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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13. 동무이자 동지
작성일 : 22-02-11 18:41     조회 : 191     추천 : 0     분량 : 54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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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3. 동무이자 동지

 

 “그놈을 찾아 내 손으로 죽이는 거. 난 그거 딱 하나야.”

 희수는 그 말을 하는 재영의 눈빛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동생을 지키지 못했다는 죄책감, 일본인에 대한 증오, 시대에 대한 한이 모두 서려 있는 그런 눈빛이었다. 그렇기에 지금 재영의 분노도 희수는 이해할 수 있었다.

 

 “자네 일단 진정하고...”

 정현이 재영을 진정시키려 하자 정현의 멱살을 잡는 재영.

 “자네는... 너는 나한테 말했어야 하는 거 아니야?”

 정현은 그런 재영을 그저 바라만 볼 뿐이었다. 정현도 충분히 짐작했던 상황이었다.

 “그 손 놔.”

 송연이 재영에게 말하자 재영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송연을 보다가 정현을 놓아준다.

 “자네는 우리가 자네를 이해하지 못한다고 생각하겠지.”

 송연이 재영을 바라보며 침착하게 말한다.

 “그래, 우리가 자네의 모든 걸 이해하진 못할지도 몰라. 하지만 우리도 자네를 생각하고 아끼네. 그건 자네도 알고 있지 않나?”

 재영은 말이 없다. 하지만 그건 암묵적 동의였다. 지금 이 자리에 있는 사람들은 재영이 수연의 죽음 이후 절망의 구렁텅이에 빠져있을 때 자신에게 손을 내민 이들이었다. 이 세상에서 재영을 가장 잘 알고, 또 이 세상에서 유일하게 재영을 아끼는 사람들이었다.

 “그래서 말하지 않았네. 자네가 또 위험에 빠질까 봐. 자네를 지키려고.”

 정현이 재영을 본다. 재영은 고마움과 미안함이 섞인 괴로운 표정이다.

 “우리 모두 언제라도 조국을 위해 목숨을 내놓을 각오를 한 이들이지만 헛되이 소중한 이를 잃고 싶진 않았네.”

 송연의 엄숙한 말에 그 자리에 모인 이들은 그저 고개를 떨굴 뿐이다. 모두 다 같은 생각이었다.

 "재영의 일이 아니더라도 그 자들은 우리가 마땅히 처단해야할 자들이네."

 침묵을 깨는 송연.

 “내일 밤 회합을 소집할 것이니 단원들에 연락하게.”

 “예, 수장님.”

 “예, 알겠습니다.”

 송연의 말이 끝나자 정현과 진오가 답하고 재영은 밖으로 나간다. 이를 본 진오가 따라 나서려 하자 송연이 이를 멈춰 세운다.

 “그냥 두게, 혼자서 마음을 추스릴 시간이 필요할테니...”

 

 그날 밤

 똑똑

 “예, 누구십니까?”

 문 너머로 정현의 목소리가 들린다.

 “희수입니다.”

 “아!”

 정현이 놀라서 다급하게 문을 연다.

 “늦은 밤인데 안 주무시고 어찌?...”

 희수가 방을 둘러본다. 재영 없이 정현만이 있는 듯 보였다.

 “아직 안 들어오신 겁니까?”

 정현이 한숨을 내쉰다.

 “아마 오늘은 안 들어올 것입니다. 그래도 무모한 친구는 아니니 걱정하실 건 없습니다.”

 희수가 고개를 끄덕인다. 어딘가 할 말이 있어 보이는 얼굴이다.

 “일단 들어오시지요.”

 정현을 따라 희수가 들어가 조심스럽게 앉는다.

 “저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무엇입니까? 무엇이든 말씀하십시오.”

 희수가 긴장한 듯 잠시 숨을 고르다 말을 꺼낸다.

 “수장께 저도 작전에 참여하게 해달라고 말씀드리려 합니다.”

 “예?”

 희수의 말에 놀란 정현. 희수의 훈련을 전담하는 재영이 송연에게 희수의 작전 참여를 건의하고 있다는 건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하지만 정현은 그것이 희수를 위험하게 만들 거라 생각했고 그렇기에 희수가 이를 피하고 있는 것이 다행스러웠다.

 “어찌 그런 생각을 하시게 되었습니까? 서두를 필요는 없습니다. 아가씨가 돌아갈 때까지만 안전하게...”

 “이제 이전의 삶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은 버렸습니다.”

 희수가 슬픈 표정으로 답했다. 하지만 이내 괜찮다는 듯 미소지었다.

 “하지만 꼭 그것 때문은 아닙니다.”

 희수가 재영의 얼굴을 떠올렸다. 누이를 지키지 못했다고 말하는 재영의 얼굴. 희수는 그의 아픔을 오롯이 느끼고 있었다.

 “혹 오늘의 일 때문입니까?"

 "..."

 침묵하는 희수.

