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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5 화
작성일 : 22-02-17 14:58     조회 : 165     추천 : 0     분량 : 36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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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텔지아

 

 [파리에탈 지역구. 라흐만의 사무실]

 

 노스텔지아 가게 안. 라흐만의 사무실. 라흐만이 하얀 눈으로 덮인 숲 속에 홀로 서있는 순록 그림 앞으로 걸어갔다. 순록의 얼굴 가까이 그의 홍채를 들이밀자 벽 뒤쪽 숨은 문이 열리더니 지하 계단이 나타났다.

 노스텔지아 지하실. 그곳은 한마디로 전후 시대의 유물이 공존하는 만물 잡화점이이었다. 씨앗, 술, 정찰용 드론기까지. 에탄올 병에 담긴 물고기와 여러 생물의 장기도 있었다.

 토니는 무엇보다 한쪽 선반을 가득 채운 무기들을 보고 눈이 휘둥그레졌다. 저도 모르게 무기로 팔을 뻗었다가 기도에 의해 붙잡혔다. 기도가 그에게 으름장을 놓았다.

 "그 손, 조심하는 게 좋아."

 로튼은 기괴하고 음산한 그림들 앞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라흐만이 물었다.

 "그림이 마음에 드나 보군."

 로튼은 이렇게 거친 그림을 처음 보았지만 그 안의 어떤 부분과 닿아 있는 것처럼 친밀한 느낌을 받았다.

 "누가 그린 거지?"

 "내가 아는 사람. 왜 관심 있나? 팔 수도 있는데"

 로튼이 그를 돌아보았다.

 "아, 맞다. 거지지."

 라흐만이 피식 웃었다.

 "'아직은'을 빼 먹은 거 같은데?"

 "그래?나도 언젠가 저 바다에 나만의 왕국을 세울 거야. 아직은 아니지만 말이야."

 라흐만이 기도와 눈을 마주치고 어깨를 들썩거렸다.

 "…"

 그가 목소리를 가다듬고 로튼을 향해 물었다.

 "그나저나 처음 보는 얼굴인데?"

 "당신이 라흐만이지?"

 "맞아. 내가 라흐만이야."

 "아까는 왜 아닌 척 했어?"

 "너희들이 누군지 알고. 행여 짭새면 어떡하라고. 그 얘긴 됐고. 날 찾아온 용건이나 들어볼까?"

 로튼이 매고 온 가방을 펼쳤다. 그리고 포장지 안에 꼭꼭 싸둔 빙(ice. 마약의 일종)을 내밀었다. 라흐만이 한 소금을 집어 입안에 털어 넣었다.

 "흠…"

 그가 기도와 은밀한 눈빛을 교환하고 물었다.

 "이거 어디서 났어?"

 "알잖아."

 로튼이 말했다. 라흐만이 눈살을 찌푸렸다.

 "근데 너 왜 아까부터 자꾸 반말이지?"

 "존댓말을 해 줘야 하나? 그쪽 나이를 몰라서."

 "그 눈은 장식으로 달고 다니는 거야? 이 얼굴 보면 몰라? 너보다 윈 지, 아랜 지."

 "누가 그레이마타 사람들은 얼굴만 보고 나이를 짐작하면 안된다고 하더라고. 그리고 늙은이일수록 친구처럼 대해주면 좋아한다던데."

 라흐만이 씨익 웃었다.

 "좋아. 이거 하나만 묻지. 훔쳤나?"

 "아니. 절대로."

 "그…래?"

 라흐만의 눈에서 포식자의 탐욕이 느껴졌다. 그의 시선이 슬며시 기도를 향하는 걸 로튼이 재빨리 몸을 돌렸다. 기도의 인공 팔이 토니의 뒤통수를 겨누고 있었다.

 "이건 내가 아는 노인의 작품이야. 그런데 난 그 노인한테 연락을 받은 게 없거든. 그렇다면 단 하나. 너희들이 노인의 물건을 훔쳤다는 거지. 내 말이 맞아?"

 "칼시토, 대신 왔다."

 로튼이 말했다.

 "칼시토를 알아?"

 "날 키워주셨어."

 라흐만이 로튼을 빤히 쳐다보았다.

 "좋아. 믿어주지. 필요한 게 뭐야?"

 "무기. 이왕이면 많이."

 "얼마나?"

 "우리 마을을 지킬 정도는 돼야지."

 "고작 이걸로? 난 밑지는 장사는 안 해."

 "당신이 칼시토가 알려준 무기 중개상이 맞는다면 우릴 도와주게 될 거야."

 "왜지?"

 "우리가 당신을 부자로 만들어 줄 테니까."

 라흐만이 실소를 터뜨렸다.

 "이봐, 깜빡한 모양인데 너희들은 저녁 한 끼 식사 값도 못 내는 신세야. 근데 무슨 수로 날 부자로 만들어주겠다는 거야?"

 그가 가소롭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담뱃불을 붙이려 눈을 내리 깔았다. 그 순간 로튼이 단숨에 그의 목에 칼을 겨누었다. 깜짝 놀란 라흐만이 라이터를 떨어뜨렸다. 그가 천천히 양손을 올렸다. 보스가 위협에 직면하자 기도가 더욱 거칠게 토니를 몰아붙였다.

