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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4 화
작성일 : 22-02-14 14:50     조회 : 175     추천 : 0     분량 : 4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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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스텔지아

 

 [파리에탈 지역구. 라흐만의 술집]

 

 로튼과 토니는 네온 물결이 출렁이는 도심 한복판을 걸었다. 도시 곳곳에 무장한 경찰들의 모습이 보였다. 경비가 삼엄했다. 고층 빌딩 대형 전광판에는 현자가 줄기세포를 이용한 뇌 신경 치료법을 개발했다는 뉴스가 흘러나왔다. 조만간 뇌 신경 질환에 의한 불치병 치료는 물론이고 인간 평균 수명 200세도 가능할 수 있다고 했다. 그리고 보육원을 탈출한 루시퍼의 소식이 연이어 전해졌다. 정신 질환을 앓고 있는 그가 보육원 직원 2명을 살해하고 달아났고 현재 경찰의 추적을 받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길을 가던 몇몇 사람들이 발걸음을 멈추고 그 뉴스를 관심 있게 지켜보았다.

 로튼은 뉴스를 힐긋 보고 고개를 돌렸다. 그때 누군가 두 사람의 앞을 막아 섰다. 센터급 농구선수만한 장신의 여성이이었다. 스튜어디스 복장을 하고 있었다. 풍만한 가슴 골을 두 사람의 눈앞에 내밀고 있었다.

 "보고 싶었어요, 고객님. 저희 여행사에 들르시면…"

 로튼과 토니는 얼굴을 붉히고 호객 로봇을 피해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20여미터 정도 더 걸어갔다. 토니가 갑자기 얼이 빠진 얼굴로 한 여성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여성이 제 어깨에 얹은 토니를 돌아보았다. 가녀린 몸에 어딘지 슬픔에 젖은 눈망울을 갖고 있었다.

 "주인님. 현재 맥박이 120까지 치솟고 있어요. 정상 수치를 훨씬 벗어났네요. 이런 상태가 하루 종일 지속되면 심장 질환을 의심해 볼 수 있어요. 주치의한테 메시지를 남길까요? 심신을 안정시켜주는 아로마 오일을 첨가한 목욕물을 받아 놓을게요. 원하시면 단골 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해 놓을 수도 있어요."

 토니가 깜짝 놀라 뒤걸음질쳤다. 도심 거리는 선정적인 몸짓으로 호객 행위를 하는 로봇들로 가득했고, 주변 어디에서나 유명인이 나오는 홀로그램이 말 풍선처럼 떠다니고 있었다.

 로튼과 토니는 경직된 얼굴로 걸음을 재촉했다. 대로변에서 벗어나 어느 골목으로 들어가 '노스텔지아'라는 간판 앞에 섰다. 입구에 오리엔탈 풍 포렴이 드리워진 술집이었다.

 가게 안은 대부분 혼자 온 손님들이었는데 하나같이 술과 약에 절은 몽롱한 눈빛을 하고 있었다. 마초적인 남성 취향을 고려한 듯 접대부들도 아슬아슬한 차림이었다.

 "자기, 피곤해 보이네? 조용한 룸으로 갈까?"

 겨우 유두만 가린 란제리 차림의 접대부가 한 남성의 귀에 속삭였다. 붉게 칠한 긴 손톱으로 남성의 턱 선을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떤 접대부는 같은 여성처럼 보이는 자의 허벅지에 올라 열심히 얼굴을 빨고 있었다.

 "로튼. 누군지 알아?"

 토니가 가게 안을 두리번거리며 속삭이듯 물었다.

 "저 자 같아."

 로튼이 오픈 주방에서 요리 중인 한 남자를 가리키고 말했다. 입에 담배를 물고 있었다. 두 사람은 곧장 주방 쪽으로 다가갔다.

 "라흐만?"

 요리사가 두 사람을 힐끗 쳐다보았다. 하지만 못들은 건지 제 일에 몰두할 뿐이었다.

 "우리는 라흐만을 찾고 있는데."

 요리사가 고개를 들었다.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연기 사이로 혼탁한 눈동자가 보였다. 거친 풍파를 겪고 살아온 자가 지닐 법한 생기 없는 눈동자였다.

 "..."

 요리사가 빈 잔에 담배를 비벼 끄고 막 튀겨낸 생선을 정성스레 접시에 담았다.

 "오늘 특식은 빙어 튀김입니다. 한 접시?"

