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7  8  9  10  >  >>
 1  2  3  4  5  6  7  8  9  10  >  >>
 
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달을 걷는 마녀
작가 : 어린비
작품등록일 : 2022.2.8

연기력 하나는 끝내주는 조연 배우. '윤달' 첩보 액션 드라마 촬영 중, 옥상 낙하 장면을 찍다 그대로 추락사할 위기에 처한다. 그런 그녀 앞에 한 남자 아이가 나타나고, 그는 자신을 '신'이라 소개한다. 이대로 죽을 건지, 어느 가여운 사내를 구해주고 생을 이어갈 것인지 선택하라는데… 조건을 받아들인 달이 눈을 뜬 곳은 어느 지하 감옥. 그녀에게 다짜고짜 국왕을 살해했다는 자백을 하라면서 그녀를 '프림로즈 공주'라 칭한다. 그런데 이 이름… 낯설지 않다. 달이 읽었던 소설 <달을 걷는 마녀> 속 여주인공이 아니던가…! 그런 그녀를 구해주기 위해 나타난 한 남자, 마법사 휘 섀도우 공작. 혹시 이 남자가… 그 가여운 사내…? 이렇게 완벽한 남자 주인공이? 과연 윤달은 신이 내린 미션을 수행할 수 있을 것인가.

 
6화. 죽어 마땅한 여자(6)
작성일 : 22-02-15 11:28     조회 : 171     추천 : 0     분량 : 6835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아놀드가 말을 이끌고 알렌의 옆에 다가섰다. 어느새 알렌은 천천히 오우거 시체 주위를 돌고 있었다. 미묘하게 신이 난 듯 보이는 입 꼬리였다. 징그러운 사체를 꼼꼼히 살피는 모습에선 희열마저 느껴졌다.

 

 “… 잘린 단면이 매끈합니다. 몸통 쪽 다리 상처도 너덜너덜하죠. 마법을 사용했다기 보단, 저기 떨어져 있는 검으로 벤 것 같은데… 그저 아무 검이나 주워다가 이리 만든 것 같습니다. 상당한 실력가에요.”

 

 이어 그는 경탄어린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다리를 베어 거동을 멈추고, 거대한 몸뚱이가 쓰러졌을 때 목을 절단 낸다… 신나게 날뛰던 거구를 손쉽게 아작 냈군요.”

 

 아놀드는 질린다는 듯 대충 사체를 살피며 알렌의 신랄한 설명을 흘려들었다. 이내 그의 눈이 신전 마법사에게 닿았다. 날이 선 눈길이었다.

 

 “그리 서있기만 할 거면 왜 오셨습니까?”

 

 아- 뾰족한 말씨에 신관이 퍼뜩 정신을 차렸다. 떨리는 몸을 간신히 안장에서 내린 그녀는 오우거에게 다가가다 멈칫했다. 아무리 봐도 눈뜨고 볼 수 있는 풍경은 못 되었다.

 

 흠, 흠… 지켜보던 아놀드는 부러 그녀를 향해 목을 가다듬었다. 신관은 그제야 마른 침을 꿀꺽 삼키며 오우거 머리 옆에 무릎을 꿇고 앉았다. 절단면 위에 뻗은 손엔 투명한 구슬이 박힌 반지가 자리하고 있었다.

 

 그녀가 집중해서 반지에 마력을 불어넣었다. 그러자 잔잔한 빛이 사체를 감쌌다. 곧이어 물에 잉크가 번지듯, 투명한 구슬 안에 다양한 색들이 일렁였다. 하지만 별 소득 없이 다시금 투명한 색으로 고정되었다.

 

 “… 검출된 마력이 없어요. 마법을 사용한 건 아닌 모양이에요.”

 

 아놀드는 저도 모르게 끄응 앓는 소리를 내었다. 그러나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여기 고, 고블린의 시체도 있습니다!”

 

 뭐? 모든 이의 시선이 커다란 고목 뒤편으로 향했다. 거기에 있던 병사가 창백한 낯빛이 되어 아놀드의 눈치를 살폈다. 알렌이 그 누구보다 빠르게 그곳에 도달했다.

 

 “이 놈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솜씨가 아주 깔끔해요.”

 

 그가 검을 사용해 고블린의 시체를 뒤집었다. 심지어 이쪽은 단 한 번의 칼질이었다. 무관 쪽에 쓸 만한 인재가 손에 꼽는 아데미 왕국에선 그야말로 희귀한 실력이었다.

