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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평행세계의 대마법사
작가 : 은판
작품등록일 : 2022.2.8

나에겐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있다.
내 인생을 시작부터 비틀어버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간 놈.
그 원수 같은 놈을 죽이려 했건만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데 난 죽지 않았다. 다만 전이되었을 뿐이다.
내가 다시 깨어난 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다른 서울, 평행세계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이종족들과 마법이 판치는 기이한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마법사란다. 그것도 꽤 뛰어난.
세상은 여전히 재앙이 판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 그럼 한번 가보자고.’
원한을 갚는 길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10. 실마리
작성일 : 22-02-17 14:41     조회 : 223     추천 : 0     분량 : 5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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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너…… 이러고도 멀쩡할 줄 알아? 마법사라고 괜찮을 거라 생각하면 오산이야. 우린 차이나타운 조직이다. 무려 대륙과도 연결된 조직이라고! 아주 단단히…… 잘못 걸린 줄 알아!”

 

 황가는 얼어붙은 얼굴로 턱을 덜덜 떨어대면서도 아직 큰소리를 치고 있었다.

 눈에는 어느 정도 두려움이 깃들어 있는데 그래도 완전히 꼬리를 내리고 싶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조직? 지하조직이나 폭력조직쯤 되는 건가?’

 

 하지만 잘못 걸린 건 내가 아니라 그들이었다. 난 조직이라는 말만 들어도 분노가 치솟는 사람이니까.

 나의 마법 발동 트리거는 트라우마이고, 그중에서도 어둠의 조직에 대한 트라우마는 더할 나위 없이 강렬했다.

 

 어느 새 내가 미처 제어할 수 없을 만큼 마력이 발산되고 있었다. 나에게서부터 설원의 냉기가 뿜어져 나갔다. 세찬 서리폭풍이 불어 닥쳤다. 윙윙거리며 지하 공간을 휘젓고 다니는 바람에 보호막 속에 있는 나마저도 귀가 얼얼해질 지경이었다.

 

 “으아악! 아, 아닙니다. 제가 잘못했습니다.”

 

 황가가 비명을 내지르며 바닥을 굴렀다. 이미 동태처럼 얼어 있는 그의 몸 위로 겹겹이 칼날 같은 서리가 달라붙고 있었다.

 차갑고, 따갑고, 아리고, 감각이 사라져가는 가운데서도 날카로운 통증이 극대화하고 있었다.

 

 “사, 살려주세요! 으드드드…….”

 

 황가의 목소리마저 얼어붙고 있었다. 그런데도 입을 못 다물고 있다. 저러다간 혀라도 씹을 것만 같았다.

 나는 가만히 숨을 골랐다. 겨우 마음을 가라앉히고 손끝에 마력을 모아 원을 그리듯이 지하 공간을 어루만졌다.

 차츰 냉기가 가라앉았다. 원래 얼어붙어 있던 놈들을 녹일 만큼은 아니지만 황가의 입이 제대로 움직일 만큼은.

 

 “이제 충분해? 그러니까 쓸데없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내가 묻는 말에나 대답해.”

 “아, 알겠습니다. 죄송합니다. 으덜덜덜…….”

 “그냥 아까처럼 편하게 말해. 그렇다고 무례하게 욕을 하고 건방 떨라는 말은 아니고. 굳이 존댓말까지 쓸 필요는 없다고.”

 “네네. 아, 알았어…….”

 “좋아. 그럼 이제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자고.”

 

 나는 황가에게 먼저 그들 조직에 대해서부터 물었다. 뭘 하는 조직인지.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무슨 뜻인지.

 

 “우리가 뭘 하는 조직이냐고? 그야 인간을 위한 조직이지. 우린 인간중심주의야. 이종족들에 맞서서 인간의 권리를 되찾는 게 우리 목표라고.”

 “인간중심주의?”

 “길거리에 좀비들 들끓는 거 못 봤어? 정부에서 마력으로 제어를 해놓아서 그놈들이 인간을 해치지는 못한다지만 그걸 어떻게 믿어? 난 못 믿어. 좀비 숫자가 자꾸만 늘어나고 있다고. 언젠간 놈들이 사람을 잡아먹을 테지.”

 

 내가 살았던 지구에 인종문제가 있었다면 이곳에는 이종족문제가 있는 거였다. 이해할 만했다. 사실 큰 틀에서 보자면 다를 것 없는 얘기였다. 이민을 둘러싼 갈등은 언제나 첨예한 밥그릇 싸움이었다. 안전보다도 실은 일자리에 관련된 갈등이었다.

 

 “그래서 이종족을 전부 몰아내자는 건가?”

 “전부는 아니지. 엘프나 드워프들은 그래도 쓸모가 있잖아. 사회에 기여하는 바도 있고. 하지만 좀비나 도마뱀인간 같은 것들은 애초에 징그럽기만 하고 아무런 쓸모가 없잖아. 거기다 아까 봤지? 이제 오크들까지 나타난 판국이니…….”

 

 결국 인간중심주의도 아니었다. 종족차별주의일 뿐.

