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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새 세상
작가 : 지니0
작품등록일 : 2022.2.13

'새 세상'은 핵전쟁 이후. 지구에 존재하는 전혀 다른 두 세계, 화이트마타와 그레이마타. 그 안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을 통해 드러난 이기적 문명의 실체를 그린 SF스릴러 작품이다. 인간 안에 내재된 자유와 존엄에 대한 갈망, 유전자 조작을 통해 탄생한 신인류의 음울한 단면 그리고 우생학적 관점에서 인간을 선별해 종의 영속성을 추구한 설계자가 어떤 파국을 맞이하게 되는지 그려보았다.

 
제 3 화
작성일 : 22-02-14 10:36     조회 : 176     추천 : 0     분량 : 7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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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튼과 그로스

 

 [화이트마타. 자이러스 마을 경계구역]

 

 공기 중에 희뿌연 해가 어슴푸레 대지를 비추는 시각, 로튼과 그로스는 마을 외곽의 암벽 지대로 걸어갔다. 그로스의 몸짓은 춤을 추듯 가벼웠고, 로튼은 진과 나눈 대화를 떠올려 보느라 발걸음이 무거웠다. 무엇보다 형제처럼 친했던 카파가 영영 돌아오지 않을 거란 사실에 말 할 수 없이 울적해졌다.

 "다 왔어. 오빠."

 그로스의 말이 로튼의 사색을 깨웠다. 로튼은 아이를 쳐다보고 다시 정면을 바라보았다. 어느새 암벽 틈에 난 어느 동굴 앞에 서 있었다. 입구는 로튼이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할 정도로 낮았다. 그러나 막상 안으로 들어가보니 제법 탁 트여서 널찍했다. 입구에서 동굴 안으로 들어갈수록 어두웠다가 어느 지점이 지나자 어디선가 희미한 빛이 스며들어 시야가 환해졌다. 유혹하듯 속삭이는 휘파람 같은 바람 소리만이 적막한 공간을 떠다니고 있었다. 주변을 둘러봤지만 특이한 점은 보이지 않았다.

 "어이, 꼬마 아가씨. 이제 여기까지 날 데려온 이유나 들어볼까?"

 그로스가 로튼을 빤히 쳐다보았다. 아이의 눈빛은 어디서나 초롱초롱 빛나고 있었다.

 "이리 올라와 봐."

 그로스가 돌 바닥을 통통거리며 뛰어 올라 동굴 벽 중간 높이에 섰다.

 "그로스. 너무 높이 올라가면 위험해."

 로튼도 아이의 뒤를 쫓아 올라갔다. 그로스 옆에 서서 물었다. 동굴 벽 어른 머리만한 구멍에서 빛이 새어 나오고 있었다.

 "그로스. 뭔데…"

 "쉿!"

 아이가 한 손가락을 입술에 대었다. 그리고 구멍 안을 가리켰다. 로튼이 구멍 안을 들여다보았다. 캄캄한 어둠 속에 우주에 뜬 별처럼 반짝이는 수많은 빛이 보였다. 로튼은 제 눈을 비볐다. 그리고 다시 구멍 안을 노려보았다. 저 반짝이는 빛은 분명 니오븀에서 나오는 빛이었다. 그런데 저 속에 니오븀 말고 다른 것들도 있는 것 같았다. 무언가 다른 종류의 발광체가 휙휙 지나다니고 있었다. 순간 로튼과 발광체의 주인과 눈이 마주쳤다. 로튼은 깜짝 놀라 뒷걸음질쳤다.

 "뭐, 뭐지?"

 설치류 같았다. 근데 한 마리가 아닌 수십, 수백 마리는 되어 보였다.

 "오빠도 봤어?"

 그로스가 들뜬 목소리로 물었다.

 "그로스, 저, 저기 움직이는 거…"

 그때 구멍에서 회색 쥐 한 마리가 튀어 나왔다. 촉촉히 젖은 코를 벌름거리면서. 회색 쥐는 로튼을 지나 그로스에게로 가더니 아이의 발치를 빙빙 돌았다,

 "만득아, 안녕?"

 그로스가 회색 쥐를 내려다보고 해맑게 웃었다.

 "오빠 인사해. 내 친구 만득이야."

 그로스가 가져온 프로틴 알갱이를 바닥에 흩뿌렸다. 그러자 음식 냄새를 맡고 순식간에 수많은 쥐들이 구멍에서 빠져나왔다. 그 모습이 흡사 폭포에서 물줄기가 흐르는 듯했다. 로튼은 황당한 얼굴로 그 광경을 지켜보았다.

