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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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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16화. 돌아오세요.
작성일 : 22-02-16 00:06     조회 : 196     추천 : 1     분량 : 30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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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개월 뒤.

 

 완전한 겨울이 잠식한 세상.

 

 벌써 해가 바뀌고 세 번의 폭설과 네 번의 한파가 손등을 차갑게 물들였다. 도시개발사업이 완전히 끝난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도 아름다운 광경을 제공했지만 제설제로 인해 더러워진 아스팔트는 홀로 시위하고 있었다.

 

 사람들의 행선지는 뽀얀 눈에 의해 전부 들통이 나버렸고, 겨울을 나는 사람들의 마음은 현미경으로 본 눈송이처럼 이리저리 제멋대로였다. 강바람에 움츠린 몸은 어쩌면 그런 마음을 숨기려 하는 본능적인 행동일지도 몰랐다.

 

 

 

 거의 1년 동안 작동하지 않았던 프린터기가 소음을 내며 아직 죽지 않았음을 알렸다. 수염이 덥수룩하게 자란 민석은 노트북에 프린터기를 연결해 ‘좋아하세요’ 완고를 출력했다. 첫 장은 기계 안에서 종이가 꼬인 탓에, 둘째 장은 잉크가 부족한 바람에 ‘좋아하세요’는 세상 빛을 쉽게 보지 못했다.

 

 민석은 두 달 전 철웅 사건이 있고나서 잠시 글 쓰는 걸 멈추고 지난번처럼 골방에 들어가 세상 빛을 보지 않았다. 찬우도 처음 며칠간은 그를 보지 못했다. 찬우가 영화관에 나가 있는 동안 부엌으로 나와 밥은 먹은 흔적은 있었지만 민석은 의도적으로 사람들을 만나려 하지 않았다.

 

 찬우가 몇 번이고 노크를 해보았지만 민석은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는 탓에 처음엔 무슨 일이 일어났나 싶었지만 이 주 정도 불안의 시간을 지내자 밤마다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조금씩 새어나왔다.

 

 처음엔 하루에 한 시간, 두 시간. 그리고 하루 종일 경쾌한 키보드 소리는 멈추지 않고 낮고 스산한 쇼팽의 곡조처럼 방을 가득 채웠다. 찬우가 민석의 존재를 확인할 수 있는 건 오로지 키보드 소리 하나 뿐이었다.

 

 키보드 소리는 날이 갈수록 끊이지 않았고 어느새 아무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이상할 정도가 되었다. 찬우는 민석의 키보드 소리에 잠에 들었고 눈을 떴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룸메이트의 얼굴을 처음 보았다.

 

 

 

 “오랜만이네.”

 

 완전히 희곡에게 잡아먹힌 민석의 얼굴을 보고 찬우가 처음 한 말이었다. 그 말 외에는 다른 말은 생각나지 않았다.

 

 민석은 글을 쓸 때 항상 그랬다. 글에서 온전히 빠져나오지 못했다. 때로는 자신이 글 속의 주인공이라고 착각하거나 이 세상이 만들어낸 세상이라고 착각했다. 찬우는 오랜만이라고 말한 게 민석을 정말로 오랜만에 만나서 인지, 아니면 완전히 글에 빠진 그를 오랜만에 봐서 인지 알 수 없었다. 아마 둘 다 였을 것이다.

 

 “완성했어?”

 

 거실에 나와 커튼 틈새로 들어오는 햇살이 만든 의자에 앉은 민석은 흡사 번진 잉크처럼 보였다. 아무렇게나 자란 머리카락과 수염은 얼굴을 검게 물들였다. 희곡을 쓰는 동안 등장인물들을 직접 만나본양 얼굴엔 여러 표정의 흔적이 서려있었다.

 

 “응.”

 

 민석은 딱 한 마디 했다. 아마 그것이 두 달 만에 처음 성대를 열어 꺼낸 말일 것이다.

 

 “고생했어.”

 

 찬우는 말없이 민석의 옆에 앉았다. 그는 햇살이 눈부신 듯 눈을 감고 있었다. 어쩌면 글 속에서 나와 원래의 세상을 마음껏 숨 쉬어 보려는 심산이었을 수도 있다. 민석은 그렇게 서서히 원래 세상으로 돌아왔다.

 

 . . . . . .

 

 미용실에 갔다 온 민석은 샤워를 마치고 마른 몸을 이끌었다. 그리고 프린트 된 희곡을 보며 잠시 그쪽 세상에 다시 다녀오곤 했다.

