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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금에 미친 이 세상을 뿌리째 들어내겠어!
작가 : 화블루
작품등록일 : 2022.2.1

가주의 빚을 갚기 위해 상인의 신부로 팔려갔던 아멜 그린, 가문의 낮은 작위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외국으로 끌려갔던 에릭 화이트는 황금에 미쳐있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친다. 그들이 당당한 군주가 되어 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8화. 펠트로의 결정
작성일 : 22-02-14 23:51     조회 : 194     추천 : 1     분량 : 4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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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펠트로는 에밀리와 달리 단 한숨도 자지 못했다. 아니, 잘 생각조차 들지 않았다. 그는 그의 방에 있는 원목 책상에 앉아 긴 밤 내내 에밀리가 자신의 인장으로 저지를 수 있는 일들에 대한 가능성을 점쳐보았다.

 

 에밀리가 무슨 일을 저지를지 알아내지 않는 이상 그는 절대 마음 편히 잘 수 없었다.

 

 해가 뜰 때까지 한 번도 자리를 떠나지 않은 펠트로는, 피곤한 기색이 잔뜩 묻어난 목소리로 그의 옆을 지키고 있던 집사 콜튼에게 물었다.

 

 

 "에밀리는 지금 뭘 하고 있나?"

 

 

 다크서클이 무릎까지 내려온 펠트로의 모습은 예민해 보였고, 지쳐 보였다.

 

 

 "에밀리아가씨는 아직 일어나지 않으셨습니다."

 

 

 에밀리가 아직 일어나지 않았다는 콜튼의 말에 펠트로가 인상을 와그작 구기며 콜튼을 노려보았다. 그의 짙은 녹색 눈동자가 날카로이 빛났다.

 

 

 "지금이 몇 신데?"

 

 "이제.. 정오가 다 되어 갑니다."

 

 "하아... 이 시간까지 안 일어났을 리가 없잖나! 누가 깨워도 깨웠을 시간인데!!"

 

 

 펠트로가 잉크병을 문 쪽으로 집어 던지며 소리질렀다.

 

 잉크병은 빠른 속도로 날아가 문에 부딪혔고, 산산조각 난 잉크병에서 터져 나온 새까만 잉크들이 벽과 바닥에 지저분하게 튀었다.

 

 

 "...제가 확인하러 다녀 올 동안 유리를 불러드릴까요..?"

 

 

 콜튼은 주인의 기분을 풀어주기 위해 요즘 펠트로와 자주 어울리던 예쁘장한 하녀인 유리를 언급했다.

 

 아마 펠트로가 제대로 잠을 못 잔 상태가 아니었다면 이 주문은 먹혔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수면욕이 온몸을 지배하고 있는 지금의 펠트로에게 유리는 그저 고깃덩어리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었다.

 

 

 "여기서 그 멍청한 년 이름이 와 나와! 이놈이고 저놈이고 하여간 말이 통하지를 않아! 지금 당장 에밀리의 소재나 파악해와!"

 

 

 콜튼은 세모눈을 뜨고 화를 내는 주인의 불호령에 대답하는 대신, 재빠르게 자리를 피했다. 그가 어떤 말을 해도 그의 주인은 화를 낼 것이 분명했기 때문이다.

 

 씩씩거리며 축객령을 내린 펠트로는 콜튼이 줄행랑 치듯 뛰쳐나가자마자 다시 자리에 앉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곤 깃펜으로 자신이 밤새 생각해서 나름대로 도출해낸 결론 두 개를 동그라미 쳤다.

 

 

 -황금

 -유산

 

 

 "에밀리..."

 

 

 그는 황금이라는 단어에 마구 동그라미를 치면서, 동생의 이름을 중얼거리곤 이를 으득하고 갈았다.

 

 아무리 생각해도 가주의 인장으로 무언가를 꾸미는 것이라면 돈에 관련된 일 밖에 없을 것이다.

 

 물론 정식 절차라는 것이 존재하기에 보통의 상황에서 인장만으로 할 수 있는 일은 거의 없다.

 

 인장만으로는 왕실에서 돈을 빌릴 수도, 외부 금고에 저장된 금괴를 꺼내올 수도 없었다.

 

 하지만 어두운 뒷세계의 대부업자들은 달랐다.

 

 귀족의 인장이 진품인 것만 입증되면 그것을 들고 온 이가 하녀이든 부랑자이든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그들은 훔쳐온 것이 뻔해 보이는 인장이라도 귀족을 뜯어먹을 수 있는 기회라 여기며 그들을 환영해주었다.

