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영은 밤이 늦게서야 컴퓨터앞에 앉을수가 있었다.
쉬임없이 울리는 메시지를 보면서,온도가 28도나 떨어지니 땅에 자라고 있는 고추들은 모두,따서 신문지에 차곡차곡보관하거나,열처리를 하던가하는데,보통일이 많지 않았다.
따는 것은 사람이 하고,컨테이너 벨트에 배달되는 고추에 10개정도를 넣으면 다시 컨테이너 벨트가 랩으로 씌워서,차곡차곡쌓아서 냉장고에 넣어두는 것인데,아르바이트 학생부터,동네아저씨들모두 하느라고 몹시도 바쁜하루였다.
현성이가 아직 고등학생이었지만,동네아저씨들은 학생사장님이라고 불렀으며,친구들은 자기들도 일을 하게 해달라고 부탁할 정도였다.
스케줄표에 시간을 적어놓으면,컴퓨터 작업을 하는 학생들도 있어서,일은 일사천리처럼 잘 해나가고 있었다.
따로 직장을 다니지 않아도 일을 할수 있는 시간표에 맞추어서 일을 하고 가면,바로 돈을 지급하였기에 일을 하겠다는 학생들은 수없이 많았다.
3시간정도만 해도 친구들과 어울려서 식당이나,영화도 볼수 있고,게임도 할수 있고,부모한테 손을 벌리지 않아도 되니,집에서 하는 것보다,귀성이네 농장에서 일을 하는 것을 더 좋아하였다.
일단 간섭이 없었고,자신들이 무엇을 해야하는지,해야할일만 적어놓으면,그대로 하기에,어른들보다,현성이도 학생들이 훨씬 편하였다.
‘어른들은 이렇대,저렇대,끝도 밑도 없는 잔소리부터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끝을 낼지도 모르는 것때문에 현성은 학생들에게 일을 주었으며,졸업한후에는,정식직원으로 채용되어 일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수십명부터 수백명일도 일사천리로 시작했으며,창고담당감시직도 게임하는 팀들에게 주어서,그들도 돈도벌고 게임도 하는 일을 하였는데,24시간 감시체계를 하여서,현성이도 걱정할 것이 없었으며,밀고 당길 일도 없고,뒷거래를 할 사람도 만날이유도 없이 돌아가고 있었다.
현성은 제일먼저 현영이의 메시지를 먼저 보는데,생일잔치했다며 웃는 사진을 보내왔다.
“피식”
부럽기도 하면서,자신은 한번도 이런 시간을 가진적이 없다는 서글픔도 밀려왔으며,어린투정을 할,시간도,허락할 만큼 여유도 없었으며,그런감정에 젖어 살기에는 현성은 너무 현실적인지도 몰랐다.
우스꽝스러운 모자에,친구들을 불러서 촛불을 꺼는 현영이를 보노라니
컴퓨터에서 자동으로 잔잔한 음악을 선택했는데,쓸쓸한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조용한 밤이 였어요. 너무나 조용했어요
창가에 소녀 혼자서 외로히 서있었지요
밤하늘 바라 보았죠. 별하나 없는하늘을,,,,
“틱틱”
우리의 쓸쓸함은 개인의 일뿐만아니라,살아가는 것 자체가 고독이 아닐까?
그러고보니,자신이 생일이라는 것도 깜박잊고 가지 않았나?
미역국을 끊여놓았다고 말한 할머니의 말씀도,또 주방에 내려가서 찾아서 먹을려고 하니,웬지 눈물나는 밤이었다.
“누나”
“큰일났어”
“왜”
“아빠랑엄마랑 싸워서 엄마가 집을 나가버렸어”?
“어떻게 “
“무서워”
“난 엄마가 보고 싶단말이야.”
“아빠도 너무 화가나서 책을 던지고 있어.”
“내가 주산 학원 다니기 싫다고 했다가 엄마가 너무 화가났어.”
“누나가 엄마한테 주산학원다닌다고 말해줘”
“응앙,,,,”
현성은 전화를 걸을려고 했는데,새엄마한테 전화가 울렸다.
‘여보세요”
“잘있니”?
“녜”?
“너도 힘들게 살고 있는데,내까지 힘들게 하는 것 같아 미안하다.”
“너한테 따뜻하게 못해주는데..”
“괜찮아요.”
“나도 어쩌면 너 아빠랑이혼해야 할지 모르겠다.”
“너가 우리현영이를 돌봐줘야 할지도…”
눈물이 흐르는 소리가 들렸다.
“창밖에 가로등불은 내마음을 알고 있을까”?
괜시리..슬퍼지는 이 마음에…
“죄송해요.엄마”
“제가 아빠한테 땅사라고 해서,집안이 분쟁이 생긴것 같은데요?
새엄마는 너무 놀라서 울음을 멈추며 기침을 하며 정색을 하였다.
“너가 땅을 사라고 했다고”?
“저는 의견을 냈을 뿐인데요.”
“내가 지금 너희집에 가야겠다.”
‘아뇨”
“그냥 전화로만 해요.”
“지금 비가 너무 많이와요.”