 "만득이는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동화에 나오는 주인공 이름이야."

 그로스가 자랑스럽다는 투로 말했다.

 "아주 착해. 은혜를 갚을 줄 알아."

 "그로스. 그나저나 여긴 어떻게 알게 된 거야?"

 "전에 우연히 만득이가 독사한테 잡아먹힐 뻔한 걸 내가 구해줬거든. 그리고 만득이가 날 이리로 안내해줬어."

 "그럼 여기가 만득이 집이구나."

 "응. 아주 대가족이야."

 짧은 순간 수많은 생각이 로튼의 머릿속을 스쳐갔다.

 "걱정마, 오빠."

 고민에 빠져 혼란스런 표정을 짓고 있는 로튼을 보고 그로스가 말했다.

 "뭐?"

 "오빠가 뭘 걱정하는 지 알아."

 "네가 안다고?"

 그로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난 이담에 오빠하고 결혼할 거야. 그러니까 당연히 오빠 마음을 잘 알아야지."

 로튼은 맹랑한 꼬마 아가씨의 말에 기가 막혔지만 언짢지는 않았다. 오히려 기분이 좋았다.

 "고맙다. 그로스. 내 말 들어. 저 구멍 안에 반짝이고 있는 건…"

 "니요븀이잖아."

 "아는구나? 맞아. 니오븀. 그레이마타 놈들이 사족을 못쓰는 거지. 원래 우리 건데 우리는 절대 건드리지 못하게 하고 말이야. 저 니오븀만 있으면 우리도…"

 "만득이가 니오븀 있는 데를 또 알아."

 "뭐? 어떻게?"

 "근처에 니오븀 있으면 늘 코를 킁킁거리면서 같은 자리를 맴돌거든. 전에 몰래 오빠 일하는 광산에 따라간 적 있었어. 그때 알게 됐어."

 그로스는 정말이지 놀라운 아이였다. 로튼은 아이의 말이 사실이며 앞으로도 절대 허튼 소리는 안 할 거란 확신이 들었다.

 "우리한테 필요한 게 그거잖아."

 그로스가 로튼을 빤히 쳐다보고 말했다.

 

 

 :::

 

 

 라마

 

 [파리에탈 지역구. 제1집단보육원]

 

 보건실에서 나온 라마와 일행들은 관리 사무실로 이동했다. 살인 장면이 담긴 영상을 보기 위해서였다. 복도를 걸어가면서 라마는 일부러 속도를 늦춰 요노와 보조를 맞추었다.

 라마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동료 직원의 죽음에 상심이 크겠군."

 "...네"

 "가까운 사이였나?"

 “죽은 여직원… 실은 제 친구였습니다.”

 울먹이는 목소리. 요노는 죽은 여직원을 좋아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진심으로 유감이네."

 "…"

 "빨리 사건이 해결되어야 할 텐데. 그나저나 여기 보육원에서 먹는 약은 어디서 나오는 거지?"

 "하이포피시스 사에서 제공 받고 있습니다."

 "주로 무슨 약인가?"

 "뭐, 처방약, 진통제 그리고 실험에 필요한 약물도 있고…."

 "루퍼스가 먹던 약은 어떤 종류지?"

 "…주로 신경 전달 물질을 억제하거나 활성화시키는 약물입니다."

 "혹시, 흥분 신경을 조절한다는 그런 약 말인가?"

 "네."

 "안전한가? 아, 내 말은…"

 "모두 임상적으로 유용하다고 인정받은 것입니다."

 요노가 이어갔다.

 "다만 부작용이 있다면…"

 "부작용?"

 "아, 그게… 어린 나이부터 한 종류의 약물을 오래 복용하게 되면 내성이 생겨나기 마련입니다. 그런 증상은 시중에 유통되는 일반 약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래서 조금씩 강도를 높여서 복용하게 되고. 또."

 요노가 머뭇거렸다.

 "사실 좀 복잡하게 들릴 수도 있는데, 간단히 말해서 흥분 신경 전도 차단제라는 게 자율 신경 중 교감신경의 활동을 억제 시키는 것입니다. 교감신경이라는 것은 인간의 본능과 직접적으로 관련 있습니다. 예를 들면 거리에서 악당을 만나면 싸우거나 달아나겠죠? 본능적으로 말입니다. 목숨이 걸린 일이니까요. 그게 교감 신경이 하는 역할입니다. 그런데 만약 이 교감신경의 활동을 억제시킨다면, 위기 상황에서 스스로를 보호하는 능력을 잃게 될 수도 있습니다."

