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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죽지마, 첫사랑
작가 : 꿀꿀구냥
작품등록일 : 2022.2.12

“12년 전 그 사고는 단순한 가스누출이 아니었어요. 그분은 살아남으려고 이름도 버렸지.” 나의 첫 짝사랑 서채우와 12년만 만에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마주쳤다. 죽은 줄 알았던 서채우는 다른 이름, 인격으로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었다. 그런데 처음 들은 말이 “반가워” 가 아닌 “고소취하 할 생각 없어요” 라니.
내추럴 본 흙수저 기자인 내가 대기업의 비위사실을 폭로해버렸다. 천문학적인 명예훼손 비용을 대고 파산하기 일보직전! 서채우 아니, 서채우라는 이름을 지워버린 유도혁이 내려준 동아줄 하나. 고소 취하하려면 그의 사무실에 인턴으로 위장취업해 우호적인 기사를 써야 한단다. 온갖 궂은 일을 감당 하던 어느날 누군가 나에게 은밀한 실체를 털어놓는다. 보도자료를 내려는 그날,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GLOS 기업 재계 2세의 약혼자가 발표된다? 그리고 그게 나? 입막음 스케일도 장난 아닌 이 남자. 서채우, 너는 어디까지가 진짜인거야?

 
5화. 협상테이블 코너에서
작성일 : 22-02-12 02:58     조회 : 194     추천 : 0     분량 : 4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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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5화. 협상테이블 코너에서

 

 -유도혁입니다.

 

 잘못 봤나?

 잘못 본 게 맞지.

 맞아.. 죽었지.

 채우는.

  내가 봤지.

 12년 전 그날 그 날 학교로 들어온 운구차.

 상황이 너무 힘들게 돌아가니 진짜 돌았구나.

 잘보이고 싶은 마음에 사람 얼굴까지 착각하는 거야?

 

 -아, 죄송합니다. 아는 사람하고 착각해서.

 

 -네. 뭐, 그럴 수도 있겠죠.

 그런데 제가 누군가랑 사적으로 얽혀본적이 없어서...

 여빈씨랑 그 전에 아는 사이일리는 없을거에요.

 

 그가 내 앞에 있는 긴 식탁 의자에 천천히 다가가 앉는다.

 자연스럽게 그는 북쪽의 의자, 나는 남쪽의 의자에 자리 잡게 되었다.

 벽을 타고 서늘한 햇빛이 뺨에 흘러내렸다.

 

 이곳은 그로스 기업 유도혁 본부장의 집.

 협상 테이블치고는 정말 사적이다.

 그렇다고 친한 사람들끼리의 편한 식사 자리도 아니다.

 따뜻한 음식 하나 올라오지 않은 긴 편백 나무 식탁.

 그 끝에 피해자이자, 내 인생을 쥐고 흔들 사람은 저 북쪽에 앉았고

 그리고 의도하지 않게

 그와 그의 기업, 나의 인생의 가해자가 된 나는 남쪽에 우두커니 서 있었다.

 

 - 앉아요.

 

 앉기가 무겁게 그의 눈빛이 나를 향했다.

 앉아서 정확히 마주보니 얼굴 이목구비가 하나하나 더 명확하게 들어온다.

 20대인 것 같은 모공 하나 없이 하얗고 물기가 어린 피부,

 살짝 날카로운 듯 큰 외꺼풀 눈매,

 립밤을 바른 듯 촉촉한 붉은 입술,

 매일 면도를 한 듯, 깎은 턱수염 자국도 없는 듯한 매끈한 턱선.

 살짝 앞머리를 올린 숱 헤어 스타일.

 

 그런 세련된 외모 때문일까.

 자택에서 편하게 입고 나온 듯한

 하얀 리넨 셔츠 마저도 넓은 어깨 때문에 비싼 명품 옷처럼 느껴졌다.

 

 세상에, 홍여빈 정신차려.

 지금 이와중에 저 얼굴이 눈에 들어오니.

