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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Brilliant
작가 : 장하다
작품등록일 : 2022.2.8

공부하기도 바쁜데 연애할 시간이 어디 있니?


*

“에드워드.”
“응.”
“우리 나중에 결혼하려나?”

모크니 제국에서는 영애·영작들이 정략혼이 허다했다. 어린아이들도 가문의 이익을 위해 인위적으로 엮이곤 했다. 부모님 성격상 제게 부득불 짝을 이어주진 않겠지만, 나중에 결혼을 한다면 에드워드와 하지 않을까━알버트 지니어스가 안다면 경을 칠 생각이었다━. 부모님 간 친분도 두텁고, 신분도 비슷하고.

“……네가 좋다면.”
“응?”
“네가 좋다면 나도 괜찮다고.”
“그게 뭐야. 에드워드는 상관없는 거야? 아, 그러고 보니 황녀전하도 계시네. 에드워드는 공작이 될 테니까 전하와━”
“너라서.”

에드워드가 인상을 찌푸리며, 황녀에 관하여 이야기를 늘어놓으려는 아실리를 막았다.

“너라서 상관없는 거야.”

바보 같은 아실리 지니어스. 제 앞에서 놀란 듯 휘둥그레진 애가 천재라니 말도 안 됐다.


-본문 中-


*

#천재가문의 금지옥엽 #고대어천재 여주 #가족사랑 #수학천재아빠+마법천재오빠=웰컴투수학나라 #언어천재남동생 #저세상 딸사랑·시스콤 #괴로운남주들 #(전생_전남친)공작 #(전생_남사친)상단주 #삼각관계

 
지니어스 가 (1)
작성일 : 22-02-12 23:54     조회 : 226     추천 : 0     분량 : 45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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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실리 지니어스로 살게 된 지 어언 100일, 드디어 세 자릿수에 입성한 날 작은 경사가 그녀를 찾아왔다. 세상의 온 힘을 끌어모아 대번에 방출해내며 가까스로 뒤집기에 성공한 것이다!

 

  그러나 첫 뒤집기는 아실리를 단숨에 녹초로 만들어버리고 말아서, 제때 유모가 들어오지 않았다면 매우 위험할 뻔했다. 유모는 경사스러운 뒤집기 뉴스를 동네방네 알리려 콧김을 씨익씨익 뿜었지만 아실리의 필사적인 만류━치명적인 애교━로 미수에 그쳤다. 아실리는 이날 ‘검지로 입술 꾹 비밀이야!’ 스킬을 터득했다.

 

  뒤집기가 뭐 대수라고 숨기기까지 하는가? 굉장히 대수로운 뒤집기를 마치고 힘이 빠진 아실리는 은근한 승부욕이 치솟는 걸 느낄 수 있었다. 땀을 뻘뻘 흘리며 기진맥진 넘기는 뒤집기는 어딘가 처량했다. 깔끔하고 완벽한 모양새를 갖추고 싶었다.

 

  하여, 집념의 지니어스는 이후 꾸준한 연습에 착수했다.

 

 

 

  그리고 어느 햇살이 따스한 날, 다시 말해 결연의 날,

 

  “아부! 어무! 오부아!”

 

  이제는 능숙해진 옹알이로 가족들의 시선을 집중시킨 후 가볍게, 완벽하게, 우아하게 몸을 뒤집었다.

 

 

 “…….”

 

  ‘뒤집기가 이렇게 쉽고 간단한 거였나?’

 

  깃털 같은 동작에 매끄러운 움직임까지. 듣도 보도 못한 뒤집기였다. 모두가 말을 잃었다. 특히, 아실리가 가쁘게 낑낑대며 몸을 뒤집는 첫 순간을 내심 바라왔던 알버트는 넋 나간 꼴로 멈춰 있었다.

 

  반응이 생각보다 좋지 않네. 끙. 탁. 아실리가 몸을 다시금 제자리로 뒤집었다. 이미 돌려진 몸을 되돌리는 건 에너지가 더 들어갔지만 그만큼 극적 효과도 뛰어났다.

 

  “대단해! 아실리, 방금 되게 멋졌어!”

 

  아니나 다를까, 잔뜩 흥분한 엔토니가 방방 뛰었다. 만족스러운 리액션을 얻어낸 아실리가 뿌듯하게 웃었다. 다이애나가 약간 땀을 흘리는 아실리를 안고 오붓한 칭찬을 나열했다. 만족스러운 듯, 다소 부끄러운 듯 좋아하는 딸아이를 보고 뒤늦게 치인 알버트가 북받쳐 일어났다.

 

  “……역시! 역시 우리 딸이야. 뒤집기 따위 우아하게 한 번에 끝내버리지. 우리 딸, 아실리, 멋있다!”

 

  알버트가 다이애나의 품에서 아실리를 조심히 넘겨받아, 보동보동한 뺨 곳곳에 내리 뽀뽀했다. 아실리가 간지러워하며 꺄르륵 웃었다. 간질간질한 지저귐을 들으면서, 발치에서 동생을 내놓으라 성화를 부리는 깜찍한 악동을 놀리다가 가벼운 질타를 받았다. 온갖 귀한 말들을 옮겨와도 부족할 것만 같은 행복이었다. 알버트는 갑자기 혹은 새삼스레 세상을 다 가진 듯했다.