 

 아놀드가 시름 가득한 입매를 열었다.

 

 “침입자인가?”

 “셀렌 왕국의 기사들이라면 이 정도는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만… 양국이 굳이 마물을 처치해줄 사이는 아니니 가능성은 적은 것 같습니다.”

 

 그 말엔 아놀드도 공감했다.

 

 “… 그럼 자네가 아는 자의 실력인가?”

 “글쎄요. 오래 전 보일 섀도우 공작의 검술이 지경에 올랐다고 듣긴 했으나… 현재 왕국 내에선 그만한 자는 못 본 것 같습니다.”

 

 보일 섀도우. 섀도우 가문의 초대 가주 이름이었다. 이미 행방불명이 된 지 한참인 자의 이름이 나오자 아놀드가 더 예민하게 굴었다.

 

 “현 시국에 없는 자이지 않은가! 그가 돌아왔다고 말하는 겐가?”

 “혹 그를 따르던 제자의 실력일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다시금 무감정한 얼굴로 돌아온 알렌이 침착히 의견을 냈다. 보일의 제자라 함은… 아놀드가 한쪽 눈썹을 들썩였다.

 

 “휘 섀도우 공작 말인가?”

 

 알렌이 고개를 조아렸다. 확신이 없으니 대답도 없었다. 다만 그의 행동이 그럴 가능성이 높다 말하고 있었다.

 

 “그 자는 마법사이다. 굳이 마법사가 이 정도의 검술을…”

 

 아놀드의 입술이 멈칫했다. 무언가 석연치 않은 느낌이 그의 뒷목을 스산하게 만들었다.

 

 “잠깐. 그만한 검술 실력자인데… 소대 하나가 박살이 났지. 그건 이 자들을 돕지 않았다는 게야.”

 

 거의 다 수습되어 대열을 맞춘 채 누워있는 시신들을 아놀드가 새삼 다시 훑었다. 몇 번의 칼 놀림으로 처치할 수 있었던 괴물이 설치는 동안, 해당 이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 분명했다.

 

 “… 원했던 것이죠. 보는 눈이 없어지는 걸.”

 

 알렌이 쐐기를 박았다. 보는 눈이 없어야 하는 일… 추적자를 피해 달아나야 하는 일.

 

 ‘휘 섀도우가 공주를 돕고 있다…!’

 

 아놀드는 안에서 가느다란 실이 뚝 끊기는 기분이 들었다. 출장에서 돌아오려면 이틀이나 남은 자였던지라 방심했다. 콧대 높은 그의 자존심이 애송이 한 명 때문에 금이 갔다.

 

 왜 진즉 몰랐나. 온실 속 화초처럼 자라온 공주가 혼자서 뭘 할 수 있겠냐는 말이다.

 

 “지금 섀도우 공작저로 갈 것이다.”

 

 아놀드가 신경질적으로 말머리를 돌렸다. 이제 막 명령에 따라 일을 마무리 짓던 병사들이 지나치는 공작을 어리둥절하게 쳐다보았다.

 

 알렌은 자신의 주인을 붙잡으려다가 그만두었다. 아놀드의 성정이라면 지금 그 어떤 말도 들리지 않을 게 분명했다. 아무리 그가 이 나라의 정점이라 하더라도, 지위를 난폭하게 과시하는 건 차원이 다른 이야기였다.

 

 그래도 휘 섀도우 역시 공작 지위를 가지고 있는 자가 아니던가. 게다가 세계 마법사 협회 ‘마클루 연합’에 등록되어 있는 실력 있는 마법사였다. 더군다나 오우거를 죽인 게 그가 맞다면… 잘하는 게 마법만은 아닐 것이다.

 

 적으로 돌리기엔 상당히 위험한 사내였다.

 

 “… 얼른 이 자리를 마무리 짓고, 신관 님을 신전에 잘 모셔다드려라.”

 

 알렌이 옆에 있던 병사에게 뒷일을 맡겼다. 신관이 그의 말을 듣고 자리에서 엉거주춤 일어났다.

 

 “앗, 네… 저는 걱정하지 마시고 공작 각하를 따르세요.”

 

 그녀가 어설프게 미소 짓자, 알렌은 가볍게 목례를 했다. 이어 알렌이 말의 옆구리를 차며 급히 아놀드를 따랐다.

 

 신관은 멀어져가는 뒷모습을 눈으로 쫓다가 시선을 옮겼다. 고블린의 시체가 있는 곳이었다.

