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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작은 마법사에게
작가 : 파란안개
작품등록일 : 2022.2.1

"내가 사랑한, 나의 작은 마법사."
불타버린 마을. 삶의 터전을 잃게 된 이사벨은 자신을 구해준 마법사의 저택으로 가게 된다. 그 사람이 자신의 아버지이고, 자신의 어머니는 세상을 구한 영웅이라는 사실은 평생 고아로 살아온 이사벨에게 어색한 일이다.
이것은 어떤 마법의 이야기.
"어쩌겠어. 사랑한 순간, 질 수밖에 없어. 내가 널 사랑하니까, 네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고 싶은 거지."
세상을 사랑하여 구하려는 자. 사랑하는 이들이 살아가는 세계이기에 구하려는 자. 그런 이를 사랑하던 자들.
우리는 당신이 사랑하는 세계를 사랑할 수 밖에 없었어.
"당신은, 이 세상 그 무수한 것을 사랑하지만… 그중 나를 가장 사랑한다는 것. 그거면 충분해요."
사랑과 마법이 피워낸 성장 판타지
#마법사여주, #성장하는여주, #인외남주, #성장물, #마법사_부모의_사랑은_덤

 
1. 작은 손님
작성일 : 22-02-15 01:13     조회 : 215     추천 : 0     분량 : 5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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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입가에 은근한 미소를 건 음유시인의 시선이 두 사람에게 닿아 있다. 보랏빛 눈동자가 사근히 휘어지고, 속 알 수 없는 시선이 그 안에 담긴 빛이다.

  현재가 아닌 무언가를 보더라도, 알아차리기 어렵게 만드는 기이함.

  오스카는 이사벨을 담았던 시선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이 마을에서 처음 본 자. 다른 때에도 한 번도 본 적 없던, 소년과 청년 사이 어딘가.

  그리고, 어딘가 기묘한 힘을 안에 품은 자. 오스카가 긴 시간 만들어온 재주와 힘, 그 기반에 있던 재능이 확신을 준다. 처음 보는 종류이고, 무엇인지 알기 힘들다.

  이사벨보다는 많아 보이지만, 아직 성인이 채 되지 않은 듯 보이는 모습인데도 그런 힘을 지니고 있다니. 투명한 시선이 가늘어진다.

  위의 상황을 모르는 채 멀뚱히 서 있는 이사벨의 손을 꼭 잡은 린다의 목소리는 아쉬움이 한가득 담긴 것이다.

  "벌써 가는 거야? 나중에 또 올 거지?"

  "오스카님이랑 에이미를 졸라서라도 자주 올게!"

  "약속이다!"

  "응!"

  도움을 청해야 하는 당사자들에게 전혀 의사를 묻지 않은 약속을 나눈 아이는, 오스카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분위기에 멈칫하고 만다.

  가느다랗게 응시하는 흰 눈동자가 무엇을 담은 것인지 보기 위해 고개를 돌리면,

  아,

  다시금 눈이 마주쳤다. 알 수밖에 없다. 그 선명한 시선.

  노골적일만큼 노려보는 것에 가까운 오스카의 시선을 가뿐히 무시한 이는 그 시야에 이사벨을 담고 있었다.

  음유시인은 입가에 기묘한 미소를 걸고 있었다. 이사벨은 어쩐지 그 미소가 오스카의 웃음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톡 건드리면 파사삭 금이 갈 것 같은, 얇디얇은 살얼음이 뒤덮인 호수의 미소. 허나 그 너머가 잘 보이는 투명함은 아니다.

  "벌써 간다니, 아쉬워서 어떡하려나요. 또 만날 수 있을지 모르겠네요."

 그는 꼭, 자그맣기에 눈에 띄지 않는 흰 눈송이처럼 속삭였다.

  "꼬마 아가씨. 즐거운 물음을 건네준 기념으로 비밀을 하나 알려 드릴까요?"

 "네?"

  자신을 노골적으로 노려보는 오스카의 시선을 모르는 것처럼, 어쩌면 아는데도 모르는 척.

  "저, 사실 꼬마 아가씨가 생각하는 것처럼 어른은 아니랍니다."

  장난스럽게 건넨 말은 아이를 당황하게 하기에 충분하다.

  자신보다 대여섯 살은 많아 보이는, 아직 청년이라 칭할 정도는 아닌 그는 호리호리하고 갸름한 인상이었다.

  어른이라 여기지는 않았지만, 그것을 굳이 부정하지 않은 이사벨의 동그란 시선이 고민하듯 찌푸려졌다.

  "……그럼 애늙은이?"

  진지하게 나오는, 이런 때에 쓰는 것이 아닌 말은 반대로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적어도, 음유시인에게는 그런 모양이었다.

  "아하핫! 재밌는 소리네요. 하지만 그것도 아니에요."

  "그럼? 정말로 내 예상보다 어리다는 거에요?"

  "네, 진짜에요. 태어난 지 몇 년 되지 않았는데, 사정이 좀 있어서."

  "거짓말."

  "제가 어린애한테 접근하려고 나이 속이는 어른처럼 보여요? 그런 쓰레기 아니랍니다! 진짜 그런 놈이라면 알아서 나가 죽을게요!"

