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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전생을 잊은 그대에게
작가 : 장은한
작품등록일 : 2022.2.15

1,000년을 채워야 인간으로 환생할 수 있는 선녀.
마지막 1년을 남기고 400년 전 너무나 사랑했던 능창대군<이전>의 환생을 보게 된다.

"사람인 내가 선녀인 너를 은애한다고 하였다."
사랑한 기억이 사무치는 그리움으로 남아있는 선녀와 전생의 기억이 있을리 없는 두 사람.

"당신을 사랑한다면 믿을 수 있겠어요?"
이번엔 선녀가 먼저 고백을 한다.
"스토커예요?"
이 남자, 전생에서도 잘나가더니 현생에서도 국내 가구 1위 기업인 고원의 본부장이란다. 본부장이 아니라 최현우를 사랑하고 싶지만 선녀의 사랑에는 장벽이 많다. 그 사람과 다시 사랑할 수 있을까?

 
2. 전생과 현생의 그 사람
작성일 : 22-02-16 09:40     조회 : 190     추천 : 0     분량 : 4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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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선시대, 1613년.

 

 어스름이 지는 시간. 산속 냇가 옆에 고운 분홍색 한복을 입은 선녀가 있었고, 파란 도포를 걸친 남자가 장작을 양팔 가득 갖고 선녀의 옆으로 왔다.

 

 “불도 없는데 뗄감을 모아서 무얼 하겠다는 거냐?”

 “제가 불을 피울 수 있습니다. 대군마마. 조금 멀찍이 계셔요.”

 선녀는 자리를 잡고, 익숙하게 땔감을 둥그렇게 만들었다. 대군이 멀찍이 서서 선녀가 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여기 불을 어디서 구한다고...’

 대군이 주위를 두리번거리며 할 일 없는 탐색을 하고 있는 사이, 선녀가 눈을 감고 손을 모아 입에 갔다 댔다. 후. 하고 따뜻한 입김을 불자 선녀의 손안에 있던 작은 나뭇가지에 불이 붙었다.

 

 불을 땔감에 옮기자 대군이 신기한 표정을 지으며 다가왔다.

 

 “솜씨가 좋구나.”

 “아닙니다. 선녀라면 모름지기 비상 상황에 불과 지도는 필수 아니겠습니까.”

 “또 불을 피울 일이 있거든, 땔감 쌓는 것까지 내가 하지. 그대의 고생을 조금이라도 덜어줘야지.”

 선녀가 바위 위에 조심히 앉자 대군도 선녀의 옆에 앉았다. 모닥불의 온기는 따뜻했고, 선녀의 옷깃이 자꾸 대군의 팔에 닿자 의식이 됐다.

 

 대군을 모닥불만 보고 있는 선녀를 힐끔 쳐다봤다. 저렇게 반짝거리는 눈으로 모닥불을 보고 있는 걸 보니 괘씸했다. 나보다 모닥불이 더 좋단 말인가!

 

 “뭘 그렇게 생각하느냐?”

 대군의 물음에 선녀는 그제야 대군을 바라봤다. 눈빛에는 애틋함이 가득했다.

 

 “제가 좋아하는 걸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티가 났는지요?”

 대군의 심장은 고장이 난 듯 제 마음대로 널을 뛰었다. 대군 일생의 가장 긴박한 날인 것 같았다.

 

 “좋아하는 것?”

 “네. 저 모닥불에 감자와 고구마를 돌려서 익혀 먹으면 정말 산해진미가 따로 없거든요.”

 “감, 감자, 고구마?”

 “네.”

 선녀는 아직도 흐뭇한 미소를 띠고 모닥불을 보고 있었다. 대군은 자신의 처지가 가여웠다. 모닥불에 이어 감자와 고구마보다 못한 존재로 전략하니 괘씸한 마음도 들었다.

 

 타닥!

 불이 튀어 대군의 손등 위로 튀어 올랐다.

 

 “대군마마!”

 선녀가 놀라 황급히 대군의 손을 잡아 상처를 없애보려 했지만 이미 왼손 엄지손가락과 검지손가락 사이가 빨개졌다.

 

 “이 정도야 괜찮다. 아무것도 아니야.”

 “아녜요. 선녀가 붙인 불에 사람이 닿으면 흉이 없어지지 않아요. 환생을 해도 계속될 상처라고 들었습니다!”

 손녀의 떨림이 손을 맞잡고 있는 대군에게 전해졌다. 대군은 오른손을 들어 선녀의 손을 잡아 다독거리려 했지만, 대군의 손에 있던 선녀의 온기가 사라졌다.

 

 “벌을 주소서!”

