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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연재 > 일반/역사
귀향 (세르반테스를 만난 조선인)
작가 : 윤준식 YOON
작품등록일 : 2022.1.23

[연재를 시작하며] (연재는 1-44장까지 이어집니다.)

‘제 책이 빨리 출판되기를 원하는 사람 중에는 중국의 황제가 계십니다. 한 달 전쯤 일입니다. 황제께서는 친히 중국어로 편지를 쓴 후, 사신을 보내 저의 [돈키호테]를 보내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황제께서는 학교를 세워 스페인어를 가르치겠다고 하셨으며, [돈키호테]를 교과서로 쓰겠다는 것과 제가 그 학교의 학장이 되어달라는 부탁이었습니다.’ ([돈키호테] II, ‘레모스 백작님께 올리는 헌사’ 중)

한 사람의 ​간절한 소망은 수 백년을 뛰어넘는 것일까?

세르반테스의 펜을 움직여 [돈키호테]에 남겨진 한 영혼의 흔적!

400년 넘게 기다려왔고,

너무나 애절했기에 또 한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다!

그리고,

이베리아 반도의 어느 작은 마을에서 한반도 남쪽의 한 마을로 이어진 무지개!

그 허구같은, 그러나 역사적 실체의 다리를 건너본다!

(본 이야기는 [돈키호테]라는 소설 속 한 귀절에서 시작된다. 따라서 작품 [돈키호테]는 물론, 당시 세계를 누볐던 스페인의 역사와 동시대 아메리카, 그리고 아시아(조선, 중국, 일본, 필리핀, 마카오) 등의 역사를 통합할 수 있는 문학과 역사적 지식을 바탕으로 내용을 구성하게 된다. 15년 간의 자료 수집을 통해 내놓는 역사 이야기이자 소설로, 몇 가지 새로운 역사적 사실을 밝히며, 특히 임진왜란 이후 전개된 1600년대 초 스페인과 조선 간의 관계를 이어줄 수 있는 중요한 내용이 들어있다.)

 
35. 윤종국 (Familia YOON)
작성일 : 22-02-10 10:36     조회 : 183     추천 : 0     분량 : 4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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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5. 윤종국

 

 종국은 해남에서 태어났다. 집과 그 주변을 감싸는 커다란 나무들이 집과 가문의 긴 역사를 말해주었다. 그가 어렸을 때, 집 앞의 굵은 나무들은 물론, 자신의 집은 매우 컸다고 생각했다.

 

 나이가 들어 타지의 기와집들과 비교할 기회가 있었지만, 자신의 오래된 집이 결코 작지 않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종국의 어린 시절 추억은 거의 모든 게, 집과 그 주변에서 만들어졌다.

 

 그 기와집에는 오래 전부터 내려오는 서첩들이 참으로 많았다. 종류와 내용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종국의 아버지는 그것들을 보존하는 게 장손인 자신에게 주어진 평생의 임무로 생각하고 있었다. 어떤 때는 자식들보다도 더 귀하게 다루고 우선 시하는 아버지를 보고, 종국은 서운한 마음이 들었던 적도 있었다.

 

 한편, 누구를 만나도, 종국이 해남에서 태어난 윤씨라고 하면, 늘 그에게 묻는 게 있었다. 윤선도며, 윤두서, 그리고 좀 더 깊이 아는 사람들은 정약종, 정약전, 정약용 등 삼형제를 나열하고는 집안의 내력에 대해서 묻곤했다. 그들은 두 집안의 연결고리를 아는 사람들이다.

 

 물론, 정약용의 실학사상과 수원 화성 축조의 특징, 그리고 당시의 발전된 과학기술과 건축술에 대한 이야기로 내용을 확대하는 사람들도 간혹 만날 수 있었다.

 

 종국은 그것들에 대해서는 자세히 모르지만, 집안에 내려오는 많은 물건과 화첩, 서첩 중에 다른 것들과는 확연히 다른 이색적인 것이 있음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들어왔다. 하나는 은 목걸이였고, 하나는 오래된 편지였다.

 

 특히, 은 목걸이는 예수가 십자가에 못박혀있는 형상을 담고 있었다. 비교적 작지만 아주 정교하게 세공되어 있었다. 오랜 시간의 흔적을 보이는 그 물건이, 특히 십자가가 달린 목걸이가 언제부터 집안에 보관되어 내려오는 지에 대해서는, 그것을 보물처럼 여기시는 아버지조차 정확히 알지 못했다.

