 것일까?

 

 

 :::

 

 

 젤라와 드레아

 

 [파리에탈 지역구. 제1집단 보육원]

 

 보육원 뒤편 창고 건물은 활발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외부에서 화물차들이 수시로 드나들었다. 젤라와 드레아는 보육원 창고 건물 뒤쪽 담 벼락 아래 웅크리고 있었다. 화물차가 드나드는 출입구 옆으로 대형 셔틀버스 한 대가 서더니 한 무리의 사람들이 내렸다. 보육원 교대 근무 직원들이었다. 삼삼 오오 짝을 지은 사람들이 창고 출입구 쪽으로 걸어갔다. 젤라가 낮은 목소리고 말했다.

 "드레아. 지금이야."

 두 사람은 재빨리 다른 사람들 속으로 파고들었다. 그들과 보조를 맞추어 걸으며 창고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창고는 산적한 상자들과 무빙 트레일러, 물건을 나르는 로봇들로 분주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젤라와 드레아는 직원들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로 향하는 척하다 재빨리 비상 문으로 방향을 틀었다. 그리고 보육원 지하로 통하는 계단으로 들어섰다.

 "근데 칼시토는 보육원 지리를 어떻게 그렇게 잘 아는 거지?"

 젤라의 뒤를 따라 내려가며 드레아가 물었다.

 "칼시토가 여기에 아는 사람이 있다잖아."

 드레아가 아리송한 표정을 지었다. 젤라가 그런 동생을 향해 경고를 날렸다.

 "그런 표정 짓지 마."

 "내가 뭐?"

 "뭔가 고민하는 듯한 표정… 내가 말했지. 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고."

 "이게. 내가 무슨 로봇이야. 시키는 대로 하게. 넌 궁금하지 않아?"

 "전혀 안 궁금해. 칼시토는 우리보다 훨씬 오래 살았고. 똑똑하고, 돔에서 살 당시에 의사였고, 당연히 많이 알겠지. 그니까 이제 그만 입 닥치고 조용히 따라오기나 해."

 젤라가 걸음을 재촉했다. 드레아도 조용히 따랐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물었다.

 "근데 칼시토가 몇 살이지?"

 젤라가 인상을 구겼다.

 "저걸 그냥… 나도 몰라. 많겠지. 됐냐?"

 "몇 층이라고?"

 젤라는 폭발하기 직전이었다.

 "지하 9층이라고. 너 한 번 만 더 나불댔다가는 난간 아래로 던져버리는 수가 있어."

 옥신각신하는 두 사람의 말소리가 통로를 타고 울려 퍼졌다.

 

 

 :::

 

 

 그 시각, 보육원 지하 9층 약품 저장고 사무실.

 실내는 컴컴했다. 요노는 기도하듯 두 손을 모으고 앉아있었다. 그가 나쁜 생각에서 벗어나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러지마… 제발…."

 방안 가득 영상이 펼쳐졌다. 한 젊은 커플의 모습이 담긴 영상이었다. 주인공은 죽은 여직원과 요노. 오색 꽃이 만발한 정원에서 서로를 향해 물 총을 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장면이었다. 그들의 뒤로 다이아몬드처럼 반짝이는 호수와 날렵하게 빠진 2인용 카누가 보였다. 영상 속 요노의 아바타는 작은 키도, 창백한 피부도 아니었다. 그는 훤칠했고, 구리 빛이었으며, 매력적인 미소를 짓고 있었다. 요노는 가상 세계 속에서 죽은 여직원과 부부로 살고 있었다. 이제 화면은 붉은색 해 거름에 물든 시각으로 바뀌었다. 두 사람은 노을 빛을 배경으로 댄스를 추었다. 실수로 요노의 발을 밟을 때마다 까르르 터지는 여직원의 웃음소리. 그런 그녀를 너무나 사랑스런 눈으로 바라보는 요노. 그러다 갑자기 음악이 끊겼다. 배경이 바뀌고 이제 요노는 일인용 카우치에 앉아 있었다. 슬픔에 젖은 얼굴로. 그의 옆 탁자에는 하얀 국화꽃 바구니와 함께 검은 리본을 단 여직원의 사진이 놓여 있었다. 손님들이 차례로 다가와 그의 어깨에 손을 얹거나, 무슨 말을 하고 돌아섰다. 혼자 남은 요노. 그가 단추를 풀고 넥타이를 느슨하게 당겼다. 촉촉히 젖은 눈가를 문지르고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소프라노의 구슬픈 아리아가 흘렀다.

