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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로맨스판타지
나의 기사도를 그대에게 드립니다
작가 : 난채
작품등록일 : 2022.1.1

제국 최고의 망나니로 살아온 브라이니 드 하이츠 황녀

"경거망동 하지 말거라. 어지 하는 행동이 지 어미만 쏙 빼닮아서는..."

황후를 닮아 황제의 미움을 받는 그녀에게 내려온 불길한 신탁으로 인해 여러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브라이니

'황궁은 더이상 안전한 곳이 되지 못한다.'

사랑하는 이들의 삶을 위해 가출을 결심하여 도착한 곳이... 기사단?!

우아한 드레스 뒤에 감추어진 날카로운 칼자루, 상황속에서 피어나는 감정, 사랑

 
7화. 라크리마 베르타 자작
작성일 : 22-02-10 19:30     조회 : 167     추천 : 0     분량 :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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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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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날이 밝자 청소업체에서 사람들을 보내왔다.

 그들을 직접 맞이하는 브라이니를 보며 사람들은 의아해하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서들 오시게. 저택이 외진 곳에 있어서 찾기 힘들었겠군.”

 

 “어이쿠 영애께서 나와계셨네요.”

 

 브라이니를 귀족가의 영애로 착각한 청소업체 사람들의 말을 듣고는 그녀가 생긋 웃으며 정정해주었다.

 

 “이 저택의 주인은 나라네. 자작령을 얼마 전에 하사받은 탓에, 아직 사용인들을 고용하지 못했지.”

 

 “이런, 몰라뵈어 죄송합니다, 자작님.”

 

 “죄송할 것까지야 없네.”

 

 충분히 착각할 만했다.

 브라이니가 입고 있는 복장은 황궁에서 나올 때 최대한 간단히 추려서 가져온 드레스였기 때문이었다. 겉모습만 보면 철부지 귀족 영애로 착각할 만했다.

 

 “그럼, 청소 시작하겠습니다.”

 

 * * *

 

 청소업체 사람들의 손을 거친 저택은 금방 지은 새 건물처럼 빛났다.

 금방이라도 귀신이 튀어나올 것 같았던 식당과 주방은 황궁 식당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았고, 욕실 바닥에 깔린 대리석은 곱게 반짝였다.

 

 “마치 새로 지은 건물 같군. 사례비 여기 있네. 앞으로도 자주 애용하지.”

 

 그렇게 청소업체 사람들을 돌려보내고 브라이니는 외출에 나섰다.

 간단한 식기구와 가구를 들이기 위해서였다.

 마차를 타고 시가지에서 내려서 거리를 걷고 있을 때, 브라이니의 발목을 붙잡는 포스터가 눈에 들어왔다.

 

 토벌 용병단 모집 공고문

 

 최근 제국 동쪽에서 마물의 잦은 출몰로 여러 가지 골치 아픈 상황이 생겨서 급히 용병을 뽑아 마물 토벌에 투입 시킨다는 내용이었다.

 기사를 보내자니 인력과 인건비가 아까웠나?

 

 기사 서임식까지 마친 그녀로서는 살짝 아쉬운 공고 내용이었지만 어차피 검을 잡고 살겠다 다짐한 이상 그리 손해 볼 조건은 아니었다.

 

 ‘기사 서임을 받았다고 말하면 그만큼 대우도 해주겠지, 뭐. 생활비도 벌 겸 신청해야겠군. ’

 

 브라이니는 빠르게 발걸음을 옮겨 사려고 했던 물건들을 구매하고 저택으로 돌아왔다.

 간단한 가구가 들어오니 제법 저택다워졌다. 제 손으로 꾸민 보금자리를 바라보니 내심 흐뭇했다. 하지만 감탄만 하기엔 시간이 없었다.

 

 “이틀 뒤가 모집 마감이라고 했으니까 신청서를 작성해서 발송하면 기간 안에는 도착할 수 있을 테지.”

 

 그녀가 펜을 집어 들고 종이에 이름과 작위, 그리고 서임을 받았다는 내용까지 빼놓지 않고 써 내려가기 시작했다.

 다 작성한 신청서를 들고 근처에 있는 우체국에 직접 전달한 뒤 산책길을 걸어 저택으로 돌아가기로 마음먹은 브라이니가 천천히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무성한 나무, 향기로운 풀 내음, 멀리서 들리는 희미한 아이들의 웃음소리까지 황궁에 있을 때는 접해보지 못한 것들이었다.

 

 ‘이리 가까이 있는 것들조차 느끼지 못하고 살았다니. 내 인생도 참 별거 없었네.’

 

 자신이 새삼 얼마나 무기력한 황녀였는지 실감한 브라이니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이젠 달랐다.

 삶과 생활은 완전히 달라졌고 더는 과거에 얽매일 필요도 없었다.

 

 “내일부터 검술 연습을 다시 시작해야겠네.”

 

 정말 오랜만에 잡아보는 검이었다.

 황후인 브라이니의 생모가 살아있을 때까지만 해도 아휘벤과 그녀는 종종 검술을 대련하곤 했다. 그럴 때면 항상 백기를 드는 쪽은 아휘벤이었다.

 

 ‘전에 그러셨죠? 제가 자유로운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고. 이런 방식으로 약속을 지키고 싶진 않았지만 말이에요. 이젠 정말 제 삶을 찾아보려고요.’

 

 오래전에 헤어진 제 어미의 품속이 그리워진 그녀였다.

 

 * * *

 

 허공을 베는듯한 소리가 잔디밭에 잔잔하게 파도쳤다.

 한번 몸으로 익힌 검술은 쉽게 잊히지 않았다.

 오랜만에 검을 잡았음에도 불구하고 칼날은 우아하게 춤을 췄다.

 

 

 ‘역시 아휘벤의 안목은 알아줘야 해. 이런 명검을 내게 선물로 주다니.’

 

 아휘벤이 케르온을 통해 건네준 하프소드는 제게 아주 잘 들어맞았다.

 손 크기에 적당한 손잡이와 날카롭게 벼려진 칼날이 마음에 들었다.

 짧은 튜닉이 땀으로 다 젖도록 몸을 움직인 그녀가 검을 검집에 집어넣었다.

 주변에 대충 던져놓은 짐을 챙기고 욕실로 들어가려는데 멀리서 우편 마차의 소리가 들렸다.

 브라이니는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돌려 우편 마차가 오는 쪽을 바라보았다.

 이윽고 그녀의 저택 입구 앞에 멈춰선 마차에서 집배원이 내리더니 브라이니를 하녀로 착각하고 그녀를 향해 소리쳤다.

 

 “라크리마 베르타 자작님을 좀 불러주시오! 자작님 앞으로 편지가 도착했소!”

 

 “내가 라크리마 베르타인데, 내게 편지가 왔다고?”

 

 “자작님 되십니까? 편지 여기 있습니다.”

 

 집배원이 그녀에게 편지를 건네주고는 마차를 끌고 저택 반대편으로 사라졌다.

 편지봉투를 들고 저택 안으로 들어온 그녀가 레터 오프너로 봉투 입구를 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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