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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딩동~! 악마 왔어요
작가 : 백지백
작품등록일 : 2022.1.20

우리 동거한다!!
현실적이고 폐쇄적이지만 마냥 어린 자취생 예현과,
노랗고 쾌활한 감정 밑으로 칙칙한 불만이 얽혀있는 악마 대빈과,
그를 막기 위해 찾아온 다정하고 예의 바른 천사 연재의 이야기.
Writing by 백지백, 태현 @copyright 2022
백지백, 태현 All right reserved

 
19. 이성으로 안 보일까 봐
작성일 : 22-02-12 22:01     조회 : 236     추천 : 1     분량 : 3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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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 이성으로 안 보일까 봐

 .

 .

 .

 "야, 세상 미친 거 아니냐?"

 "세상이 딱히 미치지는 않았어."

 "응 그래... 매정한 것... 미친 건 나지. 근데 이 귀여운 것들... 해도 해도 너무 귀여운 거 아니야...?????? 어떻게 이제서야 이런 아기 천사들에 대한 얘기를 꺼낼 수가 있어?????? 네가 그러고도 친구야??????"

 "뭐라는 거야, 친구니까 맨 첫 번째로 여기를 데려왔지. 물음표 좀 그만 붙이고... 이제 좀 진정해."

 "김예현 이 매정한 게... 네가 동물을 키운다 했을 때!!!!!! 난 쓸데없는 의심하지 말고!!!!!!! 알았어야 했어!!!!!! 매정한 너마저 홀려버리는 이 귀여움... 이 사랑스러움... 근데 진짜 얘는 고양이 치고는 너무 다정한데? 엔젤이라 이름 붙일 만하다."

 

 천사님... 아니, 엔제리가 아주 다정스럽게 구시다가도, "고양이치곤 너무 다정하다." 라는 짤막한 문장에 놀라서 한껏 털을 세우고 그르릉 거리기 시작했다. 다만 이 모든 걸 지켜보고 있는 나로서는 천사님, 아니 회색 고양이가 친구에게 안겨있다니 이제는 극존칭도 조금 어색한데다가... 그냥 아무 생각도 안 들고 귀여워 보이기만 한다.

 발바닥도 귀엽고, 눈도 귀여워.

 나도 좀 쓰다듬고 싶다.

 우리 천사님이 사람 홀려버리는 건 맞네.

 

 "멍! 멍! 멍멍!"

 "아오, 너희 데비리는 깜찍하게 생겨서는 질투가 많네~? 엔제리만 안아줬다고 옆에서 냅다 짖는 거 봐라~ 우쭈쭈~!! 이리 와. 나 네 주인이랑 친구인 사람이야."

 

 질투? 아, 그렇구나.

 나나 쟤를 가릴 것 없이 천사님께 질투심만 가득한 거였어, 원래 외향적인 성격도 한몫하는 데다가...

 그럼 저번에 내게 친해지자고 말한 것만 해도 딱히 내가 좋아서라기보다는 천사님이 나하고 친해지시려고 하니까...?

 

 어? 천사님이 나하고?

 뭐라는 거야.

 천사님이 나랑 친해지고 싶어 할 정도로 한가한 사람처럼 보여?

 ... 근데 천사님은 나 많이 좋아해 주시잖아.

 .

 .

 .

 "김예현! 예현아! 김예현!"

 "응?"

 "네가 걱정하는 동물들도 옆에 있는데 또 왜 멍해져. 진짜 다른 일 있는 거 아니지...?"

 "아, 아니. 네가 우리 엔제리랑 데비리 바라보는 모습이 썩 좋아서 그랬지. 어떻게, 사진이라도 한 장 찍어주리?"

 "아니, 두 장으로 부탁한다. 친구야."

 

 단순한 것.

 나와 상반되는 성격의 친구는 급하게 자리를 잡고 한 손에 한 동물씩 껴안더니 개구지게 웃음 지었다.

 

 "뭘로 찍어줘."

 "폴라로이드~!"

 "필름 없어, 저리 가 인마."

 "이잉..."

 

 또 시무룩해지면 안 되니까... 나는 언젠가 아빠께 받았던 필름 통을 연신 뒤적이기 시작했다.

 아, 그래도 용케 딱 한 장 있네.

 

 "여기 봐라."

 "응응~!"

 "하나, 둘..."

 

 찰칵,

 

 "...... 셋."

 성급하게 카메라를 눌렀다고 친구는 툴툴댔지만, 나는 와중에도 나만 바라보고 있는 천사님이 너무 귀여워서 어쩔 수가 없었다. 진짜 나랑 친해지고 싶은 건가? 내 입으로 물어보기가 여간 껄끄러운 게 아니지만... 일단은 궁금하니까, 이따가 천사 모습으로 돌아오시면 한번 여쭤봐야지.

 

 /

 

 "캬, 빨리 찍은 거치고는 굉장히 잘 나왔네. 센스 고마워."

 "그래, 다행이네."

 "너도 찍어줄까?"

 "아니, 괜찮아. 어차피 필름 한 장뿐이었어."

 

 멍!!!! 멍!!!! 하고 친구의 품에서 거센 데비리의 반발이 들리자 그녀가 멋쩍게 웃으며 고양이와 강아지를 내게 안겨주었다.

