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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하얀 달, 메아리
작가 : r라
작품등록일 : 2022.2.2

젊은 농사꾼 수여리. 하늘에 떠 있는 붉은 달을 발견했다.

강가에 빠진 자신의 반려동물 황순이를 구하기 위해 뛰어든 순간, 다른 세상으로 떨어져 버렸다.

그 곳은 밤하늘에서나 볼 수 있었던 달이었다.

 
15.
작성일 : 22-02-10 23:08     조회 : 237     추천 : 0     분량 : 329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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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 15 17 19 21

  라반의 말을 듣고 밖으로 뛰쳐나간 첸은 하늘을 바라보곤 말을 잇지 못했다. 짙은 회색 하늘에 검붉은 피를 뚝, 뚝 떨어트려 놓은 것 같은 하늘. 동그란 핏자국들이 도화지에 수채화 물감처럼 흐릿히 번져 있었다. 한 번도 본 적 없던 하늘이었다. 이것은 저주를 알리는 하늘이 아니다. 그 모습이 마치 메아리의 종말처럼 다가왔다. 그리고 그 하늘엔 하나, 둘 씩 검은 그림자가 드리우기 시작했다. 점점 다가오는 그림자와 많아지는 숫자들. 본능적으로 알 수 있다.

 

 저것은 ‘블러드’ 다.

 

 “이봐! 이게 대체 어떻게 된거야?”

 

 첸은 앞에 깔려 있는 반제느들을 향해 물었다. 그들의 고개는 일제히 첸을 바라보았지만,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이변이지.”

 

 첸의 말에 대답해주는 것은 라반 뿐이였다.

 

 “분명 저주의 호수로 갔을 당시만 해도 익숙한 하늘이었어. 저주가 시작되는 하늘에 불과했다고! 게다가 여긴 왕궁도, 호수 쪽도 아닌데 블러드라니?”

 “저렇게 변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저게 뭔지는 우리도 정확히는 모르지만, 딱 봐도 상황이 좋아보이진 않지.”

 “그래서 너희들 계획이 뭔데?”

 “간단해. 수여리님을 안전하게 보호하며 로하 공주에게 가는 것이 전부야.”

 “장난하냐! 그게 뭔 대단한 계획이라고!”

 “네 뜻이 무엇이든 로하 공주는 이번 일로 죽을거야. 수여리님이 죽이던, 본인이 혼자 죽던. 이 모든 이변을 감당하면서 까지 일을 이 지경으로 벌려놓았는데, 그 핏줄들 성격에 흐지브지 끝내겠어?”

 “그럼 처음부터 그렇게 말하지. 이 상황에 쓸데 없이 시간은 왜 끌어?”

 

 짜증이 솟구친 첸이 소리치자 라반은 첸의 칼을 그에게 던져주었다.

 

 “사실 너한테 진짜 묻고 싶었던 것은 따로 있었거든.”

 “뭐?”

 “근데 나중에 묻지. 우선 우리 전부 살아 남는 것이 먼저일테니. 설마 이 상황에서도 자존심 챙기는 멍청이는 아니겠지? ”

 

 반제느들이 있는 곳은 동쪽 끝자락에 위치하는 곳이다. 왕궁은 북쪽에 위치해 있었고, 그 가운데에 저주의 호수가 있었다. 여기까지 블러드가 날아왔다는 것은 이미 왕궁 또한 블러드들이 침략했다는 뜻과도 같았다.

 

 문제는, 왕궁 뒤 쪽엔 가장 큰 도심이 존재한다. 지금 왕궁으로 돌아가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이다.

 

 정말... 선택의 여지가 없네.

 

 그 때, 하늘에게 작은 무언가가 날아와 여리의 어깨에 살포시 내려앉았다. 로하의 참이었다.

 

 “참?! 댄은? 댄은 괜찮은가!?”

 “시간이 없어요! 저주의 호수로!”

 

 참은 첸의 질문을 가볍게 무시한 채 짧은 문장을 내뱉곤 다시 하늘로 날아올랐다. 아마 수여리와 첸이 무사하다는 걸 로하에게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참이 온 거 보니, 공주는 무사한가보군. 내 동생은 어떨지 모르겠지만.”

 

 그는 자신의 칼을 꼭 쥐며 하늘을 바라보았다. 아직 상처가 다 나은 것은 아니었다. 몸에 힘을 줄 때 마다 아릿한 통증이 손 끝까지 전해졌지만, 어쩌겠는가. 살아 남아야지. 왕이건 나발이건 우선 살아 남아 로하와 동생을 찾아야 한다.

 

 첸과 라반, 그리고 몇 명의 반제느들이 여리의 주변을 둘러 쌓았다. 여리는 자신의 사방에 사람이 온지도 인식하지 못했다.