 "서투른 짓은 안 하는 게 좋아."

 "너도 마찬가지야."

 로튼이 라흐만의 등 뒤에서 기도를 노려보며 대답했다. 기도는 보스를 위해서라면 여차하면 총을 발사할 기세였다. 네 남자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이 돌았다. 그때 거대한 황동 시계가 9번 울렸다. 시계 종 소리가 멈추자 라흐만이 기도를 향해 한 팔을 들어 올렸다.

 "그만."

 기도가 마지못한 얼굴로 총을 거두었다. 로튼도 천천히 칼을 내렸다.

 "실력이 보통이 아니군. 이름이나 알지."

 라흐만이 제 목을 어루만지고 물었다.

 "난 로튼. 저쪽은 토니."

 라흐만이 자리에 앉아 담뱃불을 붙이고 찬찬히 로튼 일행을 쳐다보았다.

 "몸이 재빠르군."

 라흐만이 로튼의 손목에 난 번개 모양의 상처를 가리키며 물었다.

 "그런데 손목의 그 특이한 점 말이야, 어디서 본 듯한데…"

 아주 어릴 때부터 가지고 있던 점이었다. 칼시토는 나무에서 떨어져 생긴 흉터에 색소가 침착해 생긴 거라고 했다. 하지만 두 살 이후 모든 기억을 가지고 있는 로튼은 단 한번도 나무에 올라간 적 없었다. 그는 사실 남들은 모르는 고소공포증이 있었다. 로튼은 칼시토에게 따져 묻지 않았다. 칼시토가 알려주지 않는 일은 굳이 알 필요가 없었다.

 "저 무기들은 어디서 난 거지?"

 로튼이 물었다.

 "설마 지금 처음 본 사이에 내 사업 비밀을 알려 달라는 거야?"

 그가 피식 웃었다. 기도도 금속팔을 무기인 냥 세우고 히죽거렸다.

 "알면, 알면 어쩔 건데?"

 라흐만이 비아냥거렸다.

 "왜 혈혈단신 몸으로 털기라도 하게?"

 다시 한 번 터지는 비웃음.

 "니오븀."

 로튼의 말 한마디에 웃음소리가 뚝 그쳤다.

 "바, 방금 뭐라고 했어?"

 라흐만이 놀라 물었다. 로튼이 무기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저런 거 만들려면 니오븀 필요하지?"

 "그래서?"

 "니오븀을 줄게."

 "무슨 수로? 니오븀은 시에서 독점 관리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니오븀은 원래 화이트마타 거야. 너희들이 그걸 빼앗는 거고."

 "이봐, 그런 얘기는 현자 앞에서나 떠들라고. 내가 궁금한 건 니오븀이야. 알았어?"

 "현자?"

 로튼이 물었다.

 "뭐?"

 "방금 현자라고 했잖아."

 "그랬지, 현자."

 "그게 누구지?"

 라흐만은 기가 막힌다는 표정이었다.

 "정말 몰라서 묻는 거야?"

 "…"

 "현자는 그레이마타의 설계자이야. 한 마디로 이 도시의 주인이라고."

 "그 자가 우두머리야?"

 "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로튼은 라흐만의 말을 곰곰이 되새기는 듯 한동안 말이 없었다. 잠시 후 그가 다시 물었다.

 "현자는 어디 가면 만날 수 있어?"

 "자, 얘기가 딴 길로 새는 거 같은데. 니오븀을 갖고 있나?"

 "현자가 있는 곳을 알려줘."

 라흐만이 사납게 쏘아붙였다.

 "이 새끼가… 나한테 장난쳤다 간 여기서 살아나가지 못해."

 "니오븀을 줄게."

 "증거부터."

 로튼이 다시 가방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인공 팔이 재깍 그를 향해 총을 겨누었다. 로튼은 개의치 않고 가방 안에서 보자기 하나를 꺼냈다. 살아있는 무언가 그 안에서 꿈틀거리고 있었다.

 라흐만과 기도는 놀란 눈으로 그 모습을 지켜보았다. 로튼이 주머니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긴 수염을 가진 회색 쥐 한마리를 꺼내 들었다. 꼬리가 잡힌 쥐는 온 몸을 사납게 버르적거렸다. 라흐만이 역겹다는 듯 인상을 찌푸렸다. 기도는 질겁한 표정으로 뒤로 물러났다.

 로튼은 두 사람이 지켜보는 앞에서 능숙하게 쥐의 배를 갈랐다. 내장과 함께 뱃속에 든 내용물이 바닥으로 쏟아졌다. 뜨끈한 온기가 피어오르는 가운데 유리 알처럼 반짝이는 게 보였다. 좁쌀 크기만한 돌맹이. 니오븀이었다.

 라흐만이 상체를 숙이고 죽은 쥐를 내려다보았다. 그의 눈빛은 제 2의 지구라도 발견한 냥 환희에 들떴다. 하지만 뼈 속 깊이 장사꾼의 피가 흐르는 자 답게 무심한 목소리로 물었다.

 "현자가 어딨는지 알아서 뭐하게?"

 로튼이 그를 똑바로 바라보고 대답했다.

 "현자를 죽일 거야."

 라흐만과 기도는 세상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는 이방인을 보고 비웃어야 할지 말지 고민에 빠진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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