 

 그녀는 주위를 한 번 스윽 둘러보더니, 모두가 제 할 일에 열중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서둘러 고블린에게 다가간 신관은 이윽고 그것에 손을 가져다댔다. 마력을 조금 흘려보내자 투명 구슬 내부가 아까처럼 다양한 빛깔로 넘실거렸다.

 

 “흐음…?”

 

 갸웃하는 고개에 의아함이 떠올랐다. 그도 그럴 게 구슬의 색깔이 아까와는 다르게 미미한 회색으로 번져 있었다.

 

 ‘희미하게 남아있는… 등록되지 않은 마력이라…’

 

 구슬의 색깔이 그리 의미했다.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는 입술이 굳게 맞물렸다.

 

 “신관 님, 마을로 나가 수레를 끌고 올까 합니다. 가는 길에 모셔다 드리겠습니다.”

 

 어느새 다가온 병사 한 명이 그녀에게 다가왔다. 신관은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사체에서 손을 떼었다. 그녀는 병사를 향해 우물쭈물 몸을 돌렸다.

 

 “아아… 감사합니다… 그럼 부탁드릴게요.”

 

 병사가 정중히 그녀를 모시자, 신관은 느릿하게 발을 옮겼다. 고블린의 시체를 한 번 흘깃 쳐다본 그녀는 곧 평소와 똑같이 고개를 숙이며 걸었다.

 

 ‘등록되지 않은 마력… 재미있는 일이군.’

 

 후드 속 가려진 그녀의 입술이 묘하게 미소를 지었다.

 

 * * *

 

 달은 벽을 따라 방 안을 천천히 돌았다. 어느새 벗은 후드는 그녀의 손에 대충 접힌 채 들려있었다.

 

 “여기가… 섀도우 경의 저택…!”

 

 15평정도 되어 보이는 집무실이었다. 소설로 이미 접했듯 휘가 주로 거주하는 방으로, 생각보다 단출한 살림이었다.

 

 한쪽 벽면을 채운 책장 속 고서들. 방의 상단에 위치한, 색이 바랜 고동색 나무 책상. 그 뒤로 통유리를 끼운 격자창까지.

 

 유리창에 난 문을 열고 나가면 테라스와 연결이 되어 있었다. 굳이 나가지 않더라도 창문으론 앞마당부터 정문까지 한 눈에 보인다는 걸 잘 알았다. 지금은 주인이 부재중이라 커튼을 친 모양이지만.

 

 저택은 휘를 닮아 정갈했다. 대체로 나무를 활용한 인테리어가 따뜻하고도 고즈넉한 분위기를 자아내었다.

 

 [2대 째 주인을 정성껏 모셔온 저택은 치장 없이 담백했다. 대부분의 것들은 초대 가주 보일이 쓰던 것들이었다. 휘가 거기에 보탠 건 책상 위 일거리와 유일한 흥미인 마법서 뿐이었다.]

 

 아데미 왕국의 귀족들은 매번 새로운 것을 찾고, 호화스러운 낭만을 쫓았다. 그들에게 사치란 권력과 부의 척도였다. 화려한 치중에 목숨을 거는 그들을 휘는 좋아하지 않았다. 사실 그건 쌍방 마찬가지였다.

 

 ‘아무리 섀도우 경을 견제해도 그렇지, 공작 저택의 규모가 이게 뭐야? 귀족이란 작자들이 인성 한번 옹졸하기는.’

 

 달이 남몰래 입술을 비죽였다.

 

 선대왕 ‘클라우드 1세’가 보일을 데려와 공작으로 임명하고, 선물한 저택이 이곳이었다. 공작 작위를 내렸을 당시 다른 귀족들의 반발이 엄청났다고 했다. 저택의 크기까지도 걸고넘어질 정도였다고.

 

 아데미 왕국이 지진에 취약해 낮은 층의 가옥들이 많은 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2층으로 짓더라도 더 넓게, 더 웅장하게 지을 수도 있었을 것이다. 본디 섀도우 가의 저택은 차지하는 면적 자체가 다른 공작가보다 작았다.

 

 부조리함에 분을 삼키던 달의 시야에 문득 한 편에 놓인 장식장이 들어왔다. 달은 호다닥 그것을 향해 돌진했다.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한 아이처럼 그녀의 눈이 반짝 빛났다.

 

 아예 허리를 숙여 장식장에 바싹 붙은 달은 선반 위를 주르륵 훑었다.

 

 ‘세상에, 정말로 있잖아…!’

 

 장식장 안에는 이 나라와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들이 들어있었다.

