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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한식에 반하다
작가 : 씨큐씨큐
작품등록일 : 2022.1.4

지금 대한민국에서 가장 핫한 요식업계 일인자를 꼽으라면 단연 백한식으로 통한다.
백한식은 신이내린 미각과 특출난 미모 덕에 스타덤에 올랐을진데.
그만 코로나 후유증으로 미각상실이 오고야 말았다!
절대미각을 잃고 언론을 피해 시골로 숨어들어 은둔생활을 시작한 백한식,
동네 중국집 딸내미 정다은에게 그만 정체를 들키고 만다?
여기 본격 먹방 로맨스가 시작될지니.
배고픈 자여, 당장 클릭을 멈추라.

 

작성일 : 22-02-16 11:11     조회 : 68     추천 : 0     분량 : 4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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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번째 경연이 끝나고 백한식은 줄곧 아버지와의 대화를 떠올렸다. 자신이 알고 있다 믿었던 진실에 관해서. 아니, 어쩌면 진실이란 것은 그냥 각자의 서로 다른 관점인지도 몰랐다.

 

 ‘진실이란게 존재하긴 하는 건가.’

 

 무심코 자신이 지나온 삶의 전반에 염세주의적인 시점이 그림자를 드리웠다.

 조부님의 사망과 부모님의 이혼, 어린 나이에 홀로 살기를 결심하던 그 순간에도 흔들림이 없었던 백한식인데. 이제와서 그 뒤틀린 기억과, 진실이라 믿었던 혼자만의 망상이 뒤섞여 아프게 놓아주지 않았으니.

 

 - 지이잉.

 

 테이블에 올려둔 휴대폰이 [꼬봉] 에게서 전화가 왔음을 알렸다.

 

 “어.”

 - 숙수님! 다음 경연 메뉴 결정 났어요?

 

 발랄한 정다은의 목소리에 한식은 문득 회의감이 몰려왔다. 어차피 육개월이면 끝날 인연이었다.

 아니, 이제 겨울 2개월 남짓 남았으려나. 시간은 참 빨리도 흐르지 않던가.

 백한식은 다은의 질문에 맥없이 답했다.

 

 “…만두.”

 - 만두요? 우와. 만두는 생각도 못 했어요. 우리 애봉반점에서는 서비스 만두조차 안 해요. 이거 큰일났네! 지금 바로 숙수님 레스토랑으로 갈까요? 우리 무슨 만두로 하는게 좋을까요?

 “…글쎄.”

 

 종알종알 떠드는 다은의 목소리에 백한식의 심경은 더 복잡해졌다. 어차피 다시 못 보게 될 사이였는데. 어째서 여지껏 이 진실을 인지하지 못 했을까. 한식이 답지 않게 나약한 숨을 토했다.

 

 - 숙수님? 몸 안 좋으세요?

 “…아니.”

 - 오늘 미묘하게 기운이 없으신데….

 “…그런가.”

 - 괜찮으세요?

 

 정다은이 무척 보고 싶었지만 보고 싶지 않기도 했다. 그냥 이대로 육개월이 몽땅 흘러간다면, 다시는 꼬봉을 볼 수 없다면, 그 다음은 무엇이 남았을까. 이 계약 연애를 왜 시작했더라.

 

 ‘아, 나 미각소실 이었지.’

 

 문득 떠오른 진실 앞에서 한식은 고개를 수그렸다. 진실은 존재했고, 미련한 인간은 자신의 뜻으로 그 진실을 해석한다. 백한식은 무거운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꼬봉, 아무래도 오늘은 쉬자. 만두 고민 좀 해봐. 나도 고민 해볼 테니까.”

 - 네, 숙수님. 푹 쉬….

 

 정다은이 말을 마치기도 전에 끊어져 뚜뚜 거리는 소리에 깜짝 놀랐다.

 

 “몸이 진짜로 안 좋으신 것 같은데? 혼자 사는 사람이 몸 아프면 서러운 법인데….”

 

 한식이 걱정되었지만 괜히 그를 귀찮게 하고 싶지 않았다. 다은이 고개를 젓더니, 느적느적 방 밖으로 나왔고. 거실에서 응원 현수막을 정돈하고 있던 상덕이 물어왔다.

 

 “다음 과제 모라더나?”

 “만두요.”

 “만두? 모 과제가 그따구고. 그란거 써비스가 뭐이 중하디?”

 

 상덕이 현수막에 끈을 연결하며 구시렁대자, 그제야 아빠의 행동을 살핀 정다은이 깜짝 놀랐다.

 

 “엑? 아빠! 현수막 또 뽑았죠? 엄청 늘어났는데!”

 “마! 전국에 다 붙일기다. 느덜 담번에는 갱북팀한테 뺏긴 고 트로피 꼭 따와야된디!”

 “아, 몰라요. 우리집 만두도 안 하는데 만두…. 아, 어떡하지?”

 “우짜긴 뭘 우짜. 백한식이 곰마가 다 생각한기 있을끼 아이가.”