 "스스로를 보호할 수 없다…. 크게 문제가 될 소지가 있겠군. 그렇다면 약물 공급을 끊어야 하지 않는가?"

 "맞습니다. 저희 원에서도 일정 나이가 되어 성격 특성 테스트에 합격하면 약물 공급을 중단하고 있습니다. 그것은 뇌에서 이미 학습이 이루어졌다는 뜻이기도 하니까요."

 "자네는, 루퍼스가 살인을 저지른 게 그 신경 차단제라는 걸 끊었기 때문이라고 보는가?"

 요노가 침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잘 모르겠습니다."

 "잘 모르다니? 자네 설명대로라면 약을 끊었으니까 폭력적으로 변했다고 보는 게 맞지 않나?"

 "동일한 약물이 모두에게 동일한 효과를 나타내는 것은 아닙니다. 루퍼스의 경우는 좀 더 검사해 볼 필요가 있었습니다."

 자신없다는 말투였다. 왜소한 그의 몸이 더욱 움츠러드는 것 같았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걸었다. 라마가 다시 물었다.

 "혹시 루퍼스가 반 친구를 연필로 찌른 이유에 대해 말하던가?"

 "직접 듣지는 못했습니다. 다만 친구라는 아이가 '도와줄까?' 라고 했더니 갑자기 달려들었다는 소리는 들었습니다.”

 "자네 혹시 루퍼스가 갈 만한 곳을 아는가?"

 "아니요. 워낙 말수가 적은 아이라서요."

 라마가 창문 밖 정원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햇살을 받아 유리 알갱이처럼 반짝이는 분수와 1밀리미터의 오차 없이 잘 다듬어진 초록색 마당이 펼쳐져 있었다. 원통형 몸에 길다란 팔을 가진 로봇이 양팔을 부지런히 놀리며 청소 중이었다.

 라마가 걸음을 멈췄다. 그리고 요노를 향해 말했다.

 "무엇이라도 루퍼스에 관해 떠오르는 게 있으면 즉시 내게 알려주게."

 라마는 요노를 뒤로 하고 복도 끝 자신을 위해 열어둔 문으로 걸어갔다.

 

 

 :::

 

 

 두더지들

 

 [그레이마타 도시 외곽. 하수구 안]

 

 네 개의 그림자가 하수구 벽을 따라 어지럽게 움직였다. 미로처럼 이어진 터널. 서두르는 발자국 소리. 뭉툭하게 들리는 자동차 엔진음, 사람들의 말소리. 네 사람의 조급한 발걸음이 바닥에 닿을 때마다 찰싹찰싹 물웅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터널 가득 울려 퍼졌다. 그들은 속도를 줄이지 않고 달려갔다.

 무리의 맨 앞에 있던 로튼이 갑자기 한 팔을 들어 올리고 멈춰 섰다. 헤진 소맷단 안으로 번개 모양의 흉터가 보였다. 어디선가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린 듯했다. 로튼의 뒤를 따르던 세 쌍둥이도 멈췄다. 로튼이 손가락을 입술에 대고 친구들을 돌아보았다. 어둠 속에서도 그의 눈빛은 명료하게 빛났다. 모두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하지만 웅웅거리는 바람 소리 외에 고요했다.

 "괜찮은 거 같아."

 로튼이 말했다.

 "아직 멀었어?"

 토니가 물었다. 로튼이 손목에 찬 단말기 버튼을 눌러 도시 구역도를 펼쳤다. 그들의 선 지점에 붉은 불빛이 점멸하고 있었다.

 "거의 다 왔어. 바로 근처야."

 그가 쌍둥이들을 향해 돌아섰다. 세 쌍둥이 모두 어깨에 화살통을 메고, 팔꿈치에는 그들의 아버지가 직접 만들어 준 단검을 차고 있었다.

 "너희들은 왼쪽으로 가. 2백 미터쯤 가다 보면 사다리가 나올 거야. 그걸 타고 올라가."

 "너희들? 넌?"

 토니가 물었다.

 "난 따로 움직일게."

 "어딜 가려고?"

 젤라가 물었다.

 "설마, 우릴 버리고 도망이라도 치려는 거야?"

 로튼이 말도 안되는 소리라는 듯 고개를 저었다.

 "절대 그런 거 아냐."

