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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황금에 미친 이 세상을 뿌리째 들어내겠어!
작가 : 화블루
작품등록일 : 2022.2.1

가주의 빚을 갚기 위해 상인의 신부로 팔려갔던 아멜 그린, 가문의 낮은 작위 때문에 팔려가다시피 외국으로 끌려갔던 에릭 화이트는 황금에 미쳐있는 이 세상을 바꾸기 위해 그들의 인생을 바친다. 그들이 당당한 군주가 되어 이 세상을 통째로 바꿀 수 있을 때까지!

 
7화. 너무 다른 두 자매
작성일 : 22-02-12 21:54     조회 : 196     추천 : 1     분량 : 4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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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젯밤 서재에서 누가 한 공간에 있었는지 꿈에도 모르는 에밀리는 그저 천진난만했다.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방으로 돌아온 에밀리는 테이블에서 코를 골며 자는 에뮬을 보며 혀를 쯧쯧 찼다.

 

 언니인 자신이 이렇게 밤을 새가며 발품을 팔고 있는데 동생은 편하게 잠이나 자고 있다니! 에밀리는 가자미 눈을 뜨고 동생을 바라보았다.

 

 

 '이걸 깨워 말아?'

 

 

 에밀리는 커텐을 조금 젖히고 창 밖을 바라보았다.

 

 아직 푸르스름한 기운이 남아있었지만 붉은 태양이 떠오른 아침이었다.

 

 지금이라면 조금 이른 아침식사를 하더라도 별다른 제지는 없을 것이었다. 그녀는 지금 당장 하녀를 불러 두 명 분의 아침식사를 이곳으로 가져다 달라고 하면 되었다.

 

 하지만 코까지 골면서 자는 에뮬을 보니 아침 일찍 움직이려고 했던 계획을 조금 바꾸고 싶어졌다.

 

 그녀는 급격히 피로해지는 눈꺼풀을 부여잡으려 노력했지만, 1분 1초가 급하다고 생각했던 어제와는 달리 하루 정도는 늦어도 되겠지 싶은 느긋한 생각이 계속 그녀의 머릿속을 스멀스멀 헤집으며 올라왔다.

 

 

 "진짜 조금만 자볼까?"

 

 

 그녀는 결국 잠의 유혹을 떨쳐내지 못했다.

 

 

 '지금 잠들더라도 늦잠 자지 않도록 침방 하녀가 와서 깨워주겠지..'

 

 

 에밀리는 속으로 암막커튼을 설치한 과거의 자신을 칭찬하며 침대에 몸을 뉘였다. 잠을 못 자서 그런지 침대에 쑥 빨려 들어가는 느낌이었다. 에밀리는 그렇게 푹신하고 포근한 침대를 온전히 느끼며 꿈속으로 빠져들어갔다.

 

 

 

 ***

 

 

 

 에밀리는 침실하녀가 그녀를 깨워줄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그녀를 깨운 것은 다름 아닌 동생 에뮬이었다.

 

 에뮬은 에밀리 방 바깥을 돌아다니는 하인과 하녀들의 분주한 발걸음 소리에 눈을 떴다. 테이블에서 불편한 자세로 선잠에 들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만일 에밀리처럼 침대에서 잠든 것이었다면, 암막 커튼이 쳐져 있는 어두컴컴한 방에서 작은 소음을 듣고 깨는 것은 절대 불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에뮬은 잘못된 자세로 자서 경직된 어깨근육을 스트레칭하며 커튼 하나를 걷어보았다.

 

 해가 벌써 중천에 떠있었다.

 

 못해도 점심은 되었을 것 같은 느낌이었다. 에뮬은 오후나 아니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침대에서 편안하게 자고 있는 에밀리를 쏘아보았다.

 

 에밀리는 무슨 꿈을 그리도 즐겁게 꾸는지 헤실헤실 웃고 있었다. 객관적으로 아주 사랑스러운 모습이었다.

 

 아무리 목석 같은 사람이라도 그녀의 홍조 띈 볼이 입술선을 따라 동그랗게 올라가있는 모습을 본다면, 그 볼에 입을 맞추지 않고는 못 베길 것이다. 하지만 에뮬에게 에밀리는 혼자서만 편안하게 침대에서 잠을 잔 괘씸한 언니일 뿐이었다.

 

 

 "에밀리 언니!"

 

 

 에뮬은 벽 한쪽으로 난 창문의 커튼을 모두 걷으며 외쳤다.

 

 눈부신 햇빛이 에밀리를 감싸 안았다. 잠이 무척 많은 에밀리였지만 눈을 감고 있어도 새어 들어오는 햇빛에는 당해낼 수 없는지 미간을 연신 찌푸리며 뒤척였다.

 

 

 “내가 일어나기 전에는 절대 깨우지 말라고 했을 텐데!!”

 

 

 에밀리는 반쯤 눈을 감은 상태로 방의 커튼을 걷었을 하녀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

 

 

 “지금 당장 커튼을 쳐! 나는 좀 더 자야겠으니!”

