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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평행세계의 대마법사
작가 : 은판
작품등록일 : 2022.2.8

나에겐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있다.
내 인생을 시작부터 비틀어버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간 놈.
그 원수 같은 놈을 죽이려 했건만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데 난 죽지 않았다. 다만 전이되었을 뿐이다.
내가 다시 깨어난 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다른 서울, 평행세계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이종족들과 마법이 판치는 기이한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마법사란다. 그것도 꽤 뛰어난.
세상은 여전히 재앙이 판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 그럼 한번 가보자고.’
원한을 갚는 길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8. 차이나타운
작성일 : 22-02-15 14:52     조회 : 247     추천 : 0     분량 : 5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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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비 임무는 새까맣게 잊어버린 채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아나는 용병들을 따라서 어느 새 나도 달리고 있었다.

 바로 뒤쪽에서 오크들의 괴성이 뒤따라왔다.

 

 가만 생각하면 용병들인데 싸울 생각은 않고 도망치고만 있는 게 어이없기도 했다. 명색이 마법사인 나라도 오크들에 맞서서 싸워야 하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난 아직 내 마법능력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고 있지 못했다. 더욱이 굳이 내가 나서서 싸워야 할 이유도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건지도 모르는데 굳이 나서서 싸울 필요는 없지. 작업이 취소되는 바람에 돈을 받을 수 있을지도 모르는 판국에.’

 

 일은 이미 틀어져버렸다. 예정에 없던 폭발이 일어나자 장필두는 작업 무효를 선언했다. 한타 사무소의 용병들은 수하물을 운반하러 왔을 뿐인데 개죽음을 당하고 말았다.

 

 역시 처음의 예감처럼 수상한 일이었다. 용병들의 목숨쯤은 파리 목숨으로 여기는 누군가가 파놓은 함정이었다.

 당장은 여길 벗어나는 게 옳았다. 알지도 못하는 일에 괜히 휘말릴 필요는 없었다.

 

 ‘근데 그 마법사 노인은 어디로 사라졌을까?’

 

 눈앞에서 감쪽같이 사라져버린 게 왠지 분했다.

 그가 바로 폭발을 일으켜서 컨테이너에 실려 있던 오크들을 깨워 풀어놓은 장본인일 터였다. 왜 그랬을까? 그는 누구를 위해서 일한 걸까? 어떻게 순식간에 사라졌지?

 

 강한 마력의 소유자였다. 그러면서도 옳지 않은 일에 능력을 썼다.

 마법사는 이미 흔적 없이 사라져버렸지만, 나는 그 노인의 용모를 머릿속에 새겨두었다.

 

 달리다 보니 어느 틈엔가 나 혼자였다. 내 앞에서 달리던 용병들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고 뒤따라오는 오크들도 없었다.

 잠시 그대로 달리며 생각해본 뒤, 내가 유난히 빨리 달려서 그들을 모두 제쳐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중력 때문이었다. 이 세계는 달이 두 개인 세계였다. 달의 인력이 내가 살았던 이전 지구보다 셌고, 그에 따라 지구의 중력이 약해진 것 같았다.

 

 ‘이렇게 빨리 달릴 수 있다니…….’

 

 내 몸이 한결 가볍게 느껴졌고 육체적 능력은 몇 배나 강해진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아니. 어쩌면 착각이 아닐까?

 

 문득 주위를 둘러보니 일반인들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항만을 벗어나 있었다. 나는 슬그머니 걸음을 늦추고는 사람들 사이로 섞여 들어갔다.

 대로 건너편에 차이나타운이 보였다. 길을 건너 그리로 들어섰다. 이전 지구와 같은 낯익은 풍경이 반가웠다. 길가에 줄줄이 늘어선 중식당들에서 상인들이 문을 열고 하루 장사를 시작하고 있었다.

 

 ‘인천에 온 김에 차이나타운 짜장면이나 먹고 갈까?’

 

 화려한 붉은색 간판들이 어서 들어오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어느 가게로 들어갈까 이리저리 기웃거리고 있을 때였다.

 사람들이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게 무슨 소리야?”

 “거봐. 들리지? 아까부터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니까.”

 “어어? 저기 저거 뭐야? 뭔가 떼거리로 몰려오는데?”

 “아니? 저거 오크들 아냐?”

 “무슨 소리야. 우리나라에 오크가 어디 있다고 그래?”

 “오크 맞는데?”

 

 가게 문을 열고 밖을 내다보는 사람들, 삼삼오오 모여선 상인들이 큰길 쪽을 가리키며 이야기를 나눴다.

 결국 조금 뒤쳐졌을 뿐 오크들이 어디로 사라져버린 건 아니었다. 차츰 괴성이 이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나는 걷던 길을 계속 걸어 언덕을 올라갔다. 이제 와서 새삼스레 내가 나설 일도 아니니까. 경찰이든 군대든 출동하겠지 생각했다.