 “….”

 

 다들 그렇게 생각할 것이다. 실제로 경연을 치른 짬뽕의 레시피는 전부 백한식의 머리에서 나왔으니까.

 다은은 무심코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본인의 능력을 가늠하려 애썼다.

 

 ‘역시 나는 숙수님한테 그냥 짐 덩어리일 뿐일까?’

 

 이대로 있을 수만은 없다. 다은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나갈 채비를 했는데.

 

 “연습하러 갈끼가?”

 “아이디어 좀 얻으러 갈려고요.”

 “아서라. 니가 모한다꼬 나서노. 백한식이한티 보조를 잘 하는기 니 할일이다, 마.”

 “아빠! 쫌! 나도 실력있다구요!”

 “니가 마, 자격증에 잉크도 안 말랐디!”

 “이현복 셰프님이 나 재능 있댔거든요오!”

 

 흥칫뿡이다! 다은이 떽떽 거리면서 신발을 신고 밖으로 나가버렸다. 정상덕은 닫힌 문에 대고 현수막을 휘두르며,

 

 “나가 놀거믄 이거나 몇 장 들고 갈 것이제!”

 

 라며 혼자 파닥댔다.

 

 ***

 

 “만두?”

 “응. 그 서비스로 나오는 튀기는 만두 스타일이 맞겠지? 아니면 역시 증교자로 가는게 맞나.”

 

 동철의 가게에서 다음 과제 이야기를 꺼낸 다은. 열심히 초밥을 만들면서도 그녀의 이야기를 주의 깊게 듣던 동철이 특유의 휘어지는 눈웃음을 지었다.

 

 “무조건 튀김이지. 그거, 내 전공인데?”

 

 순간 신동철의 반지에서 빨간 큐빅이 반짝! 하고 빛났으나 그 어느 누구도 눈치 채지 못 했으니.

 

 식사를 마친 손님들이 하나둘 자리를 뜨고, 재료소진 팻말을 내걸은 가게 주방에서 동철과 다은이 소매를 걷어 올렸다.

 

 “다은아, 내가 일식 튀김의 모든 것을 전수해줄게. 완전히 마스터 시켜줄테니까 열심히 따라와야 해!”

 “응!”

 

 손님이 없는 작은 일식전문점의 주방에선 뜨거운 기름이 끓어 올랐음이라. 과연 정다은은 일식 튀김을 완벽하게 습득하고, 다음 경연과제의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을 것인가.

 

 ***

 

 머릿속이 복잡할 때 인간이 선택하는 행위에는 몇 가지가 있다. 아무 생각을 하지 않거나. 오히려 그 문제만을 생각하거나.

 전자를 택한 백한식은 바이크용 풀페이스 헬멧을 갖춰 쓰고 거리를 나섰다. 선글라스와 마스크로도 그의 빛나는 미모를 막을 수 없어 매번 거리의 사람들에게 정체를 들키자, 고안해 낸 새로운 방식이었다.

 라이더 재킷으로 옷차림도 완벽 셋팅을 끝낸 뒤 호기롭게 거리를 거니는 백한식. 마치 바이크를 어딘가 잘 주차해두고 걷는 듯한 자연스러운 움직임이었다.

 

 역시 머리가 복잡할 때는 아무 생각도 하지 않아야 하는 법. 한식은 인파들 사이를 아무렇지 않게 거닐다가 편의점 앞 [그 장소]에서 딱 멈춰 섰는데. 그의 두 눈동자가 의욕으로 불타올랐다.

 

 ‘좋아. 도전이다!’

 

 아아, 헬멧에 얼굴을 숨긴 키 큰 남자가 벌써 네시간 째 인형뽑기를 하고 있으니. 그 이름 백한식이어라.

 다행히 길을 지나는 사람들은 허우대 좋은 택배 아저씨가 배달은 안 가고 시간을 때우는 것 이상으로 보이지 않는가 보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는 이상, 백한식에게 [게임 오버]란 존재치 않게 된다.

 지갑 속 총알은 빠방했고, 이깟 인형은 확률이란 숫자 아래 무조건 뽑히게 되어 있는 법!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오로지 한 인형만을 타깃으로 한식은 끊임없는 중독의 시간을 걸었으니.

 

 ‘드디어…!’

 

 뽑기 기계의 집게가 아슬아슬하게 인형을 걸어들고 허공으로 상승했다.

 좌우로 흔들리는 집게발의 작은 떨림에도 한식은 소스라쳤고. 끼릭끼릭 느리지만 거칠게 몸을 마구 흔들면서도 집게 사이에 끼인 인형은 떨어질 줄 몰랐으니!

 이윽고 허공에서 움직임을 멈춘 집게발이 벌어지자,

 

 - 끼릿. 투욱.

 

 인형이 출구를 향해 거칠게 떨어져 내렸다.

 

 “성공이다아!”

 

 꼬박 4시간 18분 3초 만이었다. 이 감격의 순간, 떠오르는 얼굴은 정다은이었으니!

