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ading...
1일간 안보이기 닫기
모바일페이지 바로가기 > 로그인  |  ID / PW찾기  |  회원가입  |  소셜로그인 
스토리야 로고
작품명 작가명
이미지로보기 한줄로보기
 1  2  3  4  5  6  >>
 1  2  3  4  5  6  >>
 
자유연재 > 일반/역사
경성몽중록: 당신을 위하여
작가 : 이후
작품등록일 : 2022.1.24

1895년 조선 여인 희수, 1921년 일제강점기로 타임슬립하다. 왜 이곳에 왔을까? 왜 자꾸 이상한 꿈을 꾸는 걸까? 꿈과 현실 사이, 과거와 미래 사이, 끊임없이 고뇌하며 진정한 자신을 찾아나가는 청춘들의 기록.

 
10. 훈련
작성일 : 22-02-10 01:19     조회 : 186     추천 : 0     분량 : 5113
뷰어설정 열기
뷰어 기본값으로 현재 설정 저장 (로그인시에만 가능)
글자체
글자크기
배경색
글자색
맑은고딕 나눔고딕 돋움 굴림 궁서 바탕
13 15 17 19 21

 10. 훈련

 

 쿵

 “다시.”

 재영의 말에 흙투성이가 된 희수가 힘겹게 몸을 일으킨다. 올라오려면 한참은 걸릴 듯한 깊은 구덩이에 밧줄 하나만이 내려와 있다. 구덩이 바깥 바위에 심심한 듯 앉아있는 재영.

 “이 정도면 밀정이 아닌 건 알겠으니 제대로 좀 해보지 그래?”

 희수가 보이지 않는 재영을 올려다보며 한숨을 쉰다. 벌써 며칠째였다.

 “이번엔...”

 다시금 밧줄을 잡는 희수. 한참을 끙끙대며 올라가는 듯하더니 또 쿵하고 떨어진다.

 “아!...”

 평생을 집 안에서 곱게 자란 희수가 쉽게 줄을 타 올라올 리가 없었다. 며칠간 계속된 훈련으로 온몸은 멍투성이에 손은 온통 상처였다.

 “그나저나 참 신기한 노릇이군. 누군가에게 공격을 받을 때는 무예에 능하고, 그렇지 않을 때는 젬병이라니...”

 그랬다. 재영의 말대로 희수의 능력은 희수가 목숨을 위협받을 정도의 공격에 처할 때만 발휘되었고, 그렇지 않을 때는 아무런 반응이 없었다. 그렇기에 희수가 스스로의 힘을 쓰기 위해서는 훈련이 필수였다.

 “하...”

 저 밑에서 희수가 한숨을 쉬는 소리가 들리자 재영이 말한다.

 “모든 것의 기본은 무엇이라고 했지?”

 희수가 저 아래에서 큰 소리로 답했다.

 “체력과 근력입니다.”

 재영이 얼굴을 내민다. 얄미운 표정이다.

 “그럼 계속해.”

 희수가 이를 악물고 다시 줄을 탄다. 이번엔 꽤 올라오는 듯싶더니 다시금 떨어지는 희수.

 “앗!”

 재영이 산 너머를 바라본다.

 “이러다가 해가 지겠군. 내가 여기서 뭘 하고 있는 건지...”

 재영이 바위에서 일어난다. 구덩이 안을 힐끗 보니 희수는 올라오고, 또 떨어지고를 반복하고 있다. 깊게 한숨 쉬는 재영.

 “괜히 힘들여 올리고 내릴 필요 없지. 스스로 올라올 때까지 계속하고 있게.”

 희수가 놀라 위를 올려다본다.

 “예? 그게 무슨 말이십니까?”

 “나는 내일 아침에 올 테니 그때까지 올라오든, 버티든 알아서 하고 있으란 말이야.”

 “절 여기 두고 가신다고요?”

 재영이 희수의 애탄 목소리를 뒤로하고 길을 따라 산을 내려간다.

 “선비님, 선비님!”

 답이 없는 재영.

 “야!”

 희수가 답답한 마음에 소리 지르고는 풀썩 주저앉는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자신을 이곳에 남겨두고 떠난 재영도 원망스러웠지만 진정 화가나는 건 희수 저 자신이었다.

 ‘평소에 신체 단련을 좀 해 놓는 것인데...’

 아무리 노력해도 도저히 줄을 오르지 못하는 저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다 내 업보지, 내 업보야.”

 희수가 한숨을 쉬면서도 다시 일어나 줄을 잡는다.