 "오…오. 날 데려가 주오, 제발… 그대 곁에 날 데려가 주오. 제발, 제발…"

 요노의 아바타가 울먹였다. 현실의 요노도 울었다. 그의 책상에 동료들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었다. 죽은 여직원과 요노는 사진의 양 끝에 서 있었다. 동료들을 향한 여직원의 미소는 다정하고 친절했다. 그런 그녀를 바라보는 요노의 눈빛은 어딘지 슬퍼 보였다.

 현실의 요노가 눈물을 훔치고 술 병을 집어 들었다.

 "다 당신 탓이야. 이건 모두 당신 탓이라고!"

 술을 마시고 거칠게 내려놓는 요노의 주먹 마디가 하얗게 변했다. 병이 깨지면서 피가 흘렀다. 피를 보고 요노가 웃었다. 사악한 무언가에 홀린 것처럼 눈빛을 희번덕거렸다.

 "크흐흐흐…하하하…"

 방안 가득 음흉한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

 

 

 젤라와 드레아가 지하 9층으로 들어섰다. 그 시각 약품 저장고를 드나드는 사람은 없었다. 젤라가 복도 한쪽 방향을 가리켰다.

 "넌 저리로 가."

 드레아의 손목에 찬 단말기를 버튼을 눌렀다.

 "거기 단말기에 붉은 점으로 표시된 곳 보이지 그곳을 찾아가. 난 파란 곳으로 갈 테니까. 약을 챙겨 나오는 거야. 최대한 많이. 그리고 여기서 만나자. 알았지?"

 "응."

 드레아가 대답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았다.

 "뭐해? 빨리 가지 않고"

 "쉿! 젤라."

 그가 입술에 손가락을 대었다.

 "방금 이상한 소리 못 들었어?"

 "너 자꾸…"

 젤라가 고리 눈으로 쏘아보았다. 드레아가 팔을 휘저으며 그녀의 말을 막았다.

 "잘 들어봐."

 공기 중에 웅웅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기계가 돌아가는 소리 같기도 했지만 그보다는 좀 더 가늘고 날카롭게 들렸다. 드레아가 겁에 질린 목소리로 물었다.

 "혹시 귀신 아닐까?"

 "이 새끼가…"

 젤라가 동생의 머리를 때렸다.

 "쓸데없는 소리 지껄이지 말고 당장 움직여!"

 그리고 반대편 방향으로 달려갔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3 제 23 화 - 완결 2022 / 2 / 27 173 0 3537   
22 제 22 화 2022 / 2 / 27 166 0 4853   
21 제 21 화 2022 / 2 / 26 173 0 4421   
20 제 20 화 2022 / 2 / 25 169 0 5089   
19 제 19 화 2022 / 2 / 25 168 0 4219   
18 제 18 화 2022 / 2 / 24 177 0 5122   
17 제 17 화 2022 / 2 / 22 175 0 5196   
16 제 16 화 2022 / 2 / 22 175 0 6327   
15 제 15 화 2022 / 2 / 22 174 0 5372   
14 제 14 화 2022 / 2 / 20 175 0 3645   
13 제 13 화 2022 / 2 / 18 172 0 3749   
12 제 12 화 2022 / 2 / 18 171 0 6209   
11 제 11 화 2022 / 2 / 18 165 0 5953   
10 제 10 화 2022 / 2 / 18 170 0 4431   
9 제 9 화 2022 / 2 / 17 176 0 5356   
8 제 8 화 2022 / 2 / 17 181 0 4699   
7 제 7 화 2022 / 2 / 17 164 0 3930   
6 제 6 화 2022 / 2 / 17 160 0 4023   
5 제 5 화 2022 / 2 / 17 166 0 3684   
4 제 4 화 2022 / 2 / 14 176 0 4987   
3 제 3 화 2022 / 2 / 14 177 0 7709   
2 제 2 화 2022 / 2 / 14 172 0 6450   
1 제 1 화 2022 / 2 / 13 269 0 7511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우양미제사건
지니0
세영
지니0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