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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평행세계의 대마법사
작가 : 은판
작품등록일 : 2022.2.8

나에겐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있다.
내 인생을 시작부터 비틀어버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간 놈.
그 원수 같은 놈을 죽이려 했건만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데 난 죽지 않았다. 다만 전이되었을 뿐이다.
내가 다시 깨어난 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다른 서울, 평행세계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이종족들과 마법이 판치는 기이한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마법사란다. 그것도 꽤 뛰어난.
세상은 여전히 재앙이 판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 그럼 한번 가보자고.’
원한을 갚는 길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4. 트리거
작성일 : 22-02-11 14:25     조회 : 241     추천 : 0     분량 : 45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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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닫힌 문 앞에 서서 나는 숨을 거칠게 쉬고 있었다.

 갈수록 불쾌감이 짙어졌다.

 감정은 느껴지는데 상황이 전체적으로 이해가 가지는 않았다. 하나 상황은 모르지만 직감적으로 이렇게 하는 게 옳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회에 참석해달라고? 무슨 대회지?’

 

 하긴 저들의 소속이라는 ‘마법의 전당’이 뭔지도 모르고 있었다.

 아무튼 오우딘은 저들이 바라는 바를 이전에도 줄곧 거절해오고 있던 게 틀림없었다. 조건이 더 좋아졌다는 건 그들이 삼고초려를 하고 있다는 뜻이니까.

 짜증스러운 기분이 들었다.

 

 까악!

 까악!

 까마귀들이 떠들어대기 시작했다.

 

 [오! 이사회의 일원으로 승격시켜주겠대!]

 [엄청 급한 모양인데?]

 [그러긴 하겠지. 요즘 분위기가 영 심상치 않으니까.]

 [벌써 흑마법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한 걸까?]

 

 나는 까마귀들에게 묻고 싶었다. 마법의 전당이 어떤 곳인지, 저들이 내게 참석해달라는 대회가 무엇인지. 그리고 저들의 방문이 왜 나의 신경을 이렇게 건드리는 건지도.

 

 ‘흑마법사는 또 뭐지?’

 

 모르는 게 너무나 많았다. 나는 오우진이지 오우딘이 아닌데, 이 세계에서는 오우딘으로 살아야만 한다.

 아니, 난 이미 오우딘이 되었다고 해야 할까?

 하지만 오우딘으로서의 정체성이나 기억은 아직 내게 제대로 자리 잡지 못한 상태였다.

 

 아마도 이런 상황은 앞으로 내게 수시로 닥칠 터였다.

 어떤 이유에선지는 몰라도 나는 불시에 이 세계로 전이되었지만, 이 세계에 대해서나 오우딘의 과거에 대해서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어떻게든 이곳에 적응해 살아가려면 내가 오우딘이 되는 수밖에 없었다.

 

 “오우딘 씨. 문 좀 열어주세요. 저희가 오늘은 꼭 확답을 받아가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희도 곤란해져요.”

 

 문 밖에서 목소리가 건너왔다.

 아직도 안 간 거야? 또다시 짜증이 확 치밀었다. 나는 현관문을 주먹으로 쿵 쳤다. 낡은 철문이 우르릉 울렸다.

 그랬더니 다급한 발소리가 들려왔다. 쿵쿵거리며 계단을 내려가는 소리였다. 이제야 저들이 돌아가려는 모양이었다.

 

 [잘했어. 아주 찰거머리 같은 인간들.]

 [이러고도 내일 또 올까?]

 [당연하지. 틀림없이 또 올걸? 내일 다시 찾아온다는 데에 내 저녁밥을 걸겠어.]

 [거기다 네 저녁밥을 왜 걸어? 아깝게.]

 

 까마귀들이 수다를 떨고 있었다.

 나는 창문으로 다가갔다. 저들이 확실히 떠나는지 확인하고 나서 까마귀들과 대화를 해볼 생각이었다.

 그런데 열린 창문으로 남자들의 목소리가 흘러들어 왔다.

 

 “아, 진짜 더러워서……. 팀장님. 우리가 이런 대접 받으면서까지 비굴하게 머리를 숙여야 합니까?”

 “머리는 내가 숙였지, 네가 숙였냐? 젠장. 하여간 저 건방진 새끼. 사람 앞에 두고 문을 내리치는 것 좀 봐.”

 “저는 저 새끼가 마법을 쓰는 줄 알고 완전 쫄았잖아요. 실드까지 치려고 그랬다니까요. 저런 미친 새끼를 꼭 전당에 돌아오게 해야 하는 건지…….”