 '혹 재영 때문인건가?'

 그 침묵에 정현은 생각했다.

 “재영의 일에 대해 알고 계십니까?”

 희수가 조심스럽게 고개를 끄덕인다.

 “예, 어쩌다 보니 알게 되었습니다. 이케다 타츠오가 선비님의 누이를 죽인 것이 맞습니까?”

 정현이 심각한 표정으로 먼 산을 바라봤다.

 “아닙니다. 이케다 노리코, 타츠오의 부인이 수연이를 죽였습니다.”

 “부인이 말입니까?”

 정현이 고개를 끄덕였다.

 “10년 전, 재영과 제가 속한 조직이 군자금 조달을 위해 일본인이 소유한 광산을 폭발시킨 적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때 일이 틀어지면서 재영이 한동안 집에 돌아가지 못했죠.”

 희수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혹시 그 사이에...”

 “예, 그 사이에 수연이가... 이케다 노리코에게 죽임을 당한 것입니다.”

 “도대체 왜 죽인 것입니까? 10년 전이면... 아직 어린 아이가 아닙니까?”

 정현이 비참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직도 왜 노리코가 수연이를 죽였는지 모릅니다. 소중한 사람이 죽었는데... 도대체 왜 그런지 이유를 알 수 없을 때 사람은 미치죠.”

 “,,,”

 “수연이가 죽었다는 걸 안 재영은 미친 사람처럼 이케다 부부를 죽이겠다고 나섰고, 홀로 그의 집에 잠입했다가 초주검이 되어서 나왔습니다. 그때 저희 모두 재영이 죽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정현도 그날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었다. 비가 내리던 그날 밤, 피투성이가 된 채 버려져 있는 재영을 끌어안고 울었다. 재영의 숨이 금방이라도 끊어질 것만 같아서, 내가 품에 안고 있는 동무가 나의 곁을 떠날 것만 같아서.

 “그날 재영이 산 건 기적이었습니다.”

 의원들 모두 재영이 죽음을 면치 못할 것이라 했지만 재영은 살아남았다. 정현은 그 이유가 재영의 한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누이를 죽인 이들을 제 손으로 죽이지 못한 그 한이 재영을 살렸다고 여겼다.

 

 희수가 자신의 방에 돌아와 털썩하고 앉는다. 책상 위 어두운 거울에 비친 희미한 자신을 뚫어져라 보는 희수.

 “바보...”

 그러고는 거울을 엎어놓는다.

 이제야 희수는 그 아픔을 안 것이었다. 이전에는 아버지의 보호 속에서, 이곳에서는 동무들의 보살핌 속에서 희수는 시대의 아픔에 무지했다. 생존을 위해 안일하게 눈을 감았던 저 자신이 너무나 창피하고 원망스러웠다.

 그렇기에 이제는 도망치고 싶지 않았다. 자신의 생존이 아닌 소중한 사람들의 안위를 위해, 자신의 삶이 아닌 조국의 미래를 위해.

 

 다음날 밤

 송연과 재영, 정현, 진오, 경하, 승원까지 한자리에 모인 춘몽회의 단원들.

 “지금부터 회합을 시작하겠네.”

 “예.”

 “정현이 먼저 시작하게.”

 정현이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꺼낸다.

 “이케다 타츠오가 경성에 돌아왔습니다. 제일방직은 타츠오가 새로 세운 방직 회사로 벌써 유통 쪽에서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그리고 총독부와도 밀접하게 연락을 취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정현의 말이 끝나자 말을 잇는 진오.

 “이케다 노리코도 얼마 전 인천항을 통해 돌아왔습니다. 아마 조선에 있는 자산을 유용하기 훨씬 더 쉬워질 듯합니다.”

 “다들 짐작하고 있겠지만 춘몽회의 다음 목표는 이케다 타츠오와 이케다 노리코다.”

 송연이 담담하고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케다 타츠오와 이케다 노리코는 조선 땅에 부당한 방식으로 회사를 세워 총독부를 지원하고 우리 민족의 자주적 경제 활동을 차단했으며...”

 송연이 재영을 바라본다. 비장함과 슬픔이 깃들어 있다.

 “죄 없는 조선인의 목숨을 수차례 빼앗았다. 그러니 춘몽회는 이들을 처단함으로써 독립된 조선을 향해 나아갈 것이다. 모두 동의하는가?”

 “예, 수장님.”

 송연이 단원들의 대답에 고개를 끄덕인다.

 “이케다 부부는 조선과 우리에 대해 잘 알고 있는 자다. 그러니 그 어느 때보다 은밀하고, 치밀하게 움직여야 한다.”

 그러자 정현이 말을 꺼냈다.

 “노리코가 도착한 후 부부 주변의 경비 태세도 더욱 삼엄해졌습니다."

