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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평행세계의 대마법사
작가 : 은판
작품등록일 : 2022.2.8

나에겐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있다.
내 인생을 시작부터 비틀어버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간 놈.
그 원수 같은 놈을 죽이려 했건만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데 난 죽지 않았다. 다만 전이되었을 뿐이다.
내가 다시 깨어난 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다른 서울, 평행세계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이종족들과 마법이 판치는 기이한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마법사란다. 그것도 꽤 뛰어난.
세상은 여전히 재앙이 판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 그럼 한번 가보자고.’
원한을 갚는 길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6. 세계는 원래 주어지는 것
작성일 : 22-02-13 13:55     조회 : 232     추천 : 0     분량 : 52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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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란한 전화벨소리가 신경을 잡아끌었다.

 익숙하지 않은 벨소리였다. 이웃집에서 들려오는 소리인 듯했다. 대체 누가 이렇게 전화기를 방치하고 있는 거야? 나는 방음이라는 사치를 기대할 수 없는 내 옥탑을 저주했다.

 몇 번 몸을 뒤척거리며 이불을 머리끝까지 뒤집어썼는데도 벨소리는 멈추지 않았다. 게다가 이제는 까마귀 울음소리까지 들려왔다.

 

 까악!

 까악!

 

 [좀 일어나라고.]

 [전화 왔잖아!]

 

 서서히 의식이 무의식의 표면 위로 떠올랐다.

 무거운 눈꺼풀을 간신히 들어올렸다.

 까마귀들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녀석들의 발아래 전화기가 놓여 있었다. 새까맣고 단순하게 생긴 전화기.

 그제야 한꺼번에 상황 파악이 이루어졌다.

 

 ‘아……. 내가 다른 세계로 전이됐었지. 그러니까 지금 이 전화벨소리는…….’

 

 일단 소리부터 죽이기 위해 나는 전화기를 손에 쥐고 통화버튼을 누르며 반쯤 몸을 일으켜 세웠다.

 입술이 바싹 말라 있었다. 목이 탔다.

 

 “여보세요.”

 [어, 일어났지? 그럼 어서 문 좀 열어봐.]

 

 당연히 나는 전화를 건 상대가 누군지 몰랐다. 하지만 그가 나와 반말을 나눌 정도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과 그가 지금 내 집 앞에 와 있다는 사실은 알 수 있었다.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빈속에 위스키를 마시고 잤더니 숙취가 있는 모양이었다.

 그나저나 지금이 몇 시야? 전화기의 시계를 확인했다. 일곱 시였다. 밖이 훤한 걸로 봐서 저녁은 아닐 테고. 결국 서너 시간밖에 못 잤다는 얘기였다. 어젯밤 나는 쉬이 잠들지 못했다.

 

 쿵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났다.

 찾아온 사람이 누군지는 모르지만, 어제 전당 사람들도 그렇고 내 집에 찾아오는 사람들이 있다는 게 낯설었다.

 이전 세계에서의 나에게는 좀처럼 없던 일이었다. 난 타인과의 교류 없이 살아가고 있었다.

 

 머리칼을 대강 쓸어 넘기고 옥탑의 낡은 철문을 열었다.

 문밖에는 우락부락한 사내가 서 있었다. 거칠어 보이는 얼굴이지만 어울리지 않게도 미소를 짓고 있었다.

 

 “어젯밤에도 좀 마신 거야?”

 “어, 뭐…….”

 “이거 마셔.”

 

 남자가 캔 음료를 건넸다. 숙취해소에 좋은 음료였다. 남자는 평소 오우딘의 생활상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인 것 같았다.

 나는 일단 몹시 목이 탔기에 말없이 그 음료를 받아 마셨다.

 특별히 경계해야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캔에 든 음료이기도 하고, 남자를 마주하고 서 있는 동안 별다른 거부감이 일지 않는 걸 보니 문제가 있는 사이는 아닌 듯했다.

 

 “아침 일찍 무슨 일이야?”

 “급하게 들어온 일이 있어서. 인원을 맞춰 놨었는데 갑자기 오늘 아침에 한 사람이 빠진다고 하잖아. 부탁 좀 할게.”

 

 그러니까 이 남자는 나와 일 관계로 얽힌 사이인 모양이었다.

 용병 일일까? 어제 전당 사람이 했던 얘기가 불쑥 생각났다. 오우딘이 요새 용병 일을 하고 다닌다고 했었지.

 

 “어떤 일인데?”

 “간단한 일이야. 항만에서 짐을 옮겨 싣는 동안 경비를 서주는 일. 서너 시간이면 끝날 일이야. 지금 바로 인천항으로 가면 돼. 근데 보수는 꽤 세. 인당 오백씩 돌아가.”

 “보수가 세다면 간단한 일만은 아니겠네. 후한 보수에는 다 이유가 있지 않겠어?”

 

 나는 사내를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 남자는 용병사무소 중개인일까, 아니면 같이 일하는 동료일까. 전자일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아마 급하게 들어온 거라서 그럴 거야. 그치만 특별히 할 것도 없다니까. 그냥 경비 요청이 전부야.”