 

 짙은 회색 하늘에 핏자국, 일렁이는 검은 물체들. 뭐랄까. 시선을 뗄 수 없었다. 낯설지가 않았다. 분명 낯설고 두려워야 해야 맞는 일이거늘, 여리는 그저 그 모습이 익숙하면서 마음 한 켠이 아려왔다. 그 아림이 괜스레 너무나 서글퍼 눈시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날 나줘요.]

 

 누군가 여리의 귓가에 속삭였다.

 아니, 귓가가 아니다. 머리 속에서 들려오는 소리였다.

 

 흐느끼는 여자의 서글픈 울음소리…

 이게 대체 뭐지?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

 

 또 한 번의 목소리가 울렸다. 아까와 똑같은 목소리였다.

 

 [너와의 약속은 평생 무효하다. 모든 것이 사라지는 순간까지, 너의 숨결은 끊어지지 않아.]

 

 이번엔 다른 목소리였다. 여자의 목소리인 것도 같았고, 남자의 목소리 같기도 했다. 중성적인 애매한 목소리. 여리는 머리에서 울리는 소리에 집중했다.

 

 [나는 아사나가 아니야!]

 

 이번엔 다른 여자의 목소리였다. 그 목소리엔 슬픔이 아닌, 원망이 담겨 있었다.

 

 자신은 아사나가 아니라고?

 

 [라티느, 운명에 순종하라. 그것이 네가 제느로 태어난 이유.]

 

 또 다시 중성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여리는 머리 속에서 울리는 소리에 집중하기 위해 소란스러운 두 귀를 막았다. 더 이상의 소리는 들리지 않았다. 하지만, 이상한 파도 소리같은 것이 머리 속에서 맴돌았다. 그리고 서서히 이명이 들리기 시작했다. 익숙한 이명 소리였다. 정신을 놓기 전 두 번이나 겪었던 그 소리와 느낌. 작았던 이명은 점점 골을 울릴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야, 검은 머리… 너….!”

 "어?"

 

 첸의 부름에 이명소리가 뚝, 끊어졌다.

 

 그의 시야에 들어온 여리의 모습이 이상하게 변해가고 있었다. 검은 머리와 눈동자로 흰 피부가 더욱 하얗게 돋보였던 그녀의 목에 검은색 이상한 줄이 생겨나고 있었다. 풀이 뿌리를 내리듯 형태로 턱 아래까지 돋아나던 그 줄은 점점 선명하게 새겨졌다. 그 뿐만이 아니었다. 분명 칠흙같이 검었던 눈동자가 어느 새 짙은 녹색 빛을 내기 시작했다. 그 모습은 라반에게 신뢰가 갈 명분은 다분했다.

 

 “수여리님. 부디 신에게 동조되지 마시길. 당신의 정신이 변하는 순간, 우리의 희망은 사라지게 됩니다.”

 

 라반 또한 여리의 모습을 보았다. 마음이 조급해졌다.

 

 일렬로 서있던 반제느들을 향해 소리쳤다.

 

 “수여리님과 비센 첸을 보좌하며 저주의 호수로 간다!”

 

 라반의 외침에 반제느들은 기다란 창을 하늘 높이 치켜들었다. 그들이 창을 치켜들자, 땅울림 소리가 사방에서 울려오기 시작했다. 땅울림이 시작되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니, 갈색 말들과 말을 타고 달리는 반제느들이 빠른 속도로 다가왔다.

 

 순식간이었다. 저 만치에서 보이던 말들은 어느 덧 여리의 근처까지 다가왔다. 첸은 또 한 번, 여리의 허리를 낚아채곤 달려오는 갈색말 뒤에 쏜살같이 올라탔다. 라반 또한 뒤에 따라오는 말 위에 올라탔고, 다른 반제느들 또한 라반 주변에 원을 그리며 여리가 탄 말을 중심으로 메워싸며 달려나갔다.

 

 "이번엔 도망가지 마라."

 

 첸은 그렇게 속삭였다.

 

 도망가고 싶어도 못갈 것 같은데.

 여리는 속으로 대답했다. 그녀도 확실히 느낀 것이다. 분명 여기로 흘러들어온 것은 운명같은 것일지도 모른다는 걸. 라반이 말한 것처럼 자신이 신의 자녀인지, 아닌지는 알 수 없으나. 무언가가 자신에게 알려주려 하고 있다. 다시 머리 속에 있는 소리들을 듣기 위해 눈을 감았다.

 

 달리는 말 위에 타 있기 때문일까. 아비규환 속에 있기 때문일까. 아니면 거친 첸의 숨소리 때문일까.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오로지 반제느들의 함성소리와 바람을 가르며 날아오는 블러드들의 날개소리가 이 세상을 덮치고 있었다.

 

 흉측하게 생긴 블러드들은 지상에 있는 반제느들을 향해 날아들었다. 소름끼치는 울음소리를 내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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