 

 산에서 내려와 종로 거리에 들어온 재영, 주머니에서 뭔가를 꺼낸다.

 “실타래...”

 며칠 전, 자신과 희수의 뒤를 밟았던 일본인의 품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리저리 어지럽게 꼬여있는 실타래에 재영이 죽인 일본인의 피가 묻혀 있었다.

 “실타래라면...”

 잠시 골몰하던 재영이 근처의 양장점을 찾아 들어간다.

 태연하게 옷을 구경하는 재영. 주인장이 재영에게 다가온다.

 “뭘 찾으십니까?”

 “그저 좀 둘러보는 중이었소. 요즘은 옷감이 잘 들어오나 보오. 이리 쌓여있는 것을 보니...”

 “예전엔 부산에서 떼어왔는데 요즘은 이곳에서 바로 가져오니 아무래도 그렇죠. 그만큼 잘 나가기도 하고요. 이 양복을 보시면...”

 재영이 주인장의 말을 끊는다.

 “이곳이라면 경성을 말하는 것이오?”

 주인장이 당황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인다.

 “예...예. 이거 아는 사람만 아는 건데...”

 주인장이 긴장하는 듯 보이자 재영이 천연덕스럽게 군다.

 “이곳에서 양장을 하나 맞추려고 하는데 내가 옷감을 좀 중시하는 편이라...”

 “에이, 그러시다면 뭐... 저기 제일방직이라고 새로 생겼는데 그곳에서 떼어 옵니다.”

 옷감을 쓸어 본다.

 “그곳도 사장이 일본인인가? 요즘 하도 일본인들이 하는 회사가 많아서...”

 주인장이 한숨을 쉰다.

 “요즘은 안 그런 곳을 찾기가 어렵지 않습니까?”

 ‘일본인 소유의 회사라...’

 주인장의 말에 생각에 잠기는 재영.

 

 그날 밤, 춘몽 재영의 방

 양장점에서 돌아온 재영이 문을 열고 들어온다.

 “자네 왔는가?”

 재영이 정현을 보고 한숨 쉰다.

 “자네는 도대체 언제까지 여기 있을 건가?”

 정현이 웃으며 말한다.

 “자네와 이리 한방을 쓰는 게 얼마 만인가? 난 자네도 좋아할 줄 알았는데...”

 재영이 미간을 찌푸린다.

 “그때는 학생이지 않았나? 그리고 그때도 나는 좁아서 싫었네.”

 재영이 자켓을 벗어 던진다. 정현이 그런 재영을 보고 묻는다.

 “오늘 훈련은 잘했나? 아가씨는 잘 들어가셨고?”

 “그놈의 아가씨, 아가씨. 언제까지 아가씨라고 할 건가?”

 정현이 멋쩍게 웃는다.

 “익숙해져서 그만... 내 고치려고 하는데도. 그래서 아가씨는 좀 어떠하신가?”

 재영이 정현을 째려본다.

 “이봐, 또 아가씨.”

 재영이 씻을 준비를 하며 답한다.

 “자네가 그렇게 찾는 아가씨는 아직 훈련 중이네.”

 “뭐?”

 정현이 놀라 몸을 벌떡 일으킨다.

 “그게 무슨 말인가? 아직도 훈련 중이라니? 설마...”

 “맞네. 자네가 생각하는 거.”

 “자네 미쳤나? 어떻게 아가씨를 이 밤에...”

 정현이 일어나 옷을 갈아입으려 하자 재영이 정현의 팔을 붙잡는다.

 “그만하게. 내 아무 생각 없이 그런 것이 아니니.”

 정현이 재영의 팔을 뿌리친다.

 “아무리 그래도 그렇지. 어떻게 그 산 중에 아가씨를 버려놓고 올 수가 있어?”

 그런 정현을 바라보다 재영이 말한다.

 “가만 보면 나보다 자네가 저 여인을 더 못 믿는 것 같네.”

 재영의 말에 멈춰서는 재영.

 “자네가 생각하는 것보다 저 여인은 더 강해. 그러니 자네도 저 여인을 믿고, 또 나를 믿고 한번 지켜봐.”

 “...”

 정현이 들었던 옷을 내려놓는다.

 “그래, 잘 생각했네.”

 재영이 밖에 나서려 하다 흠칫 멈춰서 정현에게 묻는다.

 “자네 혹시 제일방직이라고 들어봤나?”

 흠칫 긴장하는 정현.