  "애초에 어른처럼 생기지도 않았어."

  "그리고 애 앞에서 죽는다는 말 함부로 하는 것 아닙니다."

  이사벨의 목소리에 이어 톡 나온 뾰족한 오스카의 말에 음유시인의 눈이 짭짤할 정도로 식었다.

  "아. 예."

  대놓고 질색하는 태도에 결국 웃어버린 이사벨이 길게 웃음기 섞인 숨을 뱉었다. 웃느라 잔뜩 찡그려진 눈을 뜨고 하늘을 보면, 어느새 푸르름이 저만치 멀어지고 아득한 붉음이 금빛으로 타오르고 있다.

  "그러고 보니까,"

  몰아치는 금빛의 붉음을 받으며, 아이는 음유시인을 바라보았다. 비밀이라며 장난스레 속삭이던 그의 눈동자는 저 먼 곳에서 밀려올 밤하늘과 노을의 경계가 만나 생기는 보랏빛이다.

  "응?"

  "이름이 뭐에요?"

  자그마한 아이의 물음에 대한 답을 제때 하지 못하는 흰 음유시인의 등 뒤로 보랏빛 그림자가 떠오른다.

  그는 금빛의 후광을 입은 아이를 바라보았다.

  "……으음, 떠돌이라 이름이 없는데… 다음에 만나게 되면 줄래요? 한동안 이 마을에서 지낼 예정이거든요."

  "떠돌이면서요?"

  "떠돌이도 가끔은 정착하는 법이랍니다. 그때, 이름을 가져와 줄래요?"

  고개를 크게 끄덕인 이사벨과 달리, 모든 대화를 듣던 오스카는 알 수 있었다.

  저 자는 기대하지 않는다.

  이것은 짧은 한순간의 장난이다.

  아이의 진지한 답을 그렇게 여기는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아 그는 마음 놓은 이처럼 낯을 찌푸렸다.

  언뜻 보아서는 자신보다 한참 어린, 아직 성년은 멀고 먼 시기로 보였다지만 그것이 중요하지 않을 정도였다.

  그럼에도 이사벨이 그와 인사를 나누고, 린다는 물론이고 다른 이들과 인사함을 지켜보는 이유는 지극히 간단했다.

  아이가 인사를 한다는데 누가 거부하나.

  사람들 사이에서 웃는 아이는 아이다운 활기기 가득했다.

  그것으로 충분하기에.

  "오스카 님, 왜 그러세요?"

  언제였는지 선명함에도 불구하고 흐릿하게만 느껴지는 어느 날의 과거에 빠질 뻔한 그를 현재로 끌어올린 것은 낭랑한 목소리다.

  오스카는 뒤늦게, 자신이 광장의 한 나무에 기대어 서 있음을 깨달았다.

  아이의 눈동자에 서린 걱정은, 그로 하여금 서둘러 그것을 덜어줘야 함을 본능에게 전달한다.

  "아뇨, 그냥… 저 사람, 음유시인이라고요?"

  즉, 그의 물음은 온전히 생각하고 꺼내도 되리란 판단 하에 나온 것이 아닌, 서두름과 자극당한 본능의 결과인 것이다.

  "네. 오늘 처음 온 음유시인이라고 했어요."

  "그렇다기엔 뭔가… 흐름이…"

  "네?"

  마법사에게 새겨진 본능, 살아온 시간 대다수를 마법사로서 보내온 그의 내면이 그에게 속삭였다. 다급함 속에서 보내진 본능의 신호가 입 밖으로 흘러나왔다.

  "…마법? 아니, 인간 마법사가 흔히 지니는 힘은 아니야. 그렇다고 드래곤의 것도 아니고. 요정의 것이랑은 약간 다른데…"

  "오스카님?"

  "이런 흐름은 처음인데… 내가 모르는 종족의 힘이 아직 있나? 아니면…"

  "오스카님!"

  "…아,"

  신호가 끊기고, 흐름이 끊어졌다.

  만일 잡고자 한다면 기꺼이 다시 이어 추론할 수 있을 테지만, 오스카는 그러지 않았다.

  "무슨 생각을 하신 거에요? 마법이요?"

  자신을 바라보는 아이의 눈동자에 가득 실린 의문을, 이 이상 생각에 잠겨 배반해선 안 될 것임을 알기 때문에.

  그는 익숙히 몸을 낮추며 이사벨과 눈을 맞췄다.

  "미안해요, 벨. 단순히 노래하며 떠도는 사람은 아닌 것 같아서 궁금해 그랬답니다."

  "그러면요?"

  "글쎄요… 마법을 사용할 수 있어 보이는데, 마탑에 저런 자가 등록되어 있는지 모르겠네요."

  그리고 있어도 모를테다. 이름뿐인 마탑주, 대마법사라 불리지만 실상 지닌 것 없는 바지 사장 혹은 보이기용 가주였던 그는 생각했다.

  "뭐, 하긴. 이런 마을로 올 수 있는 떠도는 자라면 마물 서넛은 잡을 실력이 있겠죠."

