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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6 화
작성일 : 22-02-17 17:07     조회 : 160     추천 : 0     분량 : 4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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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옴 세대(마지막 세대)

 

 [화이트 마타. 자이러스 광장]

 

 폐공장 안에 자이러스 마을 주민들이 모였다. 아기를 품에 안은 노부부, 기형아, 피부질환자, 배고픔과 갈증을 잊기 위해 환각성 잎을 씹고 있는 아이들…. 하나같이 병들고 허약한 모습이었다.

 어디선가 미약하게 발전기가 돌아가고, 시계추처럼 흔들거리는 전등에서 희미한 빛이 흘러나왔다. 헥토가 모두가 보일 수 있게 단상 위로 올라가 한 손을 번쩍 들었다. 그의 손에는 총 한 자루가 들려 있었다.

 "오늘 저와 독수리들이 북쪽 마을 암시장에서 구해온 것입니다."

 곁에 있던 소쿤이 열댓정의 총자루가 든 가방을 모두가 볼 수 있게 펼쳐 들었다.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누군가 큰소리로 물었다.

 "씨드를 구하러 간 게 아니었어?"

 "아, 그건… 한 발 늦었습니다. 이미 바닥난 상태였어요."

 "쯔쯧, 결국 헛탕만 치고 돌왔다는 소리구만."

 소쿤이 발끈해 목소리의 주인공을 쏘아보았다.

 "흥, 총 한 자루라도 구해보고 떠드시지."

 "뭐? 너 지금 뭐라고 했어?"

 두 사람이 쌍심지를 켜고 서로를 노려보았다.

 "왜요? 내가 틀린 말했어요? 힘들게 구해왔더니 고작 한다는 소리가…"

 "그깟 총은 뭐 하러? 우리에게 당장 필요한 건 배를 채워줄 씨앗이야."

 "그 전에 죽어버리면 그게 다 무슨 소용이에요?"

 "조심하면 돼."

 "아니요. 조심해야 할 건 저들이에요. 남의 땅에 함부로 쳐들어와 먹을 것을 미끼로 무리한 노동을 시키고, 우리 목숨을 함부로 여기는 그레이마타 인간들. 언제까지 그냥 참고 사실 겁니까?"

 주민들이 술렁거렸다.

 "그래도 우리에겐 힘이 없잖니. "

 "맞아. 맞서 싸울 수 없다면 따를 수 밖에."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건 척박한 땅에서도 자랄 수 있는 씨앗이야. 싸움은 그런 다음에 생각해 볼 일이라고."

 헥터가 소리쳤다.

 "다들 정신 차리세요. 아직도 모르겠어요? 저 놈들은 절대 우릴 순순히 놔두지 않을 거예요. 우리가 자유롭게 사는 걸 보느니 차라리 이 땅을 지뢰밭으로 만들어 버릴 걸 요?"

 "그 자들이 왜 그러는데?"

 "우리는 무지하고, 더럽고, 질병이나 퍼뜨리고 다니는 인간들이니까요."

 누구 하나 아니라고 선뜻 반박하지 못했다. 헥터가 이어갔다.

 "여러분들은 분하지도 않으세요? 우릴 벌레 취급하는 걸 보고도."

 "하지만 헥터. 그까짓 총 몇 자루 쥐었다고 우리가 저들의 상대가 될 것 같니?"

 "싸워보지도 않았잖아요!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그런 말을 해요?"

 헥터가 분통을 터뜨렸다.

 "여러분들은 평생 그레이마타의 감시를 받으며 살고 싶은 겁니까? 우리 아이들이 지뢰 폭탄에 터져 죽든 말든 농사나 지으면 그만이라는 거냐고요!"

 아니. 그건 아니었다. 두 번 다시 그런 일은 생기지 말아야 했다.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어느새 다 자란 마을 청년들이 분연히 들고 일어서려 하고 있었다. 공장 안에 무능한 어른들을 향한 옴 세대의 질책과 원망, 탄식의 숨소리가 질량을 가진 물체처럼 떠다녔다.

 그때 안쪽 통로에서 탁탁 지팡이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두가 소리가 나는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칼시토와 진이었다. 투명할 정도로 하얀 피부와 또렷한 입술, 긴 검은 머리카락을 가진 진은 대번 사람들의 시선을 끌었다. 헥터가 칼시토를 보고 연단에서 내려왔다.

 "이런, 내가 타이밍 하나는 기가 막히단 말이야. 이 썰렁한 분위기란… "

 칼시토가 짐짓 경쾌한 어조로 헥터를 향해 물었다.

 "헥터 , 너냐?"

 "저 말고 이런 열정적인 분위기 만들어 줄 사람이 또 누가 있겠어요?"

 그의 친구들이 킥킥거렸다.

 "하긴 그게 네 놈의 정체성이긴 하지. 꼬리에 불붙은 강아지처럼 온 동네를 휘젓고 다니는 거."

 칼시토의 핀잔에 헥토가 입술을 이죽거렸다.

 "그나저나 돔으로 들어간 두더지들한테 아직 연락이 없던데 혹시 아는 거 있니?"

 헥토의 얼굴에서 대번 웃음기가 사라졌다. 무기를 구하러 다니느라 까먹은 듯했다. 헥터가 친구들을 힐끗 돌아보았다.

 "너희들, 설마… "

 "아니, 그게…"

 "… 추적기를 꺼두고 있었군."

 칼시토의 시선이 소쿤이 들고 있던 가방을 향했다.