 

 

 물론 부랑자가 들고 온 것이 아주 높은 고위 귀족의 인장이라면, 나중의 후폭풍이 두려워서라도 인장을 들고 온 이를 그 가문에 고발해주겠지만 펠트로는 그리 높은 귀족 가문의 가주도 아니었을 뿐더러, 입지도 없고, 요령도 없는 새파랗게 젊은 '멍청한' 가주라고 곳곳에 소문이 나있었다.

 

 그 자신의 행동이 만든 평판이라 누구를 탓할 수도 없을 노릇이었다.

 

 

 "젠장.."

 

 

 만일 에밀리가 자신의 금전적 몰락을 대가로 대부업자들과 모종의 계약을 했다면 유산으로 물려받은 그의 영지와 성채와 금화들이 대부업자들에게 고스란히 흘러 들어가게 될 지도 몰랐다.

 

 그는 평민이 멍청한 귀족을 등쳐 먹는 일이 잊을만하면 벌어지는 사건이라는 것을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보통, 그런 사건이 있을 때에 가장 일반적인 해결법은 여러 귀족 가문들의 사병을 이용해서 사기꾼들을 무력으로 찍어 누르는 것이었다.

 

 하지만 초록덩굴가문에는 사병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의 귀족 답지 않은 방탕한 이미지로 인해 주변에 도와줄 사람조차 존재하지 않았다.

 

 펠트로가 양손으로 머리채를 쥐어뜯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의 옅은 연갈색 머리카락이 한 움큼 뜯겨져 나왔다.

 

 펠트로는 봉토가 있는 봉건귀족의 특권을 누리며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인생을 즐기고 싶었고, 심심해지면 에밀리를 괴롭히거나 에믹 남작 부인의 속을 긁으며 그들의 반응을 즐기는 삶을 살고 싶었다.

 

 한참을 고개를 숙이고 있다 고개를 든 그의 눈에는 아까 없었던 결의가 담겨있었다.

 

 

 "이봐, 너!"

 

 

 펠트로는 그의 방 한쪽에서 먼지를 털고 있는 어린 하인을 불렀다.

 

 아직 젖살이 다 빠지지 않은 앳된 하인은 아까 펠트로가 집사 콜튼에게 잉크병을 집어던지는 것을 바로 옆에서 직접 본 이 중 하나였다.

 

 펠트로의 불호령이 애꿎은 자신에게도 떨어질 까봐 마음을 졸이고 있던 그는, 자신을 부르는 펠트로의 목소리에 잔뜩 겁에 질려 바들바들 떨리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예, 예? 예! 말씀하십시오..!"

 

 "아멜.. 아니지, 콜튼을 불러와. 지금 당장 오라고 해!"

 

 "예? 아...!! 네 알겠습니다!"

 

 

 어린 하인은 자신에게는 잉크병이 날아오지 않아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펠트로의 마음이 바뀔 새라, 재빠르게 방 밖으로 나섰다.

 

 그는 다행이 몇 걸음 가지 않고 복도 끝에 있는 콜튼을 발견할 수 있었다. 반가움에 얼굴을 밝히며 뛰어가던 하인은 그의 안색이 이상한 것을 발견하고 발걸음을 늦추었다.

 

 콜튼의 주름진 얼굴은 왜인지 모르게 식은땀이 흐르고 있었고 안색 또한 파리한 것이 꼭 큰 잘못을 저지른 사람과도 같아 보였다. 어린 하인은 고개를 갸웃하며 그에게 다가갔다.

 

 

 "펠트로님이 찾으세요!"

 

 

 하인의 말에 콜튼은 품에서 거친 천 손수건을 꺼내 땀을 훔치며 대답했다.

 

 

 "그래. 안 그래도 지금 가는 중이다."

 

 "혹시.. 어디 아프신 건 아니시죠?"

 

 

 하인이 눈을 동그랗게 뜨고 걱정스럽게 물었지만 콜튼은 지금 그런 걱정 따위는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자고 있는 줄 알았던 에밀리의 방이 텅 비어 있었던 것이다.

 

 콜튼은 텅 빈 에밀리의 방을 보며 등에 한 줄기의 식은 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그는 아가씨의 방을 정돈하던 하녀 한 명을 붙잡고 물어보았지만 하녀는 에밀리 아가씨와 에뮬 아가씨는 한 시간 전에 이미 시내로 나갔다는 청천벽력과도 같은 소식을 전해줄 뿐이었다.

