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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공포물
기현상 칼럼니스트
작가 : ILooK
작품등록일 : 2022.1.21

생방송 중 실종된 스트리머, 사랑에 온 몸과 마음을 불태우는 사람, 아름다운 형상과 함께 나타난 알 수 없는 전염병 그리고 갑작스레 아귀가 되어 나타난 조상까지. 이미 일어났으나 아직 당신이 모르는 이야기.

단편 형식의 짧은 호러 소설과 이를 마무리 짓는 칼럼 방식의 이야기입니다.

#공포 #미스테리 #괴이 #한국 #전설

ilook.at.the.light@gmail.com

 
4-2. 아귀
작성일 : 22-02-16 20:43     조회 : 204     추천 : 0     분량 : 45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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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인가?

 

 멀리서 보았을 때, 사람인 듯 보이던 형상은 가까이 다가갈수록 정체모를 것으로 변해갔다.

 

 오래되어 짙은 색의 삿갓, 잔뜩 더럽혀진 회색빛 승복은 생각보다 더 더럽다는 점만 빼고 멀리서 본 것과 큰 차이가 없었다.

 

 다만 삿갓 아래에 드러난 것을 보고 사람의 목이라고 할 수 있을까 싶었다.

 

 주름이 자글자글한 게 가늘면서도 단단해 보였고, 색도 푸른색이 도는 회색빛을 띄고 있었다.

 

 회색 천 덩어리 아래에, 땅에 신발로 고정한 것처럼 보이는 발목 부위도 마찬가지였다.

 

 가장 비슷한 것을 찾자면.......

 

 

 막대기에 사람 옷을 입혀놓고 세워둔 허수아비?

 

 

 천이안은 씩씩거리며 걸음 속도를 높였다.

 

 또 누군가 못된 장난을 한 것이 틀림없었다.

 

 자동차 급발진 사고로 억대 보상금을 받았다는 소식이 언론에 보도되기 무섭게 그를 시기하는 사람들이 집까지 찾아와 해코지 했다.

 

 시간이 좀 지나자 잠잠해지더니, 또 누군가 못된 장난을 시작한 것이다!

 

 표정을 와락 찌푸린 천이안이 회색 천 덩어리를 낚아챘다.

 

 그 순간 그는 무언가 잘못됐음을 직감했다.

 

 손 안에 느껴지는 감촉은 사람이 아닌데 움직임이 느껴졌다.

 

 그는 손을 떼고 다급하게 한 발 물러났다.

 

 

 AI인가?

 

 

 말이 안됐다.

 

 최소 백단위인 인체 형 AI가 넝마를 걸치고 자신의 집 앞에 서 있을 이유가 없었다.

 

 단지 자신을 괴롭히기 위해 몇 백 만원을 쏟아 부어 AI를 커스터마이징까지 할 사람이 어디 있겠나.

 

 천이안은 물러선 상태로 잠시 허수아비를 살펴보다 다시 손을 뻗었다.

 

 

 그때 회색 천 덩어리가 그를 향해 돌아섰다.

 

 그러더니 마치 얼굴을 드는 것처럼 갓이 서서히 올라갔다.

 

 등허리에 소름이 돋아난 천이안이 자신도 모르게 두 발짝 더 물러났다.

 

 갓 아래 드러난 모양새가 끔찍했다.

 

 

 미라처럼 보였지만 사실 미라보다는 오히려 해골에 가죽을 덧붙인 것 같은 형태로, 입술은 말려 올라가 잇몸과 치아가 모두 드러나 있었다.

 

 코는 높낮이 없이 콧구멍 두 개만 뻥 뚫려 있었으며 안구가 있어야 할 자리 역시 휑하니 비어 있었다.

 

 다만 검은색의 말라붙은 실 같은 것이 눈이 있어야 할 자리에서 광대까지 너저분하게 흘러 내려와 있었다.

 

 

 "네가 천이안이냐."

 

 

 미라는 윗 치아와 아래 치아를 딱딱거리며 말을 걸어왔다.

 

 목소리는 남성인지 여성인지 분간할 수 없었는데, 말을 할 때마다 치아가 부딪치는 소리 사이로 목소리 대신 공기가 잔뜩 섞인 쇳소리가 들려왔기 때문이다.

 

 천이안은 주춤주춤 뒤로 더 물러났다.

 

 누가 이걸 설치 한 지 모르겠지만 천이안을 겁 줄 요량이었다면 대성공이었다.

 

 그는 무서운 것을 끔찍하게 싫어했다.

 

 

 "네가 천이안이냐고 묻고 있다."