 

  우아한 뒤집기가 쏘아올린 작은 공이었다. 오늘도 지니어스 가족은 단란했고, 아실리는 쑥쑥 잘 크고 있었다.

 

 

 *

 

 

  아실리 지니어스의 7개월 차,

 

  아실리는 옆자리를 차지한 까만 곰인형을 안고 가족들이 오기를 기다렸다. 귀여운 아기곰 까망베르는 며칠 전 알버트가 아실리에게 준 깜짝 선물이었다. 자꾸만 아실리가 베개를 베고 있지 않고 빼내서 안고 있으니 대신 안으라고 준 것이다. 요즘 들어 이상하게 품이 허전했는데 까망베르를 사귀고 아늑하게 품이 채워져서 만족스러웠다. 아, 까망베르는 알버트가 손수 지은 곰인형의 이름이었는데, 다이애나는 그것을 처음 듣고 형편없는 남편의 센스를 한탄했다. 그는 수학과 주접 빼곤 잘하는 게 없었다.

 

  “아실리, 오빠 왔다!”

 

  엔토니가 깡충깡충 방 안에 들어서며 소리쳤다. 원래도 아실리를 만나러 올 때면 기분이 최고로 뛰었지만, 최근 새로운 마법 하나를 간신히 성공한 이래로━이 성공을 위하여 백작저 군데군데가 까맣게 그을렸고, 백작의 머리카락 군데군데가 하얗게 셌다.━ 쭉 저세상 텐션을 유지하고 있는 꼬마 마법사였다.

 

  뒤이어 다이애나와 알버트가 사이좋게 들어왔다. 알버트는 평소와 사뭇 다르게 아실리에게 바로 달려가지 않고, 다이애나 옆에 꼭 붙어서 유리인형이라도 다루듯 조심스럽게 행동했다. 어디 깨질까 안절부절 못하는 것 같기도 했다.

  “우리 딸, 잘 있었니?”

 

  “네!”

 

  아실리가 해맑게 대답하며 다이애나에게 손을 뻗었다. 다이애나의 포근한 품을 기대하고 있었는데 돌연 알버트가 아실리를 대신 안았다. 다이애나가 이 정도는 괜찮다며 얼렀지만 알버트는 꿈쩍도 안 했다. 다이애나가 콩 심는 데 팥 난다고 해도 껌뻑 죽을 그가 웬일로 단호했다.

 

  아실리가 의아하게 둘을 번갈아 보는 동안, 일은 일사천리로 준비됐다. 아실리를 폭신폭신한 바닥에 내려놓고, 널찍한 방안에 다이애나, 알버트, 엔토니가 가지런히 자리 잡았다. 그리고 큼, 큼큼! 다들 얼마간 목을 풀었다.

 

  “아실리, 이리 오렴. 엄마한테 오렴!”

  “예쁜 우리 딸, 아구 잘한다, 그래그래, 아빠한테 와요!”

  “아실리! 나한테 와! 오빠야, 오빠! 오빠한테 와, 아실리!”

 

  모두가 손바닥을 짝짝 마주치며 소리쳤다. 오늘도 어김없이 엔토니는 ‘오빠’를 무수히 언급하며 듬직함을 어필했다.

  끙차끙차 기어가던 아실 리가 잠시 멈춰서 분위기를 살피자, 지니어스들이 서로를 째리며 경계했다. 방금 전까지 아내를 극진히 모시던 백작조차도 이것만큼은 양보할 수 없다며 징징거렸, 아니 독하게 마음 먹었다.

 

  아실리가 다시금 팔다리를 옮겼다. 누가 아실리의 선택을 받는가! 그녀가 점차 다이애나에게 가까워지자 셋의 희비가 명백히 엇갈렸다. 다이애나가 밝게 목소리를 높이고, 알버트가 부러운 탄식을 내뱉고, 엔토니가 제발 제게로 오라며 애원했다. 사랑은 개판 오 분 전이었다.

 

  지니어스 부자의 낙담에 마음이 흔들리고, 엔토니의 가련한 부탁에 거의 기울었다가, 다이애나의 역사스터디 추억팔이에 넘어갈 뻔하기를 얼마나 반복했을까. 총체적 난국 속에서 아실리는 순수하게 궁금해졌다. 이 사람들이 사랑을 인질 삼아 나를 똥개 훈련 시키려는 걸까?

 

  “힘뎌.”

 

  결국 완전히 지쳐버린 아실리가 바닥에 털썩 누워버렸다. 누구 하나를 선택하기에는 너무 부담스러웠다.