 그래도 궁금해서 뒤를 돌아보니 막 차이나타운 입구로 몰려들고 있는 오크들이 보였다.

 

 “웬 오크들이래?”

 “근데 쟤들 좀 이상하지 않아? 움직이는 게 어딘지…….”

 “어머나, 왜 저래? 막 때려 부수는데?”

 “안 되겠네. 빨리 문 닫아!”

 

 멀쩡하지 않은 오크들이 역시나 사고를 치고 있었다. 길가에 놓인 입간판을 마구 때려 부수고 가게 유리창에 달려들고 있었다.

 길 가던 사람들이 놀라 뒤돌아 뛰기 시작하고, 모여 있던 상인들도 가게 안으로 몸을 피했다.

 나도 무작정 바로 옆에 있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아직 장사 안 합니다!”

 

 계산대 앞에 앉아 전화기를 붙잡고 있는 남자가 야박하게 말했다. 그의 시선은 창밖을 향해 있었다.

 

 “……오크들이라니까요. 지금 여기 차이나타운에 꽉 찼어요. 아니 그걸 내가 어떻게 압니까? 어디서 나타났는지는 경찰에서 알아봐야 할 일이죠! 도리어 내가 묻고 싶네요. 어째서 우리나라에 저런 괴물들이 활보하고 다니는 건지!”

 

 주인 남자는 전화통화를 하느라 바빠서 내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 나는 곧바로 발길을 돌려 나가는 대신 가게 유리문 앞에 서서 밖을 내다보았다.

 뛰어 달아나는 사람들이 가게 앞을 스쳐 지나갔다. 오크의 괴성과 사람들의 비명소리, 그리고 무언가 깨지고 부서지는 소리 등이 소란스럽게 들려왔다.

 

 “망할 놈의 정부 같으니라고. 이젠 오크까지 받아주는 거야?”

 

 계속 통화를 하고 있는 건지 아니면 혼잣말을 하는 건지는 몰라도 주인 남자는 분통을 터뜨리고 있었다.

 오크는 환영받지 못하는 종족인가 보다. 생각해보니 이 세계에는 좀비도 한 종족으로서 살아가고 있었지만 노숙자 처지였지. 그런가 하면 엘프와 드워프는 멀쩡히 사회구성원으로 받아들여지는 분위기던데. 이종족들이 다들 비슷한 사회적 지위를 얻고 있는 건 아닌 모양이었다.

 

 ‘대체 누가 오크들을 밀입국시킨 걸까?’

 

 선박이 들어와 있던 부두 주변은 미리부터 깨끗이 비워져 있었다. 그렇다는 건 항만에 손쓸 정도로 힘 있는 세력이 결부되어 있다는 뜻이었다.

 

 머릿속을 맴도는 또 한 가지 의문점은 오크들을 풀어놓으려거든 그냥 풀어놓을 일이지, 무엇 때문에 용병들에게 경비를 의뢰해서는 애꿎은 용병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는가 하는 점이었다.

 그것만으로도 이 일을 벌인 자들에게 화가 났다.

 

 불쑥 한 여자의 얼굴이 코앞에 들이닥쳤다.

 생각에 빠져 있느라 미처 못 봤다. 여자는 내가 가로막고 서 있는 가게 유리문을 다급히 밀어대고 있었다.

 내가 얼른 비켜서자 유리문이 벌컥 열리면서 여자가 쏟아지듯이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여자의 뒤로 오크 서너 명이 따라붙고 있었다. 나는 급히 유리문을 밀어 닫았다.

 

 “영업 안 합니다! 아직 문 안 열었다고요! ……헉!”

 

 주인이 신경질적으로 말하다가 문밖의 오크들을 발견하고는 놀란 신음을 토해냈다.

 

 “죄송해요. 살려주세요. 밖에 오크들이 이상하게 날뛰고 있어요.”

 

 여자가 두 손을 모으고 빌었다.

 

 “아니, 여기가 무슨 대피소인 줄 알아? 왜 남의 가게에를 막 밀고 들어오고 난리야? 얼어 죽을 불체자들……. 하여간 저것들이 문제라니까. 대체 너희나 오크들이나 뭐가 다르다고 도망을 치는데?”

 

 겁에 질린 여자가 애원을 하는데 주인 남자는 거기다 대고 욕을 퍼부어댔다. 나한테 하던 태도와는 또 달랐다.

 이해할 수가 없었다. 불체자라면 외국인이라는 소리일 텐데, 지금 누구한테 하는 얘기일까?