 

 민석은 이제야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전보다 훨씬 말랐지만 금세 원래대로 돌아올 것이다. 그는 항상 그래왔으니까.

 

 “이번 작품은 2막 8장으로 구성했어. 남자 주인공이 이름도 모르는 그녀를 찾고 알아가는 게 1막, 그녀와 함께 세상을 꾸며가는 게 2막.”

 

 민석은 자신의 작품 얘기를 하기도 했다. 찬우는 민석이 건넨 ‘좋아하세요’ 대본을 들여다보았다. 첫 장엔 커다랗게 제목이 쓰여 있었다. 남자 주인공 이름은 ‘민석’, 여자 주인공 이름은 ‘지혜’였다.

 

 “이름을 그대로 썼네? 이런 적 없었잖아.”

 

 “원래는 아무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어. 그래서 그냥 내 얘기를 썼던 거고.”

 

 “그런데?”

 

 “성현 선배가 기어코 전화하더라. 내가 어떤 심정인지는 알겠는데 희곡은 토해내라고. 그래서 두 달만 달라고 했지.”

 

 “역시 선배…… 냉정한 건 누구 따라갈 사람 없다니까.”

 

 “그 대본, 성현 선배한테 전해줄 수 있어?”

 

 “응. 그럴게. 이거 공연 올라가게 되면……”

 

 “……”

 

 “주인공은 지혜 씨가 맡게 되겠지?”

 

 찬우의 질문에 민석은 잠시 말을 잃은 듯 입을 다물었다.

 

 “지혜 씨한테 연락 한 번 안 했어. 그날 이후로 한 번도.”

 

 간신히 할 말은 찾은 민석은 그 말 마저 말끝을 흐렸다. 아마 민석은 희곡 속에서 지혜를 만났을 것이다. 그녀를 만나 그녀와 대화하며 사랑을 나눴을 것이다.

 

 “지혜 씨 만나보고 싶지 않아?”

 

 “원래 엇갈렸던 사이야. 그 이상은 아니야.”

 

 민석은 완전히 체념한 듯 보였다. 민석의 지혜는 그저 희곡 속에만 있었다.

 

 

 

 찬우는 민석의 희곡을 들고 밖으로 나섰다. 영화관으로 출근하기 전 극장에 들려 성현에게 대본을 전해줄 심산이었다.

 

 찬우는 영화관 매니저 자리를 받아들였다. 민석에게서 영감을 받아 쓴 글은 거의 완성됐지만 결말부분에서 멈추고 말았다. 민석이 방에서 나오지 않았기에 찬우의 글 속에서도 아무도 움직일 수 없었다.

 

 그럼에도 해피엔딩으로 결말을 지으려고 했다. 운명의 여자를 만난 주인공이 아름다운 사랑을 하며 더 이상 골방에서 머물지 않고 번데기를 깨고 나온 한 마리의 나비를 그리려 했다.

 

 하지만 봇물처럼 쏟아져 나오던 글은 마치 그 기적을 비웃기라도 하듯 멈춰버렸다. 급정거를 하면 관성에 의해 조금은 더 밀려나기 마련인데, 마치 일시정지를 한 것처럼 뚝 끊겨버렸다.

 

 ‘나는 최소한의 노력이라도 한 거야.’

 

 찬우는 그렇게 생각하고 다시 영화관에 출근했다. 한 달에도 수십 편의 영화가 쏟아져 나오는 그 세상에서 찬우의 자리는 없었다. 찬우는 그 어떠한 영화에서도 주인공으로 캐스팅되지 못했다. 그저 표를 받고 상영관을 안내하는 단역보다 더 작은 존재에 불과했다.

 

 ‘난 지금 행복해. 지금 하는 일이 나한테 가장 잘 어울려.’

 

 그게 찬우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다짐이었다. 영화감독이 되려던 번데기는 거기에서 더 깨어나지 못하고 말라 비틀어져 버렸다.

 

 ‘나도 좋은 작가가 되고 싶었을 뿐인데……“

 

 찬우는 옷깃을 여몄다. 그럼에도 추위가 막아지지 않아 몸을 웅크리고 걸었다. 찬우가 지나온 길은 흰눈에 의해 선명하게 새겨졌다. 민석의 대본이 구겨지지 않도록 품 안에 넣고, 작가가 되려던 꿈을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두 팔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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