 “미친놈이지만 능력이 탁월한 걸 어쩌겠냐. 상부에선 안달이 났고, 우리야 뭐 굽히라면 굽혀야지.”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잘도 지껄여대고 있었다. 삼고초려를 하러 왔던 인간들이 돌아서자마자 뒤통수를 까고 있다니, 방만하기 짝이 없었다.

 하다못해 내 집의 창문이 열려 있는지 확인이라도 해야 하는 게 아닌지.

 

 “제가 장담하는데, 우리가 백 번을 찾아와도 저 새끼는 아마 절대 전당에 되돌아오지 않을 거예요. 저만 잘났다고 제 발로 뛰쳐나간 놈이잖아요.”

 “아주 고사를 지내라. 그러면 곤란해지는 건 우리야.”

 “아, 그런가요?”

 “그래도 이번엔 한번 생각은 해보겠지. 이사회 제안까지 했으니까. 돈이 아니면 권력이라도 갖고 싶어 하지 않겠어?”

 “근데 저놈 사는 꼬락서니를 보면 돈에 안 넘어오는 것도 이해가 안 가네요. 요즘엔 용병 일까지 한다면서요? 고작 저렇게 살 거를 전당은 왜 뛰쳐나갔대요?”

 “그러게 말이다. 그 속을 누가 알겠냐.”

 

 가만히 듣고 있자니 혈압이 치솟는 기분이었다. 뒷목이 뻐근해지고 이마가 후끈거렸다.

 정말이지 함부로 지껄이고 있었다. 오우딘이 어떻게 살아왔는지는 알지 못하지만, 그가 곧 나였기에 심정만큼은 고스란히 느껴졌다.

 나는 남자들이 골목으로 내려설 때까지 기다렸다.

 

 ‘그러니까 오우딘이 예전엔 마법의 전당 소속이었다는 거네?’

 

 마법의 전당이 뭐하는 곳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내가 어떤 조직에 속했었다는 사실만으로도 가슴속이 부글거렸다. 미칠 것 같은 화가 밀려들었다.

 

 이건 오우딘의 감정이 아니라 오우진으로서의 내 감정이었다.

 조직이나 집단이라면 아주 신물이 났다. 나를 억지로 묶어두려는 인간들, 내 거취를 자기들 맘대로 정해버리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조직에는 진절머리가 났다.

 

 물론 이 세계에서의 나는 아마도 다른 과거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어쩌면 이 세계에는 이전 세계에서 내가 속했었던 사이비 교단이 아예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난 화가 치밀었다. 용납할 수가 없었다.

 

 사이비 교단이든 마법의 전당이든 뭐든 간에 나를 조종하려 드는 그 어떤 조직에도 속할 마음이 없었다. 한 생을 지옥 같은 그곳에서 보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했다.

 내 심장에서부터 차츰 분노가 들불처럼 타올랐다.

 

 “꺼져, 이 자식들아!”

 

 어느 새 난 창 너머로 고개를 내밀고는 벼락같이 소리치고 있었다.

 골목에 내려선 남자들이 깜짝 놀라 위를 올려다봤다.

 용암처럼 뜨거운 에너지 덩어리가 휘돌던 이마가 문득 서늘해졌다. 황금빛 시야가 찬란하게 빛났다.

 그러더니 불쑥 내 손이 뻗어져 나갔다. 흠칫하며 뒷걸음질을 치는 두 남자에게로 나의 손끝이 곧게 향했다.

 

 솨아아!

 

 곧바로 내 손끝에서 무언가가 쏟아져나갔다.

 순식간에 대기를 얼려버리며 뻗어져나가는 차가운 냉기.

 신기한 일이었다. 뜨겁게 열불이 치솟던 나의 심정과는 정반대로 얼음장 같은 냉기가 흘러나가고 있었다.

 어떤 공정에 의해선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내 몸속을 휘돌던 뜨거운 에너지 덩어리가 빙결되어 시리도록 차가운 마법을 생산해내고 있었다.

 

 쩌저적!

 

 한순간 내 손끝이 살짝 방향을 틀었다. 옥탑 처마를 따라 긋듯이 움직였다. 그러자 이내 옥탑 처마에서부터 굵직한 고드름이 주르륵 자라나 단숨에 그놈들이 서 있는 곳을 향해서 뻗어 내려갔다.

 얼음송곳같이 날카로운 고드름이 치명적인 속도로 하강해갔다.