 내가 생각한 일반 기업의 임원 이미지와는 너무 다르다.

 분명 젊은 것 같은데 상황과 위치에서 나오는 권위가 나를 짓눌렀다.

 

 -화가 많이 났었어요.

 

 달싹거리며 그의 입술이 열렸다.

 

  -처음에 그런 기사를 봤을땐 말이죠.

  뭐 예상한대로.. 하이에나가 나타났다 뭐 이런 느낌?

 

 엠바고를 했는데도 분명 누군가 건드릴 거라고 이미 예상을 했단 말인가?

 

 - 그게 인간의 본능이니까.

  동물과 별 다를 바 없는 생존 본능.

 

 유본부장은 숨 죽이며 듣고 있는 나를 모른척 하며 말을 이어나갔다.

 

 - 나는 사자든 토끼든 상관안해요.

  그런데 말이지 하이에나라면 이야기가 달라지지.

 

 -노력해서 살아있는걸 쟁취하는게 아니라 죽을 쯤 되니까

  달랑달랑 와서 물어가고

  공공의 합의를 무시하고 쉽게 편의를 취하려고 하고...

  내가 제일 증오하는 그런 무리들.

  그게 아마도 당신같은 사람들이지.

 

 그가 섬뜩한 미소를 짓는다.

 

 -아시다시피, 사실 여빈 씨가 여기 올 이유가 없었죠.

  그냥 변호사 통해서 법대로 처벌 진행하면 되니까

  여빈씨같이 대기업에 태생적 혐오감, 부러움, 그런 거 가진 사람 널렸고

  그래서 우리를 물어뜯으려고 하는 사람 많이 쳐 넣어봤거든.

  뭐도 아니면서.

 

 앉았던 그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당신이 우리한테 얼마나 손해를 준거 같아요?

  문서로 증빙할 수 있는 물질적인 손해만 60억.

  물론 견적을 보니 받아낼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아.

 

 몸이 부들 부들 떨렸다.

 존댓말 반말을 섞어가며 나긋나긋하게,

 나를 코너까지 몰아넣고 있었다.

 이게 그가 행하는 처벌이었다.

 당하고만 있으면 그는 더 잔인한 방법으로 나를 비웃을 것이다.

 

 -저기요 저도 해명할 기회를 주세요. 기왕 저를 불렀으면.

 

 장난인지 아닌지 약간의 웃음기가 어린 듯도 보이는 그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으잉? 내 입에서 나온 소리인가?

 마음의 소리가 왜 눈치 없이 아 타이밍에 터지고 그래.

 말을 잘 이어 나갈 재간도 없으면서.

 

 -해명같은 거 들으려고 부른거 아닌데?

 

 -그로스, 대기업이죠.

  저 조사하셔서 잘 아시겠지만 방금 잘린 수습기자고요.

  뭐 일하다가 얻은 정보 마음대로 흘려서 그쪽에 손해를 입혔어요.

  인간적으로 도의적으로 미안합니다.

  안 죄송하면 저도 인간 아니죠.

 60억 방금 잘린 작은 신문사 기자가 갚을 수 있다고 생각하신 건 아니라면서요.

 지금 저한테 하이에나네 뭐네 장난치고 비웃으려고 부른거

 그 큰 회사 임원이면서 찌질하다고 생각 안해요?

 뭐 종신 노예계약이라도 할까요?

 제 자식과 손주대까지 노예계약 해야 갚을 거 같은데 .

 

 -맞네, 노예계약.

 그거 하려고 부른거에요 나.

 

 -뭐에요?

 

 노예계약 하려고 부른거라고?

  기가 막혀서 화내는 나를 앞두고 그가 말을 이어간다.

 

 -뭐 퍼펙트데이하고 계약이 허물어졌으니까

  아쉬운대로 이 계약이라도 해야 할거 같네요.

  여빈씨 잘 아는대로,

  감옥에 들어가면 손해배상금 1500만 원? 아니면 징역 5년 이하?

