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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현대물
평행세계의 대마법사
작가 : 은판
작품등록일 : 2022.2.8

나에겐 반드시 죽여야만 하는 인간이 있다.
내 인생을 시작부터 비틀어버린 놈. 내 부모를 앗아간 놈.
그 원수 같은 놈을 죽이려 했건만 도리어 죽임을 당하고 만다.
한데 난 죽지 않았다. 다만 전이되었을 뿐이다.
내가 다시 깨어난 곳은 현실과 비슷하지만 다른 서울, 평행세계이다.
마치 게임 속처럼 이종족들과 마법이 판치는 기이한 세계로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난 이곳에서 마법사란다. 그것도 꽤 뛰어난.
세상은 여전히 재앙이 판치지만 이제 나에게는 대단한 능력이 있다.
모든 것을 잃었다고 생각했는데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좋아. 그럼 한번 가보자고.’
원한을 갚는 길이 세계를 구하는 길이 될 줄은 나도 몰랐다.

 
3. 방문자들
작성일 : 22-02-10 14:13     조회 : 250     추천 : 0     분량 : 49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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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좀비와 마법사가 있는 세계라…….’

 

 나는 창가로 다가가 창밖을 내다보았다.

 이 세계를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창 너머로 도시의 밤 풍경을 바라본 순간, 난 이곳이 내가 살던 그 세계와는 분명 다르다는 것을 확실히 깨달았다.

 

 보광동 언덕배기, 서울 한복판이지만 마치 세상의 끝과 같은 곳.

 내 방에서 건너다보이는 곳에는 한때 이슬람사원이 있었다. 대한민국이라는 나라에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것 같기만 하던 그곳은 대재앙의 시기에 성난 군중의 방화로 불에 타버렸다.

 

 기둥 하나 남김없이 불타버린 뒤로 내내 새까만 잿더미로 남아 있던 그 자리는 멸망해가는 세상의 상징처럼 폐허로 존재했다.

 

 그런데 지금 그곳이 마치 희망찬 세상을 밝혀 보이는 기념탑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 자리에는 화려한 궁전 같은 건물이 우뚝 서 있었다.

 대낮같이 환히 불을 밝히고 있는 그 건물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가 없었다. 아주 발랄한 외양을 지닌 건축물이었다.

 

 중앙에는 나선형으로 굽이돌며 올라가는 고깔 모양의 높은 탑이 솟아 있었고, 주변으로 각양각색의 둥글둥글한 지붕들이 이어져 있었다.

 전체적으로 오색찬란하고 밝고 화려했다.

 

 “저게 뭐야? 궁전이야, 아니면 사원?”

 

 장난 같아 보일 정도로 희극적인, 그러면서도 우쭐함을 한껏 드러내고 있는 건축물.

 그 위로 높이 두 개의 달이 떠올라 있었다.

 

 “아무튼 불에 탄 폐허보다는 낫네.”

 

 이 세계가 내가 살았던 이전의 지구보다는 나은 상황인 것 같았다. 어쩌면 이 세계에는 아직 대재앙이 닥치지 않은 건지도.

 그렇게 생각하며 시선을 더 멀리 던져볼 때였다.

 갑자기 시커먼 무언가가 빠른 속도로 이쪽으로 날아왔다.

 

 황급히 뒷걸음질 쳐서 창에서 물러났다. 시커먼 무언가는 득달같이 열린 창으로 날아들었다.

 나는 두 팔을 들어 올려 방어 자세를 취하며 그것을 바라봤다.

 

 까악!

 까악!

 

 ‘까마귀……?’

 

 두 마리의 까마귀였다.

 까마귀들은 얌전히 책상 위로 내려앉았다. 한 마리는 컴퓨터 위에, 또 한 마리는 커다랗고 두꺼운 책 위에.

 아주 제 집에라도 들어온 듯 자연스러운 태도였다.

 

 ‘대체 웬 까마귀들이 겁도 없이 사람 사는 집 안에까지 들어와?’

 

 까악!

 까악!

 

 어이가 없었다.

 내가 까마귀들을 똑바로 바라보자, 그 녀석들도 나를 똑바로 쳐다봤다.

 그 순간, 문득 이마가 화끈거렸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미간에 에너지가 몰려드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어딜 갔었던 거야?]

 [여태 찾아다녔잖아.]

 

 음. 아주 이상한 일이지만, 나는 까마귀들의 말을 알아들었다.

 전음이라고 해야 하나? 까마귀들의 말은 소리로 들려온다기보다는 머릿속으로 스며들었다. 저절로 이해되었다.

 

 이 세계에서는 까마귀들까지 말을 하고 있었다.

 놀라지 않을 수 없었지만, 나는 우선 그들이 말하는 내용에 집중했다. 까마귀들은 나를 아주 잘 알고 있다는 투로 말하고 있었다.

 

 “너희들, 나 알아?”