 

 그가 고등학교 때 우연히 살펴본 문서는 한자와 함께 중간 중간에 영문 알파벳으로 된 몇 몇 글자가 있었다. 한편, 그 알파벳이 스페인어라는 사실을 알게 되었던 것은 대학입학 시험을 마친 후, 대학교를 선택할 즈음이었다.

 

 문서의 맨 아래에는 ‘조선인 송석희’라고 써있었다. 흘림체이고 정확하게 쓴 것은 아니지만 ‘조선인’은 한글로, ‘송석희’는 한자로 되어 있었다. 그리고 바로 아래에는 ‘Bartolomé’라고 써있었다. 말하자면, 스페인어, 한자, 그리고 한글로 되어 있는 것이 참으로 특이했다.

 

 종국이 세비야에서 본 문서에 언뜻 본 ‘조선인’이라는 글자도 바로, 필체는 분명치 않지만 자신이 해남의 집에서 봤던 글자와 유사하다는 생각을 했던 것이다.

 

 종국은 대학교에서 스페인어를 전공했다. 공부 만 했지, 구체적으로 어떤 대학교의 어떤 과를 가야할 것이라는 생각이 없는 고등학교 학생으로서, 우연한 일일 수 있으나, 어쩌면 자신에게 호기심을 자극했던 그 목걸이와 문서가 선택에 영향을 주었을 것이란 생각도 해봤다.

 

 종국은 대학교를 다니며 외무고시를 준비하였고, 졸업과 동시에 합격하였다. 외교관으로 일하면서, 스페인에서 근무하게 되고, 세비야에서 경험한 일이 늘 과제처럼 기억의 한 자리를 차지했던 것도 사실이다.

 

 한편, 몇 년이 지나서도 잊지 않고 세비야에 다시 찾아와 세비야대학교의 훌리아를 만난 이 모든 과정이, 어떤 묘한 운명의 끈으로 연결되어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다.

 

 “이것은 쓰네나가의 편지군요.”

 

 테이블 위에 놓인 자료를 살펴보던 종국이 서류 하나를 짚으며 말했다.

 

 그러고 보니, 서류들은 한자, 정확히 말하면 일본식 한자로 쓰여진 것들이었다. 그리고 서류의 맨 밑에는 쓰네나가, 즉 支倉常長이라고 적혀있었다.

 

 쓰네나가가 세비야 시장에게 쓴 편지였다. 한편, 마사무네가 써서 쓰네나가 편으로 전달한 서신도 보관되어 있었다. 수백 년이 지났지만 종이에 찍힌 사각형의 인장이 아직까지 붉은색을 엷게 나마 유지하고 있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조선인이라는 글자는 발견되지 않았다.

 

 “제가 찾던 것은 없는데요. 이게 다 입니까?”

 

 “아니요. 서류들은 제가 여기 테이블에 모아놨지만, 전시대에 보관된 것들은 저 안쪽으로 들어가셔야 보실 수 있습니다.”

 

 까르멘은 손짓을 하면서 자기를 따라 오라고 했다. 안쪽으로 들어가면서 쓰네나가 일행이 선물로 남긴 칼이 전시대에 보관되어 있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사무라이들이 쓰던 칼이라는 설명과 단도는 와키자시, 긴 칼은 카타나라고 설명되어 있었다. 4백년이 지났어도, 칼들은 여전히 빛을 냈다.

 

 거기서 몇 발짝을 더 들어갔다. 바로 몇 년 전 종국이 봤던 그 액자가 그대로 벽면에 걸려있는 게 보였다. 종국의 발길이 액자 쪽으로 빠르게 움직였다. 종국은 일본어로 쓰여진 내용보다는 맨 아래에 조선인이라는 글귀에 먼저 눈을 줬다.

 

 처음 봤을 때, 한자이거나 일본어일 것이란 생각 때문에, 한글이 맞을까 의심도 해봤지만, 그것은 분명 한글로 된 조선인이란 글자였고, 한자는 ‘송석희’였다.

 

 더 놀란 것은, 종국의 집안에서 보관해오던 이상한 고문서에서 봤던 그 조선인, 그 송석희와 같은 것이었다.

 

 “이겁니다. 이거. 이것 맞아요!”

 

 흥분한 종국의 목소리가 너무 커서, 훌리아와 까르멘은 깜짝 놀라 의아한 모습으로 서로 쳐다봤다. 종국은 흥분을 넘어, 심장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뛰는 것을 느꼈다.

 

 “이것을 빼서 책상에 올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흥분이 가라앉지 않은 종국의 목소리는 여전히 컸다.

