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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8 화
작성일 : 22-02-17 17:34     조회 : 181     추천 : 0     분량 : 46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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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레이마타. 셀 룸]

 

 지구에 거대한 전쟁이 구체화 될 무렵. 세계 IT리더스 소속 몇몇 과학자들이 모였다. 이들은 장시간의 토론 끝에 인류를 전멸에서 구할 방안을 한시라도 빨리 찾아야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그리하여 그들은 오스트렐리아 대륙 안, 사람들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세워져 있던 종 탐사 연구시설들을 복구해 작은 소도시 형태의 집단 거주시설을 짓기로 했다. 집단농장과 산업지구, 주거지구, 문화지구로 나뉘어진 이 곳은 이전 행정조직과는 다른 운영체제를 지녔다. 그들은 이 마지막 인류의 보금자리를 그레이마타(대뇌 피질에서 신경세포가 모여 있는 곳)라고 불렀다.

 그레이마타는 역사의 수레바퀴 안에서 수없이 되풀이 된 전체주의적 통치 시스템과는 전혀 다른 차원의 운영 시스템을 갖추었다. 그레이마타 안에는 4개의 자치구가 있으며 각 자치구는 지리적, 자원적 여건에 적합한 제반시설과 그에 적합한 운영시스템을 지녔다. 그러나 식량, 유통, 정보통신, 보건정책에 관해서는 하나의 매뉴얼로 움직였다. 이 매뉴얼은 각 자치구를 대표하는 4명의 의원들로 이루어진 최고회의기구에서 정해졌다. 그리고 그레이마타를 이끌어가는 이 최고회의기구의 상부에는 그들을 감시하고 조정하는 컨트롤러가 있었다.

 그의 이름은… 현자.

 현자는 대중들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도시 전체를 아우르는 진화된 인공지능 시스템에 대한 통제권을 쥐고 있으면서 보이지 않게 도시를 움직일 뿐이었다. 그레이마타 역사상 현자의 권위에 도전하려는 자는 없었다. 혹자는 현자가 그레이마타 탄생 이전부터 존재했다고도 했다. 또 어떤 자들은 그를 영원히 늙지 않는, 인간수명의 한계를 뛰어넘는 불사의 존재로 믿기도 했다. 뭐가 됐든 그레이마타 안에 현자의 존재는 신비롭고 위대하며, 전지전능한 신과 다를 게 없었다.

 그레이마타 안에 거주하는 모든 시민들은 정치적 자유와 인권, 다양한 여가 생활을 누리며 인간으로서의 모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누렸다. 하지만 단 하나, 그레이마타에서 태어난 모든 아이들은 부모의 품에서 벗어나 집단보육시설에서 자라나야 했다. 공식적으로는 부모의 육아 부담을 경감시키고, 아동들에게 균등한 교육 기회를 부여해 행복한 삶을 누릴 기회를 제공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늘 그렇듯 대외적인 명분 뒤에는 다른 의도가 숨어 있었다. 바로 미래 사회가 필요로하는 DNA를 갖춘 신인류를 양성하겠다는 목표였다. 이를 위해 현자는 예방 의학의 허용 범위를 영아에서 배아로 앞당겨 맞춤형 인간을 육성하도록 만들었다. 그는 지금의 인류를 지구상에 영구적으로 종속시킬 유일한 방법은 선별된 유전자 조합을 통한 새로운 종의 탄생뿐이라고 믿었다.

 그레이마타 건립 100년. 지금까지 집단보육원에서 배출한 사회 구성원들은 모두 성실한 근무 태도와 투철한 준법정신을 가진 것으로 평가되었다. 이런 결과는 집단 보육 정책을 추진한 현자의 판단이 결국 옳았다는데 더욱 힘을 실어주었다.

 그러나…

 현자가 꿈꾸는 이상 사회를 비웃기라도 하듯 두 건의 살인을 저지르고 달아난 루퍼스. 루퍼스의 존재는 현자가 예측한 신인류 양성 프로젝트 알고리즘에서 극히 효용 값이 낮은 변수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 보잘것없는 변수가 그레이마타에 끼친 영향은 실로 어머어마했다.