 

 이를 테면 산수화가 그려진 쥘 부채라든지, 매화가 음각으로 새겨진 청자라든지 하는 것들이었다. 나전칠기로 만든 자개함도 다소곳이 빛을 발하고 있었다.

 

 한 마디로 한국 박물관에서나 볼 법한 전시품들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초대 가주인 보일 섀도우 때부터 국왕이 친히 하사하신 것들이었다. 이것이야 말로 그 시대에서 가져온 ‘진짜’였다.

 

 이는 휘가 이곳, 아데미 왕국에 오기 전과 아주 깊은 관련이 있는 것들이었다.

 

 “… 역시 그게 신기하신 겁니까?”

 

 잠시 집사 장과 자리를 비웠던 휘가 언제 돌아왔는지, 바로 뒤에 있었다. 그 역시 허리를 숙여 달과 함께 그것을 구경하는 중이었다.

 

 “으엇!”

 

 깜짝 놀란 달이 자리에서 푸득 날아올랐다. 하지만 그는 별다른 동요 없이 차분히 입을 열었다.

 

 “전하께서 직접 내려주신 것들입니다. 길러준 이가 있어도 태어나게 해준 이는 잊지 말라면서요.”

 

 달은 그의 옆모습을 흘긋 바라보았다. 지평선 너머 노을처럼 짙은 황금빛이 눈동자 안에서 가라앉았다. 그녀의 가슴 한 구석이 찌르르 울렸다.

 

 책 속에서 프림로즈 공주는 그의 말을 정확히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어딘가 쓸쓸해 보이는 휘의 모습이 가슴 아파 위로를 건넸을 뿐이었다.

 

 하지만 달은 그가 무슨 말을 하는 지 잘 알았다. 이미 그의 과거를 탐독했으니까.

 

 ‘같은 민족이라 그런가. 저 남자의 타향살이가 더 애잔하다니까.’

 

 자신의 약함을 겉으로 티내지 않는 섀도우 휘이기에, 그의 고독은 그만큼 더 깊을 게 틀림없었다. 에고, 짠해라…

 

 “… 아무리 미워도 잊힐 리가 있나요. 내 몸 속에 흐르는 피가 어디서 왔는데…”

 

 저도 모르게 그런 말을 내뱉곤 달이 아차 했다. 프림로즈 공주는 그의 과거에 대한 내막을 몰랐다. 오직 알고 있던 건 국왕이었던 이브닝 클라우드와 초대 가주 보일 섀도우 뿐.

 

 역시나 휘가 서서히 허리를 세우더니 그녀를 똑바로 내려다봤다.

 

 “… 혹 무언가 아시는 겁니까?”

 

 과거에 대한 부분은 휘에게 예민한 사안이었다. 실수를 깨달은 달이 마른 침을 삼키며 그를 올려다봤다. 휘의 눈빛에 한껏 경계가 스며있었다.

 

 “아니… 제 말은…”

 

 달의 손이 진땀으로 축축했다. 그녀는 말끝을 늘이며 최대한 시간을 끌었다.

 

 뭐라 둘러대지… 마땅한 핑계거리를 찾아야 하는데… 일처리가 깐깐한 휘는 대충 둘러대면 그냥 넘어갈 인사가 아니었다. 프림로즈만이 할 수 있는 적당한 답변이 뭘까.

 

 “… 얼마 전 읽었던 궁중 로맨스 소설에서 남자 주인공이 했던 대사였어요!”

 

 달은 타고난 연기력을 발휘하며 진짜 공주인양 해맑게 굴었다. 그녀의 성정은 휘도 잘 알 터. 이럴 때 프림로즈가 천진난만한 공주님인 게 도움이 되었다.

 

 “소설이요…?”

 

 휘가 조금 황당하다는 듯 실소를 지었다. 달은 고개를 힘차게 끄덕였다.

 

 “새어머니와 살던 주인공이 어렸을 적 헤어졌던 친어머니를 찾고 나서 한 대사였어요. ‘자신을 어떻게 찾았냐’는 친 어머니의 질문에 그런 말을 했거든요.”

 

 즉흥적으로 발휘된, 자신의 천재적인 스토리텔링 기술에 달이 스스로 감탄했다. 이왕 하는 김에 신빙성 있게 한 술 더 뜨기로 했다.

 

 “그런 다음 주인공은 친자의 증표인 반지를 어머니께 보여주었답니다. 그 장면에서 어찌나 소름이 끼치던지. 감동적이어서 눈물까지 흘렸어요. 그러니까 딱 이런 반지였…”

 

 자신의 손가락을 그의 앞에 들어보이던 달이 눈이 동그래졌다.

