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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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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 일희삼
작품등록일 : 2022.2.1

소개팅이 엇갈려 우연히 만난 극작가와 연극배우가 11살이라는 나이차를 극복하고 서로의 꿈을 응원하며 사랑의 아픔을 치유하는 이야기.

 
제 12화. 보름달.
작성일 : 22-02-12 01:39     조회 : 202     추천 : 1     분량 : 3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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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찬우는 글을 쓰기 시작했다. 친구의 고민과 걱정을 듣고 온 직후였다. 벌써 찬우의 글은 틀을 잡아가고 있었다. 오랜만에 글을 쓰다 보니 처음에는 버벅였지만 몇 년 동안이나 그가 해왔던 일이었다. 아무리 3년이란 시간 동안 쉬었다 한들 몸 안에서 흐르던 작가의 피는 속일 수 없는 법이다.

 

 언제 마지막으로 이렇게 많은 양의 글을 썼는지 기억이 나지 않았다. 찬우는 방금 민석이 보였던 표정과 심리, 감정을 묘사했다. 그리고 새로운 남자의 등장으로 인한 민석의 시들음까지.

 

 한편으로는 죄책감도 들었다. 친구의 슬픔을 소재로 사용한다는 건 그다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어쩌면 민석이 ‘최악의 연애가 도사린다’를 할 때 모든 걸 쏟아 부은 건 그 때문일지도 몰랐다. 한 여자를 위해 썼던 희곡이 그녀 없이 만들어진다는 건 알맹이 없는 빈껍데기에 불과했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민석이 얼마나 괴로웠을지 상상이 가지 않았다. 겉으로는 아무렇지도 않은 척 했지만 이미 떠난 사람의 이야기를 만든다는 건 절대 유쾌한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민석을 위해 글을 쓰고 싶었다. 자신의 글을 통해 민석이 스스로를 객관적으로 볼 수 있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는 더 이상 불행하지 않다고. 그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다고.

 

 지혜라는 사람을 알게 되고 민석이 얼마나 많이 바뀌었는지 말이다.

 

 글 속에서 찬우의 주인공은 드디어 어두운 방에서 나와 달빛을 봤다. 아직 밤이고 어둡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달빛이야말로 얼마나 밝고 영롱한지, 주인공은 깨닫는다. 밤의 나방들이 보름달을 향해 나선형을 그리듯. 어두운 밤일지 모르지만 누군가에게는 작은 별빛마저 희망일 수 있었다.

 

 . . . . . .

 

 희진은 이미 도착해서 안주로 시킨 해물파전을 먹고 있었다. 양 볼 가득 파전을 가득 담아놓고는 다람쥐 같은 손으로 이제 막 들어오는 지혜에게 손인사를 했다.

 

 지하에 위치한 빈대떡집에는 희진 외의 손님은 아무도 없었다. 지혜가 희진의 맞은편에 앉자 중년의 여점원이 막걸리 잔을 갖다 줬다. 희진은 파전을 오물거리면서도 지혜의 잔에 맑고 흰 막걸리를 가득 부었다.

 

 “언니. 오늘은 맘껏 마셔.”

 

 간신히 입 안을 깨끗하게 비운 희진이 말했다. 지혜는 아무 말 없이 자신의 잔만 내려다봤다.

 

 “안 먹을 거면 내가 다 마신다?”

 

 “됐어. 술도 못하는 애가 무슨……”

 

 지혜는 막걸리가 넘치지 않게 조심스럽게 잔을 들어 원샷했다. 희진은 곧바로 잔을 다시 채웠다.

 

 “나 정말 어떡하지. 그 사람 많은 데에서 뭘 한 거야……”

 

 “언니는 그게 걱정이야? 그 미친 소시오패스 남자 친구 욕부터 박아야지. ……사람들 별로 없었으니까 걱정하지 마. 극장 식구들도 없었어. 나 밖에 못 봤을 거야.”

 

 “모르겠어. 내 인생 최악의 날이야. 그 놈 나타난 것도 그렇고 그리고……”

 

 “일단 한 잔 마셔봐, 언니.”

 

 희진은 자신의 잔을 들고 지혜에게 건배를 권유했다. 지혜는 가득 찬 잔을 조심스럽게 들어올렸다. 희진이 이를 놓칠세라 건배를 하는 바람에 막걸리가 웃옷 위로 튀었다.

 

 옷을 갈아입고 다시 나왔을 때 민석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분명 그 전까지 지혜의 기분을 헤아리며 어떻게든 놀란 마음을 달래주려 했다. 그러나 그 잠깐 사이 어둠의 수풀 속에 숨어 있는 표범을 본 가젤의 얼굴과 같았다.

 

 “그래서, 그 남자는 누구야?”

 

 희진은 지금까지 참아왔던 질문을 던졌다. 조금은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건드려서는 안 될 것만 같은 깨지기 직전의 유리창 앞에 선 겁먹은 아이처럼. 어쩌면 이제는 숨겨왔던 진실을 알아야만 하는 단호한 표정으로 말이다.

 

 지혜도 그런 희진의 속마음을 알 수 있었기에 되려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

 

 막걸리로 목을 축이고는 민석에 대해 입을 열었다.

 

 “이번에 알게 된 남자야. 그 사람을 좋아하고 있어.”