 “그렇다면... 더욱 조사를 철저히 해야겠군. 자네 둘은 그동안 알아낸 정보들 모두 공유하고, 그 후에 다시 구체적인 계획을 논하도록 하지.”

 그때 책장 뒤에 숨어있던 희수가 불쑥 나타난다.

 “저도 작전에 참여하고 싶습니다.”

 단원들이 놀란 얼굴로 희수를 바라본다.

 “저도 단원들과 함께 조국을 위해 싸우고 싶습니다. 허락해주십시오.”

 희수의 말에 송연이 재영을 보자 재영이 고개를 끄덕인다. 충분히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었다. 정현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희수를 바라본다. 송연이 정적을 깨고 말한다.

 “그게 어떤 의미인지는 알고 있겠지?”

 희수가 단호한 목소리로 답했다.

 “예. 모두 각오하고 있습니다.”

 흔들림이 없는 목소리에 송연도 확신했다. 희수는 준비가 된 것이었다.

 “그래, 그럼 윤희수도 이번 작전부터 투입된다.”

 재영은 희미하게 미소지으며 고개를 끄덕이고 정현은 마음이 무거운 듯 고개를 떨군다.

 “내일부터 작전을 수행할 때는 모두 2인 1조로 움직인다.”

 송연이 재영과 희수를 잠시 응시하다 말을 잇는다.

 “재영과 희수, 정현과 경하, 진오와 승원이 각각 한 조다. 알겠나?”

 “예, 알겠습니다.”

 “모두 경계하고, 또 경계해야 하네. 다들 몸조심하게.”

 모두가 고개를 끄덕인다.

 

 회합이 끝나고 한 사람 한 사람 춘몽을 빠져나가고, 재영도 문밖으로 나선다. 그런 재영을 따라나서는 희수. 그 뒷모습을 정현이 바라본다.

 “걱정되나?”

 송연이 정현에게 다가왔다.

 “예, 걱정됩니다. 제가 한 조를 할 수는 없겠습니까?”

 송연이 의아한 듯 묻는다.

 “희수와 말인가? 이유가 있나?”

 “그저...”

 정현이 말을 잇지 못했다. 정현도 그 이유를 알지 못했기 때문이다. 왜 희수를 재영과 보내고 싶지 않은지, 희수가 자신 곁에 있었으면 좋겠는지.

 “일부러 재영과 보내기로 한 것이네. 희수를 추천한 게 재영이니, 희수와 함께라면 재영이 훨씬 더 조심하고 행동을 절제할 것이니 말이야. 하지만 자네가 이유가 있다면 다시 한번 생각해보지.”

 송연의 말을 들은 정현이 고개를 저었다. 송연의 말은 확실했고, 자신의 생각은 모호했다.

 “너무 걱정하지 말게. 실력이 일취월장이라고 들었네. 재영과 늘 함께일 거고.”

 “예, 수장.”

 

 그 시각

 심란한 듯 천천히 밤거리를 걷는 재영. 그 뒤를 희수가 따른다. 한적한 거리에 두 사람의 터벅이는 발소리가 울린다.

 한참이 지났을까? 재영이 입을 연다.

 “나를 미행하나? 내가 돌발 행동이라도 할까 봐서?”

 희수도 계속 걸으며 답한다.

 “아닙니다. 오늘은 그저 동무가 되어드리고 싶어서...”

 재영이 발길을 멈춘다.

 ‘동무?’

 재영에게 근 며칠은 악몽이었다. 잠시 저 밑에 묻어두었던 지옥 같은 기억과 그에 따른 감정이 재영을 괴롭혔다. 마치 가슴 한 켠이 뚫린 것 같은, 그 무엇으로도 채워지지 않을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하지만 그 악몽의 끝자락인 이곳은 외롭지 않았다. 희수가, 동무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옅게 웃다가 뒤를 돌아 희수를 보며 묻는 재영.

 “그래서, 작전에 참여하기로 했다고?”

 “예.”

 “혹시 나 때문인가? 내가 괜한 얘기를 해서...”

 그 말을 하는 재영의 표정이 어딘가 미안해 보이자 잠시 망설이던 희수가 담담하게 답한다.

 “맞습니다.”

 “...”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닙니다."

 희수의 표정은 단호하고 강직했다. 그게 진실이었기 때문이다. 물론, 재영과 수연의 일이 계기가 된 건 사실이지만 희수의 결론은 재영의 복수에 있지 않았다. 그 모든 참상을, 그 모든 고통을 일으킨 자들을 처단하고 조국의 독립을 이루는 것이 희수가 선택한 길이자 끝이었던 것이다.

 “나중에 선비님을 탓하거나 원망하지 않을 테니 괜한 걱정 마십시오.”

 희수의 농담 섞인 말에 재영이 작은 웃음을 터트린다.

 “그것이 무엇이든 누구의 선택도 아닌 온전한 제 선택입니다.”

 희수와 재영이 서로를 바라본다. 두 사람은 이제 동무이자 동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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