 

 

 딱딱하게 굳은 안면에 표정이 떠오르거나 목소리에 고저 차이는 없었다.

 

 그럼에도 정체모를 존재는 자신이 기분 나쁘다는 기색을 풍겼다.

 

 온 몸을 덜덜 떨던 천이안은 본능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네 조상인 호영이다. 출출하니 식사를 준비해다오."

 

 

 천이안은 자신 앞에 서 있는 괴생물체가 뭐라 떠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조상이니 뭐니 사람인지도 확실하지 않은 게 헛소리를 내뱉었다.

 

 천이안은 악몽을 꾸는 듯했다.

 

 두려움에 찌릿찌릿한 방광 때문에 오줌이 마려웠다.

 

 게다가 오금에 힘은 또 왜 이리 풀리는지.

 

 아차 하다가는 그대로 주저앉아 소변을 지릴 것 같았다.

 

 

 그래서 천이안은 있는 힘껏 왔던 길로 달려 나갔다.

 

 나무와 수풀이 양 옆에서 순식간에 뒤로 밀려 났다.

 

 멈출 생각도 못한 채 정신없이 달린 그가 도착한 곳은 마을 입구였다.

 

 온 몸 근육의 힘을 짜내서 있는 힘껏 달린 결과였다.

 

 

 헉, 헉, 헉

 

 

 목구멍에서는 바늘이 뒹굴었고 입 안은 말라 버석버석했다.

 

 귓가로 맥박이 마구 날뛰는 소리가 들리고 심장 뛰는 박동에 맞춰 온 몸이 지진이 난 듯 흔들렸다.

 

 흔들리는 시선으로 천이안은 뒤를 돌아봤으나 따라오는 이는 없었다.

 

 안도감에 바닥에 그대로 주저앉아 한참 숨 고르기를 마치자 뱃속에서 꼬르륵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집으로 돌아갈까?

 

 배도 고픈데 마을에서 밥이라도 먹고 갈까?

 

 근데 만약 그게 그대로 집 앞에 있으면 어쩌지?

 

 저녁에 집에 갔는데 그대로 있으면?

 

 

 소름이 돋아 양 팔을 문지르던 천이안은 천둥이 울리 듯 꼬르륵거리는 배를 문지르며 마을로 들어섰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던 그는 가장 먼저 잡동사니를 파는 가게에 들어가 낡은 야구배트를 샀다.

 

 손에 들린 묵직한 무게에 만족한 그는 자주 들리는 국밥집에 가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당 주인은 허겁지겁 국밥을 먹는 천이안에게 못마땅한 표정으로 고기 한 점을 더 올려 주었다.

 

 

 간다는 인사에 보지도 않고 손만 휘휘 젓는 주인이 있는 식당을 나선 천이안은 결의에 찬 표정으로 길에 나섰다.

 

 돌아가는 길, 하늘은 점차 붉게 물들더니 그가 집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어둑어둑하게 변했다.

 

  두 손에 쥔 구식 야구방망이를 꽉 틀어쥐며 천이안은 두 눈을 부릅떴다.

 

 

 고물상 일을 접은 지 꽤 되었지만 여전히 몸에는 생활근육이 남아있었다.

 

 그가 있는 힘껏 휘두른 방망이를 맞으면 그 누구라도 제정신을 차리지 못할 것이다.

 

 길에서 벗어나 나무 틈 사이로 들어간 그는 집이 눈앞에 보이자 허탈감인지 안도감인지 모를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대문은 휑했다.

 

 주변을 둘러보아도 인기척은 커녕 작은 동물이나 곤충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휴우, 만약 남아 있었으면 내가 가만두지 않으려고 그랬어!"

 

 

 주변에 그 괴생물체가 숨어있을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등골이 오싹해진 천이안은 혼잣말로 으름장을 놓았다.

 

 고물이 사라진 텅 빈 마당을 지나 집에 들어온 천이안은 실내 불을 켠 뒤에야 긴장을 풀었다.

 

 낡고 오래되어 금방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집이었으나 그에게 있어 세상 어디보다 안전한 장소였다. 천이안은 아직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간단히 씻고 라디오를 켰다.

 

 잔뜩 긴장한 채 달리기까지 한 탓인지 따뜻한 이불 속에 들어가자마자 몸이 노곤노곤 해지며 순식간에 잠에 빠졌다.

 

 

 온 몸이 무거웠다.

 

 숨 쉬기조차 버거워 헉헉거리며 겨우 눈을 뜬 천이안은 사방이 캄캄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잠든 기억조차 없는데 방 안의 불은 꺼져있고 라디오의 초록색 불빛만이 깜빡였다.