“할머니,할아버지도 이웃집생일잔치하러가셨는데,비가 너무많이와서 당장 집에 못온다고 연락이 왔어요.”
“음,음”
“사실 내가 집을 나왔거던.”
“오히려 전화하기 좋죠,차안이라..”
“그,,그래.’
“제가 아빠한테 땅사라고 한 것은 의견이고요”?
“안 들어서도 돼요.”
“후,,그게 말이다.”
“아빠는 아파트도 팔고,집을 월세로 가야하고,귀성이는 친구네집근처로 가자고 하는데,그곳은 빌라단지야,게다가 18평밖에 안되고,말도 안되는 소리에 기가차서 말이야.”
“음”
“제가 아빠한테는 아직 말씀드리지 않았는데요?엄마회사의 주식이 이상하게 팔리고 있어요.”
“뭐”?
“금요일저녁에 늦게 누군가 엄청나게 내놓았고,그것을 누가 사는 것을 보는데,벌써 두번째이건던요.”
“그게 무슨소리야.”
“주식이 오르면 좋잖아.”
“음,,”
“주식으로 장난쳐서 주식을 폭락케하는 수법이 보이는데요”?
“헉”
“엄마는 감이 오시나요”?
“지금은 평안하게 보이지만요,이주일후나 갑자기 회사가 부도나게 할수도 있어요.”
“뭣이라”
“일부정치인들이 매수당하여,외국투자자가 가세해서 한국기업들을 휴지조각처럼 집어가고 있어요.”
“엄마만 힘들지는 않을 거예요.”
“집집마다 돈때문에 모두들 힘들어할 것같아보여요.’
“주식에서 대부분이 다 폭락하면 그 여파는 어디로 갈까?걱정이예요.”
“현영아”
“언제가 아빠가 너를 만난것이 행운이라고 하더니,이제야 그뜻을 알겠다.”
“현성이가 울어요.집에 들어가세요.”
“아빠도 지금 회사에서 설득퇴직을 당하고 있는 상태이라,,”
“다들 어려운시절이예요.”
“현영아”
‘너는 정말 어린시절이 없구나,너무 일찍 세상물정을 알아버려서 말이다.”
“그런 것 같아요.”
“내가 하나더 물어볼께”
“내일 회사로 출근해서,퇴직을 한다고 신청하면,주식으로 받을까?현금으로 받을까”?
“회사는 아마 주식으로 줄터인데요?그날저녁에 휴지값으로 만들수도 있어요.”
‘일찍 출근해서,짐을 모두 정리하시고,회의를 하기전에 휴직서를 내어서,오후에 주식이 들어오면,바로 팔수있게끔,시간을 벌어야 합니다.”
“음,,음”
“사직서를 지금 보내면”?
“그것도 나쁘지는 않겠네요.”
“직원을 데려오거나,자료를 챙기다고 하지마세요.엄마머릿속에 다 있는데,다 필요가 없어요.”
“자료챙길것을 꼬투리잡아서 구속시킬수도 있어요.”
“아예 컴퓨터를 놓고 오실각오를 하세요.”
“다운로드 받거나,자료를 클라우드에 일부러하지 마세요.”
“다 요즘에는 낚시줄에 걸리더라구요.’
“회사는 시간을 좀 끌것 같아요.”
“지금하고 있는 프로젝트나,하시고 있는 일이 끝날때까지말이죠.”
“그 부분도 생각하시면,주식은 먼저 파시고,빌라단지로 이사를 해서,시간을 가져서도 되고요.”
“엄마가 회사를 나오셔도 할일이 많아요.”
“뭐”?
“저는 머릿속에 다 있어요.”
“뭐”?
“제 생각대로 따라 주실 것인지는 모르겠지만,일에 대해서 너무 근심하지 마세요.”
“현영야 너한테는 비서관이 필요하겠다”
“음,,현성이만 있어면 돼요.”
“진짜..”
“녜”?
“그 어린것을”
“제한테는 아주 좋은 비서관인데요”?
“하,,하,하”
엄마는 이해가 안된다며 크게 웃었다.
“겨우 8살짜리 애를”
엄마는 기가차다 웃다가 현성이도 천재인가?라는 생각을 했는지,
그만두었다.
“나도 말이야.”
“미국에서 자랐을때,입양되어 갔거던”
“평생 까칠한,성질이 더센 계모밑에서 자라서,나는 절대로 계모가 되지 않겠다고 다짐,다짐하고 살았는데,너를 탁보니 처음에 너무 무섭더라구”
“ 아빠랑만날때는,혼자살고 있었잖아.”
“우리에게는 인연과 윤회가 있나봐”
“미안해,,너한테 다정하게 못해서…”
전화기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괜찮…”
“슬픔에 지친소녀를 살며시 달래주네요”
자신의 인생처럼,현성이가 겪게 될 굴곡진 삶을 사는 것은 원치 않았다.
밑바닥에 번져오는 잉크자국처럼,평생가지고 있는 외로움과 엄마에 대한 아쉬운감정은 희미하듯 애틋하게 서글픈 자신의 자화상이 얼룩지며,상처를 껴안고 살아가야 하는 미묘한 감정들이 비오는 창문을 보며 웬지 더 슬퍼지는 날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