  이게 우리 그로스에 아무 보상도 안되니까.

 그냥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다 정도지.

 지금 당장 겁에 질려 있어서 정상적으로 사고를 못 할 수도 있지.

 마치 기사 올리던 그날처럼 잘 판단을 못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천천히 알아듣기 쉽게 말해볼게요.

 

 자꾸 내가 아픈 곳만 콕콕 찔러가며 말하는 그다.

 날이 자꾸 서려고 하다가도

  혹시나 잘 못 알아들으면 그대로 감옥 가야 할까 봐 귀를 기울였다.

 지금 상황에서는 차악과 최악밖에 없는데 그나마 최악은 피해야 하니까.

 

 -계약 조건이 있어요.

  우리 기사를 써줘요. 다시.

 

 -네?

 

 일단 무슨 말인지 못 알아 들었다.

 그런 나를 알아보고 유본부장이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우리 기사를 이번에는 우리 홍보팀에 둘 테니 대신 내줬으면 해요.

  그리고 우리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 글감을 던져주는 거지.

  마치 여빈 씨가 받아먹은 것처럼.

  지금 당장 감옥 가서 형을 사는 것 보다 훨씬 더 자비로운 기회인 거 같은데.

 

 그 말이 맞다.

 사실 지금 당장 감옥에 가지 않아도 되고,

 범죄자 기록도 안 남고, 게다가 지금 이 쪽에서 일자리도 주선해준다는데.

 그래도 혹시 모르니까 돌다리도 두드려 보고 건너랬다고.

 

 -아아, 그렇지만 제가 홍여빈인거,

  그러니까 그 기업 대체 단백질 사업을 접게 한 사람인 거 곧 밝혀질 텐데요.

  인사팀에 신원이나 다 넘어가져서 밝혀지면 어떡하죠?

 

 -그럼 홍여빈이 아니면 되겠네.

 

 -제가 홍여빈인데 어떻게 홍여빈이 아닌가요.

 

 -다른 이름을 쓰면 되지.

 

 -다른 이름?

 

 - 당신 얼굴은 아무도 몰라요. 우리 회사사람들은.

  그냥 그 기자가 아니기만 하면 되는거 아닌가?

 그렇게 간단한걸.

 

 그가 싱긋 웃었다.

 아니 분명 웃지 않았는데 마치 웃은 것 처럼 보였다.

 

 -나쁘지 않은 거래 같은데?

  아니 우리한테는 어쩌면 도전이지.

 

 -다른 이름으로. 다른 인생으로 살라는 말인가요?

 

 -잠시 그냥 게임같이.

 그것마저 부담인거면 나도 됐어요.

 그런 정도라면 얽히고 싶지 않고

 어떻게 할래요.

 결정은 여빈씨 몫이네요.

 

 어떻게 할래요 하는 그의 표정에서 여유가 넘처낳다.

 몇초가 길게 느껴졌다.

 그의 붉은 입술 끝이 올라갔다.

 

 내가 자존심때문에 말하지 않은 여백을 그는 읽었다.

 

 - 김변 들어와요. 이야기 다 된거 같은데.

 

 -어어 잠깐만요.

 

 내가 냅다 소리 질렀다.

 

 -이런 말 하면 뻔뻔하고 좀 그런데 있는데 페이는 주시는 건가요?

 

 -페이…. 내가 뭘 잘못 들은건가?

 남의 정보 아무렇게나 내셨고

 지금도 내가 인생 구제 해주려고 시나리오도 이렇게 딱 쓰고 기다리고 있는데?

 거기에 보수?

 

 -버는 돈이 없으면 밥은 어떻게 먹어요.

 감옥 가면 그래도 세끼 주는데….

 

 -세끼는 걱정할 필요 없어요.

 우리가 숙식 제공하니까.

 

 -네? 식사? 자는 데까지요?

 놀랄거 없어. 잠시니까.