 쓸데없는 명분을 걷어내고 나면 차이나타운 조직이란 곳이 진짜로 하고 있는 일들이 무엇일지 궁금해졌다.

 

 “당신 같은 마법사들이야 권력과 능력이 있으니까 걱정이 없겠지. 하지만 일반인들은 답이 없다고. 빌어먹을 정부만 믿고 지내라고? 말도 안 되지. 각자도생인데 자구책을 찾아야지.”

 “대륙과 연결되어 있다는 건 무슨 뜻이야?”

 “인간중심주의는 세계적인 기치야. 당연히 중국 대륙에도 우리와 뜻을 같이하는 조직이 있지. 우리보다도 훨씬 더 큰 조직이라고.”

 

 황가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차이나타운 조직은 상인들로 이루어진 다소 허접한 조직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뒤를 봐주는 세력이 있다. 그건 바로 중국 대륙의 카르텔이었다. 거대한 범죄조직과 선이 닿아 있어서 그렇게 으스댔던 것이다.

 

 “요즘 분위기가 난리도 아니잖아. 세계 여기저기서 흑마법사들이 움직이고 있잖아. 이러다간 세상이 어떻게 되겠어. 온갖 괴물들이 다 판을 치게 생겼지. 그러니 어떡해. 우리 인간들도 대비를 해야지 않겠어? 무기라도 하나씩 가지고 있어야지. 안 그래?”

 

 차이나타운 조직이 주로 하는 일은 무기 유통인 듯했다.

 세상에 재앙이 닥친 틈을 타서 전쟁 장사를 해서 이득을 노리는 사람들이라면 이전 세계에서도 많이 봤다.

 이들 또한 인간중심주의를 표방하고 있지만 사실 이들에게 관심이 있는 것은 돈을 벌 기회일 뿐일 터. 그냥 철저히 장사꾼들인 거다.

 

 그럴싸한 명분을 내세우고 있지만 실상은 이익공동체일 뿐인 조직. 이게 그렇게 분노가 끓을 일은 아닐 거다. 나에게 조직 트라우마가 없다고 한다면.

 하지만 난 심장이 부글부글 끓었다.

 

 ‘아니다. 이들은 그저 허접하게 모여서 돈이나 벌자고 하는 거다. 그 사이비 교단 공동체처럼 악랄하게 사람을 부려먹고 조종하는 게 아니다.’

 

 나는 스스로에게 되뇌며 분노를 삼켰다.

 분노를 터뜨릴 게 아니라 다른 쪽에 집중해야 했다. 이 기회에 이 세계에 대한 정보를 조금이라도 더 얻어내야 했다.

 머릿속에 불쑥 아까 항구에서 봤던 마법사 노인이 떠올랐다. 아마 그 노인은 흑마법사이리라.

 세계에 혼란을 조장하는 흑마법사. 그들에 대해서 알아봐야 했다.

 

 “흑마법사들의 움직임에 대해서는 뭐 아는 게 좀 있나?”

 “있지. 우리가 괜히 조직이겠어? 우리도 대륙의 조직과 이런저런 거래를 하려면 쥐고 있는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나름 열심히 여기저기 캐고 다녔지.”

 “그래서 알고 있는 게 뭔데?”

 “아…… 이걸 얘기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지하실이 너무 따뜻해진 모양이구나?”

 “아니! 말할게. 말한다니까! 여기 한국에 흑마법사의 마탑이 있어. 사미르라고 하는 흑마법사가 이끄는 무리가 있어. 아주 어마어마한 능력을 지닌 놈이야. 마탑의 위치는 아직 알아내지 못했는데…….”

 

 황가의 이야기가 계속 이어졌지만 나는 듣고 있지 않았다.

 그의 입에서 사미르란 이름이 흘러나온 순간부터 내 영혼은 활활 불타고 있었다. 명치끝에서부터 뜨거운 불길이 치솟았다. 목구멍이 쓰라리도록 원한이 타올랐다.

 

 사미르. 바로 그놈이다. 내 인생을 철저히 망가뜨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가고 브루노 신부님마저도 앗아간 원수.

 역시 이 세계에도 그놈이 존재하고 있었다. 결국 이렇게 이전 생과 이 세계가 연결되는 것이었다.

 

 ‘흑마법사라고?’

 

 그놈에게 더없이 어울리는 새 역할이었다. 세계를 집어삼키려 하는 악의 상징.

 

 타오르는 내 분노로 인해 지하 공간이 차갑게 냉각되어 갔다. 살을 에는 바람이 몰아치고 있었다. 편안히 입을 나불거리던 황가는 몸을 뒤덮는 서릿발에 또다시 턱을 덜덜 떨어야만 했다.

 

 그러나 나는 아무것도 알아채지 못하고 있었다. 나의 영혼은 이미 다른 곳에 가 있었다. 오른쪽 시야가 주황빛으로 타오르고 있었다. 그 붉은 시야 속으로 오랜 기억이 넘실넘실 떠올랐다.

 .

 .

 .

