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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죽지마, 첫사랑
작가 : 꿀꿀구냥
작품등록일 : 2022.2.12

“12년 전 그 사고는 단순한 가스누출이 아니었어요. 그분은 살아남으려고 이름도 버렸지.” 나의 첫 짝사랑 서채우와 12년만 만에 고소인과 피고소인으로 마주쳤다. 죽은 줄 알았던 서채우는 다른 이름, 인격으로 같은 서울 하늘 아래 있었다. 그런데 처음 들은 말이 “반가워” 가 아닌 “고소취하 할 생각 없어요” 라니.
내추럴 본 흙수저 기자인 내가 대기업의 비위사실을 폭로해버렸다. 천문학적인 명예훼손 비용을 대고 파산하기 일보직전! 서채우 아니, 서채우라는 이름을 지워버린 유도혁이 내려준 동아줄 하나. 고소 취하하려면 그의 사무실에 인턴으로 위장취업해 우호적인 기사를 써야 한단다. 온갖 궂은 일을 감당 하던 어느날 누군가 나에게 은밀한 실체를 털어놓는다. 보도자료를 내려는 그날, 세상이 시끄러워진다. GLOS 기업 재계 2세의 약혼자가 발표된다? 그리고 그게 나? 입막음 스케일도 장난 아닌 이 남자. 서채우, 너는 어디까지가 진짜인거야?

 
2화, 상 흙수저 수습기자
작성일 : 22-02-12 02:50     조회 : 195     추천 : 0     분량 : 50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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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화, 상 흙수저 수습기자

 

 - 엄마 14만 5천 원 있어?

 

 - 14만 5천 원은 쓸데없이 구체적인데?

 

 - 나 핸드폰 요금 내야 해.

 

 -아니 돈 번다며, 그런데 핸드폰 낼 요금도 없어?

 

 -있었지. 그런데 다른 것도 또 낼 게 있었나 봐. 다 뺏어갔네. 잔액이 빵이야.

 

  참고 참다가 드디어 카드 막기도 한계가 왔다.

 어른이 된지도 벌써 10년째.

 분명 벌고 있는데 끝이 없었다.

 매달 25일이 되면 규칙적으로 월급이 들어오고 정확히 같은 금액이 인출되어 빠져나갔다.

 잔액도 외근 나가서 먹는 샌드위치, 기사 타이핑하면서 쓰는 커피값에 알뜰살뜰하게 내 고생값이 없어졌다.

  외근하지 않으면 일을 하지 않는 거라는 성실한 회사 지침 때문에 수은주가 영하 10도를 밑 돌아도 뚜벅이로 지하철역을 걸었다.

 그리고 다시 모르는 길을 헤매며 취재처를 찾아가야 했다.

 사회 초년생이라 모든게 배로 힘들다는 거 알고는 있었다.

 그래도 나는 견딜 줄 알았지.

 하지만 사정 봐주지 않는 현금 인출 서비스는 그렇게 내 돈을 이번 달에도 빼앗아가서 잔액은 다시 야속한 0원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결제일이 다른 카드를 넣고 현금서비스 버튼을 눌렀다.

 70만 원이 한도라 70만 원 인출을 두 번을 눌러야 한다. 그래야 140만 원을 찾아서 다른 카드빚을 막을 수 있다.

 그렇지만 140만 원을 다 써도 14만 5천원이 모자라 신용등급을 반환하게 생겼다.

 굳이 입 밖으로 꺼내지 않아도 될 이야기이지만 말 나온 김에 해보자면, 내가 받은 월급 167만 원 중 대부분은 저번 달 빚진 카드값으로 빠져나갔다.

 취업준비생 때부터 썼던 카드비용이 조금씩 늘어나기 시작하더니 어느 순간 빚이 생겼다.

 거기에 식대와 그때그때 꼭 필요해서 조금씩 사둔 일용품 비용이 다음달에 어김없이 청구됐다.

 

 얼마 전에 취업한 정규직. 아니 정확하게 말하면 입사하고 3개월이 지나야 정규직으로 임명되는 수습기자 생활은 고달팠다.

