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자유연재 > 현대물
노트맨
작가 : happydwarf
작품등록일 : 2022.1.30

눈을 뜨니 이 넓은 서울에 아무도 없었다. 도대체 사람들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내가 알던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14
작성일 : 22-02-16 01:07     조회 : 192     추천 : 0     분량 : 4981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다시 눈을 떴을 때 나는 옆에서 놀고 있는 아기들이 보여서 순간 안심을 하였다. 혹시나 잠이 들었다 깼을 때 또 그곳에서 눈을 뜰까봐 얼마나 무서웠는지 몰랐다. 다행히 우리와 나라는 장난감을 가지고 거실에서 놀고 있었고 지우는 저녁밥을 하는지 부엌에서 연신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내가 누리던 이러한 일상이 이토록 행복한 것이었는 줄은 예전에는 전혀 몰랐었다. 나는 지우가 끓여준 된장찌개를 맛있게 먹고 지우와 아이들과 함께 오랜만에 바깥세상을 구경하기 위해서 나가보기로 마음을 먹었다.

 

 “지우야, 오랜만에 커피한잔 하러 갈까?”

 “어머, 웬일이셔. 귀찮다고 매일 집에서 마시자고 하더니.”

 “하하하. 그냥 바깥바람도 쐬고 싶고 평소에 쌍둥이 때문에 혼자서 가기도 힘들어 했잖아. 이번 기회에 오늘 한번 가보자.”

 “그래, 좋아. 대신 갔다와서 짜증내기 없기다.”“물론.”

 

 지우는 어제부터 달라진 남편이 낯설면서도 좋은지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나갈 준비를 하러 안방에 들어갔다. 그러는 사이에 나는 식탁을 치우고 설거지를 한 후 아이들이 먹을 분유를 미리 준비해 놓았다. 지우는 그러는 사이에 원피스 두벌과 청바지 및 주름치마와 같은 옷들로 패션쇼 하듯이 몇 번이나 갈아입고 나왔다. 적당히 입으라고 해도 얼마나 오랜만에 나가는 외출이었는지 공을 들이는 모습에 두어번 말한 후에는 그저 끝나기를 기다리며 갈아입고 나올때마다 진심으로 예쁘다는 말을 해주었는데 솔직히 나의 평가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마침내 흰 면바지에 조금 헐렁한 티셔츠를 입고 그 위에 얇은 재킷을 걸치고 나왔는데 원래 입고 싶었던 옷은 아니었던 것 같았지만 굳이 내색하지는 않았다.

 

 “편한 게 최고지. 애들 보다보면 옷에 또 많이 묻어서...”

 “지우야, 예쁘다!”

 

 내가 물어보지도 않은 말을 스스로 내뱉는 지우를 보며 조금 안쓰러웠지만 여전히 내 눈에는 예쁘게만 보여서 예쁘다고 말했다.

 

 집을 나서서 커피숍을 찾아가는 길에 지우는 뒷자석에서 아이들을 자신의 양 옆에 카시트에 앉히고 가운데에 앉아서 아기들에게 동시에 젖병을 물리는 고난이도 기술을 보여주었다. 아이들이 분유를 다 먹을만한 시간이 되었을 때에 집에서 비교적 가깝고 분위기도 좋은 커피숍에 도착할 수 있었다. 지우가 좋아하는 커피숍은 별다방이었지만 그곳은 사람이 항상 너무 많고 이렇게 어린 아기들을 데리고 가기에는 눈총을 받는 일이 있을 수 있어서 비교적 조용한 곳으로 오게 되었다. 지우는 오랜만에 밤마실을 나온 것이 좋아서 어디로 가는지는 별로 중요해보이지 않았다. 도착한 후 유모차를 트렁크에서 내리고 우리와 나리를 태워서 지우와 함께 커피숍으로 들어갔다. 지우에게 따뜻한 아메리카노를 주문한 후 나는 칭얼대는 우리를 먼저 안아들고 트림을 하도록 등을 잠시 쓸어내려 주었다. 지우는 주문을 하고 금방 돌아와 나라를 안아들고 나처럼 아기가 소화가 되도록 하였다. 우리는 서로 웃으며 같은 감정을 공유했다. 아이들은 오늘따라 유모차에 앉아서 앞에 달려있는 장난감을 만지며 다행히 울지 않고 놀았다. 엄마에게 얼마나 행복한 시간인지 아는 것처럼 매우 협조적이어서 지우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놀라며 나에게 말했다.

 

 “오빠! 얘들 집에서 그렇게 울고불고 하더니 어쩜 이래? 진짜 신기하다. 우리, 나라도 밖에 나오니까 좋은가봐. 앞으로 가끔씩은 이렇게 나오자.”

 “그래, 그러자.”

 “오빠. 솔직히 말해봐.”

 “응? 뭐를?”

 “솔직히 나한테 뭐 잘못한 거 있지. 지금 무슨 사고치고 말 못하고 있는 거 아니야?”