 “제일방직?”

 “그래, 제일방직. 경성에 새로 생긴 방직 공작이라는데... 어딘가 느낌이 좋지 않아.”

 “...”

 재영의 말에 답하지 못하는 정현. 아직 확실하진 않지만 정현이 조사하고 있는 바에 따르면 그 공장은 이케다 타츠오와 연관이 되어있었다.

 “자네도 처음 들어보는가보군. 알겠네.”

 재영이 나가자 한숨을 내쉰다.

 '미안하네.'

 

 다음날 새벽

 재영이 산을 올라 희수가 있는 구덩이로 향한다. 한숨을 쉬며 가까이 다가가는 재영.

 “아니, 아직도 여기에 이렇게...”

 하지만 재영이 내려다 본 구덩이 안에는 아무도 없다.

 "어?"

 당황스러워하는 재영의 뒤에서 들리는 목소리.

 “저기!”

 목소리에 놀란 재영이 중심을 잃는다.

 “어어?”

 쿵하고 구덩이 밑으로 떨어지는 재영.

 “아...”

 재영이 온몸이 아프다는 듯 신음한다.

 “선비님, 괜찮으십니까?”

 이때 구덩이 밖에서 빼꼼하고 얼굴을 드러내는 희수.

 “저 보고 나오라고 그러시고는 왜 거기 들어가계십니까?”

 재영이 힘겹게 몸을 일으키며 버럭한다.

 “윽... 누가 그렇게 뒤에서 놀래키래?!”

 재영의 호통에 희수가 꾸벅한다.

 “아... 죄송합니다.”

 재영이 마음을 가라앉히고 희수에게 묻는다.

 “언제 나온거야? 네 힘으로 나온 건 맞아?”

 희수의 표정이 밝아진다.

 “예! 제가 했습니다. 제가 해냈단 말입니다!”

 

 어제 늦은밤

 “도대체 이거 올라갈 수 있는 건 맞는거야? 자기도 못하는 거 아닌가?”

 희수가 답답함에 줄을 퍽하고 때린다.

 “괜히 나 마음에 안 들어서 골탕먹이려고 이러는 거 아니야?”

 희수가 주저 앉는다. 희미한 달빛만이 희수를 비출 뿐, 칠흙같이 어두웠다.

 ‘무조건 나가야 해. 저 선비님은 내가 못 나가면 내일이고, 모레고 날 여길 가둘 양반이야.’

 희수가 다시 줄을 잡고 숨을 들이쉰다.

 “지금까지 충분히 넘어졌으니까 이제는 올라갈 때야.”

 희수가 힘겹게 줄을 잡고 올라간다.

 이제까지 온 것 중 가장 높이 올라온 희수. 이제 조금만 올라가면 구덩이 밖이었다.

 “앗!”

 이때 순간적으로 발을 헛딛은 희수.

 ‘떨어질 뻔했다.’

 다시 마음을 다잡고 줄을 타자 어느덧 가까워진 바깥세상. 겨우 몸을 끌고 올라와 그대로 누워버리는 희수다. 팔은 나가떨어질 것만 같고 심장은 터질 듯이 뛰었다.

 ‘내가 진짜 해낸건가?’

 절대 되지 않을 것만 같던 일이었다. 하지만 그 일을 자신이 해낸 것에 뛸 듯이 기쁜 희수였다.

 “윤희수, 해냈다!”

 그 묘한 쾌감에 큰 목소리로 외친다.

 

 다시 현재

 “그래, 그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재영이 별일 아니라는 듯 무던히 답했다.

 “이제 올라오십시오. 다음 훈련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희수의 말에 재영이 헛기침하며 말했다.

 “암, 조금만 있어 보게.”

 재영이 줄을 타고 올라오려는데, 발이 미끄러지며 재영이 뒤로 넘어진다.

 “흡.”

 그런 재영의 모습에 희수가 웃음을 터트리려다 재영의 눈치를 보며 참는다. 하지만 본 적없는 재영의 실수가 어딘지 통쾌했던 희수다.

 “웃어?”

 재영이 희수를 올려다보며 말한다. 민망함과 당황스러움이 섞여있다.

 “죄... 죄송...”

 희수가 고개를 숙이고 표정을 가다듬는데 갑자기 앞에 재영이 나타난다. 놀라 그대로 엉덩방아 찧는 희수.

 “아니, 벌써 올라오신 것입니까?”

 재영이 고개를 끄덕였다.

