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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7 화
작성일 : 22-02-17 17:15     조회 : 162     추천 : 0     분량 : 39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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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마

 

 [파리에탈 지역구. 제1집단보육원]

 

 루퍼스의 교실은 아침 수업이 한창이었다. 복도 창을 통해 바라본 교실의 풍경은 차분하고 정숙했다. 아이들은 예비 과정 3년을 이수하고 본 과정 5학년에 오른 상태였고 나이는 14세에서 16세사였다. 비슷한 체격을 지닌 15명의 아이들이 모두 똑같은 교복을 입고 있으니 누가 누구인지 구분하기 쉽지 않았다. 더구나 수업에 임하고 있는 아이들의 자세도 모두 한결같았다. 딴 짓을 하거나 불량스런 자세로 딴청을 피우는 아이들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공장에서 찍어낸 인공로봇이 아닐까하는 의심이 들 정도였다. 라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어린 시절 추억의 한 단면이라도 찾아보려 했지만 이내 포기했다. 냉소적인 눈빛, 가시돋힌 말투, 허랑한 객기로 가득찬 사춘기 소년소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다른 교실의 상황도 다르지 않은 듯했다. 가끔씩 웃음소리가 새어 나오는 곳도 있었지만 교사가 유도해 낸 상황에 답하는 예의 바른 음향처럼 들렸다.

 갑자기 라마는 혼란스러웠다. 이게 과연 정상적인 아이들의 모습일까?

 그때 교실 창가쪽에 한 손에 붕대를 감고 앉아 있는 여자 아이가 그의 눈에 들어왔다. 루퍼스에게 공격을 당한 아이였다. 라마는 그 아이를 상담실로 불렀다.

 교복 상의에 케이시라는 이름표가 붙어있었다.

 라마가 자상한 목소리로 물었다.

 "네가 케이시구나. 그래 손은 좀 어떠니?"

 "제 많이 나았어요."

 예쁜 외모만큼이나 거리낌없는 목소리. 아이의 자세는 반듯했고 상대가 편안함을 느낄 정도로 상냥했다.

 "음, 아저씨가 몇 가지 물어 볼 게 있어서 너를 불렀다. 편하게 대답해 주면 좋겠구나. 괜찮겠니?"

 "네."

 "루퍼스에 관한 거야."

 "...."

 "루퍼스는 어떤 아이였니?”

 "그 애는 다른 아이들과 잘 어울리지 못했어요. 언제나 혼자 다녔고요."

 "그래도 혹시 친한 아이가 있지 않았을까?"

 케이시가 거침없이 대답했다.

 "저희 반에는 없었어요."

 아, 아이의 망설임 없는 태도에 서장은 순간 멈칫했다. 분명 케이시는 솔직하게 대답하고 있었다.

 "그렇구나. 루퍼스가 교실에서 크게 발작을 일으켰던 날, 그날 얘기를 좀 해볼까 하는데… 기억하니?"

 "똑똑히 기억해요. 저희는 모두 침착하게 행동했어요."

 "그래?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주변에 루퍼스 같은 병을 앓는 친구들은 거의 없었을 텐데"

 "저희는 루퍼스가 뇌 전증 환자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어요.”

 라마는 놀랐다.

 "너희가 그걸 어떻게 알고 있었지?"

 "루퍼스가 전학 오던 날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어요."

 "루퍼스가 전학을 왔니?"

 "네, 약물 치료를 받기 위해서 왔다고 했어요."

 "좋아. 그럼, 루퍼스가 발작을 일으켰을 때, 그때 상황을 얘기해 주겠니?"

 케이시가 잠시 입을 다물었다. 곰곰이 그날 일을 사열 해보는 듯했다.

 "책상에 앉아 있던 루퍼스가 갑자기 교실 바닥에 쓰러져서 심하게 몸부림 쳤어요. 쉬는 시간이라 선생님도 안 계셨어요. 그래서 저희는 선생님한테 배운 대로 루퍼스의 몸을 조일 만한 건 모두 풀어주었어요. 교복 단추도, 바지 벨트도, 지퍼도 내렸고요. 혹시 몰라 팬티도 벗겨 주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도가 막히지 않게…”

 "자, 잠깐, 바, 바지를 뭐 어떻게 했다고?"

 라마는 제 귀를 의심했다.

 "벗겨 주었어요. 선생님이 큰 발작이 나타나면 몸을 조일만한 것들은 느슨하게 풀어 주어야 한다고 하셨거든요."

 케이스는 제 행동에 개미 허리만큼의 의구심이나 가책도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

 맙소사….

 라마는 말문이 막혔다. 끔찍한 일이 일어났다. 교실 한복판에서 사춘기 소년의 아랫도리를 벗겨 놓다니…. 그것도 동급생들이 보는 앞에서…. 루퍼스가 깨어났을 때 자신의 모습을 보고 얼마나 기겁했을지 상상이 갔다.

 "좋아. 그런 다음은?"

 "저희는 루퍼스가 깨어나서 지도 선생님과 보건 선생님이 데려갈 때까지 옆에서 지켜주었어요."

 아랫도리를 홀딱 벗은 남자아이를 가운데 두고 주변에 모여 있었단 말이야?

 도저히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그런데도 케이시나 다른 아이들은 그 일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을 전혀 하지 못하는 듯했다.