 “아니야, 그런 거. 아! 커피 가지고 올게.”

 

 지우는 조금은 진지해져서 나에게 심문을 하였지만 다행히 커피가 나왔다는 신호가 와서 커피를 가지러 가기위해 내가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커피를 가지러 가는 길에 반대편 구석에서 펜으로 노트같은 것에 무언가를 열심히 적고 있는 사람을 우연히 보게 되었다. 그는 캐주얼한 남색 모자를 거꾸로 쓰고서 아직은 그리 더운 계절이 아닌데 무엇이 그리 더운지 청바지에 상의는 흰색 반팔 티셔츠만을 입고 있었다. 대각선으로 옆모습까지는 얼핏 보이는데 몸이나 얼굴을 보았을 때에 수염이 조금 있긴 하였지만 많이 봐주어도 삼십중반 정도로 밖에는 보이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걷는 속도를 줄이며 천천히 그를 보면서 가다가 기다리던 직원이 불러서 고개를 돌리고는 얼른 커피를 받아 지우에게로 돌아갔다.

 

 “지우야, 우리 자리를 조금 옮길까? 방금 보니까 저기가 더 괜찮은 것 같아서.”

 “그래, 좋아.”

 

 나는 사실 노트에 무언가를 적던 사람을 더 살펴보고 싶어서 그가 잘 보이는 곳까지 조심히 유모차를 끌고 지우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정작 내가 그를 관심있게 보고 있다는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나의 시선을 받고 있는 그는 그저 열심히 무언가를 노트에 계속 적고 있을 뿐이었다.

 

 “음~ 오랜만에 나와서 마시니까 훨씬 더 맛있게 느껴지는 것 같아. 오빠는 어때?”

 “...”

 “오빠, 무슨 생각해? 저기 저 사람 보고 있는 거야?”

 

 나는 지우가 내가 순간적으로 대답도 하지 않고 그를 주시하는 것을 용케도 눈치를 채고는 나의 시선이 향하는 그를 조용히 손가락으로 가리키며 나에게 속삭였다.

 

 “아니, 신기하잖아. 요새 누가 노트랑 펜을 들고 다녀.”

 “하긴 나도 학창시절을 제외하고는 펜이랑 노트를 들고 다녀본 일이 없는 것 같네. 신기하긴 하다. 정말 클래식 한 것을 좋아하는 사람인가봐. 요즘은 다 음성녹음을 하면 글로 변환을 시켜주니까 진짜 공부하는 사람 말고는 거의 다 음성변환 프로그램을 쓴다고 하던데 말이야.”

 “그러게 말이야. 아무튼 아까 뭐라고 했어? 커피가 맛있냐고?”

 “나는 이렇게 애들이랑 오빠랑 함께 나오니까 너무 좋다고.”

 “나도 너무 좋아. 예전에는 회사일 때문에 스트레스가 좀 있었나봐. 휴직 내고 마음에 여유가 좀 생기네. 이래서 사람들이 밸런스, 밸런스 하나봐.”

 “그러니까... 오빠가 쉼없이 살아오긴 했지. 이참에 좀 쉬면서 재충전도 하고 애들이랑 추억도 남기고 그러자.”

 “응!”

 

 나는 지우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지우 뒤로 보이는 그 남자에게 시선이 자꾸만 가는 것을 느꼈다. 다만 지우가 다시 신경쓰지 않기 위해서 최대한 자연스럽게 행동하기 위해 노력했다. 하지만 그 남자가 어느새 자리를 털고 노트와 펜을 챙기며 일어나서 움직이자 나의 마음도 다급해졌다. 도저히 참다가 안되어서 지우에게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는 들키지 않게 그 남자를 따라서 커피숍을 나섰다. 바로 조금전에 나갔지만 신기하게도 어둑해진 거리에는 그와 비슷한 사람은 한명도 없었다. 그가 흰색 반팔 티셔츠를 입고 있었기에 쉽게 찾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지만 그런 복장을 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나는 좀더 뛰어다니며 찾아볼까 했지만 그냥 지우에게 다시 돌아갔다. 지우는 울고있는 우리와 나라를 양손으로 토닥이며 달래고 있었다.

 

 “아이고, 우리 애기들이 이제 잠이 오나보다.”“오빠, 이제 집에가자. 나 다 마셨어.”

 “그래, 그러자.”

 

 우리는 차를 타고 집으로 오는 길에 잠이 든 아기들을 하나씩 안아들고 집에 돌아왔다. 지금은 5월 2일, 화요일. 저녁 9시이다. 아기들이 지금 잠깐 잠이 들고 새벽에 또 사람을 안재우고 놀 가능성이 있었지만 자고 있는 아기들을 깨울 수는 없었다. 지우는 간단히 샤워를 하고는 애들 잘 때 조금이라도 같이 자야겠다고 하며 아기들과 같이 누워서 금방 잠에 들었다.