 아니. 진짜 이럴 필요가 없다니까.

 

 "야, 그럼 핸드폰으로 찍어준다! 너 이럴 때 사진 찍어라. 너 혼자서는 둘을 안고는 못 찍잖아, 그리고 나 이것만 찍어주고 집 갈게."

 "... 벌써 가게?"

 "벌써라니... 네가 30분만 있다 가라며... 비록 30분은 넘었지만 여기서 더 끄는 건 안될 것 같아서."

 "딱히 상관없는데. 네가 말 안 듣는 거 한두 번도 아니고."

 "뭐야, 김예현~ 은근 다정하다니까? 그런데 나 사실 엄마한테 빨리 오라고 문자 왔어."

 "야 그럼 당장 가야지."

 

 배웅은 어떻게 해줘야 하지.

 제법 그림자에 잠식된 하늘과 친구의 해맑음을 바라보며 고민하던 찰나, 그녀가 입을 떼었다.

 

 "아 그래도 여기서 끝내기는 조금 섭섭하니까 여기! 여기 앞까지만 데려다주라."

 "그게 어딘데?"

 "네가 데려다주고 싶은 곳까지."

 "그래."

 

 /

 

 결국 친구의 집까지 데려다주고 돌아오는 길에 벨 소리가 몇 번 울렸다.

 너무 커다래서 아 깜짝이야, 했는데

 천사님이어서 일단 받았다. 뒤에서 어김없이 들릴 악마 목소리를 감안하는 채로.

 

 "예현아."

 

 또 깜짝 놀라고 말았다. 이어폰을 끼고 있는 와중에 윙윙 울리는 천사님 목소리가 예쁘고 아득해서 놀랐고 악마 BGM이 없어 아늑한 건 마음에 들었다. 아마 자나 보다. 그래서 다행이다.

 

 "예현아, 어디야?"

 "아까 보셨던 그 친구 바래다주고 오는 길이에요, 왜요?"

 "그냥... 밖이 너무 깜깜해서 걱정이 됐어, 혹시 너만 괜찮다면 위치 찍어서 보내줄 수 있어?"

 "전 상관없는데 천사님 안 귀찮으세요?"

 "응. 하나도."

 

 /

 

 "여기 Y 카페 앞이에요. 데리러 오신다면 좀 기다릴게요."

 

 위치를 찍어서 보낸 지 몇 분이나 지났다고... 천사님은 다급하고도 단정하신 모습으로 나타났다.

 

 "예현아."

 "우와. 설마 했는데 진짜 오셨네요."

 "마시고 싶은 거 있어? 사줄 테니까 마시면서 집까지 걷자."

 "괜찮은데요. 천사님 돈 없으시면서..."

 "있어."

 "... 네."

 "나도 우리 예현이한테 월세값은 해야지."

 "..."

 "그래서, 뭐 좋아해?"

 "아, 전 초콜릿 음료 좋아해요."

 

 /

 

 빨대에 묻은 질척한 휘핑크림이 걸리적거려 컵 안에서 한참을 휘적이는 동안 우리는 말이 없었다.

 사부작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제법 아쉽게 아무는 여름밤을 암시했고 대체 어디서 구한 건지 모를 천사님 파란 셔츠는 제법 잘 어울리셨다.

 

 "오늘 저 때문에 고생하신 거 있잖아요... 죄송하고 감사해요."

 "때문이 아니고 덕분이지, 능력이 많아도 딱히 쓸 일은 없어서... 당황스러웠어도 되게 즐거웠어."

 "저도 천사님이랑 대빈이 얼굴 덕분에 재밌었긴 했어요."

 "하하, 오늘은 얼마가 지나든 못 잊겠다. 다만..."

 

 다만?

 역시 불편하셨던 게 맞았어. 이제 어떡하지.

 천사님이 걸음을 멈추길래 나도 멈췄는데 갑자기 천사님 손이 나에게로 향했다.

 

 "어...?"

 

 천사님의 큼지막한 손이 내 손에 들린 음료를 가져가 마저 빨대를 저어주기 시작하셨다.

 

 아.

 

 "...... 네가 나 고양이로 변한 모습 때문에. 이성으로 안 보일까 봐."

 

 고양이요? 이렇게 보니 강아지로 보이기는 하는데요?

 라고 하려고 했는데... 천사님 뒷말에 잠시 숨이 멈춰 가뿐히 쉬어지지가 않았다.

 

 이성으로 안 보일까봐?

 

 천사님 말고, 천사 말고 이성 서연재?

 아주 웃기고 자빠졌네.

 

 "네...?"

 "나, 엔제리 그거 말고 서연재로 예쁘게 보이지?"

 

 나는 천사님을 존경한다.

 그래, 나는 천사님을 존경한다.

 다만 누군가가 자꾸 연분홍 색안경을 들이밀고서 내 눈앞에 씌워주는 바람에 웃기고 자빠졌냐는 생각도, 나와 친해지고 싶냐는 질문도. 온몸도 꼼짝을 할 수가 없었다.

 

 "... 잘 보여요."

 "그래, 그럼 됐다."

 

 그날, 여름밤에서는 봄꽃 냄새가 났다.

 
작가의 말
 

 백지백 : 색안경~을 끼고 보지 마요~

 태현 : 여름밤 저도 참 좋아하는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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