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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
쇼윈도 가족
작가 : 글묵
작품등록일 : 2022.1.12

사랑과 우정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욕망.
금지 된 사랑이 남긴 상처. 그 상처를 뛰어 넘어 다시 찾아 온 사랑.

 
21. 자존심
작성일 : 22-02-11 19:53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469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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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 자존심

 

 수정이 서가에 꽂혀있는 오래된 앨범 하나를 꺼냈다.

 앨범 한 장을 넘겼다.

 성호와 수정의 결혼사진이다.

 누가 봐도 행복해 보이는 신랑·신부의 모습이다.

 다시 앨범 한 장을 넘겼다.

 사진 속 신랑·신부가 환하게 웃고 있다.

 수정이 회한에 가득한 눈빛으로 사진을 바라보다가

 앨범에 꽂혀있는 결혼사진을 몽땅 꺼냈다.

 한 손엔 가위를 한 손엔 사진을 들었다.

 가위가 사진을 향해 크게 입을 벌렸다.

 가위와 사진을 들고 있던 그녀의 양손이 덜덜 떨었다.

 막상 사진을 자르려니 힘이 드는 모양이다.

 가위를 내려놓고 사진을 쓰레기통으로 처박아 넣었다.

 잠시 뒤. 쓰레기통에서 사진을 꺼내더니 다시 사진을 자르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결혼사진은 잘려나갔다.

 사진을 다 자르고 나니 속이 후련했다.

 

 “잘했어. 정수정. 정말 잘했어. 그래, 이렇게 끝내는 거야.”

 

 ***

 

 다향에서는 아직도 불빛이 희미하게 새어 나왔다.

 

 “수정이가 당신한테도 그런 말을 했어?”

 “어.”

 “정말 끝까지 잔인하네.”

 “…….”

 “애들은 어떻게 하기로 했어?”

 “그 사람이 혼자 나가서 살고 싶대.”

 “뭐?”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싶은가 봐.”

 “수정이가 그동안 얼마나 힘이 들었으면 그런 말을 다 했을까?”

 “나도 힘들었어.”

 “우린 가해자니까 당연히 벌을 받아야지.”

 

 성호가 씁쓸하게 웃었다.

 

 “수정이 이 등신 같은 계집애는 다 자기 잘못이래.”

 “그 사람이 그런 말을 했어?”

 “술 마실까?”

 

 술의 힘이 필요했다. 지원 자신도 또 성호에게도

 

 “어”

 

 지원이 술을 가지러 주방으로 향했다.

 조금 있으니 소주 한 병과 소주잔 두 개와 안주로 코다리찜을 가지고 나왔다.

 성호가 소주를 잔에 따랐다.

 

 “민우 이번에 수능 보지?”

 “응”

 “수능이 낼 모렌데 일찍 들어 가 봐야 안 돼?”

 “내가 일찍 들어간다고 달라지는 건 없어.”

 “그래도 아빠니까……. 신경은 좀 써야지.”

 “지원아…….”

 “응”

 “이제 숨이 좀 쉬어진다.”

 

 지원의 마음은 더 무겁고 답답하였다.

 

 ***

 

 슬기 엄마가 출근하였다.

 

 “이모 오셨어요!”

 “엄마는?”

 “작업실에요.”

 “아침은 먹었어?”

 “네.”

 “오늘 학교 안 가?”

 “수업이 오후에 있어요.”

 “그래?”

 “이모”

 “응”

 “이모 딸, 우리 학교에 다닌다고 했죠?”

 “응”

 “딸내미 사진 있어요?”

 

 상욱은 확인하고 싶었다.

 

 “어. 있지. 근데 왜?”

 “우리 학교 학생이라니까 궁금해서요.”

 

 이모가 핸드폰을 꺼내 앨범에 저장된 딸의 사진을 보여주었다.

 

 “우리 딸이야.”

 

 이모가 자랑스럽게 말했다.

 

 “정말 이 친구가 이모 딸이에요?”

 “왜, 우리 슬기 알아?”

 

 짐작대로 슬기는 이모의 딸이었다.

 

 “아 아뇨.”

 “…….”

 “정말 예쁘게 생겼네요.”

 “그렇지?”

 

 딸이 예쁘게 생겼다는 소리에 이모는 기분이 좋았다.

 

 “상욱아”

 “네.”

 “그럴 리는 없겠지만. 혹시라도 우리 슬기, 학교에서 마주치게 되더라도 모른 척 해 줘. “

 “이모”

 “응”

 “왜 그래야 하는데요?”

 

 생각지도 않았던 상욱의 반응에 이모가 당황하였다.

 

 “…….”

 “왜 모른 척해야 해요? 이모가 뭐 나쁜 짓 했어요?”