 

 

 에뮬은 잠에 취한 목소리로 고압적인 태도를 취하고 있는 에밀리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

 

 자신에게 멋진 계획이 있으니 믿고 맡기라는 에밀리의 호언장담에 대한 신뢰는, 말도 안 되는 내용의 편지를 봄으로써 이미 깨진 지 오래였다.

 

 말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 계획을 세워놓은 것도 모자라, 동생이 테이블에서 불편한 자세로 자는 것은 내버려두고 자신 혼자만 푹신한 침대에서 자고 있는 것도 아주 마음에 들지 않았다.

 

 

 “에밀리 언니!!!!”

 

 

 에뮬은 숨을 흡 들이쉰 뒤, 에밀리의 귓가에 대고 크게 소리 질렀다. 그녀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란 에밀리가 경기를 일으키며 눈을 떴다.

 

 

 “야! 왜 소리를 질러!!”

 

 

 에밀리는 에뮬의 얼굴을 확인하곤 날카롭게 소리지르며 씩씩댔다.

 

 정말 놀랐는지 눈가에는 눈물도 살짝 맺혀 있었다.

 

 

 “언니, 우리 오늘 바쁘잖아. 벌써 해가 중천에 떴어.”

 

 

 에뮬이 약간의 한숨을 쉬며 말하자 에밀리는 그제야 정신이 드는지, 눈을 번쩍 뜨고선 곧장 욕실로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 진짜 미쳤나 보다. 이렇게 오래 잘 생각은 없었는데. 하녀들은 대체 왜 아무도 우리를 안 깨운 거야?”

 

 

 에밀리는 고양이 세수를 하며 혼자 불만에 가득 찬 투정을 마구 쏟아냈다. 에뮬은 에밀리가 정말로 그 이유를 모르는 건지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에밀리의 데뷔탕트 날에 있었던 일이었다.

 

 그 당시에 있었던 에밀리의 전속하녀는 모시는 아가씨에 대한 사명감이 매우 투철한 사람이었다. 그녀는 자신이 모시는 아가씨가 데뷔탕트 날의 주인공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

 

 그녀는 에밀리가 오늘 하루만큼은 일찍 일어나서 꽃단장 하기를 바라는 마음을 가지고, 평소보다 이른 시간에 에밀리를 깨우러 들어갔다.

 

 온전히 하녀의 충심과 선의에서 우러나온 행동이었다.

 

 하지만 잠을 사랑하는 에밀리는 아직 일어날 시간도 아닌데 자신을 깨운다고 신경질을 내며, 전속하녀 쪽으로 침상에 있던 화병을 세게 집어 던졌다.

 

 잠결에 한 일이었지만 아랫사람을 하대하는 본성이 녹아난 행동이었다. 만일 그녀를 깨운 것이 아멜이나 펠트로였다면 절대 하지 않았을 행동이었다.

 

 에밀리의 손에서 날아간 화병은 정확히 하녀의 쇄골에 내리 꽂혔다.

 

 

 “아아악!”

 

 

 소름 끼치는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않은 하녀는 며칠 간 병원신세를 지지 않으면 안 되는 몸 상태가 되었다. 쇄골에 단단히 금이 간 것이다.

 

 이 사건 이후로 아멜은 온 집안 사용인들에게 하늘이 무너지는 게 아닌 이상, 에밀리는 아침이 되어도 깨우러 들어가지 말라고 신신당부를 해놓았다.

 

 

 에밀리가 정말로 이 사건을 기억 못하는 것인지 기억 못하는 척을 하는 것인지 궁금해진 에뮬은 샐쭉해진 눈으로 뻔뻔한 에밀리의 작태를 훑어보았다.

 

 

 “에뮬, 너 뭐 입고 갈 거야? 내가 옷 빌려줄까?”

 

 

 에뮬이 무슨 생각을 하는 지 알 턱이 없는 에밀리가 옷장에 있는 드레스들을 빠른 손놀림으로 휙휙 넘기며 말했다.

 

 

 “아니 됐어. 나는 그냥 편한 옷 입고 갈 거야.”

 

 “너 설마 또 그 촌스러운 녹색 드레스 입고 갈 생각은 아니지?”

 

 

 에밀리가 고개를 휙 돌리며 에뮬를 쏘아보았다. 에밀리의 사나운 눈초리에 움찔한 에뮬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웅얼거렸다.

 

 

 “그 옷이 제일 편해. 난 그거 입고 갈 거야.”

 

 

 에뮬의 작지만 확고한 대답에 에밀리가 잔뜩 인상을 구겼다. 에뮬의 녹색 드레스는 에뮬이 약 1년 전부터 지금까지 외출할 때마다 한결 같이 입고 나가는 옷이었다.

 

 데뷔탕트를 치르기 전에는 아멜이 그녀의 옷가지를 담당하여 외출준비를 도와주었지만, 데뷔탕트 이후로 자기 옷의 결정권이 생긴 에뮬은 모든 외출을 촌스럽고 단촐한 녹색 드레스와 함께했다.