 

 까마귀들에게 물었다. 나는 그들처럼 전음을 보내는 방법은 알지 못하니 그냥 목소리를 내서 말했다.

 

 [뭐?]

 [뭐라는 거야?]

 

 두 마리의 까마귀들은 쌍둥이라도 되는 것처럼 자꾸만 동시에 말했다. 하지만 소리가 아닌 전음이었기에 그 내용은 내게 빠짐없이 이해되었다.

 

 녀석들은 꽤나 당황한 듯이 보였다. 나로서는 구분하기도 어렵게 똑 닮은 얼굴에 똑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 어쨌거나 동그랗게 뜬 까만 눈동자에 담긴 의미는 간단했다.

 대체 무슨 얘기를 하는 거냐고, 즉 이 녀석들과 나는 아주 잘 아는 사이라는 뜻이었다.

 

 [오우딘. 대체 왜 그러셔?]

 [머리를 다치기라도 한 거야?]

 [갑자기 왜 우리를 모르는 척 하는데?]

 [우리, 후긴과 무닌이잖아.]

 

 내 이름은 오우진이다. 그런데 까마귀는 ‘오우딘’이라고 말했다.

 처음엔 까마귀의 혀가 짧아서 발음이 새는가 보다 생각했다가 퍼뜩 지금 이 까마귀들은 혀를 놀려서 말을 하는 게 아니라 전음을 보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러니까 결국 이 세계에서의 내 이름이 ‘오우딘’이라는 얘기였다.

 

 더욱 중요한 사실은 까마귀들이 자기들의 이름을 ‘후긴’과 ‘무닌’이라고 말했다는 거였다.

 

 ‘내 이름이 오우딘이라고? 오우딘……. 설마 오딘?’

 

 이전의 세계에서 나는 고등학교 중퇴라는 자랑할 것 없는 학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게다가 그 학교란 것도 일반적인 학교가 아니라 사이비 교단에서 운영하는 학교였기에 제대로 된 학교라고 말할 수도 없었다.

 

 하지만 그런 내 짧은 지식으로도 오딘이 북유럽 신화에 나오는 신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리고 오딘의 두 마리 까마귀의 이름이 후긴과 무닌이라는 것도.

 

 사실은 내가 평생에 유일하게 해본 게임의 세계관이 바로 북유럽 신화였기에 잘 알고 있는 것이었다.

 

 브루노 신부님이 떠올랐다. 사이비 교단을 도망쳐 나와 길거리에서 노숙 생활을 하던 나를 그가 구해주었다.

 내가 평범한 삶에 대해서 알거나 경험한 것들이 있다면 그건 모두 브루노 신부님이 나에게 해준 것들이었다. 게임도 마찬가지였다.

 

 ‘게임을 한 번도 안 해봤다고? 그럼 이거 한번 해봐라. 남들 하는 것들은 해보면서 살아야지.’

 

 브루노 신부님의 부드러운 눈매가 떠오르자 가슴속에 다시금 뜨거운 분노가 타올랐다. 그분을 앗아간 것도 역시 그놈이다. 나의 모든 세계를 파괴한 그놈.

 순간 이마께가 또다시 화끈거렸다. 활활 불타오르는 것처럼 뜨거워졌다.

 

 [오우딘, 왜 그래?]

 [진짜 어디가 안 좋은 거야?]

 

 까마귀들이 나를 걱정하고 있었다.

 나는 녀석들을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여기는 다른 세계다.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은 이 세계를 파악하는 일이다.

 

 “후긴, 무닌. 그래, 너희들이구나. 알고말고. 내가 왜 너희들을 모르겠어?”

 

 내가 적당히 대꾸해주자 까마귀들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장난 친 거지? 어휴, 무슨 일인가 했네.]

 [진짜로 머리라도 다친 줄 알았다고. 집에 와보니 없어져 있지를 않나…….]

 

 나는 녀석들의 전음을 들으면서 생각을 이어갔다.

 오딘과 까마귀들이라. 그렇다면 내가 북유럽 신화 세계관의 게임 속으로 빙의라도 한 걸까? 하지만 그렇게 보기에도 무리가 있었다. 이 세계의 겉모습은 오히려 내가 살아가던 지구와 더 흡사했다. 동네도, 집도 그대로이지 않은가.

 

 어쩌면 지구와 게임 속의 세계관이 중첩된 평행세계일지도 모르겠다.

 아직은 아무것도 단정할 수가 없었다. 어떤 결론을 내리기에는 정보가 많이 부족했다.

 

 아무튼 이 까마귀들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오딘의 두 까마귀들은 오딘에게 세상 소식을 들려주고, 기억과 지혜를 돕는 역할을 한다.

 만약에 이 녀석들도 같은 역할이라면 지금의 나에게는 무척 귀중한 존재가 아닐 수 없었다. 녀석들에게 기억의 도움을 받기 위해서 나는 슬쩍 밑밥을 깔아보았다.

