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년째 해가 뜨지 않는다. 길고 긴 극야 속에서 우리는 저마다의 방식대로 살아간다. 누군가는 이를 휴식의 기회로 삼는가 하면, 사람들의 아우성과 총소리가 난무하지 않는 침묵의 전쟁터로 인한 커다란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아침 눈을 뜨고 숨어있던 해가 나오면 들려오는 별 달갑지 않은 소식들로 하루를 시작한다. 무탈하게 하루를 보내는 나와는 다르게, 저 너머에선 이미 수천 명에 달하는 사람들이 매일 죽어나간다. 때로는 나와 내 주변인들이 아프지 않다는 것에 안도하고 있다가도 한숨이 저절로 나올 뿐이다. 밤이 찾아오면 곧 해가 뜨는 법. 언젠가는 지속되는 이 흑백 세상에도 따뜻하며 포근하고 알록달록한 색이 나타났으면 좋겠다. 음악을 들으며 길을 걷다가 내 허리까지 오는 작은 키를 가진 아이들을 만나면 조금은 측은한 마음이 생긴다.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다 큰 어른들도, 교복 입고 까아만 책가방 메고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남자 여자 할 것도 없이 다 고생길 걷지만 아이들은 오죽할까. 햇빛을 충분히 받지 못하고 자라는 식물 같달까. 부모님과 손잡고 방방곡곡 돌아다니며 경험을 쌓는 것도 모자랄 판에 방침으로 인해 생긴 온갖 규칙들에 통제되어 살아가는 경험 부족한 아이들이 안타깝기만 할 뿐이다.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다는 말이 있듯이, 어스름한 산책로를 비추는 환한 가로등 빛처럼 구세주가 나타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