 "그럼 뭔데? 너 혼자 어디 가려고?"

 젤라가 다그쳤다.

 "그레이마타 우두머리를 만날 거야."

 "뭐?"

 쌍둥이들이 모두 놀라 그를 쳐다보았다.

 "이 방법밖엔 없어."

 "너 제정신이야? 그 지도자인가 뭔가가 어디 있는 줄 알고, 설사 안다 해도 혼자서 가능하다고 생각해?"

 젤라가 따져 물었다. 로튼이 토니와 젤라를 바라보았다. 두 사람 모두 황당하다는 얼굴이었다.

 "너희들 마음 다 알아. 하지만 이 방법밖에 없어."

 "알긴"

 젤라가 고개를 저었다. 토니가 차분히 물었다.,

 "만나서 어쩌려고?"

 "아직 몰라."

 "그러다 잡히면?"

 젤라가 물었다. 로튼이 굳게 입을 다물었다. 두 눈이 의지로 충만한 게 이미 마음을 굳힌 것 같았다. 토니와 젤라가 한숨을 내쉬었다. 그들은 로튼이 절대 마음을 바꾸지 않을 거란 걸 잘 알았다. 골통에 단무지 같은 녀석이니까. 결국 젤라가 나섰다.

 "좋아, 그럼 나도 함께 가."

 "안 돼. 너무 위험한…"

 "약 구하는 건 두 사람이면 충분해. 그리고 아무리 네가 무아 챔피언이라고 해도 혼자 보낼 수 없어."

 토니가 로튼에게 물었다.

 "계획은 있는 거냐?"

 "응."

 "뭔데?"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살아남는다."

 "흥, 간단하네. 좋아. 내가 뒤를 봐주지."

 토니가 말했다. 그러자 젤라가 토니를 향해 버럭거렸다.

 "내가 간다니까!"

 토니가 드레아를 힐끗 쳐다보았다. 드레아는 젤라 뒤에 바짝 붙어서 있었다. 그는 태어날 때부터 그랬다.

 "드레아는 어쩌고?"

 젤라는 말문이 막혔다. 맞다, 이 모지리…. 그녀가 한숨을 쉬었다.

 "아…돌겠네."

 "드레아는 너 밖에 안 따르잖아. 잘 데리고 다닐 수 있지?"

 토니가 물었다.

 "너나 잘해."

 젤라가 톡 쏘아부쳤다. 그녀는 항상 오빠처럼 구는 토니가 밥맛이었다. 불과 5초 차이로 오빠와 동생 사이가 되었다.

 "좋아. 자정에 여기서 다시 만나는 걸로 하자. 만약 우리가 없으면 기다리지 말고 돌아가. 알았지?"

 로튼이 젤라에게 말했다.

 "걱정 마. 1초도 안 기다려 줄 테니까."

 토니가 젤라의 한 팔을 붙잡았다.

 "조심해."

 "너나 잘 해. 저 위에서 죽으면 시신 찾기도 힘드니까. 드레아, 가자."

 "어? 어."

 드레아가 어영부영 젤라의 뒤를 따라갔다. 토니는 걱정스러운 얼굴로 동생들의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그런 토니를 보고 로튼이 물었다.

 "일단 무기부터 확보해 두자. 우두머리 처치하는 건 다음이고."

 "솔직히 말해. 너"

 "뭘?"

 "내가 따라 나설 줄 알았지?"

 로튼은 친구의 어깨를 툭 쳤다.

 "반반."

 "자식 은근 영악하단 말이야."

 토니가 화살 끈을 조였다. 로튼은 그런 친구를 보고 히죽 웃었다. 그리고 앞장서 뛰기 시작했다.

 잠시 후 네 사람이 떠난 자리 물웅덩이에는 작은 파문만 일렁거렸다.

 

 

 :::

 

 

 젤라와 드레아

 

 [파리에탈 지역구. 도심 거리]

 

 휘황한 네온 불빛이 넘실거리는 도시의 거리. 젤라는 망토에 달린 모자를 깊숙이 쓰고 걸음을 재촉하고 있었다. 사람들과 부딪히지 않으려고 애쓰며 조심스럽게 걸어갔다. 20여미터 정도 걸어가다 문득 이상한 느낌이 들어 발걸음을 멈추고 뒤를 돌았다. 아니나다를까 드레아가 보이지 않았다.

 "쉣."