 검은 후드를 뒤집어쓴 무표정한 얼굴의 사람들.

 모두가 하나같이 입을 모아 기도를 하고 있다.

 마치 한 몸인 양 똑같이 움직이는 입술과 손들.

 영락없이 인형들 같다.

 철저히 조종당하고 있다.

 

 둥그렇게 둘러선 그들 가운데에는 붉은 불길이 타오른다.

 제물로 바쳐진 양이 목을 늘어뜨린 채 시뻘건 피를 흘린다.

 그걸 바라보는 내 눈길에는 분노가 이글거린다.

 

 ‘내가 반드시 이곳을 파괴해버릴 거야.’

 

 아리도록 짙은 피 냄새와 매캐한 연기 냄새.

 눈이 멀도록 선명한 붉은빛의 피.

 그 피를 서로의 이마에 바르며 주문을 외는 사람들.

 영혼이 빠져나간 사람들의 눈에 교주가 비친다.

 이 모든 의식의 중심에 서 있는 자.

 사람들을 조종하며 모든 것을 앗아가는 자.

 

 나는 세찬 바람을 일으키고 싶다.

 제단의 불길을 꺼뜨리기 위해서.

 거대한 홍수를 일으키고 싶다.

 양의 피를 씻어내기 위해서.

 거센 불길을 일으켜서 이 모든 것들을 싹 불태워버리고 싶다.

 

 ***

 

 “마법사님, 감사합니다. 오늘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여자가 내게 머리 숙여 인사했다.

 지하 공간을 벗어나서 중국식당으로 되돌아 나온 참이었다.

 식당 안에는 오크들이 보이지 않았다. 얼음이 충분히 녹고도 남을 만큼 시간이 흘렀기도 하거니와 그 사이에 오크들의 난동이 진압된 것 같았다.

 깨진 유리문 너머로 거리를 살펴보니 바깥에도 오크들의 움직임이 보이지 않았다.

 

 “이젠 괜찮은 것 같네요. 어서 안전한 곳으로 가세요.”

 “네. 저……. 마법사님 성함을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나중에라도 보답을 해드리고 싶은데.”

 “괜찮으니 신경 쓰지 마세요.”

 

 나는 손을 내저었다.

 여자를 구하기 위해서 내가 따로 한 일도 없었다. 그녀는 어쩌다 나와 같은 곳에 있게 되는 바람에 조금 덕을 본 것뿐이었다.

 

 “그럼…….”

 

 여자가 먼저 밖으로 나섰다. 나도 천천히 뒤따라 식당을 나서는데, 빠르게 걸어가던 여자가 문득 뒤를 돌아보더니 말했다.

 

 “저는 렌이라고 해요.”

 

 그러고는 뛰다시피 언덕길을 내려갔다.

 나는 멈춰 서서 물끄러미 그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여자는 도마뱀인간 종족이라 했다. 내가 금세 그걸 알아보지 못한 까닭은 그녀가 인간형으로 성형수술을 했기 때문이었다.

 

 황가에게 듣기로 그건 흔한 일이라고 했다. 도마뱀인간들은 외모에 콤플렉스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아서 할 수만 있다면 어떻게든 인간형 수술을 받기를 원한다고 한다.

 수술은 감쪽같지만 한 가지 흔적이 남는다. 희어지는 피부와 달리 손발톱이 초록색으로 남는 거였다. 정제된 색소가 손발톱에 고이는 모양이었다.

 황가와 일당들이 그녀를 보자마자 금세 도마뱀인간이란 걸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그 때문이었다.

 

 도마뱀인간 종족은 합법적으로 한국에 이주한 적이 없다고 했다. 그들 대부분은 중국 대륙에 이주해 정착했는데 인간형 성형수술을 받기 위해 종종 은밀히 우리나라에 오는 모양이었다. 한국의 바이오산업이 발달해서라고 한다.

 황가가 그녀더러 불체자라고 했던 것은 그런 까닭이었다.

 

 하지만 생체변형 수술은 무척 비싼 수술이었다. 그러니 한국에까지 와서 성형수술을 받는 도마뱀인간들은 모두 부자일 수밖에 없었다.

 황가와 일당들은 도마뱀이라며 그녀를 무시하고 혐오했지만, 실은 그녀를 인질로 삼아 돈을 뜯어낼 작정이었다고 한다.

 

 ‘아무튼 돈밖에 모르는 인간들이 인간중심주의니 뭐니 떠들기는.’

 

 나는 생각을 멈추고 걸음을 내디뎠다.

 차이나타운은 이제 정리가 되어 있었다. 경찰과 군대가 출동해서 오크들을 진압한 모양이었다.

 길가에 주민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 보였다. 경찰차가 순찰을 돌고 있었고, 전체적으로 거리는 조용했다.

 

 큰길로 나가자마자 택시를 잡아탔다.

 미약하긴 해도 그놈에 대한 실마리를 잡았다. 어서 집으로 돌아가 추적을 이어나가고 싶었다.

 나는 어금니를 단단히 물며 인천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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