 

 “으악!”

 “헉! 저게 뭐야?”

 

 두 사내는 비명을 토해내며 재빨리 옆으로 피했다. 미처 실드를 펼쳐낼 여유도 없었다. 그저 몸을 최대한 먼 곳으로 날리는 데에만 집중할 뿐이었다.

 

 몸을 날린 그들이 막 골목 구석에 가서 처박혔을 때였다.

 매서운 기세로 뻗어나간 고드름이 시멘트 도로 위에 균열을 일으키며 깊숙이 박혔다.

 

 사방으로 냉기가 서리처럼 퍼져갔다.

 늦은 봄밤의 대기 속으로 잠시간 북풍한설이 윙윙 몰아치다 차츰 사그라졌다.

 .

 .

 .

 

 시간이 멈추기라도 한 것처럼 정적이 흘렀다.

 두 남자는 땅바닥에 널브러진 채로 경악한 표정으로 시멘트 도로 위에 박혀 있는 고드름을 바라보고 있었다.

 피하지 못했으면 죽었겠구나 싶은 심정으로.

 

 놀란 것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사실 나 자신도 놀랐다.

 

 ‘그러니까 이게…… 빙결 마법인가? 내가 그걸 어떻게 한 거지?’

 

 알 수 있을 턱이 없었다. 내가 마법사로 다시 태어난 지 채 하루도 지나지 않았으니까.

 

 얼어붙어버린 것 같은 시간 속으로 파드득파드득 날갯짓 소리가 들려왔다.

 후긴과 무닌이 날아와서 내 어깨에 내려앉았다. 양 어깨에 묵직한 안도감이 실렸다.

 

 [와! 오우딘, 오늘은 좀 세게 나갔네?]

 [진짜로 죽이는 줄 알았잖아.]

 [아무리 그래도 전당 마법사들인데 죽일 수야 없지.]

 [저 얼굴들 좀 봐. 완전 넋이 나갔네.]

 

 까마귀들이 킥킥 웃는 소리를 냈다. 그게 어떻게 가능한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나는 녀석들을 흘끗 돌아보았다. 녀석들의 동그란 눈동자도 웃고 있는 것 같았다.

 그제야 나도 긴장이 풀렸다.

 긴장이 풀리자 경계심이 발동되었다.

 

 고개를 돌려가며 주변을 넓게 살펴보았다.

 밤이라 그런지 골목길에는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었다. 하지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이웃집들엔 사람들이 살고 있을 터였다.

 당연히 이 소동을 지켜본 이들도 있겠지. 한데 아무도 창문을 열고 고개를 내밀지 않았다. 일층의 주인 할머니조차도 조용했다.

 

 어쩌면 일부러 숨죽이고 있는 것도 같았다. 보고도 못 본 척.

 야단이 벌어지지 않는 걸 보면, 이 세계에서는 마법이 낯선 것만은 아니라는 뜻일 터. 그러고도 조용한 까닭은 사람들이 마법사를 두려워한다는 의미일 거였다.

 

 ‘나쁘지 않네. 마법사라는 거.’

 

 바람이 훅 불어왔다.

 시간이 흐르자 냉기는 자연스레 흩어져갔고 시멘트 도로에 박혔던 고드름은 녹아 사라졌다.

 바닥에 널브러져 있던 두 남자는 정신을 수습하자마자 몸을 벌떡 일으켜서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달려서 골목을 빠져나갔다.

 남은 것은 두 마리의 까마귀들과 의문에 휩싸인 나.

 

 “들어가자.”

 

 나는 창을 닫고 돌아섰다.

 의자에 가서 털썩 주저앉았다. 에너지가 제자리로 돌아가자 어쩐지 기운이 빠진 느낌도 들었다.

 한숨을 한번 내쉬고는 생각에 잠겼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무의식중에 마법을 발동했다.

 머릿속으로 복기해보았지만 어떤 과정을 통해서 그랬는지 알 수 없었다.

 영화나 소설에 그려지던 것처럼 주문을 영창하지도 않았고, 허공에 마법진을 그리지도 않았다.

 물론 난 마력을 어떻게 끌어내는지도, 술식을 어떻게 전개하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마법이 발동됐다.

 

 ‘의념만으로도 발동이 되는 건가? 하지만 그 의념조차도 무의식에 가까웠는데…….’

 

 중요한 건 트리거였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법의 트리거에 대해서 찬찬히 숙고해봐야 할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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