 

 

 :::

 

 

 하늘을 찌를 듯 높이 솟은 마천루 위로 오색빛깔의 비가 쏟아지는 날. 빗줄기를 뚫고 창공을 날으는 수송차량들과 리본 물결처럼 펼쳐진 고가도로가 도시의 하늘을 채우는 가운데 네 명의 그레이마타 최고의원들은 미세한 진동음마저 모두 흡수해버린 듯한 조용한 셀 룸에 모였다. 벽난로에는 장작이 타오르고 전면창으로 뿌연 대기를 휘감은 도시의 전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였다.

 프론탈 지역구 의원이 먼저 입을 열었다. 숱 많은 머리카락을 반듯하게 넘기고 턱 밑까지 단추를 채워 입은 그는 중세시대 성에서 튀어나온 귀족 같았다.

 "켄자(그레이마타 보급 에너지) 양이 다음 분기에 1/5가량 줄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아시다시피 파리에탈과 옥시피탈 경계 지역에 건설 중인 제5 집단농장 설립에 비축량의 16% 정도가 사용 중입니다. 공사가 끝나기까지 1년 3개월이 정도 더 소요될 것으로 보이므로 당분간은 식량 수급에 조절이 필요할 겁니다. 근로자 계급에는 귀뚜라미나 배양육의 양을 좀 더 늘려 배당할 계획입니다."

 그가 앞에 있던 유리잔을 들었다. 불순물이 들어있는지 살피는 것처럼 꼼꼼히 잔을 살피다 살짝 입술을 축이고 내려놓았다. 프론탈 의원이 잔을 내려놓는 모습을 보고 옥시피탈 의원이 보일 듯 말 듯 미간을 모았다. 그가 프론탈 의원을 향해 물었다. 고개를 돌리자 머리통과 경계가 없는 목에 굵은 주름이 잡혔다.

 "그나저나 지난 주 광산 지역에서 정찰기가 7대나 박살났습니다. 외곽 지역을 중심으로 약품창고가 털렸다는 소식도 심심찮게 들리고. 어떻게 조치하실 계획입니까?"

 "화이트마타 놈들의 소행으로 보입니다만…"

 프론탈 의원이 어금니를 꽉 물었다.

 "네. 약탈행위가 점점 대범해지고 있습니다."

 "쥐새끼 같은 놈들이죠."

 "아직은 도둑질 수준에 불과하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고 이대로 방치하다가는 더 큰 화를 초래할까 염려됩니다. 따끔한 맛을 보여줘야 할 것 같습니다."

 옥시피탈 의원의 말에 파리에탈 의원이 반론을 제기했다.

 "이 정도로 나선다면 우리 체면이 우습지 않을까요?"

 템포럴 의원이 동조했다.

 "저 역시 같은 생각입니다. 그레이마타에서는 지구 역사상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평화의 시대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움직인다면 벼룩 잡겠다고 전기톱 들이미는 격이나 다름없는 꼴이 될 겁니다."

 "그럼 그냥 이대로 두고 보자는 말입니까?"

 옥시피탈 의원이 물었다. 귀 볼이 벌겋게 달아올랐다. 파리에탈 의원이 대머리를 힐끗 보고 이어갔다.

 "뭘 염려하시는 겁니까? 돔 밖은 인간이 살만한 곳이 아닙니다. 암벽수 말고는 마실 물도 없습니다. 토양은 유기물과 수분 함량이 너무 적어 농산물을 재배할 수도 없습니다. 한마디로 죽음의 땅이죠. 그런 땅에 사는 인간이라면 동물적이고 공격적인 행동을 취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역사가 이미 알려 준 사실입니다. 우리는 아직 화이트마타인들이 필요합니다. 아시다시피 니오븀 생산에 없어서는 안될 존재들이죠. 이 정도 앙탈은 눈감아 줘야 합니다."

 템포럴 의원이 이어갔다.

 "공기 중에 온갖 유독 가스와 분진이 떠다니는 광산 지역에 우리 그레이마타 시민들을 보낼 수는 없잖습니까, 안 그래요?"

 아무도 반박하지 않았다. 프론탈 의원이 자리에서 몸을 비틀고 파리에탈 의원에게 넌지시 물었다.