 

 미심쩍은 일을 별거 아니라는 듯이 권유하는 걸 보니 역시 중개인이 맞는 것 같았다. 현장에서 직접 뛰어야 하는 용병들은 보수의 성격을 잘 알고 있는 편이었다. 이유 없이 보수가 센 일은 없다.

 

 하지만 나는 이미 이 남자를 따라 나서기로 마음먹고 있었다.

 어젯밤 조사해본 바로 내게는 돈이 없었다. 텅 빈 냉장고와 텅 빈 위장만큼 어서 일하라고 등을 떠미는 게 또 있을까.

 또한 이 세계를 파악하기 위해서도 집 안에 있느니보다는 나가서 움직이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었다.

 

 “알았어. 가자고.”

 

 내가 선선히 승낙하자 남자의 얼굴이 환해졌다.

 어지간히 급했던 모양이다. 남자는 벌써 옥외계단으로 발을 내딛고 있었다.

 

 “준비하고 내려와. 차에서 기다릴게.”

 

 양치질과 세수를 하고 옷을 갈아입는 동안, 까마귀들이 내 옆을 따라다니며 조잘거렸다.

 

 [이번에도 필 사무소 일 하는 거야? 거기 별로 마음에 안 드는데…….]

 [내 말이 그 말이야. 장필두 저 인간은 어째 미덥지가 않다니까. 오우딘, 저 인간은 오우딘이 마법사니까 잘해주는 것뿐이야.]

 [언젠가는 꼭 뒤통수를 칠 것만 같단 말이지.]

 [맞아. 자꾸 엮여서 좋을 게 없는 인간이라니까.]

 

 까마귀들의 이야기를 듣는 사이에 내 머릿속에도 차츰 기억이 떠올랐다. 인지적 자극이 들어오면 기억의 조정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모양이었다.

 

 나를 찾아온 남자의 이름은 장필두. 필 용병사무소의 소장이었다. 필 사무소는 회사나 돈 많은 개인의 의뢰를 받아서 이런저런 잡일을 해주는 작은 규모의 용병사무소였다. 오우딘은 물론 그 사무소 소속이 아니고 가끔씩 함께 일할 따름이었다.

 알고 보니 장필두와는 가까운 사이라기보다는 그저 서로 편하게 대할 뿐인 별 대수롭지 않은 관계였다.

 

 “내가 장필두를 모를 것 같아? 집에서 빈둥거리느니 그냥 돈이나 벌려고 가는 거야.”

 

 까마귀들에게 걱정할 필요 없다고 이렇게 말해주었다. 그래도 까마귀들의 전음은 계속 이어졌다.

 

 [하지만 맨날 남의 일 해주느니 본인 사무소 일에 좀 더 신경 쓰는 게 낫지 않아?]

 [무닌, 하지만 오우딘의 사무소는 개점휴업 상태잖아.]

 [하긴 그렇지. 그래도 한두 건은 처리했잖아?]

 [이웃집 개 찾아준 거 말이야?]

 

 순간 새로운 기억이 펼쳐졌다. 까마귀들이 말한 것처럼 오우딘은 본인의 사무소도 차려놓고 있었다. 용병사무소는 아니고 민간조사 사무소였다.

 사람을 찾아주거나 뒷조사를 해주는 일을 하는 사무소. 그밖에도 남들 몰래 무언가를 조사하고 싶을 때 찾는 사무소였다.

 하지만 후긴 말대로 오우딘의 민간조사 사무소는 아직까지 이렇다 할 영업성과는 없는 편이었다.

 

 ‘뛰어난 능력을 가진 마법사라면서, 오우딘은 왜 이런 시답잖은 일을 하고 있었을까?’

 

 나는 속으로 한탄했다.

 아직은 기억의 조정이 완전하지 못해서 그 이유까지는 기억나지 않았다.

 살림 형편을 볼 때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해서일지도 모르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을 것 같았다. 돈만이 목적이라면 차라리 마법사의 능력으로 용병을 뛰는 게 더 나았을 테니까.

 

 “너희도 이제 그만 떠들고 너희들 할 일을 하지 그래?”

 

 준비를 다 끝낸 내가 현관을 나서며 말하자, 까마귀들이 부산스레 따라나섰다.

 

 [알았어. 그럼 우린 이만 세상을 시찰하러 나가볼게.]

 [이따 저녁에 보자고.]

 

 까마귀들이 훌쩍 날아 길을 떠났다.

 나는 옥상에 서서 아침 태양 아래 빛나는 세상을 잠시 바라본 뒤 옥외계단을 내려갔다.

 

 ***

 

 “항만 경비라……. 그래서 의뢰한 데가 어디야?”

 

 함께 차를 타고 인천항으로 가는 길.

 장필두에게 질문을 던졌다. 오늘 할 일에 대해서 그림을 그려보기 위해 배경을 알아둘 필요가 있었다.