 

 여자는 한국말을 쓰고 있었고 생김새로 봐서도 전혀 외국인 같아 보이지 않았다. 하긴 중국인이라면 구별이 되지 않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여기는 차이나타운이지 않은가. 차이나타운에서 중국인에게 욕을 해댄다고?

 

 크워어어!

 오크들이 내지르는 고함소리에 유리문이 쩌렁쩌렁 울렸다.

 지금 의문이나 파고들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한 손으로 문을 붙잡고 다른 한 손으로 걸쇠를 찾아 걸었다.

 그것만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서 근처에 있던 테이블을 끌어다가 문 앞을 가로막았다.

 소용없는 짓이었다. 가게 전체가 유리창으로 되어 있는 판국이니.

 내 가게도 아니니 걱정은 주인에게 맡겨두자 하는 심산으로 뒤를 돌아보니 주인은 주방 뒤쪽으로 빠르게 걸어가고 있었다.

 

 ‘어딜 가는 거야?’

 

 여자는 가게 안쪽 벽에 몸을 붙인 채 떨고 있었다.

 쿵쿵쿵!

 오크들이 굵직한 주먹으로 유리문을 부서져라 두들겨댔다.

 난 식당 안을 둘러보았다. 주방은 안쪽 깊은 곳에 있었고, 손닿는 곳에 있는 것은 테이블과 의자들, 그리고 계산대…….

 

 크워어어!

 순간 오크 하나가 성질을 부리듯이 고함을 지르며 가게 유리문에 이마를 들이받았다. 유리가 와장창 깨져나갔다.

 쏟아지는 유리 조각들을 피해서 재빨리 뒤로 물러섰다. 오크들이 서로 먼저 들어오려고 팔을 내뻗고 몸을 들이밀었다. 깨진 유리에 팔뚝이 베여서 피가 흘러도 아랑곳하지 않았다.

 확실히 제정신은 아닌 것 같았다. 두 눈에는 핏발이 서 있고 입가에는 침을 질질 흘리며 말 대신에 괴성만 질러대고 있었다.

 

 ‘노숙자 좀비도 말만 잘하던데. 이놈들은 어째서 이 모양이지?’

 

 오크들이 아귀다툼을 하면서 유리문을 마저 깨부수는 사이에 나는 계산대에 놓여 있는 포스 기계를 집어 들었다.

 딱히 오크들과 싸우고 싶은 생각은 없었지만 이제는 별 수 없이 싸워야 할 상황이었다.

 

 뒤쪽에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깨진 유리에 베인 상처에서 피를 줄줄 흘리며 다가드는 오크들의 모습은 제법 괴기스러웠다.

 놈들이 여자 쪽으로 다가가려 하는 순간, 나는 맨 앞에 있는 놈의 가슴팍에 포스 기계를 집어던졌다.

 

 크악!

 예상대로 오크가 즉각 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포스 기계에 얻어맞은 정도로는 별로 피해를 입지 않은 것 같았다. 다만 성질은 돋우어준 모양이었다. 놈이 굵은 주먹으로 내리쳐서 한 방에 계산대를 박살냈다.

 

 “조심해요!”

 

 여자가 소리쳤다.

 나를 걱정해주는 건가.

 문득 미묘한 느낌이 가슴속으로 흘러들었다. 완전히 잊고 지내온 것 같은 느낌. 거의 기억조차 나지 않는 느낌이.

 심장이 세게 뛰기 시작했다. 심장으로 모여드는 에너지의 파동이 감지되었다.

 

 ‘맞아. 난 마법사였지. 육탄전을 벌일 게 아니라 마법을 써야지.’

 

 아직도 낯설기만 한 내 정체성을 스스로에게 각인시켜야만 했다.

 오크들은 이제 모두 나를 향해서 다가오고 있었다. 네 명이었다. 내 육체의 힘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놈들이었다.

 압박감이 느껴졌다. 좋은 일이었다. 그게 트리거가 되어줄 테니까.

 몸속 에너지 파동이 격렬해져가고 있었다.

 나는 그 파동을 의념으로 빚어냈다.

 

 ‘거기 가만히들 있어라. 꼼짝하지 말고.’

 

 그렇게 의념을 품으며 오크들을 향해 손을 내뻗었다. 파동이 돌아 모여들며 이마가 뜨거워졌다. 내 손끝에서는 그와 반대로 얼음처럼 차가운 냉기가 흘러나갔다.

 

 쩌저적!

 서릿발 같은 냉기가 순식간에 대기를 얼리며 쭉쭉 뻗어나갔다.

 그와 동시에 등골을 서늘하게 하는 바람이 일며 바닥에 깨져 있던 유리조각들이 공중으로 떠올라 냉기에 뒤섞였다.

 칼날 같은 유리조각들을 품은 푸르스름한 냉기가 매서운 속도로 오크들에게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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