 

 “그러고 보니… 반지를 어디다 두신 겁니까?”

 

 그녀의 검지를 유심히 살피던 휘 역시 고개를 갸웃했다. 당황하기는 그녀도 마찬가지였다.

 

 프림로즈가 씻을 때도 빼놓지 않고 늘 끼고 다니던 반지가 있어야 할 자리에 없었다. 그녀를 맞이한 건 주인을 잃어버린 하얀 반지자국 뿐이었다.

 

 ‘큰일났다…! 어디서 잃어버린 거지?’

 

 달의 모골이 절로 송연해졌다. 그것은 공주의 어머니 ‘소니아’가 유품으로 남긴 귀중한 반지였다. 프림로즈의 녹안과 같은 색의 페리도트가 가운데 박혀 있었다.

 

 “감옥에서 잃어버린신 건 아닙니까? 그런 소란이 있었으니 가능성이 있습니다.”

 

 휘가 본인이 더 심각하게 굴었다. 주름진 미간 아래 그가 행적을 되짚어보며 턱을 매만졌다.

 

 “… 혹시 모르니 저택도 샅샅이 뒤져보죠. 아니면 지금부터라도 레토 숲부터 되짚어가며 찾아보는 게…”

 “자, 잠깐…!”

 

 달이 양 손바닥을 착 들었다. 휘가 그제야 하던 말을 멈추고 의아한 시선을 던졌다.

 

 “지금 그런 짓을 했다간 내가 여기 있다 광고하는 꼴이잖아요. 분명 어딘가에는 있을 테니 나중으로 미루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녀의 말에 일리가 있다는 듯, 휘가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다.

 

 “혹시 모르니 뒷골목 장물 시장도 비밀리에 점검해보겠습니다. 가치를 모르는 이가 주웠다면 그렇게 팔수도 있을 것입니다.”

 

 역시 국왕을 모셨던 자라 머리가 돌아가는 게 빠릿빠릿했다. 하지만 곧 그가 눈매를 가늘게 떴다.

 

 “그렇게 소중하게 여기시더니… 덜렁대는 건 여전하시군요.”

 

 한숨 같은 말에 달은 뭐라 반박할 말이 없었다. 그저 아하하… 멋쩍게 웃으며 더 캐묻기 전에 얼른 화제를 돌리는 걸 택했다.

 

 “그나저나 저택 고용인들에겐 온 걸 알리지 않으실 건가요? 아까 보니까 집사 장에게 온 것을 비밀로 하라고 하는 것 같아서.”

 

 휘는 말없이 그녀를 내려다보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이어 그가 조금 긴장한 기색을 띤 채, 조심스럽게 입을 뗐다.

 

 “한 가지 확실하게 해둘 것이 있습니다.”

 

 무슨 의미냐는 듯 달이 두 눈을 깜빡거리자 휘의 금안에 뜻 모를 냉기가 돌았다.

 

 “정말… 전하를 죽이지 않으셨습니까?”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14 13화. 달이 떠오를 때(2) 2022 / 2 / 28 163 0 5217   
13 12화. 달이 떠오를 때(1) 2022 / 2 / 28 162 0 4778   
12 11화. 누군가의 서곡(5) 2022 / 2 / 28 157 0 5523   
11 10화. 누군가의 서곡(4) 2022 / 2 / 25 183 0 5369   
10 9화. 누군가의 서곡(3) 2022 / 2 / 22 170 0 5074   
9 8화. 누군가의 서곡(2) 2022 / 2 / 22 172 0 5600   
8 7화. 누군가의 서곡(1) 2022 / 2 / 18 172 0 5316   
7 6화. 죽어 마땅한 여자(6) 2022 / 2 / 15 172 0 6835   
6 5화. 죽어 마땅한 여자(5) 2022 / 2 / 15 181 0 5193   
5 4화. 죽어 마땅한 여자(4) 2022 / 2 / 12 187 0 4770   
4 3화. 죽어 마땅한 여자(3) 2022 / 2 / 9 189 0 5313   
3 2화. 죽어 마땅한 여자(2) 2022 / 2 / 8 190 0 5001   
2 1화. 죽어 마땅한 여자(1) 2022 / 2 / 8 184 0 5088   
1 0화. 프롤로그 2022 / 2 / 8 262 0 1469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오늘부터 가정교
어린비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