 

 이미 손에 하얀 장갑을 낀 까르멘은 조심스럽게 자료를 꺼냈다. 종국은 화선지 위에 쓴 글귀를 다시 읽어봤다.

 

 “아니, 이것은?”

 

 종국은 정신을 집중하여 스페인어 문장을 하나하나 살펴봤다.

 

 

 Al excelentísmo Sr. alcade de Sevilla, agradecemos el apoyo e interés

 

 que nos ha mostrado durante nuestra estancia. 24 de noviembre de

 

 1614, 조선인 宋錫喜 Bartolomé

 

 

 문장은 “스페인의 세비야에 머무는 동안 물심양면으로 도와주신 세비야 시장님께 감사드립니다”로 해석되었다. 마지막부분의 조선인이란 글자는 분명 한글이고, 그 뒤에 한자 송석희, 그리고 바르똘로메라는 세례명도 남겼다.

 

 종국은 놀라운 발견에 현기증이 났다. 자신이 어렸을 때 봤던 문서의 맨 아래 부분과 완전히 일치했다.

 “이것은 아마도 쓰네나가 일행이 세비야를 떠나 마드리드로 올라가면서 남긴 마지막 글인 것 같습니다. 세비야 시장에게 감사의 뜻으로 말입니다. 그런데, 쓰네나가의 서명이 있지 않고, 바르똘로메라는 서명이 있는 것으로 봐서는 감사의 서신을 준비하지 못했다가 출발하게 되면서 쓰네나가를 대신해 스페인어를 구사했던 바로똘로메라는 사람이 남긴 것 같습니다.”

 

 훌리아가 안경을 고쳐쓰며 말을 이었다.

 

 “1614년 11월 25일에 세비야를 출발, 마드리드로 향했거든요. 그런데 저는 한자 이름과 스페인어 이름 앞에 쓴 세 글자의 뜻이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제가 하뽄이라는 성을 가진 것, 그리고 그것이 일본과 연결된다는 사실을 알고는 일본어를 배우고, 그동안에도 여러 번 스페인과 일본 간 학회에도 참석했습니다.

 

 그래서 저도 어느 정도는 일본어를 할 줄 압니다만, 아직 그 세 글자에 대해서는 해독을 못하고 있습니다.”

 

 종국이 조선인이라는 글자에 자꾸 손을 대자, 훌리아도 그동안 그것이 궁금했다는 듯 먼저 입을 열었던 것이다.

 

 “네, 이것은 조선인, 즉 한국인이라는 뜻입니다.”

 

 “네?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그럼, 그것은 한국말, 아니 한글인가요? 그럼, 바르똘로메라는 사람은 조선인이란 뜻인가요? 꼬레아노?”

 

 “네, 그렇습니다. 모든 것은 일본어나 스페인어로 썼지만, 이것만은 한글로 쓴 것입니다. 자신의 국적을 한글로 남긴 것입니다.”

 

 “그래요? 이건 중요한 단서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가 일본인이 아니고 조선인이라는 것과 그 표시로 국적을 한글로 썼다는 것 말입니다. 사실 다른 문서에서도 그 글자가 동일하게 나오고 있거든요.”

 

 “네? 어디요?”

 

 “제 오빠가 보관한 저희 집안 서류들 말입니다.”

 

 “네? 집에 문서들을 아직 보관하고 있습니까?”

 

 “하뽄이라는 저의 집안에서 내려오는 문서는 대대로 장손을 통해 보관해오고 있습니다. 저희들은 그게 무엇인지는 모르나, 그냥 전통처럼 내려오고, 다시 후대에 전하는 것이 임무로 알고 있습니다.”

 

 “그럼, 그것을 볼 수 있을까요?”

 

 “오늘 오후 쓰네나가 동상부터 방문하고, 내일 아침에 오빠 집에 가는 것은 어떨까요?”

 

 “아뇨! 오늘 오후, 당장 오빠부터 만났으면 좋겠습니다. 그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럼, 잠깐만요.”

 

 훌리아는 휴대전화를 꺼내, 전화를 걸었다. 상대방으로부터 오늘 오후에 와도 좋다는 말을 받은 것 같았다. 종국은 흥분을 가라앉힐 수가 없었다. 그리고 빨리 자료들을 보고 싶었다.

 

 종국은 까르멘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한 후, 훌리아와 함께 급하게 고문서 보관소를 빠져나왔다.

 

 세비야의 하늘은 그야말로 흠잡을 데 없이 맑고 참으로 파랬다. 전형적인 스페인 날씨였다. 종국의 마음은 그 하늘을 높이 날고 있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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