 라마가 케이시를 찬찬히 바라보았다. 다소곳이 앉아 한 남자의 인생에 영원히 수치로 남을 이야기를 아무렇지 않게 전해주고 있는 저 아이의 머릿속에 도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일까.

 "케이시, 혹시 루퍼스가 갈 만한 곳을 아니?"

 "음, 저는 잘 모르겠어요. 룸메이트가 알지도 몰라요."

 "룸메이트?"

 "네. 기숙사 같은 방 친구요."

 "그게 누구지?"

 "이름은 모르겠어요. 다만…"

 케이시가 고민하듯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루저회'란 것만 알아요. 루퍼스도 같은 멤버예요."

 "'루저회'?"

 "전문 과정에 있는 상급생들이 만든 조직인데 루퍼스도 거기 가입한 것 같아요."

 상급생들이 만든 조직에 루퍼스가 가입해 있었다고?

 "케이시, 오늘 고마웠다."

 라마는 케이시와 악수를 나누었다. 케이시는 예의바르게 인사를 하고 복도로 사라졌다. 케이시의 행동을 지켜보며 라마는 태연한 척 하는 기색이라도 발견해 보려 했지만 허사였다.

 곧장 라마는 루퍼스의 기숙사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러다 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아보았다. 널찍한 쟁반을 뒤집어 놓은 듯한 하얀 건물이 눈에 들어왔다. 방금전까지 그가 있었던 보육원 본관 건물이었다. 초록빛깔 잔디에 둥근 접시를 소복히 엎어놓은 모양. 건물 안에 있으면 안전하고, 보호받고 있다는 느낌을 주는 그런 디자인이었다. 그런데 그 건물을 바라보는 라마의 마음은 착잡했다. 혼란스러웠다. 케이시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의 안에 알 수 없는 거부감이 생겼다. 그 거부감은 세대가 다른 사람과 만나 대화를 나누면서 느끼게 되는 막막함이나 이질감과는 달랐다. 우주에서 온 외계 종과 맞닥뜨렸을 때 느낄 법한 생경함에 가까웠다. 그러자 갑자기 사건 뒤에 감히 손쓸 수 없는 거대한 진실이 도사리고 있을 것 같은 불안감이 밀려들었다. 라마는 더욱 뒤숭숭해진 기분으로 기숙사 건물로 들어섰다.

 

 

 :::

 

 

 루퍼스의 방은 한 눈에 알아볼 수 있었다. 어지러운 옷가지, 이름 모를 약 병들, 그리고 벽면 가득 해괴한 그림들….

 라마는 한동안 그림들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그러다 책상으로 시선을 돌렸다. 약 병들이 굴러다니고 있었다. 하이포피시스 사의 스티커가 붙어 있었다. 제조 일자를 보니 몇 달이 지난 것도 있었고 비교적 최근에 처방 받은 것도 보였다. 루퍼스는 약을 끊은 것 같았다. 거의 가득차 있었다. 라마는 서로 다른 종류의 약 병 두 개를 슬쩍 주머니에 넣었다.

 그 순간 등 뒤에서 인기척 소리가 들렸다. 호리한 체형에 어른 키만 한 사내아이가 서 있었다. 옆에 선 관리인을 보고 루퍼스의 룸메이트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엔케이와 라마는 각각 루퍼스의 침대와 의자에 마주보고 앉았다.

 "네가 엔케이구나. 지금 몇 살이지?"

 라마가 물었다.

 "17살 요."

 "루퍼스 알지?"

 "...네."

 "둘이 친하게 지냈니?"

 "...그럭저럭 요."

 겁 먹은 목소리.

 "루퍼스에 관한 소식은 알고 있으리라 생각한다. 혹시 루퍼스가 갈 만한 곳을 알고 있니?"

 엔케이는 대답이 없었다. 라마는 아이의 표정을 살폈다. 골똘히 생각에 잠긴 것 같기도 했고, 망설이는 것 같기도 했다. 아이는 의식적으로 한쪽 방향을 피하고 있는 것 같았다. 순간 라마는 이곳이 감시 당하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스쳤다.

 "좋아. 다시 물을게. 혹시 어제 밤 이후로 루퍼스를 만나거나 본 적이 있니?"

 "그런 적 없습니다."

 단호한 목소리였다.

 "음…그렇구나. 마지막으로. 루퍼스는 평소 혼자 있을 때 주로 뭘 하니?"

 "그냥 게임도 하고, 그림도 그리고…"

 엔케이가 고개를 돌렸다. 굳게 다문 입과 냉랭한 분위기로 보아 더 이상 캐낼 게 없을 것 같았다.

 "그래. 시간 내줘서 고맙다."

 라마가 손을 내밀었다. 내키지 않은 얼굴로 엔케이가 그의 손을 잡았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잠시동안 두 사람 사이에 은밀한 눈빛이 오갔다.

 보육원에서 나온 라마는 루퍼스의 방에서 가져온 약 병을 범죄 의학 연구소로 보냈다. 그리고 그날 저녁 사무실로 돌아와보니 발신인이 불분명한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L 은 전사지 살인자가 아니다.’

 엔케이와 악수할 당시 라마가 종이에 써서 건네 준 메일 주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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