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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얼음 속 불꽃이 되어
작가 : 비나린
작품등록일 : 2022.2.4

불을 다루는 여인과 물을 다루는 사내의 만남은 득일까 독일까. 그들은 철저하게 상극이였으며, 철저하게 닮아있었다. 동맹으로 만들어낸 인연일지 모르나 그 끝엔 운명이었음을.
(나오는 나라는 전부 허구이며, 작가의 상상에서 비롯된 배경입니다. 여러 어휘나 명칭들은 조선시대를 참고 했으나, 편의를 위해 완전히 동일하지는 않음을 밝힙니다.)

 
합궁은 어떠셨나요?
작성일 : 22-02-11 23:38     조회 : 185     추천 : 0     분량 : 47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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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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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찌 그리 활을 잘 쏘십니까?”

 

 “어릴 때부터 유난스러울 정도로 활을 좋아했습니다. 정작 남동생들은 하기 싫어 안달이었는데 저는 훈련을 시켜달라고 난리였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훈련장 옆 정자에 자리를 잡고 진영이 가져온 소소한 다과상을 즐겼다. 주변에 우뚝 솟은 소나무에는 새들이 짹짹거리며 앉아있었다.

 

 “간혹 활쏘기에 특출난 분들이 있기는 합니다만, 공주마마와 같은 실력은 제가 본 사람 중 단연 으뜸입니다.”

 

 “하하, 그럼 뭐합니까? 내기에서 졌는데.”

 

 그의 칭찬에 살짝 웃다가 금세 뾰로통한 얼굴로 말했다. 마지막 화살이 빵점이었으니 그럴 수밖에. 물론 반칙이라고 따질 수 있긴 했으나, 굳이 그러지 않았다.

 

 “원래는 좀 더 강력한 소원을 말하고 싶었지만, 반칙한 제 잘못도 있으니 가벼운 소원 하나 들어주시죠. 공주마마.”

 

 “얼마나 가벼운지 들어나 볼까요.”

 

 “음, 저랑 뭐 하나 합시다.”

 

 “같이요?”

 

 “네.”

 

 의아한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러자 차온은 조금 민망한지 내가 비운 찻잔에 꽃차를 부으며 덧붙였다.

 

 “친구 해요. 우리.”

 

 전혀 생각지도 못한 소원에 멀뚱히 그를 바라보았다. 뜬금없이 무얼 하자길래 거래라도 하자는 줄 알았는데.

 

 친구?

 

 “차온군마마 입장에서 그다지 이득은 아닌 것 같은데요?”

 

 “어쩌면 엄청난 이득일지도요.”

 

 “왜요?”

 

 “음 뭐, 쉬이 친해질 수 있는 사람은 아니지 않습니까. 공주마마께선.”

 

 “벗도 많으실 것 같은 분이 의외네요. 그런 소원이라니.”

 

 나라면 더 가치 있는 소원을 말했을 것이다. 이왕이면 온해국에서 가장 맛있는 술을 구해다 달라던가 뭐 그런 소원.

 

 “뭐, 제가 온해국에서 인기가 많긴 하죠. 아주 도성을 나가면 난리입니다. 난리.”

 

 “에이, 난리까지야…”

 

 “엇, 진짜입니다. 제 입으로 말하기 좀 그렇지만 제 별칭이 절미라구요. 절세미남의 줄임말.”

 

 “푸하하!”

 

 사뭇 진지한 그의 말에 소리 내 웃었다. 나만 웃긴 건 아니었는지 옆에 서 있던 진영도 쿡쿡 웃다 겨우 웃음을 참았다.

 

 “아니 왜 웃으십니까?”

 

 “대단한 절미군과 친구하니 너무 좋아서요.”

 

 “방금 그 말은 저를 놀리는 것이지요? 공주마마께서 분명 저를 놀리셨습니다?”

 

 "눈치도 빠르셔라."

 

 차온이 장난스럽게 얼굴을 찌푸렸다. 콧잔등이 잠시 올라갔다 내려왔다.

 

 “아, 이왕 벗이 된 된 김에 물어볼 것이 있는데.”

 

 “무엇입니까?”

 

 온해국에서 처음 사귄 친구이기도 하니 이왕 이렇게 된 거 고민거리를 하나 털어볼까 해서 운을 뗐다.

 

 왠지 그라면 좋은 답을 줄 거 같기도 해서.

 

 “사랑하는 이를 빼앗긴다면 어떻게 하실 건가요?”

 

 내 물음에 그는 조심스럽게 되물었다.

 

 “질문의 의도가 무엇인지 먼저 물어도 됩니까?”

 

 그래. 이건 민감한 이야기가 맞았다. 누가 들어도 세이의 이야기였고, 그 질문을 꺼낸 건 다름 아닌 빼앗을 사람이니까.