 

 

 ***

 

 

 콜튼은 어린 하인에게 대답하는 대신, 힘없이 고개를 끄덕이고선 펠트로의 방으로 터덜터덜 걸어갔다. 심장이 크게 요동치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얼마나 질책 당할지 걱정하며 볼 안쪽의 살을 연신 씹어댔다. 콜튼은 아까 벽으로 날아가 부딪힌 후 처참히 깨진 잉크병이 자신의 미래가 될까봐 너무나도 두려웠다.

 

 그는 긴장이 풀릴 때까지 펠트로의 방문 앞을 서성거리다, 시간이 지나도 긴장이 풀릴 것 같지 않자 그냥 정면으로 부딪히기로 마음 먹었다.

 

 

 '그래, 잉크병 밖에 더 맞겠어?'

 

 

 그는 손에 어린 땀을 바지춤에 닦은 뒤 펠트로의 방문을 두드렸다.

 

 

 -똑똑

 

 

 “들어와.”

 

 

 곧장 들려오는 펠트로의 낮은 목소리에, 콜튼은 침을 꿀꺽 삼키며, 펠트로의 방문을 조심스럽게 열었다.

 

 

 "펠트로님..?”

 

 

 펠트로는 팔짱을 끼고 책상 위의 종이 조각을 뚫어져라 노려보고 있었다. 아까의 흥분은 가라앉은 듯 했지만 여전히 기분이 안 좋아 보였다.

 

 펠트로가 눈썹 하나를 치켜 들며 그를 올려다봤다.

 

 콜튼은 그의 눈빛에서 얼른 보고 안하고 뭐하냐는 무언의 신호를 읽었다. 그는 숨을 깊이 들이 쉬며 총알처럼 빠르게 말을 내뱉었다.

 

 

 “에밀리 아가씨가 한 시간 전 쯤에 나갔다고 합니다.”

 

 

 콜튼은 잉크병이나 책 같은 것이 눈앞으로 날아오면 그것을 다치지 않고 피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눈을 질끈 감았다.

 

 나이가 들고 꽤 많은 일을 겪으면서 세상사에 많이 무뎌졌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의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관의 앞에서 평정심을 유지하기란 나이를 먹어도 어려운 일이기는 매한가지였다.

 

 특히 그 상관이 화난 상태라면 더욱 말이다.

 

 

 “그렇군. 그럼 미룰 필요 없이 지금 당장 아멜의 결혼식을 준비해야겠군.”

 

 “죄송합.. 예?”

 

 

 예상치 못한 대답에 당황한 콜튼이 되묻자 펠트로가 어딘가 뒤틀린 듯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못 들었어? 얼른 일 하러 가봐. 어떤 의상실이 웨딩드레스를 제일 싸게 해주는지, 결혼식에는 누구를 초대해야 할지 같은.. 나 대신 해주면 고마운 따분한 고민들 있잖아.”

 

 

 펠트로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한 마디 덧붙였다.

 

 

 “아, 아멜한테는 근시일 내에 결혼식을 올릴 테니 그렇게 알고 있으라고 전해. 꼭 챙겨야 하는 게 있다면 미리 챙기라고도 일러주고. 나는 지금 당장 피드에게 연통을 하나 보내야겠어.”

 

 

 펠트로는 서재에 가야겠다고 중얼거리며 벌떡 일어나서 빠르게 콜튼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콜튼은 귀족 아가씨의 결혼이 이런 식으로 번갯불에 콩 볶아 먹듯 진행 돼도 되는 게 맞을지 잠시간 고민했다.

 

 전대 가주인 페트릭이 아무 언질도 없이 갑자기 에믹을 데려와 정실부인을 쫓아내고 아내로 삼았던 것을 생각해보면 결혼의 무게를 가벼이 생각하는 것은 귀족의 특성일지도 몰랐다.

 

 만일 아멜이 그의 딸이었다면 목숨을 걸어서라도 이런 결혼을 막아주었겠지만, 그는 아빠도 아니고, 귀족도 아닌 그저 남작 가문의 집사,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콜튼은 이 콩가루 집안에서 자신이 수천 번 고민해봤자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는 것을 깨닫곤 그냥 머리를 비우기로 결심했다.

 

 그는 지금부터 펠트로가 말하는 대로 충실히 따르는 인형이 될 것이다.

 
작가의 말
 

 유리는 펠트로가 찾지 않으면 하녀들의 침소에서 홀로 무료한 시간을 보내야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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