 

 라디오에서는 새벽시간 청취자들을 위한 조용한 음악이 흘러 나왔다.

 

 

 천이안은 몸을 일으키려 했다.

 

 악몽이라도 꿨는지 온 몸이 식은땀 범벅인데다가 컨디션은 최악이었다.

 

 찬 물이라도 한 잔 마시고 굳은 몸을 스트레칭이라도 해 줘야 할 것 같았다.

 

 하지만 몸은 누워있는 그 상태에서 움직이지 않았다.

 

 마치 박제 된 곤충처럼 이불 속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채 한참을 버둥대던 천이안은 결국 포기했다.

 

 

 그러다 문득 어느 순간부터 음악소리가 지직거리며 끊겼다 다시 들리기를 반복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눈알을 굴려 주변을 둘러보았다.

 

 의식적으로 한 일은 아니었다.

 

 그러나 창가에 서 있는 사람 옆모습의 그림자를 발견하고 천이안은 심장이 멎을 것처럼 놀랐다.

 

 

 하지만 숨소리, 자그마한 움직임마저 그림자를 자극할 것 같아 속에서부터 솟구치던 비명을 가까스로 입 안에 다시 삼켜 넣었다.

 

 그런 노력이 무색하게 그림자는 서서히 몸을 틀더니 천이안에게 다가오기 시작했다.

 

 그는 차라리 기절이라도 하고픈 마음이었다.

 

 

 그림자가 다가오는 모습은 괴이했다.

 

 몸의 반동이 없었다.

 

 걸음을 내딛을 때마다 조금이라도 몸이 움직이거나 들썩여야 정상인데 마치 한 곳에 서 있는 상태로 미끄러져 내려오듯 천이안에게 다가왔다.

 

 라디오에서 나오는 음악은 여전히 끊기다 다시 이어지고, 이어지려나 싶으면 느린 재생 버튼을 누른 것처럼 늘어진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스르륵, 다가온 그림자가 그의 바로 앞까지 다가왔다.

 

 이제 정면에서 그 정체모를 것을 올려다 볼 수 있었다.

 

 그리고 천이안은 그 모습이 자신이 낮에 본 미라와 같다는 걸 깨달았다.

 

 딱딱하게 말라붙은 회색빛 겉가죽, 눈과 코가 있어야 할 자리에는 구멍만이 존재했고 입술이 올라붙어 드러난 윗니와 아랫니까지.

 

 낮과 다른 점이라면 안구 대신 텅 비어 있어야 할 자리에 초록빛으로 타오르는 두 개의 불덩어리였다.

 

 형형한 그 두 눈과 마주쳤을 때, 천이안은 그만 기절하고 말았다.

 

 

 "헉!"

 

 

 다음 날,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앉은 그는 주변을 살폈다.

 

 창문에서는 햇살이 들어와 방을 밝혔고 라디오에서는 발랄한 노랫소리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제서야 놀란 마음을 진정시킨 그는 두 손으로 얼굴을 문지르며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러다 부르르 몸을 한차례 떨었다.

 

 식은땀을 잔뜩 흘린 뒤 이불에서 벗어나니 오한을 느낀 탓이다.

 

 그가 입고 있던 옷은 물론 누웠던 자리까지 땀으로 눅눅했다.

 

 천이안은 자리에서 비칠대며 일어나 문을 열고 거실로 나왔다.

 

 그리고 그는 다시 한 번 온 몸에 피가 빠지는 것 같았다.

 

 

 거실에서 주방으로 향하는 문이 열려 있었다.

 

 다급히 다가간 주방 안은 마치 폭격을 맞은 것처럼 엉망진창이었다.

 

 급히 자신의 방으로 돌아가 벽에 세워 둔 야구배트를 들고 주방으로 돌아온 천이안은 차례차례 안방, 화장실 그리고 마당까지 사람의 흔적을 찾아 이 잡듯이 살펴 본 다음에서야 다시 주방으로 돌아왔다.

 

 

 침입자는커녕 사람이 들어온 흔적조차 없었다.

 

 여전히 배트를 손에서 놓지 않은 채 주방을 살펴보던 그는 기가 차 헛웃음을 지었다.

 

 그동안 냉장고와 찬장에 채워두었던 식료품 전부 식탁과 바닥을 어지럽히며 널브러져 있었는데, 누군가 게걸스럽게 먹어치운 듯 내용물은 전부 사라지고 포장지는 쥐어뜯은 형상이었기 때문이다.

 

 음식물 부스러기가 사방에 떨어져 있는 것으로 보아 밤새 그 자리에서 몽땅 먹어치운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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