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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내 안의 그
작가 : 이작송
작품등록일 : 202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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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할 남자친구와 헤어진 후 필름이 끊기도록 마신 다음 날, 깨질 듯한 두통과 함께 내 앞에 나타난 이 남자는……!

 
14화 이렇게까지 뜨거운 사람
작성일 : 22-02-17 14:32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4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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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사 사내 카페 안.

 각자 자리를 잡은 직원들이 커피를 홀짝였다.

 화이트 톤의 인테리어는 깔끔하고 단정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탁 트인 창가에서는 건너편 건물과 도로가 한눈에 보일 정도였다.

 점심시간이 훌쩍 지난 시간인 덕에, 사람은 다섯 손가락으로 셀 수 있을 정도로 적었다.

 

 “주문하시겠어요?”

 

 카페 직원이 신아에게 물었다. 슬쩍 은솔의 얼굴을 살피는 건 덤이었다.

 

 “뭐 마실래요?”

 “저, 저는 그냥 아메리카노로…….”

 “더 비싼 거 시키셔도 돼요.”

 

 그러려고 쓰는 돈이니까.

 신아가 뒷말은 굳이 꺼내지 않았다.

 

 “아, 아닙니다. 아메리카노로 시켜주시면 돼요.”

 

 은솔이 손사래를 쳤다. 신아가 정말 아무거나 시켜도 괜찮다는 의미로 미소를 지었다.

 

 “제가 실수하기도 했고, 옷도 직접 골라주셨잖아요. 이렇게라도 보답하고 싶어서 그래요.”

 

 은솔의 시선이 신아의 손가락을 따라 이동했다. 신아가 검지로 은솔이 골라준 와이셔츠를 가리켰다.

 

 “이, 이건.”

 

 제가 커피를 흘려서 그런 건데……. 은솔이 뒷말을 흐렸다.

 

 “정말 제 눈치 보지 않고 시키셔도 돼요. ”

 

 신아가 난처한 표정의 은솔을 바라봤다.

 신아와 눈이 마주친 은솔이 고개를 끄덕였다.

 띠링. 때마침 휴대폰이 울렸다.

 은솔이 메뉴를 신중히 고르는 뒷모습을 확인한 신아가 휴대폰을 꺼냈다.

 

 [뭐 마시게?]

 

 발신인은 수현이었다. 신아가 주위를 둘러봤다. 카페의 입구에서 걸어오는 수현이 보였다.

 

 “이신…….”

 “부사장님은 안 고르세요?”

 

 은솔이 고개를 돌려 신아에게 말을 걸었다.

 분명 입 모양이 ‘이신아’였다. 아마 수현은 은솔이 여기에 있다는 걸 알아차리지 못한 듯싶었다. 아차 싶은 신아가 고개를 끄덕이며 수현을 불렀다.

 

 “시, 신아 씨! 신아 씨도 얼른 와서 골라요.”

 

 신아가 수현을 향해 손짓했다. 수현의 눈썹을 들썩였다.

 은솔이 그제야 뒤에 있는 수현을 발견했다.

 

 “어? 신아 씨?”

 

 신아와 은솔을 번갈아 살핀 그의 표정이 풀어졌다. 수현이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메뉴판을 보겠다며 신아의 옆으로 다가온 수현이 메뉴를 살피며 ‘캐모마일 티’를 손가락으로 짚었다.

 

 “저는 이걸로 하겠습니다.”

 “신아 씨 커피보단 차를 좋아하나 봐요.”

 

 은솔이 슬쩍 수현에게 물었다. 수현이 어깨를 으쓱인 채 신아에게 시선을 고정했다.

 

 “네, 좋아합니다.”

 

 커피를 잘 안 마시는 건 예전부터 알고 있는 사실이었지만.

 

 “그것도 오래전부터.”

 

 은솔은 ‘아, 그렇구나.’ 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수현은 신아를 응시했다.

 

 ‘쟤는 왜 저 말을 날 보면서 해.’

 

 신아는 당황스러웠다. 아랫배가 간질간질하기까지. 아메리카노를 주문하려던 신아의 눈동자가 황급히 메뉴판으로 돌아갔다.

 

 ‘부사장님도 차는 캐모마일 티만 마시던데.’

 

 은솔이 수현과 신아를 번갈아 바라봤다. 이런 거 하나 하나가 신경 쓰일지는 몰랐다.

 

 “다, 다른 직원들 취향은 어떻게 되는지 아세요?”

 “네?”

 

 신아가 황급히 은솔에게 물었다. 딴 생각에 잠긴 은솔이 놀라 신아를 바라봤다.

 

 “저 때문에 많이 고생하셨잖아요. 이 시간 되면 다들 졸리기도 할 거고…….”

 

 신아가 팔목을 걷어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세 시.

 딱 잠 오기 좋은 시간이었다.

 

 “어……. ”

 

 은솔이 메뉴판을 살피며 고민했다. 신아가 힐끗 수현을 바라봤다.