 “나도, 네 엄마처럼 돈 많고 잘나가는 엄마였다면, 우리 슬기한테 자랑스럽게 다가갈 수가 있어. 나도 그런 엄마가 되고 싶어.”

 “누구보다도 열심히 사시면서 왜 당당하지 못하세요?”

 “엄마니까! 엄마라서 그래.”

 “…….”

 “고생시키는 것도 미안하고 마음이 아픈데…어떻게 떳떳할 수가 있겠어?”

 

 이모가 갑자기 서럽게 울었다.

 

 “미안해요. 이모. 제가 생각이 짧았어요. 잘못했어요.”

 

 상욱이 전전긍긍하며 이모를 달랬다.

 이모가 좀 진정이 되자 다시 입을 열었다.

 

 “우리 슬기 알고 있었니?”

 “방금 사진 보고 확실히 알게 되었어요.”

 “그래, 그랬구나!”

 

 이모의 입에서 탄식이 흘러나왔다.

 

 “…….”

 “가진 사람들은 없는 사람들의 마음을 잘 몰라.”

 “…….”

 “없는 사람들이 왜 자존심이 강한 줄 알아?”

 “네?”

 “없어서 자존심이 강한 거야.”

 

 상욱이 모르겠다는 얼굴로 이모를 쳐다보았다.

 

 “없으니 몸도 마음도 자꾸만 쪼그라드는 거야. 남은 건 달랑 자존심 하난데. 그걸로

 버티고 겨우겨우 사는 거지. 우리 슬기도 자존심이 강해. 내 말 무슨 뜻인지 알겠지?”

 

 상욱은 더 할 말이 없었다.

 

 “네. 무슨 말씀인지 알아요. 이모가 걱정하시는 일 안 할게요.”

 “그래, 고맙다.”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나 가난이 무엇인지도 모르며 살아왔기에.

 이모와 슬기의 행동이 이해하기가 어려웠다.

 

 “뭔 이야기를 그렇게들 심각하게 해?”

 

 언제 나왔는지 엄마가 다가왔다.

 

 “그게…….”

 

 이모가 당황하였다.

 

 “요즘 부쩍 날씨가 쌀쌀하잖아. 그래서 두 분 옆구리가 살짝 걱정되네.”

 “네가 그런 걱정을 뭐 하러”

 “내가 엄마 아들이고 또 우리 사랑하는 이몬데……. 걱정 안 되겠어?”

 “…….”

 “주위에 괜찮은 아저씨 있으면 놓치지 말고 콱 잡으라고…….이모한테 당부하고 있었어.”

 

 상욱이 대충 둘러댔다.

 

 “별 싱거운 소리 다 하고 있네.”

 

 엄마가 콧방귀를 꼈다.

 

 “근데, 자기 얼굴이 왜 그래?”

 “내 얼굴이 뭐?”

 

 이모가 의식적으로 엄마의 시선을 피했다.

 

 “울었어?”

 “울긴!”

 

 이모가 도망가듯 얼른 자리를 떴다.

 

 “얘, 아들! 이모 무슨 일 있어?”

 “나도 몰라.”

 

 상욱도 엄마를 피해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분명 무슨 일이 있긴 있는데…….”

 

 엄마가 고개를 갸우뚱하며 말하였다.

 상욱이 등교를 하자 엄마가 이모를 불렀다.

 

 “같이 차 한잔하자,”

 

 이모가 커피 두 잔을 가지고 거실로 나왔다.

 

 “앉아.”

 

 이모가 엄마의 맞은편에 앉았다.

 

 “마셔.”

 

 이모가 말없이 차를 마셨다.

 

 “아까 왜 울었어?”

 “…….”

 “상욱이한테 할 수 있는 말을 왜 나한테는 못하는데?”

 

 엄마가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우리 슬기 때문에 속이 좀 상해서.”

 “슬기가 속 썩여?”

 “그런 거 아냐.”

 “그럼 왜?”

 

 이모는 쉽게 말이 나오지 않은 지 한숨만 내리 쉬었다.

 

 “그게 뭐냐 하면…….”

 

 이모가 무겁게 입을 뗐다. 이모로부터 이야기를 다 전해 들은 엄마는 이모의 손을 꼭 잡았다.

 

 “네가 뭘 잘못했다고 딸내미한테 그렇게도 기를 못 펴냐?”

 “가난이 죄지.”

 “넌 최선을 다했어. 아무리 힘들어도 네 딸, 네가 정성으로 키웠잖아. 그거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야. 누구보다도 넌 장한 엄마야. 그러지 마. 네가 그런 생각으로 자식을 대하니 슬기가 저러는지도 몰라. 좀 더 당당해 져. 넌 당연히 그럴 자격이 돼.”

 이모는 말없이 차를 마셨다.