 밤 12시 넘어서기까지 이어진 회식과 마감, 아침에는 다시 경주마 모드.

 마감 시간에 맞춰서 여기저기 들었던 소문과 도서관 리포트를 짜깁기 하면 밑천 다 드러낸 실력을 어느 정도 메꿔줄 하루살이 기사를 겨우 즙짜듯 짜낸다.

 그러니 당연히 이 일에 매력이 있을까.

 그렇게 오늘도 퇴근하려고 하는데 상무가 불렀다.

 

 -여빈씨 우리 상담 좀 할까?

 

 -우리 여빈씨는 올해 몇 살이라고 했죠?

 

 -서른입니다

 

 -아아 서른서른. 그랬었지, 맞다, 근데 자기 대학생 같아

 

 -네?

 

 지금 상무가 하는 말을 못 알아들었다.

 

 -자기 참 순수하다고. 지금까지의 작품을 보면 말이야.

 

 상무의 입술이 움직였다. 멍하게 건조하게 주름 진 입술사이에 낀 립스틱 자국만 쳐다봤다.

 뭔가 현실감각이 없어지는 느낌이었다. 상무가 계속 말을 이어간다.

 

 -저번에 나한테 보여준 건 광고죠?

 

 -저번에 어떤 건…?

 

 -그 무슨 화장품 앱 후기 보고 뭐 쓴 거 같던데… 별점 제일 이 토너 사세요! 이었던가….여빈씨 입사지원서를 한번 다시 봤잖아. 혹시 우리 회사 광고회사로 알고 지원했나 하고.

 

 내가 말할 틈을 주지도 않은 상무의 두 눈이 달처럼 활처럼 휘어져 웃고있다.

 

 -근데 딱히 화장품 광고 같지도 않아요. 보면서 전혀 사고 싶은 마음이 없어서. 공부 좀 더 하고 취업해요. 조카 같아서 하는 말이야. 내 말 무슨 말인지 더 직접적으로 안 해도 알아듣죠?

 

 문을 닫고 나서는데 앞에 나를 지켜보던 동기 얼굴이 보인다. 승민 오빠, 주영 언니, 그리고 대영 씨… 동기들도 어쩌면 이 회의실에 들어가는 순간 내가 정리될 것을 알고 있었던 것 모양이다.

 다들 어떤 일인지 묻지도 않고 눈도 맞추지 않는다.

 나도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그리고 마치 예상했던 일인 것 처럼 자연스럽게 밖으로 나갔다.

 

  내가 선택한 회사가 오늘 나를 버렸다.

 아니.

 사실 그런 거 따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내가 실력이 부족해서 짤리는 사실이 쪽팔린 것 보다 당장에 갚아야 하는 식대가 떠올랐다.

 

 다른 사람이 나를 신경 쓰는 것도 싫고 위로받기도 싫고…기민한 자기혐오가 피어올라 회사 옥상으로 나가버렸다.

 사실 어디 좀 멀리 나가고 싶은데 위로 받을 만 하게 쭈그려 앉아 콧물을 풀어내가며 울 만한 곳이 이 넓은 서울에 단 한 곳도 없었다.

 그냥 저 옆에 있는 건물에 누군가가 봐도 사람 형체 하나 제대로 보이지 않는 옥상이 그나마 좀 나은 선택지였다.

 

 한숨을 쉬고 나니 그제야 눈이 뜨거워지는 느낌이 온다.

  아 이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때 승민 오빠가 내 옆에 왔다.

  그는 비록 늦게 입사했지만 회계사 시험 준비한 이력에 듣기 좋은 말도 잘하고, 그리고 결정적으로 이 바닥 최고의 기업인 그로스의 원재료 스트리밍 유통과정에 대해 적나라하게 폭로한 루키였다.

 

 -미안. 나 지금 오빠가 나한테 하려는 말 같은 거 관심 없는데.

 

 -아 나 너한테 무슨 말 하려고 온 거 아닌데?