 "그 시간에 암시장에 다녀왔던 거로구나. 거기선 추적기를 사용할 수 없을 테니까."

 헥터와 독수리들은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지금 그레이마타 경비가 아주 삼엄해졌다고 한다. 자칫 저 안에 있는 우리 형제들이 잡히기라도 하면 그때는 어쩔 거냐, 너희들한텐 우리 형제들의 목숨보다 저런 총 몇 자루가 더 소중한 거야?"

 "아니요! 하지만…"

 "이건 엄연한 업무태만이고 중대과실이야. 난 너희 독수리들에게 중요한 임무를 맡겼어. 누구보다 재빠른 너희들만이 해낼 수 있는 일. 비상 연락과 보급 업무. 그런데 너희들은 그 임무를 소홀히 했어. 형제들의 목숨을 위험에 빠트렸다고."

 "그깟 연락 한 번 안 된 게 뭐가 그리 큰 대수라고."

 소쿤이 궁시렁거리자 칼시토가 분기탱천해 버럭거렸다.

 "댐은 그냥 무너지지 않아! 조그만 틈에서 갈라지는 거라고. 명심해. 더구나 우리 같은 처지엔 말이야…"

 "우리 처지가 뭔데요?"

 헥터가 물었다.목소리에 치기가 어렸다.

 "모른다면 똑똑히 알려주지. 병자들, 기형아들, 힘없는 여자와 쓸모없는 노인들만 득실거리는 화이트마타에 사는 우리들 말이다. 먼 옛날 우리 부모와 그 조상들은 가진 것 없고, 배우지 못한 하층민이었다. 쓸모없는 존재로 취급 받으며 국가와 사회로부터 외면 당하며 살았지. 우리는 상류 사회에 부적합한 DNA를 물려받은 자들의 후손들이야. 우생학적으로 보면 멸종되어야 마땅한 인간들이지. 불과 백 여 년 전, 이 땅이 핵전쟁의 화염에 휩싸였을 때 우리 조상들도 당연히 저 돔 안으로 들어가려 했다. 과학자들이 인류를 구원할 목적으로 만들어둔 생존자 구역 말이야. 하지만 지도층에서 우리 조상들을 외면해 버렸다. 이유는 간단해. 부적합한 DNA를 물려받은 인간들은 신인류가 지배하는 세상에 어울리지 않는다는 거야. 지구 상 유일한 문명 세계로부터 버림받은 우리 조상들은 원시의 땅에서 야생인으로 살아야 했어. 도둑들, 강간범, 사이코패스들로 가득 차고, 온갖 전염병이 득실거리는 곳에서 말이야. 그렇게 우리 조상들은 생존 싸움을 거듭해나가면서 조금씩 발전해나갔어. 이 척박한 땅에 씨를 내리고 진화해왔단 말이다. 너희들은 광활한 대자연 속에서 진화를 거듭해 탄생한 종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제한된, 인위적으로 선별된 유전자 풀에서 자란 그레이마타 인간들보다 훨씬 우월하다고 할 수 있지. 90% 이상이 화이트마타 같은 황무지로 이루어진 이 지구에 살기 적합한 인간이 된 거야. 너희들은 화이트마타의 미래다. 너희들처럼 건강하고 똑똑한 DNA를 가진 자손들을 지키기 위해서라면 난 내 몸 피 한 방울까지 내다 바칠 수 있다. 알아들었니?"

 모두가 굳게 입을 다물었다. 칼시토의 열변은 울림이 있었다. 모두 그의 말이 옳다는 걸 알았다. 하지만 이제 그 울림도 들끓는 분노의 임계점을 넘어서지는 못했다. 여기저기서 조심스런 질문들이 쏟아졌다.

 "칼시토. 우린 언제까지 참고 살아야 하나요?"

 "인간의 생명은 누구나 소중하다고 가르치셨잖아요. 이게 소중한 삶인가요?"

 "아이들이 병으로, 폭탄으로 죽어가요."

 주민들이 시나브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칼시토가 현명한 결정을 내려주길 간절히 원했다. 칼시토는 언젠가 이런 순간이 올 줄 알았다. 인정하고 싶지 않았을 뿐. 군집 생활을 하는 인간들에게 이런 순간은 반드시 찾아왔다. 분노의 화염에 휩싸여 일어서는 군중들은 태양을 향해 달려드는 파에톤과 같았다. 칼시토는 서서히 화이트마타의 운명이 갈림길에 다다랐다고 느꼈다. 그리고 로튼과 쌍둥이들이 아직도 돌아오지 않았다는 사실은 그의 불안을 더욱 가중시켰다.

 "인간으로 태어나 인간답게 살지도 못할 바에야 차라리 싸우다 죽겠습니다!"

 헥토가 큰소리로 말했다.

 "맞아. 싸웁시다!"

 독수리들을 중심으로 환호가 터져나왔다. 함성과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과 불안한 얼굴로 그들을 지켜보는 사람들, 두려움에 떠는 사람들. 공장 안은 혼돈 그 자체였다.

 칼시토가 말했다.

 "섣부른 행동은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뿐이다. 하지만… 내 가족과 형제들, 우리 이웃의 안전을 고려한다고해서 무조건 참고 있어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뭐든지 적절한 때를 기다려야 해."

 "도대체 그 때는 언제 오는데요?"

 "때는 우리가 결정하는 거다."

 칼시토가 대답했다. 진은 현기증을 느끼고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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