 차를 좋아한다는 건 의심을 받지 않기 위한 일종의 힌트였는지.

 근데 또 달달한 카페인이 당기는 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좀 이따 따로 마셔야지, 다짐하고 있었을 때.

 

 “부사장님은 바닐라 라떼 드시지 않습니까?”

 

 수현이 신아에게 물었다. 깜짝 놀란 신아의 눈이 커졌다.

 내가 좋아하는 건 왜 또 기억하고 있는 건데.

 

 “어? 신아 씨, 부사장님 일하실 땐 카페인 들어간 거는 거의 피하세요.”

 

 ‘부사장님’이란 칭호에 온 신경이 가 있던 은솔이 ‘바닐라 라떼’란 말에 황급히 고개를 돌렸다.

 

 “아, 피곤하실 때면 종종 드시더라고요.”

 

 카페인 수혈이라고 하시던데.

 수현의 말에 은솔이 신아를 바라봤다. 몇 년을 함께 일했던 수현이었지만.

 고작 한 달가량밖에 되지 않은 신아가 그에 대해 더 잘 알고 있다는 사실에 기분이 조금 이상해졌다.

 

 “아……. 그러셨구나.”

 “직원분들 취향이 어떻게 됩니까?”

 

 아, 네?

 은솔이 수현의 옆에 서서 메뉴판에 있는 메뉴를 하나하나 손으로 짚었다.

 

 “계산은 어떻게 해드릴까요?”

 “이걸로 해…….”

 “이걸로 해주세요!”

 

 신아가 카페 직원에게 카드를 내밀었다.

 안 쓴다더니.

 자신이 준 카드라는 걸 확인한 수현의 입가에 포물선이 그려졌다.

 

 주문을 마치고 난 후, 은솔이 살짝 뒤로 물러섰다.

 두 사람의 모습이 가깝다 못해 친근해 보였다.

 은솔이 미간이 좁아졌다.

 기분이 조금 이상했다.

 부사장님은 가까이에서 일해야 친해지는 타입인가.

 뭐랄까, 마치 두 사람 사이에 단단한 무언가가 있는 느낌이었다.

 

 ***

 

 부사장실 비서실.

 직원들이 미어캣처럼 고개를 빼꼼 내밀었다.

 신아가 양손에 들고 있던 커피 캐리어를 데스크 책상에 내려놓았다.

 

 “마시면서 하세요.”

 

 부, 부사장님?

 모두가 놀란 눈으로 신아를 바라봤다. 신아가 미소를 지었다. 다들 얼마나 고생하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자리에서 일어난 직원들이 하나둘 자신이 좋아하는 음료를 집었다.

 

 “이거 다 부사장님이 쏘시는 거예요.”

 

 신아의 뒤에 가려져 있던 은솔이 한 걸음 나와 직원들에게 말했다.

 

 ‘정확히는 원수현 카드로 긁어서 원수현이 쏘는 거지만.’

 

 자신을 은근슬쩍 놀리는 듯한 수현에게 약이 올라 수현의 카드로 쏘는 커피였지만.

 

 “감사합니다.”

 “부사장님, 맛있게 마시겠습니다.”

 

 직원들의 반응에 신아의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자신의 실수로 인해 수현뿐만 아니라, 비서실 직원들 모두 고생한 걸 잘 알았던 신아였다.

 게다가 직원들과 잘 지내면 수현에게도 좋은 거니까.

 이러려나 저러려나 좋은 일이었다.

 신아가 조용히 걸음을 옮겨 부사장실로 향하려던 참이었다.

 

 “부사장님, 이거 챙기셔야죠.”

 

 하지만 자신을 부르는 수현의 목소리에 신아는 그 자리에 멈춰 설 수밖에 없었다.

 한 손에는 캐모마일 티를 든 수현이 신아에게 바닐라 라떼를 건넸다.

 

 “잘 마시겠습니다.”

 

 바닐라 라떼를 받아든 신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잘 마실게요, 고마워요.”

 

 ***

 

 신아가 부사장실에 들어가자마자 직원들이 수군거렸다.

 가장 뜨거운 주제는 부사장에 대한 것이었다.

 

 “부사장님 요즘 정말 달라지신 것 같지 않아요?”

 

 직원 한 명이 방금 신아가 들어간 부사장실을 바라보며 말을 꺼냈다.

 

 “달라지긴 많이 달라지셨죠. 예전만 생각하면 어우, 벌써 어디서 한기가 흐르는 것 같네요.”

 

 남 비서가 몸을 부르르 떨며 따뜻한 커피를 후룩 마셨다.

 

 “아무래도 연애하시는 게 맞는 것 같죠?”

 

 또 다른 여비서가 몸을 살짝 숙였다. 목에 걸린 그녀의 사원증이 살짝 흔들렸다.

 

 “아니면 여기에 좋아하는 사람이 생긴 걸지도 모르죠.”