 

 -그러면 여기 왜 왔어.

 

 -이 녀석아 나는 여기 언제나 이거 먹으러 오지~! 마침 그럴 시간에 네가 온 거고

 

 그가 담배를 들이밀었다.

 

 -한대하시겠어용?

 

 -그럼 나는 돌아갈게. 혼자 담배 재밌게 피워.

 

 돌아서려는 내 뒤에 오빠가 한마디 한다.

 

 -나 이제 퇴사해. 아까 말했어 상무한테.

 

 -그게 무슨 말이야?

 

 -아까는 관심없다며.

 

 내가 홱 돌아서니 승민 오빠가 물었던 담배의 불씨를 툭툭 껐다. 그리고 저벅저벅 걸어서 쓰레기통에 담배를 구겨넣는다. 내 쪽은 한 번도 보지 않고.

 

 -굳이 마음이 안 가는데 오래 있을 이유가 없어서 말이지용!여빈. 밖에서 보자. 기왕이면 저녁에.

 

 누군가가 급하게 다가온다.

 

 -여빈씨 상무님이 좀 보자는데요?

 

 망설이는 눈빛이 갈 곳을 모르고 승민 오빠의 눈빛과 엉겨버렸다.

 

 조금 전까지 나더러 순수하다고 말하던 상무의 갈라진 입술이 다시 뭐라고 말한다.

 

 -여빈씨, 아, 가만 생각해보니 하나 맘에 드는 글도 하나 있더라. 그 뭐 시어버터로 만든 샤워 비누 관련한 기사 있잖아? 그거 나도 잘 쓰고 있는 브랜드거든. 뭐 그 글은 좀 괜찮았어. 조금 더 지켜봐도 될 것 같더라.

 

 정확히 두 시간이 걸렸다.

 순수해서 싫다던 내 기사 중에 하나 더 괜찮은 게 발견되어서 나의 해고를 취소하는데 걸리는 시간.

 승민 오빠가 그만두겠다고 돌발 발언을 하지 않았으면 왠지 일어나지 않았을 것 같은 감상이긴 한데 감사해야 하는 건가.

 

 -아까 내가 말했지? 나중에 밖에서 봐. 기왕이면 저녁에 보는 게 좋고. 더 좋은 건 빨리 보면 좋고.

 

 평소와 같이 재치 있게 웃고 떠나는 승민 오빠의 뒷모습을 멍해진 표정으로 바라봤다.그렇게 떨어질 뻔한 나락과의 줄다리기가 하루 더 연장됐다.

 

 몇 시지?

 핸드폰을 켜고 보니 벌써 열한 시인데 내 모니터 앞에는 겨우 한 줄 정도 쓰여있었을 뿐이다.

 

 <도자기 피부 40대까지 유지하는 방법? 콜라겐 흡수율이 좌우한다!>

 우리 몸속 단백질의 3분의 1은 콜라겐으로 구성돼 있다. 콜라겐은 피부, 뼈, 연골, 근육 등 우리 몸 대부분을 구성하고 있어 인간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로 여겨진다…

 

 내가 쓰고도 현타오는 제목,

 아니 누가 도자기 피부 유지하려면 어떤 여자 연예인이 얼마를 들여서 어디 가서 어떤 시술을 했는지 궁금하지, 개나 소나 다 아는 콜라겐 흡수율이 대수인가.

 이걸 또 써서 내면 겨우겨우 잡은 마지막 기회도 허망하게 무너질 것 같았다.

 어휴. 그러면 얼마 전에 취재 갔던 업체랑 몇 개 새로운 상품 출시한다는 내용 엮어서 써볼까.

 요즘 화장품산업 트렌드 전망. 뭐 이런 식으로?

 아닌데. 이렇게 쓰면 저번 주 마감에 썼던 기사와 다를 게 없는데…

 마음이 답답해 물을 한 잔 마셨다. 그 순간 번뜩 머리에 스친 생각.

 

 승민 오빠 그때 그로스 기업 취재해서 크게 점수를 받은 적이 있다.

