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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추리/스릴러
나쁜심장
작가 : 송강
작품등록일 : 2022.1.27

차지할 수 있는 자리는 단 하나.
“내놔! 그건 원래 내 자리야.”
“무슨 소리? 원래란 건 없어. 먼저 차지하면 그만 인거지.”

 
제12화
작성일 : 22-02-12 13:19     조회 : 214     추천 : 0     분량 : 4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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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넓은 정원이 한눈에 들어오는 통유리발코니에 제혁과 그의 장인 백흠이 마주앉았다.

 창밖으로 보이는 아이들 모습에 백흠이 흐뭇한 미소를 보였다.

 “녀석들 아주 신이 났구나.”

 백흠의 말대로 레오와 빌리는 푸른 잔디가 깔린 야외에서 한껏 흥분해 있었다.

 “아마 오랜만이라 더 그럴 겁니다. 레오가 할아버지 댁 가는 걸 많이 기다리더라고요.”

 별장방문이 뜸했다는 것을 견주어 제혁이 넌지시 말했다.

 그간 본의 아니게 별장행이 번번이 무산 됐었다.

 나중에야 백흠의 보이지 않는 의중이었다는 것을 알았지만.

 “으음, 그러고 보니 한참만이지?”

 “네에, 장인어른.”

 끄덕끄덕 백흠은 그쯤에서 더 이상 말을 않고 창밖의 아이들에게로 눈길을 돌렸다.

 볕 좋은 정원가장자리에 자리한 노령견 순이가 엎드린 채 해바라기를 하고 있었다.

 그 곁에서 레오와 빌리는 꼬물꼬물 아장아장 걷는 새끼강아지들을 보며 눈을 반짝였다.

 순이는 백흠이 키우는 독일 견종 도베르만이었다.

 “장인어른 이번에 순이가 새끼를 많이 낳았다면서요? 레오엄마한테 건너 들었습니다.”

 “그렇다네. 11마리나 낳았어. 믿기지가 않았지.”

 백흠의 얼굴에 단박에 흡족한 미소가 어렸다.

 “세상에 11마리씩이나요? 그 나이에요?”

 동공이 팽창하는 제혁은 액션이 아니라 진짜 놀랐다.

 순이는 출산생식력이 거의 끝난 인간으로 치면 할머니 나이였다.

 “하하하. 나도 놀랐다네. 기대치 않았거든? 가능할까 했는데 아주 신통방통해. 우리 순이.”

 백흠의 어투에는 순이에 대한 애정과 자신의 자긍심이 동시에 느껴졌다.

 “그러셨군요. 대단하십니다! 존경스럽습니다. 아버님!”

 백흠은 오랜 세월 손수 개를 키우며 생식뿐 아니라 종의배양을 연구해왔다.

 순이는 그 어미에 어미를 이어 3대째 백흠의 살뜰한 보호와 손길을 타고 있었다.

 “근데 저걸 어떻게 다 키우시려고요?”

 “이제는 전처럼 다 키우지는 못하지. 힘에 부쳐서 되간? 일부는 벌써 분양을 보냈고. 나머지도 지인들에게 소개중이야. 나는 3마리 정도만 키우려고.”

 “잘 생각하셨어요. 그 정도가 딱 적당하죠. 저희들도 상황만 되면 분양받아서 키우고 싶건만. 특히 순이 새끼라니 욕심은 굴뚝같습니다. 장인어른.”

 “자네들이야 마음뿐이지 그게 되나?”

 “예, 그러게 말입니다. 아쉽네요.”

 그들은 키우는 순이이야기로 대화의 분위기를 돋웠다.

 잠시 후 백흠이 제혁에게 물었다.

 “자네들 저 애들은 어쩌기로 했나?”

 백흠은 레오나 빌리를 따로 지칭하지 않고 묶어서 말했다.

 “무슨 결론이 났는가?”

 “아직 입니다. 레오엄마나 저나 고민이 깊긴 한데.......그게 쉽지가 않습니다.”

 “당연하지. 쉽다면 그게 되레 이상하지. 아직 시간은 있으니 조급해하지 말고 충분히 심사숙고하시게.”

 “네에, 장인어른.”

 “크니 안 크니 해도 내 보기에는 아이들이 많이 컸구나. 아이쿠, 저 의젓한 녀석 좀 보게? 빌리잖아? 표정이 제법 어른스러워. 허허허.”

 너털웃음을 웃는 백흠이 어딘가를 가리켰다.

 순이에게서 뚝 떨어져 잔디밭에 파묻혀있는 새끼 한 마리.

 쪼르르 달려가 새끼를 안아 순이 앞에 가까이 가져다놓는 아이.

 그 아이는 빌리가 맞았다.