 노릇한 튀김옷을 입은 생선이 회오리 모양으로 배열된 접시를 내밀었다. 로튼과 토니가 꿀꺽 침을 삼켰다. 생전 처음 보는 먹음직한 음식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로튼이 의자를 빼고 앉았다. 토니는 휘둥그레 친구를 쳐다보았다. 그러다 튀김 접시로 눈을 돌리고는 결심이 선 듯 옆자리에 앉았다. 두 사람은 접시가 놓이기 무섭게 음식을 비우기 시작했다.

 "한 접시 더?"

 그들의 옆에 접시들이 쌓여갔다. 요리사는 다시 담배를 꺼내 피우며 두 사람을 지켜보았다. 한참 동안 음식에 몰두하던 로튼이 소매로 입가에 묻은 기름기를 닦고 거하게 트림을 하는 사이 토니는 생수 한 방울까지 깨끗이 비웠다.

 어디선가 기도가 다가왔다.

 "다 드셨나? "

 질문을 한 자는 요리사가 아닌 기도였다. 로튼과 토니가 뒤에 선 기도를 돌아보았다. 아담한 키에 비해 꽤나 넓은 어깨를 가진 자였다.

 "계산할 차례군."

 "..."

 "내 말 못 알아 들었어? 계산."

 "..."

 "설마 몸으로 떼우겠다, 이런 건 아니겠지?"

 기도가 옷소매를 걷었다. 그 아래 번쩍번쩍 광을 낸 금속 팔이 보였다. 분위기가 험악해지려 하자 가게 안 손님들도 하나둘씩 그들 쪽으로 호기심 어린 시선을 보냈다.

 "보아하니 바깥에서 온 거 같은데. 맞아?"

 "라흐만을 알아?"

 로튼이 물었다. 그는 기도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 듯한 태도였다. 기도가 요리사를 힐끔 보았다.

 "용무가 뭔지는 몰라도 음식 값부터 내놓는 게 좋을 걸?"

 "우린 라흐만을 찾고 있다."

 "이 촌놈들이 자꾸 뭐라고 지껄이는 거야? 내 말 못 알아 들었어? 어서 돈 내놓으라고!"

 "지금은 없어."

 로튼이 대답했다.

 "뭐? 이 새끼들이 미쳤나."

 "라흐만을 찾아주면 값을 게."

 "아니 이것들이 어디서..."

 기도가 두 사람을 향해 인공 팔을 뻗었다. 로튼과 토니가 재빨리 일어나 몸을 피했다. 로튼은 주먹을 불끈 쥐었고, 토니는 여차하면 쏠 기세로 한 손을 등 뒤로 가져가 화살촉을 만지작거렸다. 사방에서 흥분한 손님들의 휘파람과 환호가 터져 나왔다.

 "한 방 먹여!"

 "내기 할 사람?"

 "난 화살 든 놈한테 건다."

 그렇게 들뜬 분위기 속에서 선방은 기도가 날렸다. 금속팔로 로튼의 복부를 쳤다. 로튼은 헉 소리를 내고 바닥으로 나뒹굴었다. 환호와 야유가 쏟아졌다. 토니가 반격에 나섰다. 날쌘 몸으로 테이블을 박차고 올라 한 발로 기도의 얼굴을 걷어찼다. 그러자 기도가 뒷걸음질쳤다. 또다시 환호의 함성.

 하지만 기도는 호락하지 않았다. 금속팔로 냅다 토니의 멱살을 잡아 허공으로 들어올렸다. 토니가 주먹으로 내리쳤지만 그의 팔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토니는 숨이 막혀 발을 대롱거리며 몸부림쳤다. 로튼이 포효를 내지르며 달려들었다. 기도의 명치를 가격해 허리를 숙이게 만든 후 잽싸게 날아올라 그의 목을 감고 앉았다. 먹잇감을 발견한 송골매처럼 빠른 동작이었다. 기도가 팔을 내리고 주저앉았다. 토니의 몸이 쿵 바닥으로 떨어졌다. 기도가 제 목을 휘감은 로튼의 허벅지에서 벗어나려 안간힘을 썼지만 쉽지 않았다. 바로 그 순간 요리사가 들고 있던 칼을 두 사람을 향해 날렸다. 사시미가 요란한 진동과 함께 벽면에 꽂혔다.

 "언제까지 그러고 있을 거야?"

 쩌렁쩌렁 울리는 기차 통 같은 목소리였다. 주방장이 몸을 털고 일어서는 로튼을 향해 물었다.

 "화이트마타에서 온 자들인가?"

 "그렇다."

 "간만에 제대로 된 싸움을 보는군."

 손님들 중 누군가 말했다.

 "맞아. 저렇게 진짜 인간들끼리 싸우는 건 정말 오랜만이야."

 "화이트마타엔 병신들만 모여 산다고 들었는데?"