 분명 수습 때는 그 정보를 알려주지 않았을 테지만 이렇게 퇴사를 하기로 한 이상, 혹시 몰라 더 알고 있는 정보가 있을지. 전화를 건다.

 

 -오빠. 나야 혹시 그때 그로스가 무슨 신규 사업 진행한다고 오빠가 말한 거 같은데.

 

 -올! 오래간만에 훌륭한 자세다. 인사는 생략, 내 용건 먼저, 당신은 내 이야기 듣기만 하세요.

 

 -아 미안. 내가 너무 마음이 급해서 ...혹시 그거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알아?

 

 -그거 그거 아…. 기억이 날듯 말듯…. 엄청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인 건 기억이 나는데

 

 - 잘 좀 생각 해봐. 기억력 좋잖아.

 

 - 고기 먹으면 생각날 듯.

 

 그렇게 고기 접대안은 타결이 되었고 우리 둘은 회사 근처의 모 포차에 들어갔다.

 이 포차의 시그니처 메뉴인 다포리 국물을 진하게 우려낸 수제 우동과 차돌박이에 숙주 볶음을 시켰다.

 

 -사장님 여기 진로 한 병 주세요

 

 방금 차가운 데서 나와 수증기로 외벽이 뿌연 소주가 자리에 탁 놓인다

 쓰아

 첫맛이 달다. 그리고 어디선인지 맡아본 실험실 청개구리 냄새가 코를 치고 들어온다.

 마음 고생 다이어트 중이라 술맛이 더 단 건가.

 그래도 이렇게 부르면 바로 나와주는 동기가 있어서 고마운 마음이었다.

  마음도 술이 들어간 식도처럼 풀어졌다.

 늘 내 작금의 불쌍한 상황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옛 동료밖에 없기도 하고 동정표에 한잔 더 중요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아서 더 사적인 이야기가 오갔다.

 승민오빠는 역시 회계사 준비 이력과 명문대 출신 이력으로 헤드헌터 콜을 받고 대기업으로 들어간다고 했다. 역시 같은 레벨의 사람이 아니었나보다.

 

 - 야… 진짜 대단하다 박승민. 그래서 헤드헌터 콜 받고 좋은데 들어갔다는 거네 지금. 거봐 그냥 퇴사는 절대 안 하지. 오빠같이 똑똑한 사람이.

 근데 나는 왜 이럴까. 진짜 이런 신세 한탄은 별로 안 하고 싶었는데 나 진짜 인생 망한 거 같아. 나 왜 이 길로 들어왔을까 차라리 그냥 일반 기업 취업 준비할걸.

 

 - 일반 기업 취업 준비하면 너 뭐라도 바로 될 것 같아?

 

 - 우씨…. 약 올리지 마

 

 소주가 꽤나 들어갔을 때 승민 오빠가 나를 문득 본다.

 이미 눈빛은 좀 풀려 있는 거 같은데 이 오빠가 취재원한테 들은 거 나한테 말해줘야 할 텐데.

 

 -오빠 내가 누구한테 신세 지는 거 정말 싫어하는데 이번에 한번 신세를 져야 할 것 같아

 

 -뭐 그거 말해달라고? 내가 마지막까지 쥐고 있는 핫 이슈? 너 근데 내가 그거 말해줄 거라고 생각한 거야?

 

 -오빠 나는 지금 너무 심각해. 오빠 퇴사 덕인지 뭔지 그거 때문에 겨우 회사에 남아있어 상무가 나를 엄청나게 노리고 있다고 여차하면 자를 거야 아니 이미 그렇게 말도 했었고.

 

 -진짜 그로스는 엄청난 걸 준비하고 있지

 

 -그래 오빠 거기 취재원이랑 만나서 엄청 대단한 거 많이 뽑았잖아. 신소재 사업도 그렇고

 

 -그래…. 진짜 엄청난 거.

 

 -근데 왜 이야기를 안 해?

 

 -엄청나거든…. 그걸 한 번에 말하면…. 네가 나 다시 안 만나 줄 거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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