 

 “다른 목적은 없습니다. 그저 어떻게 하면 가장 최선일까 생각 중이라서요.”

 

 “최선이라..”

 

 솔직히 내가 이런 고민을 한다는 것 자체가 지나치게 모순적이긴 했다. 뭐 그런 거 있지 않은가. 길거리에 돌아다니는 막장 소설에 나오는 악녀 같은 존재.

 

 아마도 세이에게는 내가 그런 존재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이 문제에 대해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민감한 문제인 만큼 해결을 잘 해나가야 하니까. 그래서 세이의 감정을 공감해보려 노력 중이었다.

 

 한참을 고민하던 차온이 어렵게 입을 열었다. 나는 조용히 그의 의견을 들었다.

 

 “솔직히 말해도 됩니까?”

 

 “그럼요.”

 

 “된다면 무슨 일이라도 할 겁니다. 적어도 저는 그럴 것 같습니다.”

 

 차온이 희미하게 웃으며 말했다.

 

 

 …

 

 

 

 “정말 너무하십니다.”

 

 “사정이 있었다. 네가 생각하는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으니 이제 그만 화를 풀어.”

 

 “소녀를 생각하신다 약조하셨잖아요. 헌데 어찌…”

 

 “그저 남들 눈을 속이기 위해 그리 말을 한 것이다.”

 

 하온은 세이를 달래듯 말했지만 이미 토라진 그녀는 눈물만 가득 머금었다. 합방일이 지나고 부리나케 달려온 그녀는 합방이 무사히 이루어졌다는 소식을 들었다.

 

 충격이 가시질 않았다. 연모하는 이를 두고 다른 여인을 안았다니, 분하고 괘씸했다. 그는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지만 그녀는 이미 기분이 상한 뒤였기에 하온의 말이 들리지 않았다.

 

 “그럼 어찌 사냥까지 취소하신 거에요?”

 

 “…사정이 생겼다고 하지 않았느냐.”

 

 “그러니까 그 사정이 뭐냔 말입니다!”

 

 “…”

 

 하온은 세이의 물음에 쉽사리 대답하지 못했다. 자신이 술을 꽃차라 착각하고 마신 탓에 취해버렸고, 이 때문에 신의 힘이 폭주했다는 사실을 말하기 싫었다.

 

 그리 말하면 또다시 자신은 괴물이라 손가락질받을 게 뻔했으니까.

 

 물론 세이가 자신을 보고 빙괴(氷怪)라 말한 적은 없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말하면 그녀의 아비에게 들어갈 것이고, 그럼 밤에 일어났던 일이 순식간에 퍼져나갈 것이다.

 

 결국, 하온은 끝까지 사정을 말해주지 않았다.

 

 하온의 표정이 점점 굳어지자 그녀는 모든 게 서러워졌다. 그럴수록 단희가 미웠다.

 

 “저에요, 단희 공주마마에요?”

 

 “어?”

 

 “저를 양제로 들이신다 했으니, 앞으로 저와 후사를 보실 때까지 공주마마와 합궁을 하지 않는다고 약조해 주세요.”

 

 세이의 말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떼를 쓰는 어린아이도 아니고 그런 약조를 해달라니. 골치가 아팠다.

 

 “어차피 하지 않는다고 말하지 않았느냐.”

 

 “그러니 약조를 해달라구요.”

 

 하온은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그녀는 그제야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 이만 다과회 때문에 물러가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다녀오거라."

 

 

 …

 

 

 형형색색의 당의와 어우러지는 장신구들로 한껏 치장한 여인들이 속속들이 들어와 자리에 앉았다. 다과회는 어느 때보다 들뜬 분위기였다. 벌써부터 피어나가는 이야기의 꽃은 단연 단희공주였다.

 

 곧 세자빈이 될 몸이니 이목이 쏠리는 것이 당연했고, 더불어 빈궁으로 내정되어 있던 세이도 하나의 이야깃거리였다.

 

 양반가 여인들이 세이를 바라보았다. 이미 그녀는 고고하게 앉아 차를 음미하는 중이었다. 머리에 꽂은 장신구가 누구보다도 반짝거리고 화려했다. 여인들은 그런 세이를 보며 수군거렸다.

 

 원래 궁중 법도 상 궁에서 행해지는 행사에서는 왕실 여인들보다 화려한 장신구는 삼가야 했다. 하지만 세자의 총애를 받는 세이가 그런 법도를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뭐라 할 수 있는 사람은 없었다. 대신 눈꼴만 좀 시릴 뿐.

 

 어느 정도 자리가 정돈되자, 궁녀 하나가 사람들에게 알렸다.