 

 “꼬봉! 내가 뽑았…. 하….”

 

 이를 어찌하리오. 아무 생각도 하지 않던 네시간 남짓의 시간은 수포로 돌아가고 말았다. 머릿속이 다시 복잡해지는구나.

 인형을 집어 들고 터덜터덜 돌아서는 한식. 그러다가 그만 그 장면을 목격하게 되고 말았다.

 

 “어? 다은아. 그거 내가 들게. 무겁잖아.”

 “아냐. 같이 나눠 들어야 안 힘들지.”

 “바보야, 가게가 코앞인데 이런 건 남자가 들어야 깔롱지기는 거야.”

 “푸하하하!”

 

 튀김 연구 중 내친 김에 만두까지 완성해 보자며, 재료를 사러 나온 정다은과 신동철이었다. 잘 어울리는 연인으로 보이지 않는가.

 백한식은 도로를 사이에 두고, 저도 모르게 두 사람의 뒤를 밟았다. 그들의 뒷모습을 보며 오만가지 생각을 다 하게 되었는데.

 자연스럽게 장난치고, 별 볼일 없는 농담에도 곧잘 웃고, 시시껄렁한 대화가 잘 통하는 사이. 아무리 보아도 연인 같았다.

 정다은과 신동철 사이에는 백한식의 자리 따윈 없어 보였으니. 이걸 무어라 정의하면 좋을까.

 어린 시절부터 알고 지낸 스스럼없는 사이, 자연스레 편안한 분위기의 사이, 헬멧 없이도 평범한 데이트가 가능한 사이. 절대로 백한식이 가질 수 없는, 끼어들 수 없는 사이지 않은가.

 두 사람이 가게로 다시 돌아가기 까지, 한식은 정다은을 애타게 바라보았더랬다. 이 마음은 무엇이려나.

 다만 한식의 손이 움켜쥔 인형이 비명을 내지르는 것 같았는데.

 

 ***

 

 조리대 위에 사온 재료들을 정리하며 신동철이 물었다.

 

 “다은아, 만두 속은 어떻게 할거야?”

 “음. 역시 고기가 좋으려나?”

 “독도산 식재료가 주인공이어야 하는거 아니었어?”

 “그렇…지? 아, 뭘로 쓰지? 저번 과제에선 독도 피문어를 썼거든.”

 “흠. 그럼 역시 해산물 쪽으로 가는 게 어때? 일식에서는 새우가 가장 인기 있는 튀김이라고.”

 

 찡끗 윙크를 해보이는 새하얀 얼굴에, 정다은이 답을 찾았단 듯이 크게 기뻐했는데.

 

 “그래! 새우만두! 나 이현복 셰프님 멘보샤 배웠잖아. 그걸 응용하면 좋겠어!”

 

 생각보다 제법이지 않은가. 백한식 없이도 중식대첩의 다음 과제를 떠올린 정다은. 동철의 도움을 받아 막힘없이 레시피를 떠올려본다.

 허나 일식점 주방에 고소한 기름향이 피어오르는 동안, 누군가의 마음은 새카맣게 타고 있으니.

 

 ***

 

 고급 소재의 리클라이너에 백한식이 처연하지만 멋들어진 자세로 앉아있었다. 아니, 이걸 앉아있다고 표현해도 될지 모르겠다. 될 대로 되라 식의 흐트러진 옷매무새, 나른한 표정, 헬멧 안에서 땀으로 절었던 머리가 윤기 있게 헝클어진 모양하며,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스러져 내린 자세는 야릇한 분위기를 풍겼는데.

 어허라, 테이블 위에 놓인 빈 소주병들이 위험을 알려 왔으니. 백한식이 빈속에 이미 깡소주를 3병이나 마셨단 것을.

 테이블 위에 아까 뽑힌 뽑기 인형이 두려움에 파르르 떨고 있었다.

 

 “그뤠. 계약 끝나면 역시 그, 그 기생오래뷔한테 가게 되 있따고! 나는 항개도 신경 안쓰고 그 새끼한테 폭 앵기겠지, 엉?”

 

 백한식은 테이블에 놓인 인형이 마치 정다은인양 연신 삿대질을 하며 고래고래 소리를 쳤고.

 

 “그럼 나는? 나는! …난 괜차나. 너어는, 진짜…. 육개월 그거 금방이다아?”

 

 갑작스레 두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해졌다. 분노에 타올랐다가 애수에 젖어 버리는, 롤러코스터를 탄 감정만이 술에 취한 백한식을 조종하는 듯 싶었는데.

 한식의 감정선을 따라 삿대질과 눈물바람을 목격하게 된 애꿎은 인형만이 슬픈 눈동자를 하고 있었다.

 

 “그뤄니까아, 라떼타워! 그거 내가 같이 가준다! 엉? 간다고오!”

 

 - 탕!

 

 그대로 엎어지듯 잠이 든 모양새가 처연하고나. 그렇게 밤이 깊도록 잔을 마주한 인형만이, 한식의 술주정을 다 받았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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