 선녀가 바닥에 납작 엎드려 바들바들 떨고 있었다. 왕족에게 상처를 입혔으니 그 죄가 무거울 것이라 판단된 선녀는 앞이 캄캄해졌다. 선녀의 차가운 손 위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대군이 선녀의 손을 잡아 일으켜 세웠다.

 

 “나는 괜찮대도. 그럴 것 없어. 내가 전하도 아닌데.”

 “하지만...”

 

 대군은 선녀를 일으켜 자신의 상처를 보여주었다.

 “보아라. 참 신기하구나. 흉 같지 않아.”

 “선녀가 핀 불에 데여서 한자 선의 형태를 띨 것입니다.”

 “나에겐 좋구나.”

 “네?”

 흉이 났는데 좋을게 뭐인지 선녀는 이해할 수 없었다.

 

 “이걸 볼 때마다 너를 생각할 수 있으니. 우리 사이에 증표가 생긴 것 같구나.”

 “네?”

 “내가 너를 은애하거든.”

 짧지만 담백한 고백이었다. 능창대군은 선녀의 반응을 걱정했지만, 선녀의 눈은 아이처럼 해맑을 뿐이었다.

 

 “네? 뭐라 하셨지요?”

 능창대군이 선녀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사람인 내가 선녀인 너를 은애한다고 하였다.”

 갑작스러운 고백이 선녀의 머리에 들어오지 않았다. 은애, 그것이 무슨 단어였는지도 잊고 있었다. 선녀가 그 말을 이해하자 볼이 모닥불보다 붉어졌다. 자신의 모습이 들킬까 선녀는 대군에게서 황급히 몸을 틀었다.

 

 사랑이었다. 천년을 살아야 하는 선녀와 백 년도 살지 못하는 인간의 기구한 사랑의 시작이었다.

 

 선녀는 파도가 들이치는 듯이 밀려드는 대군의 기억을 힘들게 삼켰다.

 역모로 죽은 뒤 그는 오랜 세월이 지나고 능창대군이라 추봉 되었고, 효민이라는 시호가 내려졌다. 죽은 뒤 얻은 명예는 그를 더 괴롭게 했다.

 

 대군을 잊었다 생각했지만, 잊은 척할 뿐이었다. 아무 일도 없었던 척하고 지내는 것이 맞는 것이라 판단되었다.

 

 그래서 잊었다 생각했고, 이제는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하며 지냈다. 그 사람은 본인이 상처받지 않기 위한 길을 택했고, 그 길에 선녀는 없었다. 하지만 수백 년이 지나고 다시 만나게 되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환생이 일 년 남은 이제야 왜 우리가 다시 만났을까...

 

 남자는 선녀의 시선에 고개를 돌려 버스 주변을 둘러보다 무심코 선녀와 눈이 마주쳤다.

 

 둘이 눈을 마주치고

 1초, 2초, 3초. 두 사람은 옛날처럼 서로를 마주 보고 있었다. 선녀는 혹시 자신을 기억하는 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하지만 그 사람이 전생을 기억할 리 없었다. 그것이 현실이었다.

 

 버스가 정류장에 멈추고 앞문이 열렸다. 한 남자가 버스를 타더니 주위를 둘러봤다. 남자의 돌아가는 시선에 선녀와 눈이 마주쳤다. 선녀의 눈에 차갑고 어두운 기운이 남자 주위를 싸고 있었다.

 

 ‘저 사람 뭐지?’

 생각이 든 것도 잠시.

 남자는 선녀에게 시선을 머문 채 툭툭 걸어와 선녀의 옆에 앉았다. 선녀는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이상한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버스가 출발하고 선녀의 다리로 뱀이 올라오는 느낌이 들었다. 온몸에 서늘함이 퍼지자 황급히 놀라 다리를 바라봤다.

 선녀의 다리 위에 남자의 손이 끈적하게 붙어있었다.

 

 실체를 확인하자 쿵! 하고 심장이 떨어졌다. 하지 말라고, 도와달라고 소리를 질러야 하는데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몇 년 전 998년 선녀가 지하철에서 변태를 만났다고 했을 때 남의 일처럼 소리 질러야지! 라고 철없이 훈수두던 과거가 떠올랐다.

 

 ‘내가 무서운 선녀란 걸 보여주자.’

 선녀는 눈에 힘을 주고 고개를 돌렸다. 남자는 눈이 마주치자 선녀를 보며 이죽거렸다. 그의 표정이 너무 악랄하고 비위가 상했다. 그러는 사이 그의 손은 허벅지 위로 점점 올라가고 있었다. 선녀의 온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뭐야. 이 새끼는”

 그때 남자가 마치 경찰이 범인을 잡듯 변태의 손을 낚아채 등 뒤로 꺾었다.