 

 ***

 

 슬기가 이모의 딸이라니. 상욱은 마음이 복잡하였다. 슬기는 신입 환영식에서부터 자신에게 관심을 가졌고 그가 민영을 좋아하자. 두고두고 민영을 괴롭혀 왔던 문제의 주인공이다. 술기가 이모의 딸이라는 사실을 알고 난 이상. 예전처럼 그녀를 대할 수 있을까. 뭔가 찝찝하고 불편했다. 상욱이 조심스럽게 교정을 걸어갔다. 시선은 자연스럽게 사람을 쫓았다. 슬기가 의식이 되어서다.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걸어가는데, 맞은편에서 슬기가 혼자 나비처럼 나풀나풀 걸어오고 있었다. 상욱이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주머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고는 누군가와 통화 하는 포즈를 취했다,

 

 “어, 어, 그래서 어디서 볼까? 그래그래 그때 보자.”

 

 슬기가 피식 웃으며 상욱을 스쳐 지나갔다,

 상욱은 기분이 참 묘했다.

 

 “야, 박슬기!”

 

 상욱이 얼른 핸드폰을 집어넣고 슬기를 불러 세웠다.

 

 “왜요?”

 “왜 인사도 안 하고 가!”

 “우리가 언제 인사하는 사이였어요?”

 “선배한테 말버릇이 그게 뭐야?”

 “왜요. 난 선배님이 원하는 대로 잘하고 있는데…….”

 

 슬기가 찬바람을 휙 일으키며 도도하게 지나갔다.

 

 “뭐지 재!”

 

 기분 참 묘했다.

 

 ***

 

 “이걸로 지낼 집 알아봐.”

 

 수정과 성호가 한강을 바라보며 둘만의 중요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웬 돈을 이렇게 많이 줘?”

 

 수정이 통장을 펼쳐보고 말했다.

 

 “당신이 살아온 세월에 대한 보상치고는 많이 부족해.”

 “아니. 충분해.”

 “부족하면 말해.”

 “그럴 일 없어. 애들도 당신한테 맡기고 가는 처지에. 고마워.”

 

 위자료를 받으니 이혼이 현실로 다가왔다. 이젠 거스를 수 없는 현실이다. 이 돈으로 집을 구하고 새 출발 해야 한다. 지난 20년 한 남자의 아내, 두 아이의 엄마로 지내 온 수고비였다. 그게 돈으로 환산되어 지금 그녀의 손에 쥐어져 있다. 씁쓸했다.

 

 ***

 

 내일이 수능일.

 수정은 민우가 시험장에 가져갈 도시락을 준비하려고 장을 보러 마트에 갔다.

 한참 장을 보는데 지잉, 주머니 안에 있던 핸드폰이 떨었다.

 

 “여보세요?”

 -아줌마

 “어머, 안녕하세요."

 

 한성의 전화가 반갑다.

 

 -지금 어디세요? 주변이 시끄러운 걸 보면 집은 아닌 것 같은데…….

 “네. 마트에요.”

 -장 보고 있어요?

 “네.”

 -짐꾼 해 줄까요?

 “오늘 짐꾼 아껴서 다음에 써먹을게요?”

 -오늘 써먹으면 다음엔 보너스도 있는데…….

 “우리 아들 수능이라서 도시락 찬거리 사러 나왔어요.”

 -오 신경이 많이 쓰이겠어요.

 “네.”

 -음, 오늘은 아드님 수능 때문에 나왔으니, 내가 조용히 있는 게 도리겠죠.

 “네.”

 -수능 잘 치르길 기도할게요.

 “네. 고마워요.”

 -수능 마치고 연락해요.

 “네. 들어가세요.”

 

 수정이 배시시 웃으며 전화를 끊었다.

 

 ***

 

 수정이 마트에서 사 온 채소를 다듬으려 손을 씻었다.

 세면대 앞, 거울 속의 여자가 활짝 웃고 있었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이런 모습은 상상할 수가 없었다.

 밝은 모습을 보니 대견했고 또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살아가면 되는데, 왜 그토록 심각하게 살아왔는지.

 어차피 벌어진 일, 달라질 게 하나도 없는데 말이다.

 별일 아니라고 생각하는 순간 이렇게 마음이 편안한데,

 그리고 주변 사람들까지도 편해질 수 있는데,

 어리석게도 가족들까지 진을 몽땅 빼놓고서야 깨달았다. 후회막급이다.

 

 수정이 음식을 만드느라 분주했다.

 민우가 일찍 귀가하였다.

 맛있는 음식 냄새에 민우가 코를 벌름거리며 다가왔다,

 

 “뭐해?”

 “내일 너 가져갈 도시락 준비하고 있어.”

 

 수정이 밝게 웃으며 말했다.

 

 “그냥 집에 있는 거 싸주면 되는데, 뭐 하러…….”

 

 퉁명스러운 말과 달리 민우는 기분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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