 젤라가 다시 왔던 길을 돌아갔다. 주변을 두리번거리다 어느 가게 앞에서 선 드레아를 발견했다. 드레아는 한 아릿다운 여성과 얘기를 나누고 있었다. 여성이 건네준 플라스틱 명함을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저런 멍청이…"

 젤라가 성큼성큼 드레아 곁으로 걸어가 속삭이듯 말했다.

 "얼른 따라와."

 그리고 드레아의 팔을 잡아 끌고 사람들의 시선을 피해 골목으로 들어갔다.

 "아파, 이거 좀 놔."

 "너. 내가 한 눈 팔지 말고 얌전히 따라 오랬지."

 "알아. 나도 안다고. 하지만 이거만 있으면 저 가게에서 주는 음식을 공짜로 먹을 수 있다잖아."

 "그 입 닥쳐! 드레아. 내가 몇 번이나 말했어. 그건 그냥…"

 "옆에 앉아 있기만 하면 술이든 아무거나 공짜로 준다고 했다고. 오렌지도 먹을 수 있고."

 젤라가 도리질쳤다.

 "드레아, 드레아, 드레아. 넌 도대체 언제 철 들래? 세상엔 공짜는 없어. 그리고 내가 말했지. 이런 데서 너처럼 입은 애가 눈에 띄는 행동을 했다가는 바로 짭새들이 달라붙는다고."

 "그 여자가 신분은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고 했다고."

 "뭐?"

 "어디서 왔든 상관없다고 했어."

 "신분이라는 말을 했어?"

 젤라가 정색하고 물었다.

 "응. 이곳 사람처럼 보이지 않는다면서."

 젤라의 인상이 점점 험악해졌다.

 "그래서 넌 뭐라고 했는데?"

 "사람 잘못 봤다고 했지. 그랬더니 사과하더라."

 "쉣!"

 "걱정하지 마. 자기는 외로운 사람들 편이래."

 "이 똥멍청아! 그 말을 믿냐? 내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들으면서 만나지 1분도 안 된 저 로봇이 지껄이는 말은 믿는 거야?"

 "로봇?"

 "그래. 로봇! 아. 놔. 몰랐다는 그 표정. 설마 진심이야?"

 젤라는 그만 말문이 막혔다.

 "잘 들어. 여기서 마주치는 인간들, 태반이 인조인간이야. 진짜가 아니라고. 알았어?"

 드레아는 충격을 받은 듯했다. 수꿀한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 하지만 분명 나처럼 외로운 처지라고 했다고."

 젤라가 버럭 소리쳤다.

 "그 입 닥쳐! 저것들 한테 잡히면 어떻게 되는 지 알기나 해? 한번만 더 멍청한 짓 했다가는 그때는 내가…"

 그때 웅하는 기계음과 함께 축구 공 모양의 정찰기 한 대가 골목 입구에 나타났다. 젤라와 드레아는 재빨리 쓰레기통 뒤로 몸을 숨겼다. 정찰기가 좌우상하 꼼꼼히 골목을 훑으며 그들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끝까지 수색을 멈추지 않을 것처럼 천천히 날고 있었다.

 조금씩 다가오는 기계 덩어리와 불과 몇 미터 거리로 좁혀졌을 때 젤라가 머리 핀에 달린 전파교란기 스위치를 켰다. 정찰기가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더니 아래로 툭 떨어졌다. 그 틈을 타 젤라와 드레아는 포일 재질로 된 망토를 뒤집어 쓰고 쓰레기더미 깊숙이 몸을 숨겼다. 그사이 다시 중심을 잡은 정찰기가 천천히 떠올랐다. 그리고 망토를 뒤집어 쓴 두 사람의 머리 위에서 맴돌았다. 웅웅. 정찰기의 엔진음이 온 몸의 털을 쭈뼛거리게 했다.

 잠시 후 사위가 고요해지자 젤라가 망토 밖으로 고개를 내밀었다. 더 이상 정찰기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휴, 식겁했네. 어서 가자."

 젤라가 망토를 고쳐 입고 자리에서 일어섰다. 드레아가 진지한 목소리로 물었다.

 "아까 그게 무슨 말이야?"

 내내 젤라의 말을 곱씹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뭘 말이야?"

 "잡히면 어떻게 된다는 게 무슨 뜻인데?"

 젤라가 한심하다는 듯 드레아를 쳐다보았다.

 "그 인조인간 따라 갔으면 아마 넌, 너의 거기가 쪼그라든 채 평생 살아야 할 걸?"

 "뭐???"

 드레아가 자신의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 한 방 먹은 표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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