 "그나저나… 아직입니까?"

 한 방 먹은 것처럼 파리에탈 의원의 눈 밑이 파르르 떨렸다. 그가 조용히 숨을 삼켰다.

 "그건…"

 그때 방 한가운데 홀로그램에서 붉은 불빛이 점멸하더니 영상이 떠올랐다. 현자였다. 그는 방금 조깅을 마친듯 땀에 젖은 운동복 차림에 수건을 목에 걸고 있었다. 그의 뒤로 후광처럼 하얀 빛이 쏟아졌고, 넓고 단단해 보이는 메탈 재질의 주방이 보였다. 현자는 30대에서 5, 60대까지 보일 수 있는, 나이를 예측하기 힘든 외모였다. 탄탄한 몸과 구리빛 피부, 경쾌한 말투, 한 손에 푸아그라를 얇게 바른 바삭한 호밀 빵을 든 모습까지 모든 게 완벽해 보이는 인간 그 자체였다.

 "죄송해요. 갑자기 끼어들어서. 제가 쭉 들어봤는데요… 참, 템포럴 의원님 전기톱이란 표현 정말 신선했어요."

 템포럴 의원이 칭찬받은 아이처럼 얼굴을 붉혔다.

 "위트도 느껴지고. 아무튼 화이트마타 주민들 얘기로 돌아가서… 어쩌면 우리는 더 큰 어른이 되어야 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애들 장난 같은 일에 일일이 대응해준다면, 어른으로써 자존심 상하는 일이잖아요. 물론 도를 넘어서면 얘기는 달라지겠지만 요."

 현자가 대리석 상판에 놓인 스파클이 피어오르는 샴페인을 집어 한 모금 마셨다.

 "그런데 파리에탈 의원님. 이 얘기를 안 할 수가 없네요, 제가 신경이 쓰여요. 보육원에서 탈출했다는 그 아이 말이에요."

 순간 파리에탈 의원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미성년 나이에 살인이라니… 잡힌다 해도 통계상 재범 확률이 높을 겁니다. 약도 안 통한다고 하니 감금밖에 방법이 없을 테고, 아니면 이식 수술을 해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절차도 복잡하고… 여러모로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들 겁니다. 고작 불량품 하나 고치겠다고… 안 그렇습니까?"

 네 명의 의원들은 모두 현자의 말 뜻을 정확히 알아들었다.

 "그레이마타 감시망을 뚫고 돌아다니는 건 불가능하고… 그렇다면 답은 정해졌네요."

 프론탈 의원이 눈치 있게 말했다.

 "밖으로 달아났겠죠."

 그러자 지지 않겠다는 듯 옥시피탈 의원이 끼어들었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현자가 박수를 쳤다.

 "좋습니다."

 그가 손목시계를 힐끗 보고 말했다.

 "어이쿠, 제가 여러분들 시간을 너무 빼앗았네요. 아, 참!"

 현자가 가상 모니터에 뜬 버튼을 눌렀다.

 "방금 이 세상에 하나 뿐인 레시피를 보냈습니다."

 그 순간 방 한쪽에 마련된 테이블에서 3D프린터가 작동하기 시작했다. 하얀 접시 위에 캐러멜 빛깔의 고깃덩어리가 점점 부피를 불려갔다. 푸아그라 요리였다.

 "채소와 견과류를 섞어서 예전보다 느끼한 맛은 줄고 식감을 강화했죠. 한 번 드셔보세요. 그럼 전 이만."

 잠시 후 요리사 복장을 한 인공로봇이 의원들 앞에 먹음직한 요리가 담긴 접시를 차례로 가져왔다.

 옥시피탈시 의원이 가장 먼저 포크와 나이프를 들었다. 그가 음식을 조금 떼어내 맛을 보았다. 그의 얼굴에서 만족감이 얼비쳤다. 그 모습을 본 다른 의원들도 일제히 포크를 들었다. 잠시 후 셀 룸의 전경은 햇살에 초록 잎이 싱그럽게 반짝이는 정원으로 바뀌었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 달그락달그락 접시 부딪히는 소리 뿐 주변은 너무나 평화로웠다. 그렇게 네 명의 최고의원들은 풍족한 오후의 만찬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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