 

  아실리의 포기 선언에 지니어스들이 하나같이 아쉬움을 갖추지 못했지만, 어느새 손바닥이 불이라도 날 것처럼 새빨개져 뜨거워진 것을 보고 수긍했다. 숨을 몰아쉬며 귀엽게 뻗어 있는 아실리에게 다가가 제각각의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그 수긍도 또 다른 경사를 맞아 도로 불타올랐는데…….

 

 

 

  “아실리, 엄마한테 오렴! 우리 예쁜 아실리는 예쁜 엄마한테 오세요.”

 

  알버트가 비겁하게 미인계를 쓰는 다이애나를 흘기다가 곧바로 긍정했다. 애당초 저렇게 예쁜 게 반칙이었다. 반칙을 이겨내려면 저도 더 부지런히 어필해야 했다.

 

  “오늘 아빠가 일 열심히 하고 왔단다, 아실리. 우리 딸이 아빠에게 와주면 피곤이 싹 풀릴 것 같아요. 아빠한테로 오렴!”

 

  이대로면 질 수도 있겠다! 위협을 느낀 엔토니가 치트키를 꺼내 들었다.

 

  “아실리, 나도 이제 진짜 다섯 살이야! 멋있는 다섯 살이라고! 오빠한테 와줘!”

 

  다섯 살과 간택이 무슨 상관인지 모르겠지만 엔토니는 으쓱해하며 나이를 뽐냈다. 두 달 전 다섯 번째 생일을 보낸 그는 더욱 듬직한 오빠가 된 것이다!━라고 엔토니가 생각했다.━

 

  아실리는 쟁쟁한 후보들의 목소리를 가름하며 뒤뚱뒤뚱 걸었다. 어느덧 11개월이 지난 아실리는 조금씩 걸을 수 있었다. 하여, 가족들은 이번에도 그리 멀지 않은 곳에서 쪼르르 앉아 지니어스 복덩이의 선택을 기다리고 있었다. 아실리는 데자뷔를 경험하는 듯해 설레설레 고개를 저었다.

 

  “오, 정말이지 안타깝게도…… 아실리가 너한테는 가기 싫다고 고개를 젓는구나, 엔토니.”

 

  정말이지 안타깝지 않다는 어조로 알버트가 얄밉게 웃었다. 엔토니는 아니라고 부득불 우겼지만 혹시 모를 마음에 낯빛이 가라앉았다.

 

  “아나! 오바 됴아!”

 

  엔토니의 얼굴이 남부럽지 않게 피고, 알버트가 ‘오빠 좋아’가 아니라 ‘아빠 좋아’였다며 억지를 부렸다. 다이애나가 귀여운 남편의 꼴값을 제재했다. 그리고 고개를 돌려 아실리를 향해 부드러이 미소 지었다. 엄마에게 와주렴, 아실리. 상냥한 종용이었다.

 

  지니어스 부자의 유치한 말싸움과 지니어스 실세의 너그러운 달램 사이에서 얼마나 갈팡질팡했을까. 아실리의 시야에 파파-까망베르가 들어왔다. 까망베르 컬렉션 중 하나로, 그녀가 능숙히 기어 다닐 쯤에 알버트가 건넨 선물이었다. 파파-까망베르는 방 한구석을 족히 차지하는 거대한 곰인형이었는데, 오리지널 까망베르도 조금 해진 채로 옆에 놓여 있었다.

 

  콰당. 일순 아실리가 중심을 잃고 넘어져 엉덩방아를 찧었다. 아실리! 지척에서 힘차게 응원하던 가족들이 화들짝 놀라 일어섰다.

 

  “아, 개아나여.”

 

  놀란 게 무색할 정도로, 아실리가 아무렇지 않게 자세를 다잡았다. 걷는 게 익숙지 않아 남은 길은 기어가기로 했다. 아실리가 착착 네 발 자세를 준비하자 지니어스들이 빠르게 자리에 앉아 결연히 선택의 시간을 기다렸다. 그러다 굳건한 기대도 머지않아 산산조각 났다. 아실리가 그들과 반대 방향으로 달려가듯 기어가더니,

 

  “됴아!”

 

  파파-까망베르에게 뛰어들어 안겼다. 까망베르에게 밀리다니 분발해야겠네. 다이애나는 제 몸보다 큰 곰인형에 파묻힌 아실리를 보며 어쩔 수 없다는 듯 웃었지만, 알버트와 엔토니는 매서운 눈초리로 곰인형을 노렸다.

 

 

 

  그리고 다음 날, 오늘도 아침 운동 겸 걷기 연습을 위해 몸을 풀던 아실 리가 왠지 모를 허전함에 주위를 둘러봤다.

 

  “…….”

 

  아기 까망베르가 소파 위에 덩그러니 외롭게 놓여 있었다. 파파-까망베르가 실종된 것이다!

 

  남자들이란. 알버트나 엔토니의 소행, 혹은 둘 다 범인일 게 분명했다. 한 곰인형의 아버지를 납치한 잔혹한 범행에 혀를 내두르다, 아장아장 걸어가 까망베르를 살며시 안았다.

 

  “……미앙.”

 

  파파-까망베르에게 하는지, 까망베르에게 하는지 모를 사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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