  무언가 신경에 거슬리지만, 당장 확인을 해야 할 만큼 심각하게 걸리는 것은 아니다.

 길을 가다가 자기도 모르게 풀을 밟았음을 뒤늦게 알았을 때 정도의 감각.

 그정도는 놓아도 될 것이라 여긴 오스카가 손을 내민다.

 그 손을 잡으며, 이사벨은 아주 단순히 생각했다.

 혹시 천재라 나이를 더 먹은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가출 마법사 아니야?

 상당히 그럴듯했다.

 *

  "정말 죄송합니다!!"

  "…어, 말 놓기로 했는데 까먹은 것에 대해서야?"

  에이미가 허리를 푹 숙인 채 고개를 빼꼼히 들어 올렸다. 이사벨의 동그란 눈동자 안, 당혹과 혼란으로 둥글둥글해진 에이미의 눈동자가 전방향으로 데굴데굴 구르는 것이 보였다.

  이사벨은 문득 저택 내부로 돌아오기 전 오스카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벨, 하나 궁금한 것이 있답니다."

  "네에, 뭔가요?"

  "정말로 몰랐나요?"

  무엇을 몰랐냐, 묻는다면. 분명 안다고 말할 수 있다.

  곧장 찾아오지 않은 아이가 어떤 생각을 했는지, 알 수 없다.

  알 수 없지만,

  "에이미는 어지러운 저를 기다려줬는걸요."

  "그것으로 이유가 되나요?"

  "네."

  모르고 기다릴 수 있는 이유가 되니까요. 이사벨은 혀에 맴도는 말을 얹지 않고서 웃었다. 그 순간의 오스카도 따라 웃었다. 이 아이는, 작고 작은 아이지만 살아온 생애 속 가장 긴 시간을 지녀온 아이다. 그런 확신.

  그렇기에 이렇게, 에이미와 이사벨이 직접 대화를 나눌 수 있도록 자리를 마련해주고 피한 것일 테다. 이사벨은 그의 성정을 생각해보면 에이미의 청에 의해 만들어진 것임을 짐작할 수 있다.

  때문에 이사벨은 기다렸다. 에이미가 생각하고, 말을 정리하고, 꺼낼 수 있도록.

  허공을 떠다니는 먼지의 금빛이, 자연스레 불을 밝히는 마법으로 움직이는 등의 색으로 바뀌는 순간. 끄트머리 불그스름한 하늘의 색채는 보랏빛과 검은 장막이 얼룩덜룩하게 뒤섞인 광경이 되며 창문을 시간 따라 움직이는 액자로 만들어낸다.

  흰 듯 푸르고, 언뜻 따스히 노랗게 빛나는 신비한 색채 속에서 동그란 시선에 불쾌감이나 곤혹스러움을 조금도 담지 않은 이사벨을 보던 에이미는 결심을 굳혔다.

  이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불안감을 이기지 못한 제 잘못이니까.

  "미안, 해. 불안해서 그랬어…"

  "...뭐가?"

  이사벨은, 이번만은 당황할 수 밖에 없었다.

  "나도, 그리고 다들… 만일 오스카님께서 우리를 버리신다면 갈 곳이 없으니까, 불안했어."

  불안이니 버린다니, 그런 말이 나오리란 예상은 하지 못한 탓이다.

  "왜 오스카님께서 버릴 거라 생각한 거야…?"

  "우리는, 아이의 대용품이라 생각했어."

  그렇게 말하는 에이미는 슬퍼 보이지 않았다. 이미 답을 들은 자의 얼굴.

  "하지만 아니라고 해주셨으니까. 다 같이 잘못한 거니까, 다들 사과하러 오기로 했어. 그렇지만 내가 제일 크게 잘못한 거라 생각해서, 아가씨께 사과하고 싶었어."

  에이미의 손이 파르르 떨리며 주먹이 쥐어진 까닭은 뒤늦게 안 자신에 대한 한탄이다. 에이미는 다시금 푹 숙이며 외치듯 말했다.

  "정말, 정말로 죄송해요. 잘못 생각했고, 잘못 행동했어요. 가장 먼저 사과를 드리고 싶었습니다."

  다시금 고개를 든 에이미는, 이사벨의 눈에는 어쩐지 후련해 보였다.

  그것은 용서를 받으리란 기대에 의한 것이 아닌, 사과할 수 있었음에 대한 기쁨이 만들어낸 것.

  그리고 이사벨은, 이미 그를 용서했기에.

  "이해했어. 이해했는데…"

  국정을 논하는 관료인 어른들도 본받아야 할 만큼 의젓하고 얌전히 듣던 이사벨이 의문스레 물음을 이었다.

  "그러니까, 왜 내가 온 것이랑 대용품이란 생각이 상관이 있는 거야?"

  "그야… 이사벨 아가씨는, 미카엘라님이랑 오스카님의 딸이잖아."

  이사벨의 푸른 눈이 큼직하게 뜨였다.

  에이미의 당혹 어린 낯과 목소리가, 이사벨의 눈동자와 귓속으로 선명히 박혀든다.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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