 우리도 위험부담을 안는 거니까 일단 우리가 알 수 있는 곳에 둬야죠.

 

 -혹시 방에 몰래카메라나 그런 거 설치한 거 아니죠?

 

 -엿보는 거 취미 없어요. 김변. 계약서 가지고 오세요.

 

 잠시 후 김변이 계약서를 가지고 왔다.

 혹시나 감옥 가는 거 보다

 더 나쁜 결과를 초래할 것 같은 조항이 있는지 열심히 찾아보았다.

 

 제1항

 갑(그로스기업, 이하 갑)은 을(홍여빈 이하 을)에게 진행했던 명예훼손 고소를 취하한다.

 제2항

 을은 갑의 사무소에서 일하며, 갑이 원하는 형태의 업무를 진행한다.

 제3항

 갑은 을에게 숙식을 제공하며, 필요한 때에만 생활비 등 일부 금액을 지원한다.

 제4항

 계약기간은 계약 시점부터 육 개월 이후에 종료한다.

  제5항

 계약 기간에 일어났던 일은 계약이 끝난 후에도 외부에 발설하지 않는다.

 이를 어길 때 을은 갑의 피해액을 변상해야 한다.

 제6항

 천재지변 등 부득이한 경우를 제외하고,

 을이 상기 내용을 진행하지 못할 시 을은 갑의 피해액을 변상해야 한다.

 제7

 항이 계약서는 법적인 효력을 발휘한다.

 

 -나는 도장 찍었어요

  그리고 여 빈 씨는 여기에 지문 찍으면 될 것 같네요.

 

 아 육개월만 참으면 돼 별일 없겠지.

 먹고 자는 것도 해결해준다니까 6개월만 버티자.

 지장을 찍었다.

 

 -그러면 여빈씨는 이쪽으로.

 

 김변이 나를 안내했다.

 

 -네 이렇게 양측이 원만하게 계약이 되었군요.

  그리고 이제부터 홍여빈씨는 이세경씨입니다.

  우리회사 안 에서는 말이죠.

 물론 나랑 한번도 얽힌적도, 마주친 적도 없구요.

 

 그때 나는 김변과 나가려고 고개를 잠시 들었다가 그의 얼굴과 시선을 다시 마주쳤다.

 다시 봐도 너무 익숙한 얼굴과 목소리.

 같은 얼굴과 체형이면 비슷한 목소리를 낸다고 그랬다.

 그리고 스친 듯이 다시 본 그의 코는 살짝 매부리코에 콧등이 약간 들어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닮았단 말이야.

 

 김변과 함께 나가서 차를 타고 내 집이라고 정해진 집에 도착했다.

 하얗고 정갈한 오피스텔.

 서울 중심부라 꽤 비쌀 텐데 아니 자기한테 손해 입힌 장본인인 나한테 이런 호의를?

 됐고 모르겠고, 일단 경찰서에서 벗어난 것만 해도 어디야

 엄마한테 전화나 한통하고 잠들어야지.

 

 그때였다. 김변이 막아선다.

 

 -핸드폰은 주셔야겠습니다.

 

 -핸드폰은 왜요?

 

 -지금까지고 계신 핸드폰은 이제 다른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지 않나요.

 제가 다른 핸드폰을 드리겠습니다.

 

 김변은 여빈에게 집 열쇠와 간단한 지침을 알려주고 유도혁 본부장에 다시 전화를 걸었다.

 

 -분부하신 대로 처리했습니다.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물어봐도 되겠습니까

 

 -아, 안 들어도 알 것 같네요. 왜 그런 호의까지 베푸느냐는 거지?

 

 -네…. 우리 사실 대체 단백질보다 먼저 해야 하는 일이 있지 않습니까?

 그 일을 외부까지 전달해줄 사람이 우리 내부인이면 더 안 되지요...뭐 아는 사람이긴 하지만.

 

 -아는 사람이요?

 

 -네, 제가 잘 아는 사람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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