 

 “단희 공주마마 드십니다.”

 

 그 말에 다들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숙였다. 덕분에 웅성거림도 잠시 멈추었다.

 

 단희는 상대적으로 수수했다. 참석한 사람들과 인사를 나눈 뒤 있을 내명부 여인들과의 담소를 위해 단정하게 단장을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풍겨오는 그녀의 기품은 남달랐고, 자리로 향하는 걸음걸이 또한 꼭 새처럼 가벼우면서도 우아했다.

 

 “정식으로 인사드립니다. 가희국 공주이자 온해국의 세자빈이 될 김단희라 합니다.”

 

 “예, 마마.”

 

 “아직 온해국에 대해서 잘 몰라 미숙한 부분이 많으니 잘 부탁드립니다.”

 

 고개를 살짝 숙여 참석한 이들에게 인사를 했다. 다들 얼굴에는 호기심이 가득했다. 그래, 궁금하지 않을 수가 없겠지. 타국의 공주가 세자빈이 된다 하니.

 

 다들 자리에 착석하고 나는 차를 마시며 목을 축였다. 아까 차온과도 마셨던 차라 조금 물리는 감이 있었지만 나쁘지는 않았다.

 

 “세자 저하와의 합궁은 어떠셨나요?”

 

 그때, 무례한 질문 하나가 귀로 흘러들어왔다. 마시고 있던 차를 급히 내려놓았다.

 

 “오랜만이네요. 한세이낭자.”

 

 그녀는 어느 때보다 또렷한 눈동자였다. 조용히 인사말을 건넸다. 그녀를 보자 저절로 미간이 찌푸려졌지만, 얼른 인상을 폈다.

 

 공개적인 자리에서 또 무슨 소리를 하려고 이려나 걱정이 되었다. 이미 그녀는 전적이 한 번 있었으니까.

 

 차온의 말대로 세이를 심정을 이해하라면 이해할 수는 있었다. 어떻게든 나를 물리치고 하온을 되찾고 싶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식으로 무례하게 구는 것을 마냥 당해줄 생각은 없었다. 어디까지나 사적인 감정싸움은 서로 감당이 되는 부분에서만 행해져야 하는 게 맞았다.

 

 모두가 보는 앞에서 싸움을 거는 건 어리석은 짓이야.

 

 “세자 저하께서는 비통하여 소녀를 꼭 안아주셨습니다. 어쩔 수 없었다면서...”

 

 “오, 그렇습니까.”

 

 일부러 관심이 없다는 듯 무심하게 대답했다. 하지만 이미 주변은 우리의 대화에 집중하고 있었다. 그녀는 이런 관심을 노린 게 분명했다. 한숨을 작게 쉬었다.

 

 “제 아버지께서는 공주마마를 보고 이렇게 말씀하시더군요.”

 

 “어떻게 말씀하시던가요.”

 

 “공주마마께선 그저 대의를 위해 존재하는 꼭두각시일 뿐이라고요.”

 

 오호라. 그런 얘기를 서슴없이 하겠다? 그것도 오늘같이 중요한 다과회에서. 나는 그녀의 말에 미소를 활짝 지었다. 그 미소에 그녀는 조금 움찔거렸다.

 

 “설마 그런 꼭두각시를 부러워하는 건 아니지요?”

 

 “어찌 부러워한답니까?”

 

 내 물음에 세이가 답했다. 기세등등한 모양새로 어깨에 힘이 들어간 상태였다. 그래, 그래야지. 나를 부러워하면 안 돼. 넌.

 

 난 너 같은 아이가 감당할 수도 없는 자리를 원하는 사람이거든. 누구보다도 욕망으로 가득 찬 사람이 바로 나였다.

 

 사내 하나 빼앗겨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드는 그녀가 꼭 불나방 같았다.

 

 “세이낭자가 어서 후궁으로 입궁했으면 하는데.”

 

 “…네?”

 

 순식간에 주변이 시끄러워졌다. 내 말이 너무 뜬금없었나. 하긴 그럴 만도 했다. 꼭두각시라며 나를 대놓고 깎아내리는 세이를 면박 주기도 모자를 판에 입궁이라니 어이가 없을 것이다.

 

 세이도 나를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바라보았다.

 

 “입궁하라구요. 저하의 후궁으로.”

 

 “진심이십니까?”

 

 그래. 답은 간단하잖아. 그를 원한다면 그를 주면 그만이었다. 어차피 나와 하온은 동맹으로 이루어진 사이니까.

 

 세이가 그렇게도 억울하다면 그냥 곁에 있도록 하면 될 일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저런 골칫덩이는 옆에서 감시하는 게 더 편하기도 하고.

 

 그래. 너의 뜻대로 하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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