 

 “실은 이게 돌아서 들어온 일이라 원청이 어딘지는 나도 잘 몰라. 한타 사무소에서 연락해 준 일이거든. 원래 그쪽에서 받은 일인데 인원이 부족하다고 같이 들어가자고 하더라고. 근데 워낙에 급하게 제안해서 내용을 자세히 묻지도 못했네.”

 

 말도 안 되는 상황이었다. 기초적인 요청 외에는 정보가 아무것도 없다니. 의뢰한 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는 채로 머릿수만 채워서 밀어 넣는다는 얘기였다.

 

 “그렇게 미심쩍은 일을 하라는 거야?”

 “아냐. 진짜 별거 아니라니까. 그냥 가서 잠깐 경비만 서주면 돼. 급하게 들어온 대신 보수가 세잖아. 그래, 나도 알아. 아마도 수하물이 위험한 물건이겠지. 수상쩍은 일이겠지. 하지만 그게 다 무슨 상관이야. 우린 그저 일해주고 돈만 받으면 끝인데.”

 

 장필두는 운전대를 잡은 채로 고개를 휙휙 돌려 나를 쳐다봐가며 열심히 변명했다.

 용병사무소 소장다운 말이었다. 보수가 센 만큼 사무소에 돌아갈 돈은 더 클 게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의 말이 아주 틀린 건 아니었다. 용병 일이란 원래 그런 일이었다. 일해주고 돈을 받으면 끝난다. 속사정까지 알 필요는 없었다.

 애초에 말끔하고 버젓한 일이었으면 필 사무소에까지 내려오지도 않았을 거였다.

 

 나는 더 이상 일에 대해서 캐묻는 것은 그만두기로 했다. 어차피 내겐 이 세계의 모든 게 낯설고 정보가 부족한 형편이었다.

 일은 닥치는 대로 하도록 하고, 인천까지 가는 동안에 이 세계를 살펴보기나 해야겠다.

 

 “마법사 프리미엄은 특별히 더 잘 쳐주도록 할게.”

 “그럼 선불로 주든가.”

 “아니 그건, 아직 나도 돈을 못 받아서…….”

 

 장필두는 내 눈치를 슬쩍 살피더니 카 오디오의 볼륨을 높였다. 그러곤 흘러나오는 음악을 따라 흥얼거렸다.

 나는 창밖으로 시선을 돌렸다. 차창 밖에는 그런대로 낯익은 서울 풍경이 펼쳐지고 있었다. 아파트와 빌딩들이 솟아 있고, 도로에는 차들이 가득하다.

 이전 세계와 상당히 흡사한 풍경이었다.

 

 ‘이 정도면 적응하는 데 애먹지는 않겠네.’

 

 그럭저럭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려는 참에, 문득 낯선 것이 눈에 들어와 나도 모르게 고개를 홱 돌려보았다.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고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고 했던가.

 이 세계의 풍경은 멀리서 볼 때는 이전 세계와 흡사해 보였지만, 가까이서 보니 완전히 다른 풍경이었다.

 

 “왜 그래? 어디 사고 났어?”

 

 내가 몸을 반쯤이나 돌리고 뒤를 돌아보고 있자, 장필두가 룸미러를 살피며 물었다.

 

 “아니. 별거 아냐. 특이하게 생긴 차가 지나가서.”

 

 대충 대답을 둘러댔다.

 특이하게 생긴 것은 차가 아니었다. 차들은 이전 세계의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았다.

 낯선 풍경은 오히려 인도 위에 펼쳐져 있었다.

 거리를 지나다니는 사람들 중에 이종족들이 적잖이 눈에 띄었다. 피부가 새하얗고 늘씬하며 귀가 뾰족한 저 사람은 엘프이리라. 그리고 체구는 작지만 단단해 보이는 저 털보는 드워프라 해야겠지.

 

 이제야 어젯밤에 까마귀들이 이야기했던 이종족들의 지구 이민이 실감이 났다.

 여러 종족들은 이미 이 사회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살아가고 있는 것 같았다. 내게는 낯설기 짝이 없는 풍경이었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그저 일상이었다. 아무도 놀라거나 돌아보는 이가 없었다.

 

 나는 자세를 고쳐 똑바로 앉았다.

 생각해 보면 낯설다고 해서 문제될 건 없었다.

 인간들만이 살아가던 이전 세계라고 해서 딱히 내게 우호적이었던 것도 아니다.

 이 세계로 오기를 내가 선택한 건 아니지만, 이전 세계 또한 내가 선택했던 게 아니다.

 

 세계는 원래 주어지는 것이다. 내가 원하건 원치 않건 간에.

 그러니 내가 지금 이 세계를 어떻게 느끼느냐 하는 것은 중요치 않다.

 세계는 내 앞에 주어졌고, 나는 여기서 살아갈 것이다.

 언제나 중요한 것은 내가 이 현실을 장악해나가는 일일 터.

 

 내 몸속을 휘도는 강렬한 에너지 파동이 느껴졌다. 기묘한 감각이 새로이 일깨워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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