 선녀는 놀라 일시 정지 상태가 되었다.

 

 ‘그 사람이 맞구나.’

 선녀는 확신했다. 환생으로 기억을 잃었으나 본능은 자신을 잊지 못하고 있음을 확신했다.

 

 “아악!”

 남자에게 왼쪽 팔이 꺾인 변태는 아파 연신 괴성을 질렀다.

 

 “본부장님 갑자기 왜 그러세요?”

 일행이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다가와 물었다.

 

 “몰라서 물어? 성추행범이잖아. 어디서 손을 함부로 놀려.”

 “아악. 아니에요. 안 그랬어요!”

 변태의 거짓말에 남자는 손에 힘을 더 세게 쥐고 팔을 놓지 않았다.

 

 “안 그랬다고? 다 봤는데 무슨 헛소리를 지껄여.”

 남자의 눈은 정의로 불타오르고 있었다. 하지만 선녀로서는 일이 더 커져서 좋을 게 없었다. 나는 인간이 아니었다. 조용히 지상에 왔다 심부름만 마치고 무사히 하늘나라로 올라가야 하는데... 선녀의 마음이 조마조마 해졌다.

 

 “무고한 시민한테 뭐 하는 짓이야! 나 내려야 해!”

 변태는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얼른 현장에서 도망치려 했지만 남자는 놓지 않았다. 놀라움과 고민에 아무 말도 못 하던 선녀가 입을 열었다.

 

 “그냥 보내주세요.”

 선녀의 말에 남자는 인상을 찡그렸다.

 

 뭐? 보내?

 남자는 선녀의 말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기껏 힘들게 도와줬더니 고맙다고 감격에 겨워하지는 못할망정 사건을 은폐하려 했다. 남자가 손아귀 힘을 풀자 변태는 버스 하차문을 열어달라고 소리 질렀다.

 

 “별 그지 같은 걸 다보겠네.”

 변태가 치욕스러운 말을 남기고 현장을 떠났지만 선녀는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남자는 옷을 툭툭 털고 다시 자리에 앉았다.

 

 “본부장님 괜찮으세요?”

 선녀는 남자에게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미안함. 고마움. 모든 게 뒤엉켜 있었다.

 이름은 뭘까, 날 기억하냐고 묻고 싶었다.

 남자는 자리에 앉아 빤히 선녀를 쳐다봤다. 두 사람은 이번에도 서로의 눈빛을 피하지 않았다.

 

 남자는 앞에 앉은 일행의 어깨를 툭툭 치더니 귓속말을 건넸다.

 

 “본부장님 미쳤어요?”

 일행은 얼굴이 빨개져 길길이 날뛰었다. 남자는 선녀를 향해 고갯짓하며 일행에게 독촉했다. 일행은 일어나 선녀에게 쭈볏쭈볏 걸어갔다.

 

 “죄송합니다. 미리 사과할게요.”

 “네?”

 밑도 끝도 없는 사과에 머릿속에는 물음표만 가득해졌다.

 

 “제가 하는 말이 아닙니다. 전하라고 하셨어요.”

 남자의 말에 선녀는 순간 확신이 들었다.

 

 ‘날 알아본 게 분명해. 우리는 보통 인연이 아니었으니까. 어쩌면 좋지. 우리의 사랑을...’

 선녀의 머릿속에는 수많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첫 말을 뭐라고 얘기해야 할까. 다시 봐서 기쁘다고. 행복하다고 할까. 힘들었지만 그리워했다고 할까.’

 선녀의 코끝이 찡해졌다. 우리의 사랑은 죽음이 갈라놓을 수 없는 것이었어.

 라고 생각하던 때

 

 “저희 본부장님께서 뭘 그렇게 꼬라보냐고 하십니다.”

 “네?”

 예상에 없던 말을 들은 선녀는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변태도 그냥 보낸 마당에 뭘 잘했냐고. 다른 여자들 당할 거 생각도 안 하냐고 하십니다.”

 선녀는 기가 막혀 할 말을 찾지 못했다. 일행에게 눈을 돌려 남자를 바라봤지만 남자는 입을 삐죽 내밀고는 선녀의 눈길을 외면했다. 현생의 잘생긴 입에서 나오는 말이 왜 저 모양인지 전생에 갖고 있던 명석한 두뇌와 측은지심의 마음이 어디간지 사라졌다.

 

 선녀는 입술을 세게 깨물었다.

 

 내가 사랑한 대군은 저런 사람이 아니었다. 속세에 물들어 이렇게 되었다면 지금이라도 한 대 때려 정신머리를 고쳐 놓고 싶은 마음이 가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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