 

 직원들의 말에 은솔이 괜히 얼굴이 붉어졌다. 가만히 듣고 있던 수현이 어이가 없어서 허, 하고 헛웃음을 지었다.

 

 “괜히 그런 이야기가 도는 게 아니라니까요. 제가 말했었잖아요. 사람이 한순간에 바뀌는 이유는 죽을 때가 되었거나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거나 연애할 때라고. 누군지 몰라도 참 좋겠네, 얼굴 잘생겼지, 돈 많지…….”

 

 직원이 커피잔을 살짝 들며 입을 열었다.

 

 “어떻게 보면 또 이렇게 섬세한 면도 있어. 심지어 이거 봐. 다 맛이 다르잖아요. 그것도 자기들이 자주 마시는 것들로만 있고.”

 

 여비서가 다시 커피를 홀짝였다.

 

 “우리 사내 카페, 내가 이거 때문에 여기 못 그만둔다니까.”

 

 그녀가 손가락으로 자신이 들고 있는 테이크아웃 잔을 가리키며 감상평을 흘렸다.

 

 “다들 일 안 하십니까?”

 

 이렇게 말이 돌았던 거군.

 수현이 잔을 들고 자신의 자리로 돌아가려던 참에, 남 비서가 수현을 불렀다.

 

 “신아 씨. 신아 씨는 여기서 일한 지 얼마 안 되어서 모르겠지만, 정말 우리한테는 이게 좀 많이 충격적이라서 그래요.”

 “맞아요. 신아 씨, 우리 부사장님 이렇게까지 뜨거운 사람이 아니었다니까?”

 

 여비서가 수현을 바라보며 컵홀더를 끼운 테이크아웃 잔을 흔들었다.

 

 “그 얼음 왕자가 이렇게 바뀐 건 어떻게 보면 신아 씨 들어왔을 때부터 아니야?”

 

 누군가 이야기를 꺼내자 주변에서 ‘그러네요’, ‘진짜인가?’란 반응이 튀어나왔다.

 달라지는 게 당연하지, 몸이 바뀌었는데.

 이 사실을 알지 모르는 직원들은 마치 엄청난 비밀을 발견한 사람들처럼 더 열정적으로 머리를 맞댔다.

 

 “부사장님 진짜인가? 스카우트도 부사장님이 직접 했다는 그런 이야기도 있었잖아요.”

 

 어디까지 하는가 궁금한 수현이 팔짱을 끼며 이들을 가만히 바라봤다. 그랬더니

 

 “신아 씨 부사장님이랑 같이 일할 때 뭐 없었어요?”

 

 수현에게 질문이 쏟아졌다. 모두의 시선이 수현에게로 향했다. 그 중, 은솔의 눈이 가장 반짝였다.

 

 “어떤 거 말입니까?”

 “막 신아 씨한테만 잘해주는 거라든지, 막 뭘 더 챙겨준다든지.”

 “그런 거 없습니다.”

 

 수현이 귀찮은 얼굴로 ‘하나도 없습니다.’라고 쐐기를 박듯 말했다.

 

 “저 정도 반응이면 같이 일하면서 많이 치이긴 했나 봐요.”

 

 수현의 표정을 유심히 본 남비서가 수현이 듣지 못하도록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후…….”

 

 그제야 은솔이 가슴을 쓸어내리며 한숨을 훅 내쉬었다. 어라? 내가 왜?

 쿵쿵쿵쿵

 심지어는 손 위로 심장 박동이 느껴지기까지 했다.

 

 “근데 부사장님 와이셔츠 아침이랑 다른 거지 않아요?”

 

 하지만 그들의 대화는 끝날 기미가 없었다.

 

 “나만 그렇게 생각한 게 아니죠? 분명 아침엔 하얀색이었는데, 아까는 또 연하늘색이더라고.”

 

 말을 꺼낸 여비서가 은솔을 얼굴을 살폈다. 어색하게 웃는 거 하며, 무언가 할 말이 있는 듯이 입술을 움직이는 거 하며, 게다가 부사장님이랑 같이 들어오기까지 하고…….

 

 “은솔 씨 부사장님이랑 무슨 일 있었어요?”

 “제가요?”

 

 다 마신 테이크아웃 잔을 만지작 거리던 은솔이 몸을 들썩였다.

 있네, 있어.

 여비서가 가늘어진 눈으로 은솔을 바라봤다. 도대체 무슨 일이었는데?

 

 “아까 제가 실수로 커피를 쏟았거든요. 부사장님께……. 그래서 와이셔츠도 저 때문에 갈아입으신 거고…….”

 

 은솔이 힐긋 여비서를 살피며 말끝을 흐렸다.

 

 “뭐야? 부사장이 뭐라고 안 했어요?”

 

 놀란 남비서의 목소리가 커졌다. 모니터를 바라보고 있던 수현의 눈썹이 들썩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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