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련이가 고향으로 간다고 하는 길에 누가 데려갈것인가를 물어보았더니,궁궐문밖에까지만 병사들이 데려다주고,나머지는 부모나 친척들이 가마를 데려오거나,말을 태워서 간다고 했다.
“그렇구나”
“그럼 노잣돈은”?
한련은 눈을 동그랗게 뜨며 한 푼도 없다고 했다.
매화도 옷장을 뒤져보아야 돈이 없었다.
대신에 비단으로 만들어진 속바지를 한련에게 입어라고 권하자 한련은 계속 울기시작했다.
비단 속바지를 팔면 부모님상가비랑 여행경비를 마련할 수 있을 것 이라 하자 서럽게 울었다.
“고맙습니다.”
한련은 말하기를 노잣돈을 가져가다가 문지기한테 거의 빼앗긴다는 이야기도 들었을때 앞이 캄캄했다.
“매화님”
속바지를 두겹이나 입고,옥으로 만든 고리를 주자,애련이 갑자기 땅바닥에 엎드리면서 속삭였다.
손짓으로 엎드리며,옷장안으로 들어가자며,기어갔다.
병사들이 복도를 오고가는 모습이 보였다.
매화는 애련을 따라서 옷장안으로 들어갔다.
“듣고만 계세요.”
“왕이 전쟁에 출전한다는 소문이 있습니다.”
“뭐”
‘아직 결정난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왕이 전쟁에 출전하시면,야밤에 도망을 가셔야 합니다.”
“출전하고 삼일후에는 피바람이 붑니다.”
“왕이 궁궐에 들어오지 않는다는 확신을 가지면,이 궁궐은 여인들의 전쟁터로 바뀝니다.”
“제 경험상 여러명이 죽는 것을 보았습니다.이 옷장안에서.”
“그,,그리고 이웃나라왕과 내통을,,”
숨이 꼴칵하며 침이 넘어가지를 않았다.
마치 다음에 돌아오면 한련자신이 매화를 죽일수도 있다는 듯,그녀의 표정을 보니 사뭇두려웠다.
한련자신이 첩자라며 고백아닌 고백을 하는 것 같았다.
옷장칸막이를 제칠수 있다고 말했을때,눈을 감고 싶었다.
너무 놀라서 벽사이를 만졌을때,얇은 종이로 도배를 한 것 뿐이지,이 문을 부수면,깊고 넓은 우물같은 것이 있다고 했다.
맨끝방을 사용하는 것은 이미 죽음을 예견한 방이라고 말했을때,매화는 너무 놀라서 아무말을 할수가 없었다.
옷장문을 나오자,나는 목이 목졸라진 것처럼 고통스러웠다.
그래서 벽옷장에 걸린 그림화폭이 있었구나 싶었다.
“이 그림은 제것이 아닙니다.”
“매화님을 수호신처럼 지켜주는 그림이니,잘 간직하십시요.”
그러고보니 한련머리카락에는 흰머리가 스물스물거리며 올라오고 있었다.
“고향이 어디라고”
“간천이라는 도시로 여기서 개울물을 두번이나 건너야 하며,뒷에는 험준한 산이라 하여 옛날부터 성을 지어 남아있는 도시입니다.”
“지금은 성이 이곳으로 옮겼지만,이백년전만해도,그 곳이 수도였으며,아직도 성곽이 남아 있습니다”
‘지기에 의하면 양시성은 이백년만밖에 못사는 도시라고 합니다.”
“그리고”
목소리를 낮추더니 한련이 말을 하였다.
“이미 이백년이 지났습니다.”
“새 왕조가 들어설 수가 있습니다.”
한련은 아무일도 없다는 듯이 옷매무새를 고치며 옷장밖으로 나왔다.
나는 한련입에서 건천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바르르 떨고 있었다.
한련도 알았을까?
“날씨가 너무 추우니,이 겉옷을 입고나가.”
“그리고 애용이도 데려가던지.”
“그 그렇지만.”
“상감마마가 부르시면,몇시간이 밖에서 서 있어야 하실터인데..”
“괜찮아.”
“그리고 가다가 혹시 귀량이 집을 지나치게 되면,이 보자기를 던져줘.”
“건네줄수 있다면 더 좋지만.”
“할 수 있겠어?.”
“그 정도야 할 수있죠.”
“그럼요”
“저는 이미 퇴물이라 아무도 관심을 안가집니다.”
“소문에 의하면 귀량이는 먹을 것까지 부족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궁녀들이 음식을 주었지만 이제는 보초때문에 음식을 줄수가 없었던 것이었다.
나는 왕에게 받은 하사품을 몰래 건네주며 한련에게 말했다.
“성곽을 축조하시게.”
한련은 놀란눈으로 쳐다보더니 이내 고개를 내리며 큰절을 올리고 떠났다.
떠나는 뒷모습에는 가방하나 없어 보이고,두툼하게 옷만입고 가는 모습으로 비추었으니,우리모두 계략을 잘 한 것 같았다.
애용이는 아무생각없이 허리춤에 그림을 잔뜩칭칭감고는 겉옷을 입고 한련뒤를 따라 걸어가면서 몇번이나 나를 쳐다보는 듯,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왕이 전쟁준비로 정신이 없는 이 즈음에 복도를 오고가는 병사들도 앞으로는 줄어들것이라는 한련의 말을 듣고,두명의 몸종을 다 내보내고 나니 허전한 마음과 외로움에 매화는 찬 바람이 부는 데,겉옷하나 없이 걸어서 도서관으로 향해 걸어갔다.
더더욱 빈부의 차이를 느껴야 했다.
우아하고 두터운 솜옷에다 비단옷을 걸치지도 못하고,얇은 옷감사이로 비바람은 세차게 불어오는 듯,겨울바람은 차갑기만 했다.
옷은 죄다 한련이 다 가져가버렸고,피묻은 비단옷외에는 ,모두 한련한테 줘버렸기에 증거품은 남지 않았지만,한련자신도 이 궁궐을 빠져나가서 살려면,행동을 잘해야 했으며,옷주머니마다 음식도 가득담아서 나가버려서,음식도 남아있지를 않았다.
어쩌면 나도 이 궁궐을 나가야 하는데, 몸종조차 없으니 훨씬 자유스러움을 느꼈다.
시간이 지나면 다시 몸종을 보내겠지만,왕비의 수족들이어서 감시만 강해질뿐이라 더 고단할 것 같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옆방이나 고참궁녀들눈에는 너무 불쌍하고 가난한 퇴물궁녀처럼 보일뿐이라는 사실도 느긋해질 수없는 시선에 따가움을 느꼈다.
그 모든 시선을 피해서갈 곳은 도서관밖에 없었다.
왕이 방문할 일은 전혀 없어보였다. 아니 시간을 아끼고 싶었다.
도대체 이 전쟁을 어떻게 이끌어가고 있는지,지도도 알아야 했으며,사람들이 속삭이는 소문까지도 귀를 기울어야 했다.
새벽에 일어나면,화장을 하거나 몸단장하는 것은 모두 치워버리고,도서관으로 향했다.
차가운바람이 불어오는,마치 거센물결이 밀려오느듯한,홀로 헤쳐나가야 할 삶처럼 후려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