 

 희진은 우연히 모래알 속에 있던 사금을 찾은 아이마냥 미소를 지었다.

 

 “어떤 사람이야?”

 

 “자세히 말해줄 수는 없고. 너도 조만간 알게 될 거야. 그래서 사실은 많이 걱정 돼.”

 

 “언니가 그렇다니까 구체적으로는 묻지 않을게. 그냥 그 사람에 대해서만 알려줘.”

 

 “나를 처음으로 존중해주고 이해해준 사람이야.”

 

 지혜를 그렇게 말하고는 희진의 표정을 살폈다.

 

 “물론 너를 제외하고. 남자 중에서 말이야.”

 

 지혜가 그렇게 말하자 희진의 표정이 조금은 풀렸다.

 

 “언제 그렇게 느낀 거야?”

 

 “그냥. 매 순간. 처음 만났을 때에도. 그리고 방금 전에도. 단 한 번도 빠짐없이 알 수 있었어.”

 

 “그렇다면 보통 남자는 아니라는 건데…… 그런 남자가 과연 언니를 좋아할까?”

 

 희진의 장난에 지혜가 그녀에게 꿀밤을 먹였다.

 

 “나 진지해. 장난칠 기분 아니야.”

 

 “하긴. 그 소시오패스랑 몇 년을 만났는데. 어떤 남자든 안 좋겠어.”

 

 “그래. 옆에서 그렇게 계속 풀어주니까 좋네.”

 

 계속되는 희진의 장난에 지혜는 두 손 두 발을 들었다.

 

 “그치?”

 

 지혜는 코끝을 찡그리고는 막걸리를 잔에 채웠다. 이번엔 먼저 건배를 건넸다.

 

 그리고 방금 전 자신이 한 말을 곱씹어 보았다. 딱 그 말이 맞았다. 자신을 처음으로 존중하고 이해해준 사람이었다. 흔히 말하는 콩깍지는 분명 아니었다. 처음 만난 사람이란 조심성도 아니었다. 사과나무에서 사과가 자라듯 민석의 다정한 행동과 말투는 으레 당연한 것이었다.

 

 “좋겠다. 나는 언제쯤 그런 남자를 만나 보나?”

 

 희진은 막걸리 잔을 소리 나게 내려놓고는 허공을 보았다. 마치 술을 먹는 여자 친구가 걱정 돼 한걸음에 다가온 남자가 거기에 서 있다는 듯. 평소에도 술이 약한 희진은 몽롱한 시선으로 환상 속 남자에게 눈웃음을 지어 보였다.

 

 “너도 분명 좋은 남자 생길 거야. 니가 좋은 애잖아.”

 

 지혜가 말하자 희진은 괜히 그녀를 째려보았다.

 

 “배부른 사람들이 그런 얘기 쉽게 하지!”

 

 희진은 귀엽게 성을 내고는 막걸리 대신 물을 벌컥벌컥 들이마셨다.

 

 

 

 완전히 술에 취한 희진을 데려다주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지혜는 지난번 민석이 자신을 집으로 데려다주며 발걸음을 떼지 못하고 뒤를 돌아 걷던 모습을 떠올렸다. 마치 오랜만에 만난 손주를 떠나보내는 할아버지의 눈망울처럼 맑고 아쉬움이 가득한 얼굴이었다.

 

 지혜는 문득 그 얼굴이 다시 보고 싶어졌다. 벌써 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었지만 밤하늘에 뜬 달처럼 매일 봐도 또 보고 싶은 게 바로 민석이었다. 수천 년 동안 사람들이 달을 봐왔지만 달에 대한 찬시를 쏟아냈듯이 지혜는 민석에 대한 그리움이 점점 더 커져만 갔다.

 

 하지만 극장 앞에서 굳은 표정으로 돌아가던 민석을 떠올리면 조금은 시무룩해졌다. 아직 헤어지지 않은 남자 친구와 함께 있는 모습을 보인다는 게 좋은 건 아니었다. 특히 민석처럼 갑작스럽게 스파크 같은 설렘을 느낀 사람에게는 더더욱 그랬다. 딱 그 말이 맞았다. 두 사람은 번개였다. 어디로 떨어질지 몰라 이리저리 몸을 꺾으며 떨어지는 번개처럼, 갑작스럽게 붙은 호감은 언제 쉬이 사그라질지 예측할 수 없었다. 주변을 훤히 밝힐 수는 있지만 그 시간은 너무나도 짧았다. 뒤이어 들려오는 천둥은 번개를 피하지 못한 불운을 비웃기라도 하듯 낮고 걸걸하게 웃어댔다.

 

 지혜는 금세 먹구름 낀 밤하늘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듯 표정이 어두워졌다.

 

 집 앞에서, 지혜는 혹시 민석이 자신을 바래다주진 않았을까 주변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묵묵히 제 할 일을 하는 가로등만이 주변을 비출 뿐이었다. 지혜는 헛된 기대는 하고 싶지 않아 시선을 아래로 고정하고 집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지혜의 핸드폰으로 문자 한 통이 날아왔다.

 

 동시에 먹구름이 가렸던 달이 조금씩 얼굴을 들어냈다.

 

 ‘내일 만나고 싶어요. 단 둘이.’

 

 바로 민석의 문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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