 

 “맞아. 사실 머리를 살짝 다치긴 한 것 같아. 차에서 뛰어내리느라 땅바닥을 좀 굴렀거든.”

 [아니, 왜?]

 [그러게. 웬 액션?]

 

 “느닷없이 납치를 당했었거든. 아, 물론 아무 일도 없이 빠져나왔지만 말이야.”

 [뭐라고? 대체 어떤 놈들이 오우딘을 납치했다는 거야?]

 [말도 안 돼! 간이 배 밖으로 나온 놈들일세!]

 

 날개까지 퍼드덕거리며 요란하게 놀라는 까마귀들을 보니 오우딘이 납치를 당했다는 게 꽤나 있을 법하지 않은 일인 모양이었다.

 나쁘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만큼 이 세계에서의 내가 강하다는 뜻일 테니까.

 

 까마귀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미간이 시원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눈앞이 밝아져왔다. 눈에 보이는 시야만이 아니라 눈 안쪽으로 머릿속까지 밝아지는 느낌이었다. 오른쪽의 황금빛 시야가 환히 빛났다.

 

 ‘이건 뭐지?’

 

 차츰 저절로 알아지는 것들이 있었다. 이 세계에서의 내 기억들이 스며드는 것 같았다.

 새롭게 일어나는 현상에 집중해 보려는 찰나, 바깥에서 발소리가 들려왔다. 옥탑으로 이어지는 옥외계단을 오르는 발소리였다.

 

 현관문 앞에서 발소리가 멈췄다. 그러더니 곧 문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굉장히 조심스럽게 두드리는 소리였다.

 

 문을 열어보니 밖에는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자 둘이 서 있었다. 셔츠까지도 검은색이었고 넥타이는 매고 있지 않았다. 한 사람은 이십대, 다른 한 사람은 삼십대. 체격은 둘 다 건장한 편이고 눈매는 제법 날카로웠다.

 

 “아, 집에 계셨군요.”

 

 둘 중에 나이가 더 든 쪽이 입을 열었다. 조심스러운 말투였다.

 나는 입을 열지 않고 잠시 기다렸다. 이 사람들이 누군지 몰랐다. 조금 전에 눈앞이 밝아지면서 이 세계에서의 기억들이 스며드는 것 같았는데 아직은 완전히 스며들지는 않았나 보다.

 

 까악!

 까악!

 

 [역시 또 마법의 전당 사람들이었네.]

 [오늘은 그냥 건너뛰나 했더니만.]

 

 기억 대신에 까마귀들이 내게 힌트를 줬다.

 남자들이 ‘마법의 전당’ 사람들이라는 것과 이렇게 날 찾아온 게 한두 번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마법의 전당’이 뭔지는 모르겠지만.

 

 그러고 보니 아까 집주인 할머니가 나를 찾아온 사람들이 있었고 이따가 다시 오겠다고 했다고 말했던 게 기억났다.

 

 “밤늦은 시간에 무슨 일이죠?”

 

 내가 물었다.

 이 정도면 무난한 질문이리라 생각했는데, 남자들이 놀란 표정으로 나를 바라봤다. 아무래도 내 태도에 어딘지 어색한 점이 있나 보다.

 

 “아, 그게……. 생각은 좀 해보셨습니까?”

 “아니. 달라진 건 없어.”

 

 이번에는 반말로 대꾸했다.

 왠지 그래야겠다는 생각이 불쑥 들었다. 그리고 이들의 조심스러운 태도며 정황으로 미루어볼 때, 아쉬운 것은 그들이라는 짐작이 갔기 때문이다.

 내가 반말을 쓰자 남자의 표정에서 놀란 기가 가셨다. 역시 이쪽이 평소에 하던 대로인 모양이었다.

 

 “조건이 달라진 게 있습니다. 상부에서는 오우딘 씨가 대회에 꼭 참석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래서 그렇게만 해주신다면 다시 전당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일 뿐만 아니라, 협의를 거쳐 이사회의 일원으로 승격도 고려…….”

 “됐으니까 그만 돌아가. 꺼지라고.”

 

 내 입에서 거친 말이 튀어나왔다.

 나도 모르게 화가 치밀었다. 이 자가 하는 말이 몹시 불쾌했다.

 

 ‘가만. 이 감정은 내 감정이 아닌 것 같은데……?’

 

 의아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보다도 감정이 앞섰다.

 무언가가 내 신경을 건드렸다. 이 남자의 한 마디 한 마디가 전부 마음에 들지 않았다. 누가 철필로 뇌를 긁어대기라도 하는 것처럼 신경이 곤두섰다.

 

 “그러지 마시고 내일 한번 전당에 들러주세요. 오우딘 씨도 알고 계시겠지만 요즘 분위기가 정말이지 심상치…….”

 

 남자는 말을 끝맺지 못했다.

 내가 남자의 코앞에서 현관문을 쾅 닫아버렸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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