 

 에뮬이 예쁜 외모와 훤칠한 키를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또래 영애들의 티파티에 초대 받지 못하는 것은, 에뮬이 사교계에서 단벌숙녀라는 별칭을 가졌기 때문일 확률이 굉장히 높았다.

 

 

 “너 베르세 거리 가본 적은 있어..?”

 

 “당연히 가본 적 있지! 누굴 촌뜨기로 알아? 우리 같은 집에 살잖아!”

 

 

 자신을 무시하는 듯한 발언에 발끈한 에뮬이 성난 목소리로 따지자, 에밀리는 얼굴만 예뻤지 때와 장소에 맞는 복식을 전혀 갖출 줄 모르는 늘씬한 동생을 위아래로 훑어보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옷걸이가 아깝다 아까워..”

 

 “뭐라고?!”

 

 “휴.. 아무 것도 아니야. 그럼 넌 너 알아서 외출할 채비 해. 1시간 뒤에 보자.”

 

 

 준비하는 데 1시간이나 걸린다는 소리에 눈이 동그래진 에뮬이 소리 질렀다.

 

 

 “왜 1시간이나 걸려?! 그냥 옷만 대충 입고 바로 나가면 되지!”

 

 “옷 입는 데만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는 지 알아? 그리고 다른 곳도 아니고, 베르세 거리에 갈 예정인데 초라하게 갈 수는 없잖아! 니가 뭘 몰라서 그래!”

 

 

 에밀리가 분주하게 드레스를 고르며 소리 쳤다. 에뮬은 그런 그녀를 바라보다 이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신의 방으로 돌아갔다.

 

 

 에밀리는 에뮬의 뒷모습을 보지도 않고 드레스들을 뒤적이다가, 방 근처를 지나가던 하인 아무나를 붙잡고 말했다.

 

 

 "마부한테 한 시간 안에 갈 테니 미리 마차를 준비해놓으라고 전해!"

 

 

 

 ***

 

 

 

 에뮬은 1년 내내 입고 다니던 짙은 초록색의 색가운을 입고 약속시간에 딱 맞춰 나왔다.

 

 치마를 부풀려주는 파니에 없이, 차분하고 간소한 느낌을 내는 드레스인 색가운은 한창 공작새처럼 꾸미고 뽐낼 나이인 에뮬 또래의 영애들에게는 충분히 초라해 보일 수도 있는 디자인이었다.

 

 반면 에밀리는 치장을 하느라 약속시간보다 10분 정도 늦게 나왔다.

 

 에뮬은 머리부터 발끝까지 장밋빛으로 반짝거리는 에밀리를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멜 언니를 구하러 가는 건데 대체 왜 저렇게 요란을 떨면서 가는지 의문이었다.

 

 물론 에밀리 입장에서는 에뮬이 전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잠깐 마실 나가는 것도 아니고 대륙 최고의 문화거리인 베르세 거리를 지나서 왕궁에 방문해야 하는데 저렇게 초라한 차림으로 가는 것이 말이 되는가? 파니에가 불편해서 입지 않는 거라면, 가벼운 페티코트로라도 스커트를 풍성하게 만들어 주는 성의는 보여줘야 하는 것이 아닌가?

 

 

 '이해가 안 되네.'

 

 

 그들은 서로의 모습을 마주보며 동시에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때, 저 멀리서 초록덩굴가문의 전속 마부인 셀푸르가 손을 흔들며 외쳤다.

 

 이제 막 30대 후반에 들어서는 그는 자신이 월급이 따박 따박 나오는 귀족가의 전속 마부라는 사실을 아주 자랑스러워했다. 길거리에서 삯마차나 몰며 그날 그날의 벌이에 따라 희비가 갈리는 다른 마부들과는 삶의 질이 달랐다.

 

 

 “에밀리아가씨, 에뮬아가씨! 마차가 준비되었습니다. 지금 바로 타시면 됩니다!”

 

 “그래!”

 

 

 셀푸르와 사이가 꽤 좋은 에밀리는 밝은 목소리로 대답하며 손을 흔들었다. 에밀리와 에뮬이 마차에 탑승하자 셀푸르가 마차의 운전석에서 환한 표정으로 그들을 향해 물었다.

 

 

 “오늘 목적지도 베르세 거리겠죠? 막내 아가씨도 함께 가는 건 처음 아닌가요?”

 

 “맞아, 베르세 거리로 갈 거야. 내가 얘 찻잔을 좀 깨먹어서 똑같은 걸로 하나 사주려고.”

 

 “상냥한 언니네요, 그럼 출발합니다! 30분 정도 걸릴 거에요. 이랴!”

 

 

 셀푸르의 이랴! 하는 힘찬 음성 소리와 함께 마차는 흙먼지를 날리며 빠른 속도로 베르세 거리를 향해 출발했다.

 
작가의 말
 

 셀푸르는 사랑스럽고 애교 많은 에밀리를 딸처럼 아끼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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