 “설마 나도 안되는 걸 너한테 시켰을 거라고 생각한 건 아니겠지?”

 희수가 고개를 저었다. 왠지 그래야만 할 것 같았다.

 “자, 일어나”

 재영이 희수에게 손을 뻗자 희수가 잡고 일어선다.

 “지금부터 여기서부터 저기까지 왕복으로 10회 뛴다.”

 이때 희수가 기어 들어가는 듯한 목소리로 재영을 부른다.

 “저, 선비님...”

 재영의 희수를 본다.

 “제가 지금 배가 너무 고파서...”

 사실 희수는 곧 쓰러질 것만 같았다. 어제부터 밥을 먹지 못해 정신이 혼미할 지경이었다. 구덩이에서 올라와서도 먹을 것이 있나 한참을 찾아다녔지만, 산을 알지 못해 별 소용이 없었다.

 “따라오게.”

 재영이 조그만 길을 따라 내려가자 재영을 따라가는 희수. 그러자 산을 따라 내려오는 시냇물이 보인다.

 “물!”

 희수가 시냇물에 쪼그려 앉아 손으로 물을 떠 마신다. 그런 희수의 어깨를 살짝 치는 재영. 희수가 뒤를 돌아보니 재영의 손에 종이로 싼 주먹밥이 들려있다. 찌그러졌다.

 “이거... 저 주시는 겁니까?”

 “자네가 소리 쳐서 떨어지는 바람에 이렇게 찌그러진 것이니 알아서 먹게.”

 재영의 희수의 손에 주먹밥을 쥐어준다. 희수는 벙찐 표정이다. 자신에게 늘 차갑기만 한 재영이었기에 이런 재영의 모습이 신기했다.

 “정말 저 주시려고 가져오신 겁니까?”

 재영이 귀찮다는 듯이 손을 저으며 답한다.

 “괜히 배고프다 내려간다고 하면 피곤하니 그런 거야, 괜한 착각은 말게.”

 재영의 말에 희수가 미소짓는다.

 “괜한 감정낭비는 안 한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감사히 잘 먹겠습니다.”

 그리고는 주먹밥을 와구 와구 먹는 희수. 그런 희수를 보며 재영이 희미하게 웃는다.

 나란히 앉은 두 사람에게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NO 제목 날짜 조회 추천 글자
20 20. 진실의 서막 2022 / 2 / 24 190 0 5827   
19 19. 눈물의 밤 2022 / 2 / 22 179 0 5096   
18 18. 서로 다른 발걸음 2022 / 2 / 21 187 0 5303   
17 17. 제과점 2022 / 2 / 21 196 0 6036   
16 16. 도피 2022 / 2 / 18 187 0 5023   
15 15. 제일방직 폭파 거사 2022 / 2 / 16 187 0 5565   
14 14. 폭풍전야 2022 / 2 / 15 196 0 5293   
13 13. 동무이자 동지 2022 / 2 / 11 191 0 5489   
12 12. 고백 2022 / 2 / 11 185 0 5114   
11 11. 사랑하는 사람 2022 / 2 / 10 195 0 5912   
10 10. 훈련 2022 / 2 / 10 187 0 5113   
9 9. 짧은 머리 2022 / 2 / 4 198 0 6229   
8 8. 시험 2022 / 2 / 4 184 0 4989   
7 7. 제자 2022 / 1 / 31 197 0 6138   
6 6. 시작 2022 / 1 / 30 196 0 5568   
5 5. 춘몽(春夢) 2022 / 1 / 30 202 0 4924   
4 4. 조우 2022 / 1 / 29 212 0 3239   
3 3. 조선이지만 조선이 아닌 곳 2022 / 1 / 27 204 0 5326   
2 2. 혼례 2022 / 1 / 25 201 0 6626   
1 1. 1895년 조선 2022 / 1 / 25 316 0 5488   
이 작가의 다른 연재 작품
등록된 다른 작품이 없습니다.

    이용약관   |   개인정보취급방침   |   이메일주소 무단수집거부   |   신고/의견    
※ 스토리야에 등록된 모든 작품은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 본사이트는 구글 크롬 / 익스플로러 10이상에 최적화 되어 있습니다.
(주)스토리야 | 대표이사: 성인규 | 사업자번호: 304-87-00261 | 대표전화 : 02-2615-0406 | FAX : 02-2615-0066
주소 : 서울 구로구 부일로 1길 26-13 (온수동) 2F
Copyright 2016. (사)한국창작스토리작가협회 All Right Reserved.