 

 나는 아까 낮에 점심때부터 저녁때까지 잠을 자서 아직 잠이 오지는 않았다. 그보다 갑자기 좀전에 커피숍에서 보았던 그 종이에 펜으로 무엇을 적던 흰색 반팔 티셔츠의 그 남자가 고야가 말했던 ‘수상한 남자’와 무엇인가 연관되어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물론 우연일 수도 있고 아무리 시대가 발전을 하였더라도 커피숍에서 펜으로 종이에 무엇인가를 끄적거리는 것이 또 얼마든지 있을 수 있는 일이기도 했다. 다만 내가 그곳에서 겪었던 경험들이 아직도 너무나 생생하고 잊혀지지 않아서 다시 그곳에 가게 될까봐 고야가 말했던 것처럼 모든 만일의 일에 대하여 대비를 하고 싶었다. 만약 그 노트에 펜으로 무엇을 적던 남자가 고야가 말했던 것처럼 나에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었다면 무슨 일이 있더라도 그것에 대한 비밀을 밝혀내야 한다. 그래서 나에게 일어난 일들과 그것이 어떤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내야 했다. 그러지 않고서는 아마 죽을때까지 편하게 잠이 드는 일은 이제 어려울지도 몰랐다. 지금도 지우와 아이들이 자고 있는 모습을 보면서도 내일은 또 그곳에서 눈을 뜰까 두려움이 스멀스멀 속에서부터 피어올랐다. 어떤 이유로 그런 일을 경험하였는지 알지 못한다면 이러한 두려움에서 영원히 벗어나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지우와 아이들이 자고 있는 집에서 나와 다시 그 커피숍을 향해 차를 타고 움직였다.

 

 다행히 커피숍은 문을 닫지않고 있었다. 24시간 운영하는 곳이 예전보다 많이 흔해지긴 하였지만 아직도 밤 10시가 되면 문을 닫는 곳도 많았기에 닫혀있으면 내일 다시 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환한 불빛이 가득한 커피숍에 들어가 이번에는 달달한 바닐라라떼를 한잔 시키고는 커피가 나올 때까지 근처 의자에 앉아서 아까 그 남자가 있었던 자리를 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 사람이 다시 올까? 언제나 올까? 다시는 못 보면 어떡하지? 아까 그냥 무턱대고 가서 물어볼 것을 그랬나? 나에게 무엇인가를 알려주고 싶다면 어떻게든 다시 나타나겠지?

 

 나는 대기중인 손님이 없었던지 금방 나온 커피를 가지고 이번에는 아까 지우와 앉았던 자리로 가서 커피를 홀짝였다. 씁쓸한 아메리카노만 자주 마시는데 가끔씩 이렇게 스트레스가 순간적으로 쌓인 날에는 달달한 커피도 꽤 괜찮은 선택이었다. 오늘도 좋은 선택이었다고 스스로를 칭찬하며 뜨거운 바닐라라떼를 절반이나 열심히 호호불며 마셨다. 바로 그때, 아까 흰티셔츠의 그 남자가 조용히 나타나 나의 맞은편 자리에 앉으며 말을 걸어왔다.

 

 “이기남씨 되시죠?”

 “...”

 “아, 놀라셨겠네요. 사실, 여기서 이렇게 말씀드릴만한 일이 아니라는 것은 저도 잘 알지만 기남씨가 조금이라도 더 빨리 아셔야 될 일인 것 같아서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저기, 누구신지?”

 “네, 저는 기남씨가 겪은 그 사고에 대해서 처리하기 위해 왔습니다.”

 “!”

 

 나는 그곳에서와 같이 다시한번 기분 나쁠 정도로 심장이 빠르게 뛰기 시작하는 것을 느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1 21 2022 / 2 / 21 192 0 8175   
20 20 2022 / 2 / 20 194 0 7315   
19 19 2022 / 2 / 20 172 0 7522   
18 18 2022 / 2 / 20 183 0 7440   
17 17 2022 / 2 / 20 173 0 7298   
16 16 2022 / 2 / 18 176 0 7556   
15 15 2022 / 2 / 17 186 0 5285   
14 14 2022 / 2 / 16 193 0 4981   
13 13 2022 / 2 / 12 175 0 6188   
12 12 2022 / 2 / 8 184 0 7011   
11 11 2022 / 1 / 30 195 0 3392   
10 10 2022 / 1 / 30 190 0 2422   
9 9 2022 / 1 / 30 180 0 3874   
8 8 2022 / 1 / 30 176 0 4076   
7 7 2022 / 1 / 30 183 0 2166   
6 6 2022 / 1 / 30 185 0 2794   
5 5 2022 / 1 / 30 185 0 3766   
4 4 2022 / 1 / 30 190 0 4396   
3 3 2022 / 1 / 30 186 0 2484   
2 2 2022 / 1 / 30 187 0 3958   
1 1 2022 / 1 / 30 320 0 518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