 또 다른 누군가 말했다.

 "그러게 죄다 모자란 인간들 뿐이라더군."

 그때 한 접대부가 성가시게 제 가슴을 파고드는 중년 남성의 손을 야멸차게 뿌리치고 그가 쓰고 있던 모자를 확 벗겼다. 그러자 티타늄으로 덮인 머리통이 드러났다.

 "흥! 병신은 여기도 있네."

 손님들의 시선이 그 남성에게 쏠렸다. 중년 남성의 얼굴이 빨개졌다. 옆자리 손님이 호기심을 참지 못해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내렸다. 뚜렷해야 할 홍채 빛깔이 카멜레온 수시로 변하고 있었다. 그를 본 바바리 맨이 빈정거렸다,

 "병신 한 명 추가요,"

 곁에 앉은 접대부가 흘겨보자 옷깃을 여미고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아니 두 명인가?"

 누군가 자조 섞인 실소를 터뜨렸다.

 "큭. 누가 누구더러 병신이래."

 "왜 아니야. 병신은 여기도 이렇게 많은데. 안 그래?"

 모두 맛이 간 것 같았다. 여기저기서 킥킥거렸고 배꼽을 잡고 웃었다. 예상 밖의 상황에 토니가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잘못 온 거 아냐?"

 "그럴 리 없어. 칼시토가 노스텔지아라고 말하는 걸 분명히 들었어."

 순간 요리사의 동공이 팽창했다. 그가 담배를 입에 물고 천천히 로튼을 바라보았다. 눈앞에서 빠끔빠끔 연기가 타올랐다. 짧은 순간 요리사의 눈빛이 기도를 스쳐갔다. 기도가 금속팔 버튼을 조작해 검열 기능을 켰다. 로튼과 토니의 몸을 훑기 시작했다. 수색을 마치자 요리사는 따라오란 말도 없이 복도로 향했다. 로튼과 토니도 도시를 닮아 허랑해 보이는 사람들을 뒤로 하고 그를 쫓아갔다.

 

 

 :::

 

 

 라마

 

 [파리에탈 지역구. 제1집단보육원]

 

 16살 루퍼스는 영리했다. 또한 민첩했다. 자는 척 이불을 덮고 침대에 누워있다가 문이 열리자 벌떡 일어나 달려들었다. 단 한 번의 동작으로 정확하게 급소를 찔렀고, 대동맥 줄기에서 뿜어져 나오는 피를 보고도 당황하지 않았다. 원장이 바닥으로 쓰러졌다. 뒤따라 들어온 여자 연구원도 똑같은 수법으로 당했다. 불과 15초 만에 이루어진 두 건의 살인 사건. 살인 무기는 식사용 포크였다.

 원장의 하얀 가운과 셔츠는 혈흔으로 붉게 물들었고, 미처 감지 못한 눈은 천장을 응시한 채 부릅뜨고 있었다. 눈 깜짝할 사이 두 명의 성인을 해치운 루퍼스는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나와 감시 카메라를 향해 무슨 말인 가를 중얼거리고 화면에서 사라졌다. 그렇게 집중 케어실을 떠난 그의 마지막 모습이 찍힌 곳은 지하 주차장으로 통하는 비상 계단. 그 후 비상 계단에서 사라진 루퍼스의 모습은 어디서도 보이지 않았다.

 루퍼스의 살인과 도주는 마치 수백 번 시뮬레이션 해 본 것처럼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망설임이나 흥분해 들뜬 기색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라마가 한참 동안 영상을 들여다보고 물었다.

 "이게… 끝인가?"

 "네."

 "보육원 안은?"

 "샅샅이 뒤져봤지만 없었습니다."

 "주차장은? 그곳도 살펴 봤고?"

 "그게…"

 직원이 머뭇거렸다. 라마가 직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없었습니다. 분명 주차장 비상 계단으로 내려간 건 맞는데… 그곳에도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그는 안절부절 못하고 있었다.

 "확실해?"

 "네. 환풍구까지 모조리 점검했습니다. 운동 센서가 설치되어 있어서 쥐새끼 한 마리라도 얼씬 거렸다가는 금방 발각되었을 겁니다."

 "얼마나 됐지?"

 "대략 8시간 지났습니다."

 무엇보다 루퍼스를 빨리 찾는 것이 시급했다. 라마가 보기에 지금 다 큰 성인이나 마찬가지인 루퍼스는 걸어 다니는 시한폭탄이나 다름없었다. 2명의 목숨을 순식간에 해치워 버린 살인마는 대체로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데 주저함이 없다.

 라마는 곧장 루퍼스가 공부하고 있던 교실로 찾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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