 똑 같은 차림에 동일한 외형을 보임에도 불구하고 백흠은 둘을 정확하게 구분했다.

 제혁은 내심 놀랐다.

 오랜만에 만난데다 먼 거리임을 감안한다면 실로 날카로운 눈썰미였다.

 ‘아니지. 그런 단순함을 능가하는 또 다른.......무엇인가?’

 제혁이 흘깃 백흠을 보았다.

 그는 할아버지 특유의 미소로 창밖의 아이들에게 시선을 떼지 못하고 있을 따름이었다.

 돌이켜보면 백흠은 처음부터 아이 둘을 굳이 구분하지 않았다.

 친손자가 누구냐 따위를 언급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어찌 보면 레오와 빌리를 있는 그자체로 받아들이고 보아주었다.

 “따져서 볼 필요가 있을까? 어차피 보호받아야 마땅한 아이들이야. 너희들 밑에서 자라는 동안은 똑 같은 자식인거지.”

 언젠가 조심스레 의중을 묻는 제혁에게 백흠은 그렇게 답했다.

 가족주의를 넘어선 초 인간애적인 그의 사고.

 백흠의 그런 면이 자신의 이기적인 면과 종종 상충되어 제혁은 열패감을 느끼기도 했었다.

 그런 측면에서 부녀지간인 윤선과 백흠은 묘하게 비슷한 점이 있었다.

 

 

 저녁어스름이 내리자 식구들이 한 자리에 모였다.

 오늘은 윤선의 어머니 김 필재여사의 기일이었다.

 김 필재여사의 유지를 받들어 따로 제사를 지내지는 않았다.

 하지만 해마다 추도식은 꼭꼭 챙겼다.

 간소하지만 정성들여 차린 다과상 앞에 모여선 사람들.

 가족들이라 해야 백흠과 윤선부부에 레오와 빌리 그리고 식솔인 유모할머니가 다였다.

 아! 한명이 더 있었다.

 주로 노령견 순이와 그 새끼들 그리고 토끼를 비롯하여 사육장의 다양한 동물들을 돌보는 희소까지.

 희소는 바쁠 때면 종종 유모할머니를 도와 집안의 잡일을 거들기도 했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건만 나서서 집사노릇까지 성실히 하는 유모에게 희소는 큰 힘이 되었다.

 그런데 좀 이상하지 않은가.

 추도식자리에 늙은 유모와 일손을 거드는 나이 지긋한 여자사육사라니.

 유모야 윤선의 어린 시절을 도맡아 키워냈기에 그렇다 손치더라도 희소의 참석은 의외라고 여길 수 있을 터였다.

 하지만 그것이야말로 백흠의 평소의 지론의 실천이었다.

 “한 지붕 아래 살면 모두가 한식구지. 함께 부대끼는 인간이면 족할 것을 혈족이 무어 그리 큰 의미 있을까.”

 그들은 촛불이 켜진 상 앞에서 조용히 고개 숙여 함께 묵념을 올렸다.

 윤선의 생모인 김 필재여사는 차 백흠의 둘째부인이었다.

 살아생전 아내이기 이전에 남편의 든든한 조력자였다고 했다.

 그의 연구와 업적 전반에 열렬한 응원뿐 아니라 지지와 지대한 공을 끼쳤다고 했다.

 전해 듣기로 김 필재여사는 차 백흠교수의 연구실조교였다가 부인이 되었다던가.

 구체적인 자세한 내용은 알 수 없었다.

 윤선도 백흠도 그 부분에 대해서는 일체의 언급이 없었다.

 어쨌거나 이미 고인이 된 그녀에 대한 백흠의 애정은 남다른듯했다.

 그가 윤선에게 보이는 기대와 믿음 집안의 든든한 장녀라는 입지를 넘어선 위상을 부여하는 것만 봐도 말이다.

 또한 백흠은 입버릇처럼 자신을 그대로 쏙 빼닮은 큰딸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첫째인 윤도는 물론이고 턱없이 젊은 셋째부인 가연의 소생인 윤주와 윤구.

 이란성 쌍둥이인 셋째와 넷째인 그들과는 분명 다른 신뢰를 윤선에게 보이는 것은 사실이었다.

 가족의 기일에도 참석하지 않는 가연과 쌍둥이남매는 현재 미국 버지니아 주에 정착해서 함께 살고 있었다.

 설령 참석하려해도 백흠이 말렸겠지만.

 “괜한 허례허식은 소모전이야. 차라리 좀 더 합리적인 일에 시간과 힘을 쏟아.”

 그는 분명히 그렇게 말했을 터였다.

 첫째 윤도는 진즉에 잡다한 집안일에는 자신을 빼달라는 선언을 했다.

 “영혼 없는 가식이야말로 저 스스로를 능멸하는 처사거든요.”

 백흠은 윤도에게 그 진솔함을 높이 산다며 기꺼이 인정하고 깨끗이 받아들였다.

 두어 번의 묵념과 한차례의 엄숙한 추도노래가 끝나고 그들은 자리를 떴다.

 레오와 빌리는 희소를 따라 사육장으로 가겠다고 했다.

 희소는 만면에 미소를 보이며 기꺼이 고개를 끄덕였다.

 농아인 희소는 아이들과 특히 동물을 좋아했다.

 극진한 보살핌 탓인지 동물들도 희한하게 희소를 잘 따랐다.

 그런 사정을 아는 이들이 일컫기를 사육장은 그녀의 천직이라 말했다.

 신이 난 아이들이 빠져나가고 윤선은 자신을 그윽하게 사랑스런 눈길로 바라보는 유모와 주방에서 이야기 중이었다.

 제혁이 백흠에게 넌지시 말했다.

 “장인어른, 집안을 돌봐줄 손을 좀 더 늘리는 게 어떨까요? 이제 집사할머니 연세를.......생각하셔야지 않을까요?”

 제혁은 주방에서 윤선의 손을 맞잡고 있는 유모할머니를 가리켰다.

 집안을 도맡다시피 한 유모의 기력이 쇠해질 것도 문제지만 더 넓은 집의 규모를 생각하면 턱없이 부족한 인력임은 확실했다.

 “제가 맞춤 맞은 사람으로 한번 알아볼까요? 장인어른?”

 “아니야. 아직은 괜찮아. 지금으로도 충분해.”

 물론 정원사와 사육장청소와 손볼 곳 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관리사는 따로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별장에 기거하지 않고 격일로 출퇴근을 했다.

 피치 못하게 일손이 필요할 때면 용역을 부르거나 재단대학교의 학생들에게 단기일자리를 제공하는 융통으로 대처를 하곤 했다.

 이것 또한 백흠은 굳건한 의중이었다.

 시의적절한 대처가 상당히 합리적인 처사라고 볼 수 있었다.

 게다가 그는 원체 요란한 것을 거부했다.

 매사에 단출하고 소박한 것을 추구하고 몸소 실천하는 행동가였다.

 제혁은 종종 장인 차백흠에 대해 의아해했다.

 ‘저렇듯 거품 없고 소박한성향의 소유자께서 어찌 그리 큰 사업체를 진취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미스터리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저녁의 평화가 몰려왔다.

 오랜만의 귀한 손님등장에 별장일대는 모처럼 환하게 불이 켜졌다.

 아이들의 안전을 염려하여 조명탑의 불빛까지 가동하여 낮인지 밤인지 구분이 무색했다.

 제혁과 백흠은 유모가 야산에서 손수 캐서 담갔다는 더덕 주를 음미하고 있었다.

 “으음, 향기.......이게 바로 진짜로군요.”

 “확실히 다르지? 오묘한 자연의 섭리가 이 잔속에 녹아있는 것 같지 않은가.”

 “크아! 멋지십니다. 우리 장인어르신은 의학계의 시인이십니다. 하하하.”

 제혁이 술자리에서 본격 본론의 시동을 걸어볼 참으로 분위기를 푸시 했다.

 그때였다.

 우당탕.

 탕탕.

 멍멍. 멍 멍멍.

 무언가 엎어지는 소리와 순이의 거칠게 짓는 소리.

 문밖이 소란하자 윤선과 유모가 달려 나갔다.

 “으아악!”

 “깍!”

 윤선과 늙은 유모의 비명이 터져 나왔다.

 제혁과 백흠은 동시에 벌떡 일어나 후다닥 현관문을 밀고 나갔다.

 “헉!”

 “윽!”

 환한 불빛아래 피 칠갑이 된 희소가 오른손으로 왼손의 손목을 잡은 채 벌벌 떨고 있었다.

 반쯤 엎드린 채 백흠을 향해 손을 들어 보이는 희소의 왼손 손가락 끝이 뭉텅 잘려나가 피범벅이 되어있었다.

 “희소야! 희소야. 이게 무슨 일이냐? 대체 어디서 이런 거야?”

 사색이 된 유모가 희소에게 달려들었다.

 쇼크가 오는지 그녀는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극심한 고통에 몸부림쳤다.

 왈왈.

 우우우. 우우.

 그런 희소의 옆에서 순이가 늑대처럼 울부짖었다.

 입술을 달싹이는 그녀는 한 마디 말도 못하고 표정과 몸짓으로 출렁거렸다.

 “으으.......으.......으으.”

 마침내 신음 같은 여음을 남기고 희소는 잔디밭에 풀썩 뻗어 기절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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